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최되는 일본 SRC의 연말 이벤트 'Soul of Fight'는 그야말로 격투기 제전이라고 할 만큼 여러 종류의 아마추어 격투기 종목부터 프로 선수들의 킥, MMA 경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격투 경기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펼쳐질 예정입니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주관 방송사인 MBC SPORTS+에서 생중계 일정이 잡히질 않았고, 경기 수가 워낙 많아서 추후 중계를 하더라도 모든 경기를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자켓MMA 매치' 즉, 도복을 입고 하는 종합격투기 경기의 시도인데요. 첫 시도인 만큼 이번에는 시범 경기에 가깝게 펼쳐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진석 선수도 일본의 사카구치 유키오를 상대로 이 자켓MMA 경기를 가집니다.

SRC는 이 자켓매치에 대해서 5분 1라운드의 단판 승부, 타격과 메치기 등에 대한 차등 포인트제 적용 등 기본적으로는 콤바삼보의 그것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 룰을 적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콤바삼보와 다른 점이라면 보호장구가 없다는 것과 기술적 제한이 콤바삼보보다는 일반적인 MMA에 가깝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MMA에서 도복은 '입어서 좋을 게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과거 UFC 시절에 그레이시 일족이 도복을 이용한 기술을 사용해 기술의 가변성을 넓히고 승률을 올리는 것에 대항해 상대 선수들이 도복 입기를 피하기 시작한 것에서 기인합니다. 이어 프라이드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사쿠라바 카즈시가 거꾸로 그레이시의 도복을 이용해 그레이시를 농락하면서 그레이시들조차도 '도복 착용이 선택'인 MMA 경기에서는 도복을 입지 않게 됐죠. 또 최근에는 에디 브라보 등 MMA에서 그래플링의 본질은 No-Gi(도복을 입지 않는 상태)라야만 한다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결국 도복이라는 존재가 주는 '변수'가 그만큼 크고 다양하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변수가 있기 때문에 도복이 '선택'이 아닌 '필수'일 때 MMA 경기의 양상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도복을 이용한 공격 기술, 즉 이미 잘 알려져있는 것처럼 깃조르기와 같은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에 맨몸일 때보다 사용할 수 있는 공격이 훨씬 많아집니다. 메치기에 있어서도 맨몸일 때는 레슬링식의 태클이나 무에타이의 빰 기술이 유효하지만, 도복이 있으면 거기에 유도나 삼보식의 메치기까지 사용할 수 있죠. 

또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더라도 도복을 이용해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도복을 잡고 흔들면서 균형을 무너트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격이나 그래플링 영역에서도 도복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수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라운드 상태에서도 도복이 있으면 훨씬 다양한 공방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로 거리나 공간 개념이 달라집니다. 맨몸 상태에서 싸우는 일반적인 MMA에서는 상대를 잡아두기 위해 반드시 겨드랑이나 목덜미, 하체 등을 감싸잡는 형태의 밀착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레슬링과 더티복싱이라는 영역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고 또 발달해왔습니다.

그러나 도복이 있으면 상대와 밀착하지 않아도 도복만 잡고 있으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무너트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MMA에서 보여줬던 선 자세에서의 잡기 싸움의 거리가 초근접거리라면, 도복 착용 후에는 그 거리가 근거리, 많게는 일반적인 타격 거리인 중장거리까지도 늘어나게 됩니다. 즉, 잡고 때릴 수 있는 방법이 더티복싱과 무에타이식의 무릎차기 외에도 일반적인 펀치나 킥까지 확장된다는 얘기죠.

백문이 불여일견, 다음의 영상을 보시면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영상의 경기 종목은 제가 수련하고 있는 대도숙 공도(空道, KUDO)로, 도복과 안면보호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종합격투기 형태로 경기를 치릅니다. 이런 이유로 공도는 '착의종합격투기'라고도 불릴 정도로 도복을 이용한 종합격투 영역을 독자적으로 계속 발전시켜왔습니다. 특히 영상의 주인공인 오가와 히데키는 자기만의 창의적인 기술을 여러 개 만들어 냄으로써 이런 부분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천재'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보시다시피 일반적으로 알고 계시는 MMA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기술들이 잘 쓰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기술들은 단순히 경기가 아닌 호신, 즉 일상 생활에서 원하지 않는 폭력의 위협을 받고 그에 맞서야 할 때 더 효과적입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은 옷을 입고 생활을 하기 때문이죠.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도복을 활용한 타격 및 테이크다운을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하는 영상을 하나 더 첨부합니다. 홍콩 그레이시바하 도장에서 대도숙 아즈마 타카시 숙장을 초빙했던 공도 세미나의 일부입니다.




SRC의 자켓 매치에서 싸우는 선수들 또한 이런 도복의 특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진석 선수는 청소년 시절 촉망받는 유도 선수였고, 현재도 브라질유술을 꾸준히 수련하고 있고, 사카구치 유키오 또한 학생 시절에 유도를 수련해 2단까지 취득했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일단 도복을 잡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봐야겠죠. 따라서 이와 같은 도복의 활용 기술과 전략을 누가 더 깊이 연구하고 준비했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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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