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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수많은 시선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경기장 주변은 응원소리와 함성소리로 뒤덮여 있다. 몸이 무겁다. 마음이 무겁다. 상대선수가 매섭게 나를 노려보며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기분이 멍하다. 왠지 눈앞이 뿌옇다. 시야가 흐려진다.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한다. 강력한 스트레이트와 훅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눈앞이 깜깜하고 몸이 얼어붙어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의 강한 펀치가 내 안면에 적중했다. 링 바닥에 넘어졌지만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아니, 일어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시합이 끝나면 난 패배하겠지만 지금은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불안하다.


이 장면은 시합 중 불안을 느끼며 경기를 치루는 선수의 입장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 선수의 눈에 비친 시합의 모습을 재현해 본 것이다. 이것을 내적 심상이라고 하는데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이미지트레이닝(심상훈련)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내적심상과 심상훈련에 대해서는 다음번 칼럼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니 이번에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격투기 선수들은 매번의 경기마다 자신의 명성, 돈, 주변의 기대를 모두 걸고 싸운다.

이런 부담스러운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긴장과 불안으로 시합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뭉크의 "절규">


불안이란 신체의 각성 상태를 수반하는 초조함, 걱정, 우려 등의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말한다. 불안은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어 있는 요즘은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취미활동으로 여러 가지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건강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여가시간이 증가하여 많은 스포츠 활동 참가인구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서로간의 기량을 겨루어 볼 수 있는 많은 동호회 대회도 활성화 되어있고 취미활동으로 즐기던 스포츠 활동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시합에 참여하고 좋은 결과를 내어 더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도 빈번하다.



우리는 경기에 참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높은 불안과 긴장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스포츠의 특징은 한쪽이 이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

승패가 분명히 구분지어진 제로-섬(zero-sum)의 경쟁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시합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시합의 중요성과 시합결과의 불확실성은 선수를 불안으로 짓누른다.
 

높은 불안수준은 자신의 본래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게 하고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시합에서 연습 때보다 못한 실력으로 패했다는 자책감과 실망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단순히 “자신의 담이 적기 때문이다.” 라는 쪽으로 자책할 필요도 없다. 불안과 운동수행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볼 때 그것은 단순히 나만이 경험하는 문제가 아니다. 불안은 시합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불안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높은 불안수준이 주는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 영향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1. 주의영역의 변화

우리는 불안이 증가함에 따라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주의영역이 점점 좁아지게 된다.

주의 영역이 좁아지게 되면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가 모두 주의 영역에서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면 시합 중에 흔히들 말하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와 같은 이런 현상이 주의영역이 좁아짐으로 인한 지각의 협소화 때문이다. 시합 중에 지각협소화 현상을 경험하면 그 시합의 결과는 당연히 엉망이 된다.



  

시합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상황에 따라 적절한 과제에 주의를 집중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종합격투기선수들은 시합하는 동안 상대선수의 이동하는 움직임과 공격해 들어오는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 주의영역을 넓혀서 상대선수를 전체적으로 관찰하고 의도를 재빨리 파악해야한다. 반대로 자신이 공격 할 때는 주의영역을 좁혀 경기전 계획한 공격패턴대로 집중하여 공격하는 것이 좋다.

 

 


불안이 주의영역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은 불안이 커지면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이 선호하고 편안한 자세나 동작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상대선수의 매서운 공격에 수세에 몰리는 선수가 자신이 기초로 하는 종목의 동작을 자꾸 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주짓수를 베이스로 하는 선수의 경우 등을 대고 바닥에 눕는 행동.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는 선수의 경우 체력이 저하되어 강력한 태클을 구사할 수 없음에도 상대선수의 다리에 매달리듯이 태클을 계속 고집하는 행동.



시합계획에 의한 동작이라면 전술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대부분이 자신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거나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경우는 자신의 주의형태가 내적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불안의 증가로 인한 적절한 주의집중이 어렵게 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주의형태나 자세로 전환된다.
급변하는 시합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주의집중과 움직임을 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최적의 운동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



2. 근 긴장의 변화

우리는 불안을 느낄 때 몸이 굳어지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중요한 시합에 참여하는 경우에 불안이 커지면 “몸이 얼었다.” 또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라는 표현을 한다. 불안수준의 증가는 근육의 불필요한 긴장을 일으키고 손과 발의 협응 동작에도 지장을 준다. 협응이란 손, 발의 여러 근육들과 감각들이 서로 협동해서 조화로운 움직임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의 경우 훈련병시절 조교들 앞에서 제식훈련시간에 “앞으로 가”라는 구령소리에 같은 손과 같은 발이 나가며 엉성한 폼으로 걷다가 지적을 받는 훈련병시절 군대동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신체가 불안을 느끼면 온몸에 불필요한 힘을 주게 된다. 예를 들면 격투기 초보자들이 지도자가 보는 앞에서 연습한 발차기를 테스트 받기 위해서  샌드백이나 미트에 킥을 찰 때 팔과 다리 등 온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불안이 높아지면 근육의 긴장을 초래하고 협응력에도 방해를 받게 된다.



이처럼 불안은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시합을 망치게 한다.

시합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불안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불안을 극복하려면 불안에 대해 잘 아는 것이 기본이다. 다음칼럼에서는 시합결과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불안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오늘 칼럼에서 다룬 내용들은 스포츠과학 중에서 스포츠심리학(운동수행과 불안)이라는 분야의 이론들이다. 종합격투기를 즐기는 매니아라면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훌륭한 선수를 키워내고 싶은 지도자. 최고의 선수가 되는 꿈을 가진 선수들이라면 시간을 내서 한번쯤 이 분야의 책 읽기를 추천한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추천도서>

1.스포츠 심리학의 이해/정청희
2.응용스포츠 심리학/정용락
3.스포츠 심리학/스포츠심리학회



칼럼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brazilianjj@hanmail.net
종합격투기 칼럼니스트 윤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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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지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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