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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제일 먼저 벌어졌어야 했는데 어른의 사정으로 인하여 제일 나중에 하게 된 강산과 북새통의 경기. 양쪽 다 활발할 대학 동아리답게 응원단도 많아서 보기가 참 좋았다. 아 정말 비만 오지 않았다면......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면 또 가뭄 든다고 뭐라 할 간사한 나-_-; 하여튼 다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 팀이 경기장에 마주 섰다. 의외로 용인대 팀은 작년 우승의 주역보다 신진 선수들이 보였다. 군대들 갔나...? 택견배틀 초창기에 큰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그려 드디어 작년에는 성주와 아리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용인대. 그 기세를 쭉 이어나갈까 생각했는데 신진 선수들이 더 눈에 띄어 약간 불안해 보였다.

반면 강산은 전적이 꽤 되는 선수들이 쭉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휴가를 나온 전인기 선수도 눈에 띄었다. 전통이 있는 팀답게 과연 오늘 어떤 좋은 경기를 보여줄지......궁금해 하는 내 앞에서 심판 선생님이 뚜껑을 열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요리처럼 강산의 박호성 선수와 김종원 선수가 발을 마주쳤다. 김종원 선수는 다리에 묶은 행전이 돋보였는데 첫 출전 선수답지 않게 비가 오는데도 기세 좋게 발길질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왼발 후려차기를 성공시키며 1승의 기쁨을 누렸다. 풀컨택 가라데 식으로 쭉 울라간 호쾌한 발길질이었다.

강산의 두 번째 선수는 장현석 선수. 본때를 보니 역시 명문출신답게 기본적인 품놀기가 볼만했다. 하지만 비가 와 비닥이 XX 같아서...(나랏말싸니 듕국에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여린 백성들을 위하여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고귀한 뜻을 받들고저 아름다운 금수강산 같은 어휘를 사용하기 위한 국가 언어 심의 규정을 준수하야 삭제처리) 잘 될지......바닥에 익숙해진 것인지 품을 잘 놀아서 그런 것인지 의외로 두 선수는 별 미끄러짐 없이 경기를 진행해 나갔다. 품놀기가 다른 무술의 스텝과는 달리 꾹 눌러밟는 형태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일까? 이전의 경기와는 좀 다른 양상을 보였고 선수들의 중심이 잘 잡혀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다음에 품밟기 논문 쓸 때 참고할까나......

김종원 선수는 이전 경기처럼 활발하게 공세를 퍼부었고 장현석 선수도 그에 지지 않고 맞불을 놓던 차, 김종원 선수의 발길질을 번개같이 잡아챈 장현석 선수는 그대로 외발쌍걸이를 성공시키면서 시원하게 1승을 올렸다. 김종원 선수가 들어가고 북새통은 권혁산 선수가 출전했다. 역시 올해 첫 출전. 경기가 시작되었고 이전에 승리한 장현석 선수가 대접으로 정강이를 툭 차주고 권혁산 선수는 악수를 하는데...악...아, 앙대......역시나 주심인 장태식 선생님이 경고를 주었다.

이게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기 어려운 상황인데 친절하게도 해설자인 회장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서양에서는 만나면 서로 악수를 하는 것이 인사이듯 택견판에서는 서로 정강이를 가볍게 툭 차주는 것이 바로 그런 인사이며 택견판의 에티켓인 것이다. 툭 차주고 다시 악수를 하는 것은 ‘역전 앞’ ‘모래사장’ 과 같은 중복 어휘이며 이를 허용하게 되면 택견판의 전통적인 에티켓 하나가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 경고 받은 권혁산 선수 너무 서운하게 생각말길 ;ㅅ;

어쨌든 경기는 계속 되었다. 권혁산 선수는 유도를 했다는데 엉덩걸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서 슬립다운을 겪기도 했으나 기세 좋게 장현석 선수를 계속 몰아붙이며 딴죽도 성공시켰으나 물렀거라가 먼저 선언되기도 했다. 시원한 딴죽 한번 볼 수 있을까 했는데...아, 장현석 선수가 다시 권혁산 선수의 발질을 잡아채며 외발쌍걸이를!!! 앞서가기 시작한 강산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이번에 등장한 선수는 김성준 선수. 몸이 날렵하게 생겼는데 특이하게 활개를 올린채로 손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꼭 무스를 바르는 행위 같았다. 뭐지 저건?+_+ 작년에 나왔던 충무로K 강영훈 선수와 비슷한 스타일 같은데? 두 선수가 서로 공방을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김성준 선수가 기습적으로 몸을 들이밀며 덜미를 잡고 체중으로 밀어붙여버리자 장현석 선수는 아쉽게도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강산에서 거구가 나왔다. 박병준 선수. 100킬로라는 체중이 아주 힘이 좋을 것 같은 선수였다. 호리호리한 체구와는 달리 의외로 덜미를 잘 잡는 김성준 선수가 잘못 공격하다가는 역습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마침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경기장에서 맞붙은 두 선수는 덜미잽이로 서로를 잡아챘고 마치 소싸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또 그런 경기 답지 않게 매우 격렬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계속 덜미를 잡고 공격에 소홀했던 김성준 선수가 경고가 누적되어 3분 30여초만에 경고패를 당했다. 김성준 선수의 열린 도복 사이로 보이는 식스팩이 들어가자 여성팬들이 아쉽다는 한숨을 쉬었다.

용인대에 남은 두 선수는 작년 우승의 주역. 네 번째로는 안기중 선수가 나왔다. 안기중 선수는 유도가 전공이라던데 의외로 발질 공격이 매우 날카로웠다. 초장에 곁차기가 번개같이 올라갔지만 아쉽게도 스친발로 판정이......두 선수가 격렬하게 경기를 하던 가운데 안기중 선수가 그만 박병준 선수의 소중한 곳을-_-; 가격하고 말았다. 아흑......보호대를 차도 아픈 그곳......아픈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들은 낄낄대며 웃고 있었고 두들겨주는 선배들도 피식거리며 새나오는 웃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다른 무술 시합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

다시 경기가 시작이 되었는데 박병준 선수 오늘 일진이 좋지 않은지 이번에는 바지가 내려가는 사태가...-ㅅ-; 이거이거 ㅋㅋㅋ 안기중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칼잽이와 오금잽이로 박병준 선수를 눕혔지만 아쉽게도 장외. 그렇게 흘러가다 결국 경기는 5분을 다 채웠고 경고가 더 많았던 박병준 선수가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 동점.

강산의 허스키라는 별명의 김재흠 선수가 본때뵈기를 보이며 등장했다. 역시 중심이 잘 잡힌 모습을 보여주던 김재흠 선수였고 5분 동안 체력을 많이 소모한 안기중 선수를 20여초만에 오금잽이로 메치며 강산이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런 상황에서 씨름장사 백승기 선수가 등장했다. 백승기 선수는 시작하자마자 특유의 자세로 김재흠 선수를 구석으로 몰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봐온 백승기 선수의 전략은 십중팔구 차는 발을 잡거나 오금잽이로 뽑아든 뒤 뒤집기를 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타입은 초장에 승부를 내버리는 편이 편할텐데 과연 김재흠 선수가 어떻게 할지......아니면 낚시걸이로 승부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김재흠 선수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듯했고 아랫발질을 날쌔게 차고 회수하고 경기장을 돌면서 영리하게 백승기 선수의 마수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던 중 백승기 선수가 김재흠 선수의 오금을 잡아챘고 한번의 실수도 없이 그대로 뒤로 들어 던져버리며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이제 마지막 선수들끼리의 결전. 휴가를 나왔다는 전인기 선수와 백승기 선수가 경기를 하게 되었다. 백승기 선수는 얼굴만 맞지 않고 다리는 얼마든지 내주겠다는 전략인지 팔을 아래로 내리지 않았고 전인기 선수는 신중하게 아랫발질로 살짝 간을 보며 공략을 시작했다. 그러나 둘다 기다리는 스타일로 경기를 한 덕분에 소극적 경기로 경고를 하나씩 먹어버렸다. 뭐 백승기 선수에게 잡아 채이면 거의 끝장이니 그럴 법도 하지만......그러던 차에......아나운서와 회장님이 전인기 선수의 전력을 소개하며 막강한 선수라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왠지 전인기 선수 불길하다.-_-;;; ......했더니 악......백승기 선수가 순간 몸을 낮추며 전인기 선수의 오금을 잡은 뒤 뽑아 올려 뒤로 뒤집어버리며 매트에 메쳐버렸고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아나걸과 회장님의 저주를 쌍으로 먹었으니...-ㅅ-;;

이렇게 강산과 북새통의 경기는 대거 신진선수를 기용한 북새통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비가 내리는 하늘과 신나서 펄쩍펄쩍 뛰는 용인대를 보니 오늘은 아무래도 용인대에게 승기가 있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작년에 승천해 여의주를 문 주역들 대신 올해는 북새통에 이무기들이 뭉쳤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힘겹게 결국 다시 승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와 용은 원래 친하니까. 신진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공격력을 보여주던 북새통의 선수들을 보니 비바람을 뚫고 승천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으로 변신한 모습 같았다. 과연 올해도 최종적인 여의주 쟁탈에 성공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그 활력과 패기를 보니 이번 택견배틀에서도 북새통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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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gp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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