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월 13일 금요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아침 8시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어느새 시각은 7시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까지는 적어도 2, 30분은 더 가야할텐데...-_- 리무진버스 첫차 시간표를 잘못 알고 나온 것과 아침에 급히 못 챙겨넣었던 파울컵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 화근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카운터로 달려갔지만 역시 늦었다. 이미 수속 마감이 됐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 ;;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대기수속 카운터에 사정을 얘기하니 원래 변경이 안 되는 티켓인데도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자리를 빌어 정말 J모항공 인천공항 대기수속 카운터의 직원 아가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얼굴도 이쁜데 어찌나 맘씨도 고우신지!! >ㅁ<)b


2월 13일 금요일 오후 4시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대도숙 총본부에서 아즈마 숙장에게 함께 BC대회에 출전할 임재영 선수를 소개하고 저녁 수련에도 참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 총본부 수련에 참가하는 것은 나도 처음이기 때문에 살짝 흥분된다.

토쿄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대도숙 총본부 건물,
1층은 웨이트룸과 스포츠마사지, 2층과 3층은 도장, 4층과 5층은 숙소 및 사무실로 쓰고 있다.

오랜만에 들러본 총본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숙장에게 인사를 드리고 대회에 필요한 장비를 받았다. 우선 대도숙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안면보호구, 3년 전까지만 해도 수퍼세이프라는 장비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착용감이나 실전적 의미에서 보다 개선된 오리지널 장비인 NHG空(네오헤드기어 쿠 - 이하 '쿠')를 사용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얘기 하나, '쿠'에는 호흡으로 인해 투명마스크 부분에 입김이 서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약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 -_-a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서 몇 번이나 바르고 닦고를 반복했지만 입김이 서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 오사카에서 수련하고 있는 김광수군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퐁퐁 같은 주방세제를 바른다고 한다. (사실 숙장은 주방세제를 바르면 화학작용 때문에 마스크가 약해진다고 절대 바르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었는데... 결국 우리도 대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바르고 말았다. -_-;)

그리고 그 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KFG(쿠도피스트가드), 안면보호구의 접합부 등을 맨손을 때릴 때 생길 수 있는 찰과상이나 긁힘 등의 상처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착용한다. 아주 얇은 오픈핑거글러브처럼 생겼는데 사실 글러브로서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_-a 대도숙에서는 어디까지나 맨손 공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뒤로 보이는 것이 구형 수퍼세이프와 피스트가드, 앞쪽이 신형 NHG쿠와 피스트가드


마지막으로 도복! 임재영 선수는 흰 도복, 나는 파란 도복을 구입했다. 대도숙에서는 유도와 마찬가지로 백/청 도복을 채택해 경기 중에 선수 구분을 쉽게 하고 있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 구분이 쉽지 않은 공도 경기 특성 상 더더욱 필요한 조치였을 터이다.


2월 13일 금요일 오후 6시

숙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7시 수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로망의 아이템과 같았던 파란 도복을 입고 몸을 풀고 있으니 왠지 선수가 된 기분을 실감하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물론 한편으로는 과연 일요일 대회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 이번에 출전하는 대회는 '전일본비지니스맨클래스선발대회', 즉 만 30세 이상의 비지니스맨클래스 일반수련생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규모도 작고 규정 상으로도 일반 공도 경기에 비해서는 완화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실 큰 부담을 가질 대회는 아니다. 출전을 결정하게 된 것 또한 기왕에 치솟는 환율을 무릅쓰고 일본까지 가는 것, 가급적 많은 경험을 하고 오자는 이유가 컸다. 

더구나 임재영 선수는 극진 수련 경력이 오래된 만큼 극진과 같은 룰로 치러지는 기본룰 부문에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 가능성마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나는 얼굴을 직접 때리고 (물론 '쿠'를 쓰긴 하지만) 그라운드 공방까지 포함된 공도룰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라 역시 부담이 된다. 약 2주간의 짧은 준비 기간 동안 미트 트레이닝과 스파링을 중심으로 대비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런 룰로 경기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쩌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든다. -_-;; 공도와 인연을 맺은 지 햇수로 2년, 아니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다. 武Zine이 마샬아츠타임즈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잡지로 활동하던 시절 취재 차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을 인터뷰한 것이 2007년 여름의 일.

사실 공도(空道-쿠도)라는 이름은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에 새롭게 명명된 이름인 만큼 일본에서조차 '다이도주쿠 가라테(대도숙 공수)'라고 해야 알아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한국에서야 '대도숙 가라테'라고 하면 '극진에서 분파된 수퍼세이프를 쓰고 싸우는 종합격투가라테'라는 이미지 정도만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뿐, 아예 모르는 쪽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도숙 공도는 기술적 제한이 무척 적다는 그 독특한 풍격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그 실체를 접해보고 싶어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에 관심만 있었던 사람들에게 공도를 실제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1년 후 한국 최초로 아즈마 숙장을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로 당시 극진가라테를 수련하던 김광수군을 선수로 출전시키는 일로 이어졌다. 

2008년 8월 주최했던 아즈마 숙장 방한 세미나, 급한 일정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참가했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아즈마 숙장의 동의를 얻어 공도를 접해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수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국공도연구회 쿠도코리아(공도코리아 http://cafe.daum.net/daidojuku )'라는 동호회를 만들었고, 나아가
한국에서 공도가 뿌리 내리고 보급될 수 있도록 지도자 및 선수를 발굴, 양성하는 일까지도 하게 된 것이다.


2월 13일 금요일 저녁 10시

지쳤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수련은 9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주 강한 강도로 몰아붙이는 수련은 아니었지만, 기본 타격기에서부터 그라운드 기술까지 풀코스로 진행된 탓에 온몸의 근육이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다. 특히 그라운드 쪽 운동을 해보지 않은 임재영 선수는 쓰지 않던 근육을 쓴 탓인지 몸이 놀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둘이 함께 내린 결론은 '그래도 재미있다!' ^^ 


< 다음 편에 계속 >


 
반응형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반응형

지난 일요일이었던 2월 15일 일본 토쿄 아라카와구종합스포츠센터 무도장에서 개최된 제3회 전일본BC공도선발대회에 출전한 임재영(한국 공도연구회 쿠도코리아 - 이하 공도코리아) 선수가 기본룰 중(重)량급 토너먼트에서 2연승을 거두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공도(空道-쿠도)'는 극진가라테 창시자 최영의의 제자 중 하나인 아즈마 타카시가 설립한 단체 대도숙(大道塾-다이도주쿠)에서 수련하는 종목이다. 과거에는 '격투공수' 등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2001년부터 가라테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그라운드 상황 등 보다 다양한 실전 상황에 대응 가능할 수 있는 이상적인 타격계 종합호신무도라는 의미로 '비어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의미로 새롭게 붙여진 이름이다.

공도 경기는 기존의 풀컨택트룰로 싸우는 기본룰, 안면공격과 메치기를 허용하는 격투룰, 30초간의 그라운드 공방까지 허용하는 공도룰로 나뉘어 치러지는데, 모두 NHG쿠(空)라는 안면보호장구를 착용한다. 이로써 정권, 팔꿈치, 무릎, 박치기 등에 의한 안면공격을 전면 허용하면서도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능하고, 상대 옷을 잡고 공격하는 행위나 메치기, 관절기, 조르기 등을 허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폭이 매우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체중만으로 나누는 체급 대신 키와 몸무게를 합한 체력점수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체력점수가 2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낭심공격을 허용하는 등 체급에 의한 유불리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 일반부나 선수부 외에도 중학생 이하의 소년부, 만 3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지니스맨클래스(이하 BC) 등 각 단계 별로 수련일수, 심사, 경기, 보호구 등의 기준 등을 별도 적용함으로써 누구나 일반 사회생활에 지장 없이 수련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결승전에서 내측하단돌려차기(인사이드로킥)으로 공격하고 있는 임재영 (사진제공 : 공도코리아)

임재영은 1차전에서 오른발 상단돌려차기로 효과 하나를 얻어 판정승을 거뒀고 2차전(결승전)에서는 중단지르기로 절반 하나를 얻어 처녀출전에서 전일본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한발한발 육중하게 상대의 몸통과 다리에 꽂히는 정권과 하단돌려차기에는 극진가라테 유단자다운 강맹함이 있었고, 결승전 종료 3초를 남겨두고 선보인 뒤돌려차기의 깨끗하고 날카로운 기술미에는 장내의 모든 이들이 탄성을 금치 못했다.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 또한 임재영의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앞장서 박수를 보내줌으로써 한국 공도의 멋진 출발을 축하했다.  

한편 같은 대회 공도룰 중(中)량급 토너먼트에 출전한 김기태는 1차전에서 작년 전국BC대회 준우승자 사토 준의 안면펀치 러시에 고전한 끝에 포인트를 내주지는 않았지만 판정패하여 고배를 마셨다.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사토 준은 결국 준결승에서 연장전 판정승, 결승전에서는 아킬레스건조르기에 의한 한판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공도코리아는 한국유일의 대도숙 총본부 인정 동호회로 서울 최무배레슬링도장에서 매주 토요일 무료체험수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도자 및 국제대회 출전 선수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제3회 전일본BC공도선발대회 우승자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임재영, 가운데 서있는 인물이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

반응형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