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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일본 신키바퍼스트링에서 열렸던 클럽딥 대회에 출전, 드림 웰터급GP 진출권을 놓고 시라이 유야와 싸웠던 김윤영이 3라운드 2분 59초만에 TKO패했다.

1라운드에는 적극적인 타격 공세와 리버스암바 등으로 시라이 유야를 압박했던 김윤영이었지만, 시라이 유야의 안허벅다리후리기를 허용하는 등 파워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2라운드에는 두 번이나 마운트포지션을 내주는 등 경기 흐름은 시라이 유야 쪽으로 기울었고, 김윤영은 코피를 흘리기 시작. 결국 3라운드에 또 다시 마운트포지션을 차지한 시라이 유야가 파운딩에 이은 초크슬리퍼를 시도했고, 김윤영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본 키무라 사미요 레퍼리가 경기를 중단시켰다.



시라이 유야는 2003년 프로로 데뷔해 딥, 판크라스, 데몰리션 등 중소규모 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지난 2006년에는 스피릿MC에도 출전해 당시 미들급 챔피언이던 임재석을 1라운드 KO로 꺾기도 했지만, 두달 뒤 김대원과 딥에서 맞붙었을 때는 거꾸로 1라운드 KO로 패하는 등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다.

시라이 유야는 이번이 첫 웰터급 출전으로 원래는 평소 체중이 90kg을 상회하는 미들급에서 연 6회 가까운 경기 일정을 꾸준히 소화하던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김윤영은 스피릿MC의 무기한 휴업으로 인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지 못하고 체중도 84kg 가까이 불어난 상태에서 갑작스런 오퍼를 받았다. 약 20여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경기를 준비하며 감량까지 해야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김윤영은 장신의 리치를 활용한 타격과 그라운드에서의 기민한 움직임이 장점이지만 그 연결 고리라 할 수 있는 레슬링 싸움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유도와 삼보 등으로 오랜 활동을 했던 전형적인 일본식 그래플러인 시라이 유야의 파워와 압박감에 밀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패배는 김윤영이라는 한 선수에게도 큰 무대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아쉬운 결과이겠지만, 또한 최근 국내 대회의 부재 및 대형 선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급속도로 열기가 식고 있는 한국 MMA 전체에 닥친 시급한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09. 3. 14. Club DEEP 시라이 유야 vs 김윤영 경기 장면 (사진제공 : 공카쿠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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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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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팀블로그 武Zine은 격투기 기자들이 모여서 글을 쓰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글을 게재하는 공간을 공유할 뿐 어떤 하나의 편집 방향 아래서 글을 작성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때때로 같은 필진끼리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거나 상호간에 논쟁 기사를 내거나 할 때가 있을 겁니다. 아마 이번 글은 그런 첫번째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의견의 고찰을 위한 것이지, 멤버 간에 사이가 나쁘다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


고미 타카노리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과연 뜻밖의 판정일까? (사진출처_ http://sportsnavi.yahoo.co.jp/fight)

고미가 더 잘 싸웠는데 졌다?

지난 토요일 센고쿠 대회가 열린 후 우리 팀 최기자님이 공격성이나 테이크다운, 그라운드 점유 등에서 고미 타카노리가 더 우세했는데 '타격'에서만 앞선 세르게이 고리아에프에게 판정승이 돌아갔다는 내용의 리뷰를 올리셨습니다. 최기자님 외에도 많은 분들이 고미가 역차별을 받았다는 의견을 주시는 듯 합니다. 반면 공정한 판정이었다며 센고쿠가 타 일본 단체들과는 달리 빠른 대진 발표 등과 더불어 바람직한 대회 운영을 하고 있다고 호평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최기자님은 고미 타카노리가 1라운드에 '마운트 점유에 이은 암바 포지션'을 차지했고, 2라운드에는 다운을 뺏겼지만 다시 '체력을 회복시키는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으며, 3라운드에는 '테이크다운'은 물론 '집요한 압박'으로 상대를 뒤걸음질 치게 만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고미가 우세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미의 우세를 말씀하시는 분들은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이신 듯 합니다. 또한 고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테이크다운을 한 번 정도 더 성공했었어야 했다'며 본인의 패인이 포인트 차에 있다고 보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런 주장의 밑바탕에는 MMA에는 그라운드 플레이가 무척 중요하고 따라서 테이크다운, 포지션 점유, 서브미션 시도 등이 포인트에 영향을 줘야한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각 단체나 대회마다 그 포인트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가 다 다르다는 점이고, 더 큰 문제는 때로 단체들이 그 기준을 스스로 깨뜨리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센고쿠의 판정 시스템을 오해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고미의 발언을 듣고 저는 선수 당사자조차도 센고쿠의 판정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MMA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과 각 단체별 차이


MMA 경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판정에 영향을 주는 기준들에 대해서 충분히 아실 겁니다. 단체마다 약간씩 표현이 다르거나 항목이 한두가지 씩 가감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데미지, 유효공격 비중, 공격성, 경기 지배력, 경기 운영 능력의 범주에 포함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얼마나 데미지를 줬는가의 여부입니다. 그리고, 대개의 프로 경기 판정은 각 라운드 별로 10점감점제로 채점하여 우세를 가리게 됩니다. 이것은 비단 MMA 뿐 아니라 모든 격투기 경기의 공통요소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이런 채점 방식이 드러난 점수만으로는 데미지 이외의 요소들에 대한 비중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예컨대 큰 거 한방을 히트시킨 홍코너 선수와 잔펀치지만 클린히트를 많이 낸 청코너 선수 중 과연 누가 우세인가를 판단하기가 애매합니다. 물론 각 단체마다 이상적인 경기 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심판단 내부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판단은 각 부심의 재량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때로는 이번 경기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판정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단체가 한 선수를 밀어주는데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 같은 경기 내용이라 하더라도 각 단체의 판정 기준에 따르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UFC와 같은 서구 단체들은 데미지도 크게 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유효공격 수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럭키펀치나 혹은 초반에 크게 한방을 성공시켰다 해도 라운드 전반에 걸쳐 상대 선수의 유효타를 많이 허용했다면 동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선수들이 활발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는 미국 대회 특유의 분위기와도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또 스피릿MC나 아마추어 슈토처럼 각 경기 요소마다 점수를 매긴 후 그 포인트 우열을 기준으로 다시 라운드 전체의 승패를 기는 방식도 있습니다. 따라서 클린히트를 한 번 허용했다 하더라도 부지런히 테이크다운이나 포지션 점유를 통해 포인트를 만회 또는 역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운영 방식은 주로 선수들의 실력을 골고루 성장시키고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내고자 할 때 유효합니다. 다만, 결정적인 승부가 아닌 포인트 운영을 통한 판정 승부를 노리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슈토의 경우는 아마추어 슈토와 달리 직접적인 점수를 매기지는 않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기준이 고려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판크라스의 엄정한 판정 적용을 잘 보여줬던 4월 27일 오이시 코지vs쇼지(위)와
콘도 유키vs야마미야 케이이치로(아래)의 경기(사진 출처 : 판크라스 공식홈페이지)

일본 MMA단체의 판정기준

그 외에 대다수의 일본 단체들은 어디까지나 '데미지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체가 판크라스입니다. 판크라스의 판정 기준은 아마추어 대회를 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나는데, 마치 유도의 그것처럼 한판/절반/효과 등으로 승부를 가르고 하위 포인트는 아무리 많아도 상위 포인트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이것은 프로 경기에서 하위 요소에 대한 포인트를 결정짓는 것에도 마찬가지여서 '데미지를 주기 위한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순한 테이크다운이나 포지션 점유 플레이는 유효한 기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런 판크라스의 판정 기준과 엄정한 적용을 단적으로 보여줬던 예가 지난 4월 27일 열렸던 샤이닝투어에서 오이시 코지와 쇼지의 라이트급 경기였습니다. 당시 오이시 코지는 3라운드 내내 줄기차게 태클과 그라운드&파운드 전법으로 경기를 이끌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챔피언 쇼지는 특유의 스탠딩 능력으로 다시 일어서며 타격으로 맞서고자 했지만 경기 분위기는 확실히 오이시 코지가 이끌고 있었습니다. 결국 양 선수 모두 큰 유효공격 없이 경기가 종료됐고 모두들 압도적인 테이크다운을 보였던 오이시 코지가 이긴 경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판정 결과는 무승부,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당사자인 오이시 코지는 억울한 나머지 링바닥에 드러누워버렸고, 코너맨인 키타오카 사토루는 차후 판정 결과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사실 오이시 코지와 키타오카 사토루는 모두 판크라스 직속팀인 판크라스ism 소속이었으니 심판단의 냉정한 판정이 더더구나 야속했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결정기로 연결되지 않는 테이크다운이나 잔펀치 파운딩은 공격으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판정단의 입장은 완강했습니다. 또한 같은날 야마미야 케이이치로와 경기를 가졌던 부동의 에이스 콘도 유키 역시 판정패했습니다. 그만큼 판크라스 링에서 홈어드밴티지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일본MMA 단체들은 '데미지 우선'이라는 원칙은 있지만, 프로 경기이니만큼 고려할만한 요소가 있다면 부심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길 수도 있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체가 지금은 사라진 프라이드였죠. 프라이드의 판정 기준은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였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MMA단체가 이러니 일본의 판정 기준에 대해 고무줄 채점이라고 비아냥거리는 팬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고, 프라이드 몰락과 함께 드러난 사실들을 접하면서 크게 실망해  UFC 등 상대적으로 공정한 판정을 하는 서구단체로 관심을 옮겨가는 팬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물론 서구 단체들도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


고미가 우세할 수 없었던 이유

그런데 센고쿠에서 경기를 운영하는 주체가 바로 판크라스이고 심판진 역시 판크라스 심판진이 그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 키무라 사미요 심판만 기존 판크라스 심판이 아니군요.) 때문에 그 판정 기준은 판크라스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점수를 매겨볼 수 있습니다. 1라운드 고미의 '마운트 & 암바 포지션'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공격을 위한 그라운드 점유였으므로 우세, 2라운드는 확실한 클린히트를 허용하고 다운을 뺏겼으므로 열세로 각각 10:9, 9:10으로 동률 또는 2라운드에서 큰 데미지를 준 세르게이가 8:10으로 오히려 앞설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3라운드 스탠딩에서의 압박은 결국 유효 공격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으므로 무효, 테이크다운에 이은 파운딩 연타는 후두부 가격이었으므로 (판크라스 부심들은 적절하지 못한 공격에 대해서는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심 선언 없이도 감점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결국 무효화 됐습니다. 반면 세르게이는 뒤로 빠지는 듯 보이기는 했지만 고미의 코피를 터트리는 등 '눈에 보이는 데미지'를 만든 확실한 유효타를 성공시켰습니다. 따라서 3라운드 역시 9:10으로 세르게이의 우세로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라운드 총점 28:29, 또는 27:29로 세르게이의 승리가 분명한 경기였던 것이죠. 그리고 사실 이것은 센고쿠나 판크라스의 판정 기준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냉정히 따져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예컨대 최기자님이 언급한 '데미지 회복에 성공하는 저력'은 선수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긴 하지만,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아닙니다. '피를 흘리며 압박'하는 공격성은 우세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이미 '피를 흘리고  있다'는 명백한 데미지가 있으므로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보기에 따라 뒤지고 있다는 판단에 의한 조급함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마운트를 차지했을 때 후두부/경추 공격을 쏟아부어 딸 수 있던 점수를 잃었던 것도 좀 더 침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테이크다운은 보다 분명한 포인트 요소이긴 하지만, 역시나 그로부터 적절한 마무리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따라서 고미의 '테이크다운을 한 번 더 성공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슈토스러운 포인트 판단 역시 센고쿠에서는 달리 생각해야할 부분일 듯 합니다.

마음이 급했던 고미, 후두부 및 경추 공격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었을 지도...


센고쿠와 판크라스의 지향점이 불러올 미래는?


이상의 해석을 통해 이번 경기 판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여전히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특히 포지션 점유는 물론 확실한 테이크다운에까지 점수를 잘 주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들이 많을 듯 하네요.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각 단체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옳다고는 말할 수 없고, 결국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실 문제겠죠.

센고쿠와 판크라스 식의 경기 운영이 지향하는 것은 '판정보다는 확실한 한판 승부를 노리는 플레이', 그리고 '정해진 기준에 의한 객관적 판정으로 누구나 결과에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성'입니다. 이는 분명히 일본 종합격투기계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넘어서고자 하는 긍정적인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일본이나 우리의 격투기 시스템이나 정서에 낯설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어 삐걱대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예컨대, 최기자님 말씀처럼 고미를 간판으로 내세운 단체에서 고미가 속칭 '듣보잡' 선수에게 판정패한 것은 기존 일본 격투기에 익숙한 팬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겁니다. 고미가 뭐 밑보인 거라도 있나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걸요, 아마. ^^) 사실 판크라스가 현재 과거와 달리 점차 마이너한 무대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경영상의 문제와 더불어 이런 시도가 일본 격투기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센고쿠에 대한 평가도 그렇게 갈리는 듯 합니다. 프라이드의 뒤를 잇는 단체치고는 너무 밋밋해서 재미가 없다는 의견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차라리 불안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타단체보다 오히려 낫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죠. 과연 센고쿠와 판크라스의 운영 방식이 일본 격투계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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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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