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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도계에는 '우치데시(內弟子, 내제자)'라고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도장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경우에 따라서는 출퇴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지도자가 되기 위한 집중적인 수련을 쌓는 사람들이죠.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찾아보기가 좀 어려워졌습니다만, (간간이 보이긴 하더군요) 젊은 유단자들이 도장에서 숙식하며 도장 살림이나 지도를 맡아하다가 나중에 도장을 물려받거나 독립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위 '새끼사범'으로 불리던 그런 경우와는 달리, 왠지 일본의 내제자라고 하면 엄청나게 고된 훈련과 승승으로부터의 특별한 커리큘럼 등을 통해  일반 수련생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는 어떤 비법을 전수받은 사람이 그려지곤 합니다. 예컨대 영화나 만화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4대제자' 같은 이미지랄까요.

극진관 총본부에서 7년 간 내제자 생활을 마치고 최근 송파에 극진가라테 도장을 낸 황승현 사범. 그도 처음 내제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그런 꿈에 부풀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내제자가 되면 남들보다 더 강하고 다양한 쿠미테(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년 후에는 엄청나게 강해져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웃음)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어요."  



황승현 사범이 내제자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던 것은 2001년 겨울. 당시에는 아직 극진관으로 갈라지기 전, 그러니까 로야마 하츠오 (한국명 노초웅, 황승현 사범의 호칭에 맞춰 이하 노초웅으로 표기) 현 극진관 관장이 극진회관 최고사범이며 사이타마 지부를 맡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실 내제자가 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원래는 내제자를 받지 않는 도장이었는데, 노초웅 관장님의 배려로 내제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런데 막상 내제자가 되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생활이 펼쳐지더군요. 특히 노초웅 관장님의 도장은 특성 상 행정 업무가 많고 취재라든지 여러가지 형태의 손님이 찾아오는 일도 잦은데다 주관하는 행사도 많았습니다. 그런 도장 살림의 잡무나 행사 준비, 손님맞이는 모두 내제자들의 몫이거든요. 특히 행사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면 선배 극진인들에게 반드시 먼저 찾아가서 일일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어떤 때는 30분 내내 '오스!'만 외치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웃음)"

하루종일 운동만 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잡무에 쫓겨다니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을 정도였던 내제자 생활의 실체에 당연히 후회가 몰려왔을 겁니다. 

"내제자가 되면 정규 수련 시간에는 무조건 참가를 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따로 운동할 시간도 없고 특별히 배운 것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노초웅 관장님은 기본기를 굉장히 강조하는 지도 스타일을 가지고 계십니다. 실제로 도장에서도 대련 테크닉은 거의 가르치지 않아요. 언제나 기본수련과 이동수련, 카타(형, 품새) 수련 뿐이고, 주말에는 공원에서 의권(태기권)의 참장 수련을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도 막상 대회가 있으면 참가를 해야 하니, 대련 테크닉은 선배들에게 한번씩 귀동냥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연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낯선 일본 생활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딱히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노초웅 관장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지도 못했습니다.

"한달 쯤 되니까 저보고 지도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아직 말도 잘 안 통하고 뭐 딱히 배운 것도 없는데 참 난감했습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죠. 초반에는 몇몇 선배들의 텃세랄까, 괴롭힘도 있었고. 솔직히 그냥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노초웅 관장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얘기를 나눌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워낙 바쁘신 분이고, 또 제 입장에서도 대하기 어려운 게 있었으니까요. 처음 일본 도장에 갔을 때도 그냥 제 얼굴을 한 번 보시고는 "열심히 해라"라고만 하셨죠. 가끔 제가 일하고 있을 때 지나치시다가 힘드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는데, 그 때도 그냥 농담처럼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냐'고 한 마디 툭 던지고 가셨어요. (웃음)" 



그런데 어째서 황승현 사범은 이처럼 실망과 고생 뿐이었던 내제자 생활을 7년이나 하게 된 것일까요.

"내제자가 된 지 2년 쯤 됐을 때였습니다. 이제 1년만 더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까, '내가 과연 뭘 배웠나, 이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내제자가 되고자 했을 때 상상했던 2년 후의 내 모습과 실제 제 모습은 너무 달랐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실망감이랄까 후회하고는 좀 달랐습니다. 뭔가 감이 오기 시작했달까. 배운 게 없긴 한데, 배울 게 없어서 못 배운 게 아니라 너무 큰 무엇이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좀 더 배우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황승현 사범이 감을 잡기 시작한 부분은 바로 '기본기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앞서 황승현 사범의 얘기에서도 나왔지만, 노초웅 관장의 지도 스타일은 기본기를 중시하고 무도적인 관점에서의 기술 수련과 신체 단련의 비중이 높은 반면, 경기 대련 기술은 거의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한 때 그런 지도 스타일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급할 수록 돌아간다는 말도 있듯이 오랜 시간을 투자한 기본기 수련의 깊이는 서서히 몸에 배면서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황승현 사범 또한 그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감각이 열리고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하면 다른 수련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여유가 생깁니다.

노초웅 관장의 '으악새' 역할로 사진이 실렸던 가라테 잡지 기술 연재 기사

"예전에는 그냥 단순히 모양만 따라하던 기본기나 이동수련에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중심을 다뤄야 하는가와 같은 것들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니 오랜 반복 수련도 지겹지 않게 되더군요. 점점 더 그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고, 그것을 실제 대련에서도 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노초웅 관장님이 가라테잡지 취재로 기술 촬영을 할 때 늘 당하는 역할을 했는데, 예전에는 괴롭기만 하던 이런 경험이 오히려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더군요. 이 때 쯤 쿠라모토 사범님과도 만나게 됐죠."

쿠라모토 나리하루 사범은 켄도카이(拳道會, 권도회) 나카무라 히데오(한국명 강창수) 총사의 수제자로 극한에 가까운 신체 단련을 통해 토관 수도 격파 등을 해냈으며 수많은 실전 경험을 가진 실전공수/무도공수가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현재는 쿠라모토주쿠(倉本塾, 창본숙)의 대표로 접골원과 도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가라테 수련생은 물론이고 프로격투가들 중에서도 쿠라모토 사범의 실전지향적인 가르침을 받기 위해 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제5대 DEEP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드림에서 안드레 디다를 '미카츠키게리'로 쓰러뜨린 키쿠노 카츠노리도 최근 쿠라모토 사범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노초웅 관장님 역시 나카무라 총사를 사사한 바 있어, 두 분은 동문이자 의형제로서 현재도 교류를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쿠라모토 사범님께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도, '강한 분이니까 많이 배우고 오라'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놀라운 것은 쿠라모토 사범 역시 주성춘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재일교포이시더군요. 이 분 역시 어떤 테크닉에 치중한 지도를 하는 분은 아닙니다. 가라테를 하시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라테 스타일을 전하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 오는 사람은 그냥 자기 스타일의 정권지르기, 복싱이라면 스트레이트를 몇천번 씩 반복시킵니다. 그런데 그게 그냥 회수를 채우는 게 아니라 한 번 한 번을 있는 힘껏 치라고 하죠. 노초웅 관장님과 다른 점이라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우 좋아하시고 또 강조하신다는 점일까요."
접골원을 겸하고 있는 쿠라모토주쿠 도장에서 쿠라모토 사범과 함께

뛰어난 스승들로부터의 가르침과 깨달음 속에서 오는 즐거움 속에서 황승현 사범은 내제자가 되어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됐다고 합니다.

"내제자가 되어서 얻은 가장 큰 수확, 내제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깨침은 스승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초웅 관장님처럼 극진관이라는 하나의 유파를 창시한 분의 내제자가 돼서 그 분의 생각, 극진관이 추구하는 방향, 수련 하나하나의 의미를 전수받을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대련 기술보다도 소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극진관 총본부에서 내제자 생활을 시작한 한국인 후배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도 그런 부분을 많이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내제자 생활이 황승현 사범과 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노초웅 관장과 쿠라모토 사범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도자도 각자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다른 도장에 갔더라면 황승현 사범이 처음 원했던 대로 강하고 다양한 대련 기술을 잔뜩 배울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황승현 사범이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이 깨달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있었던 곳이 총본부 도장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기술이 다양하고, 대련에 강한 곳은 다른 지부라 하더라도, 그 유파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원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언제나 소위 종가라고 하는 곳들입니다. 기본이 되고 중심이 되는 곳이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변형이나 응용과 같은 실험이나 시도가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죠. 실패하거나 변하거나 잃은 것이 있을 때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또 그렇기 때문에 설령 종가의 실력이 좀 부족하다 싶어도 종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일본 무도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한장한장에 담긴 일본 내제자 시절의 추억을 돌이켜 보고 있는 황승현 사범

이렇게 알찬 내제자 수련과 더불어 일본 생활에도 차차 익숙해졌고, 자신이 지도하는 수련생들과의 정도 깊어지면서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찌 보면 아쉬울 것 없는 시점에서 황승현 사범은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합니다.

"일본에서 만난 선후배들이나 제자들은 많이 말렸습니다. 사실 저도 많이 망설였고요. 오랜 기간 동안 정도 들었고, 일본과는 다른 한국에서의 수련 환경이나 문화를 잘 알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배운 것을 그저 가지고만 있어서는 안되겠더라고요. 한국에 돌아가서 제가 배운 것을 전하고 싶다, 그것이 많은 선배님들의 배려 속에 내제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제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리자 노초웅 관장님도 '나도 그렇고 최영의 총재님의 고국도 한국이다. 어찌 보면 극진가라테의 고향은 한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막상 한국은 극진의 불모지나 같은 상황인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앞으로 나도 한국에 신경 많이 쓸테니 열심히 해봐.'라고 말씀하시며 격려해주셨습니다."  

스스로 성장하고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제자에 대한 스승의 신뢰와 애정 또한 깊어진 것일까요. 올해 초 자기 도장을 열 준비를 하는 황승현 사범에게 노초웅 관장은 잊을 수 없는 값진 선물을 해줍니다. 바로 자신이 입던 도복과 띠를 물려준 것이죠.

"정말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차마 제가 입거나 띠를 매지는 못하고 고이 모셔놓고만 있어요. (웃음) 처음에는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참 어려운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처음 내제자로 받아주신 것부터 시작해서, 알게 모르게 참 많은 배려를 받았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노초웅 관장이 물려준 도복과 띠. 제자로서 무엇보다 값지고 의미 있는 선물이다.

황승현 사범이 갈 길은 이제 막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그렇게 오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얻은 것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빛을 발할 수 있을 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손에 달린 셈이죠. 마지막으로 황승현 사범의 계획, 그리고 목표를 물었습니다.

"사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작게는 도장 안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 지, 그리고 크게는 한국 극진을 위해서 제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보려고 합니다. 신태균 한국본부장님을 비롯해 극진관의 많은 선배 사범님들, 그리고 후배 극진인들과 언제나 소통하면서, 제가 가진 것을 최대한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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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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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의 '딴죽'은 발바닥으로 상대의 복사뼈 부분을 안으로 혹은 밖으로 쓸듯이 후려서 넘어뜨리는 기술입니다. 발모양만을 보자면 유도의 '나오는발차기'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발목받치기'나 '모두걸이'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옷을 잡는 유도와 달리 옷을 잡지 못하는 택견에서는 목덜미와 겨드랑이를 잡기 때문에 기울일 때 잡는 손과 방향이 달라집니다. 유도에서는 주로 소매깃을 잡은 손으로 상대를 당기고 가슴/목깃을 잡은 손으로 끌어 올리지만, 택견은 반대로 겨드랑이나 팔꿈치/삼두 부분을 받쳐 올리고 덜미를 잡은 손으로 상대를 당기는 것인데요. (물론 유도처럼 기울이는 경우도 가능합니다만, 주로 쓰이는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 때문에 밖에서 안으로 끌어차는 유도의 발기술과는 달리 안에서 밖으로 밀어차는 것이 기본 형태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도에서도 안뒤축후리기 같은 기술이 있지만, 후리는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유도의 발뒤축/안뒤축후리기에 해당하는 기술은 택견의 '낚시걸이' 혹은 '안짱걸이'라고 하는 기술과 유사합니다.)


지난주 인사동에서 열렸던 천하제일택견패결정전(통칭 '택견배틀') 대회에서 용인대학교 소속의 이건희 선수가 이 딴죽으로 상대 선수를 180도 뒤집어버렸다는 이야기가 택견배틀 홈페이지 게시판에 떴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딴죽으로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뒤집느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죠. 

어제 드디어 경기영상이 떴습니다. 특히 화제가 됐던 그 장면은 따로 떼어서 '핫클립'으로 선정됐는데요, 정말로 상대 선수가 180도, 아니 거의 360도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나가 떨어집니다. 마치 합기도나 아이키도 시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실제 경기에서 나온 것이니, 못 믿겠다던 사람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흔히 발목후리기 류의 기술은 상대를 크게 던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유도 경기를 봐도 상대의 양발이 모두 공중에 뜰 정도로 만드는 발기술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유도의 메치기라고 하면 업어치기처럼 상대를 크게 업어메치는 손기술이나 허리기술을 연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울이기와 타이밍만 잘 갖춰지면 발기술이야말로 적은 힘과 작은 동작으로 어지간한 손기술이나 허리기술 못지 않게 호쾌하게 상대를 던져서 제압할 수 있는 '능소제대', '유능제강'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도 초창기, 즉 코도칸(강도관)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 다른 고류유술들을 제압하고 '유도'로 일본유술계를 통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도 바로 이 발기술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 유술계에서는 '발기술의 코도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진정한 메치기의 꽃은 발기술에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유도 경기에서는 넘어가기 않기 위해서 중심을 낮춘 상태로 서로를 붙잡고 기술을 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를 전방 측면으로 띄워올리는 '앞모로 기울이기'가 힘들어 동작이 작은 발기술로 한판을 따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손기술이나 허리기술을 위한 연계기, 혹은 포인트용 기술로 전락한 감이 없잖아 있어 아쉬움을 주는데요.

반면 택견에서는 상대를 붙잡고 늘어질 수 없는 규칙 (단체마다 조금씩 규정이 다르지만, 대개 상대를 잡으면 3초 이내에 기술을 걸어야 함)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확한 기술에 들어가야 하므로 기술의 예리함이 살아있습니다. 특히 얼굴을 차는 발차기를 병행하기 때문에 유도에 비해 중심이 어느 정도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 딴죽의 효용이 아주 커집니다. 실제로 택견 경기에서는 이 영상처럼 몸이 뒤집힐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리고 비슷한 특성을 지닌 무에타이나 대도숙 공도 등의 '유술기를 허용하는 입식타격' 종목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런 '딴죽'류의 기술이 곧잘 나오는데요. 특히 K-1 MAX 무대에서 프아카오 선수가 이 기술을 아주 잘 구사했었습니다. (다만, 사실은 반칙에 가까운 기술이기 때문에 가끔 너무 남발해서 오히려 판정에서 불리해진 경우도 있었죠.) 무에타이의 딴죽은 옷이 없고 글러브를 낀다는 점 때문에 기울이는 방식 자체도 택견과 아주 유사합니다.

최근 MMA에서도 료토 마치다나 김동현 등의 활약 등으로 인해 동양무술 특유의 발기술에 주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 활용도가 높지 않은 관계로 '유도식 테이크다운'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택견의 발기술은 위에서 설명한대로 타격전의 양상, 그리고 맨몸 상태에서도 쓰기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만 연구하면 MMA에서의 활용 가치도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첨언하자면, 작년 미국에서 브라질유술&MMA 도장에 한 달 정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스파링에서 이 딴죽으로 재미를 쏠쏠히 봤었습니다. ^^)


[기술의 성패를 결정짓는 포인트]
1. 기울이기를 통해서 상대의 중심을 확실히 앞쪽 45도 방향으로 띄울 것.
2. 후리는 발과 기울이는 손을 짧게 끊어 쓰지 말고 '길게' 힘을 쓸 것. 즉, 폴로스루를 확실히 할 것.
3.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발만 내밀면 넘어뜨릴 수 없다. 몸 전체로 상대를 띄워올릴 것. 



※ '필살기열전'은 '류운의 Point of View' 하부 섹션으로 새롭게 기획한 연재 코너입니다. 각종 무예나 격투 기술, 특히 선수들의 특기 기술이나 최근 경기에서 구사된 신기술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선수나 수련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고, 팬들에게는 관전의 재미를 더해주고자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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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내용에 이어)

7. 링체크/메디컬체크
- "대회 의무 사항 아니야" vs "경기 가능한 상황 아니었다"


오카와 요시유키가 '한류MMA뉴스'에서는 물론 현장에서도 줄기차게 문제 삼았던 부분이 당일 경기장에서의 시간 지연 및 링체크와 메디컬체크의 미비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선수들이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특히 메디컬체크에 대해서는 계약서 상에 명기되어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나 FMC의 선수 계약에는 선수가 대회 전에 메디컬체크를 받고 대회사 측에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므로 오카와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계약서 상에 명기된 메디컬체크의 불이행'은 주최 측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만약 FMC 측에서 선수에게 건강진 소견서를 받지 않았다거나 하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또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죠.

(개인적인 소견을 보태자면, 일반적으로 메디컬체크는 '선수의 의무사항'이지 '주최 측의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사 측이 경기 전 최종 닥터 체크를 실시하는 것이 관례입니다만, 그것은 선수가 메디컬체크 결과를 제출한 이후 경기 당일까지 큰 이상 변화는 없는지, 경기를 뛸 수 있는 컨디션인지 정도를 체크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는데도 그것을 감추고 경기를 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및 공정한 경기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죠.)

링의 경우, 선수들이 도착했을 당시 앞서 말한 문제로 링이 급히 공수되어 왔고, 그에 따라 링 설치도 늦게 시작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개시 시간인 5시 경 경기장에 도착했던 제가 봤던 현장 상황 역시 링은 개회 시각 전에 완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링 때문에 경기 자체를 치르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물론 링 체크를 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링 체크는 단체에 따라, 혹은 시간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얼마든지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고, 이번 대회 계약서 상에도 그에 관한 어떤 의무 항목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즉, 링체크가 안 돼서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은 '계약 파기'의 정당한 사유라고 하기 힘들 것입니다. 

(링 체크가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데 대해 반박이 있을 듯 해서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 초기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일부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들도 링체크를 도입하긴 했지만, 원래 
링체크란 것은 주최 측이 선수에게 보다 나은 경기 수행을 위해서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이고, 특히 프로레슬링의 전통이 강한 일본 종합격투기에서 유난히 강조되어 온 관행에 불과합니다. UFC의 경우, 선수는 경기 전에 옥타곤 체크는 커녕 경기장 안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대기실에서 자기 경기 순서가 올 때까지 꼼짝 않고 기다려야 합니다. UFC에 출장한 일본 선수가 사전 링체크가 없다고 해서 경기를 뛰지 못한다며 나가버리지는 않겠죠.) 


8. 기타 대회 운영 문제
- "프로라면 링에 오르는 게 본분" vs "미흡한 대회 운영으로 피해"


대회 직전 룰 변경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카이저 천창욱 대표는 "대회 전날 룰미팅에서 방송국에서 룰 변경 요구가 있었음을 일본 선수 측과 세리자와 켄이치 레퍼리에게 전달했고,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상의한 후에 변경해도 좋다는 양해를 구해 김충구 심판장이 공식 발표했다. 이 시점에서 일본 선수 측에서 어떤 항의나 불만의 표현은 없었다"고 합니다.

계체량 시에는 바닥이 평평하지 못했던 관계로 체중계 영점이 맞지 않아 원래 체중보다 200g 정도 더 표시됐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이 또한 모른 채 넘어간 것이 아니라 이 사실을 모두에게 확인시키고, 그 오차를 인정한다는 양해를 얻어 계체를 끝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연히 이에 대해 일본 선수들의 클레임 또한 없었습니다.

대회 진행 시간이 지연된 것 또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카이저 천창욱 대표는 "애초에 경기를 뛸 의사가 있고, 호텔이나 경기장에서 시간 끌면서 관계자들을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좀 늦어질지언정 링체크든 메디컬체크든 다 할 수 있었을 거다. 밥 먹고 안 가겠다고 버티느라 시간이 지연된 것이니 어찌 보면 다 자기들이 자초한 것"이라며 선수들의 책임도 있다고 말합니다.

천창욱 대표는 이에 더해 "실제로 한국 선수들과 3명의 우리 쪽 일본 선수들은 아무 문제 없이 경기를 수행하지 않았느냐.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나 한국 선수들은 그들 때문에 시간이 늦어지면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줄어들었고, 정신적으로도 불안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1시간이나 늦어진 상태에서 급하게 경기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바람에 메디컬체크도 못 받고, 원래 예정과는 완전히 어긋난 컨디션으로 경기를 했다."라며 피해자는 오히려 다른 선수들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회 진행 자체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회가 대회의 책임을 다 해야 한다면, 선수도 선수로서의 책임을 다 해야합니다. 카이저 측에서 섭외한 일본 선수 3명의 코너맨으로 현장에 함께 했던 아사히 노보루(슈토 4대천왕 중 한 명)는 대회가 끝난 후 김종민 대표와 식사를 하면서 문제의 7명에 대해
"프로로서 있을 수 없는 짓을 했다. 돈을 늦게 받고, 상황이 좀 미비하더라도 눈앞에 링이 있다면 경기를 하는 게 프로격투가의 본분 아닌가."라며 부끄러워 했다고 합니다. 김남훈 UFC 해설자 또한 현장에 있던 한 일본인 관계자로부터 "'도타캰(행사 직전의 급작스런 일정 취소를 뜻하는 일본의 속어)'이라니 있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중요한 비지니스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9. 법정 싸움 시 승자는?
-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배상 해야" vs "한국은 비지니스 계약 개념 희박"


현재 FMC 측은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관방송사였던 MBC ESPN 또한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애초에 계약금 지급 기일을 어긴 것이 FMC이므로 FMC의 잘못이 크고, 케이슈카이 측이 지적했던 많은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법적으로도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원죄(?)론이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오카와 또한 24일자 '한류MMA뉴스'를 통해
"현상황에 있어서 한국 미디어의 논조는, 주최자 측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한국의 풍조가 비지니스에 있어 계약 개념이 희박한 탓인지,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일본인 파이터 쪽에 도의적인 비판이 집중되고 있는 듯 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법무법인 관계자에게 상황을 설명한 결과, FMC가 몇 차례의 계약금 지급 약속을 지키지 못한 각각의 시점에서 케이슈카이 측이 확실히 계약 해제를 알리고 돈을 받지 않았다면 모를까,
매번 지급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매 시점마다 지급을 요구하며 기다렸고, 결국 실제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이미 각 시점에서의 계약 사항 변경을 양해하고 그에 따라 계약이 합의 이행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FMC 측은 계약의 성실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는 소견을 얻었습니다.

반면 '계약금 지급 기일이 늦어진 것, 링체크, 메디컬 체크, 진행 지연'등의 이유로 선수들이 돈을 받고도 경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떠한 '정당한 사유'에 의해 계약을 해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해야할 계약 상 의무를 저버린 것이기 때문에, FMC 측은 선수들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라 계약서 내용대로 계약금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 그리고 선수들의 결장으로 인해 대회사가 입은 추가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이라고 얘기합니다. 다만 FMC가 계약금 지급 일시를 제 때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손해 배상 청구 시 일부 과실로 인정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선수 측이 호텔에서 계약금을 받고, 이미 경기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도 경기 후에 받아야 할 잔금을 요구했으며, 경기장에 따라가서는 잔금까지 받아내고도 경기는 원래 뛸 생각이 없었다고 발뺌한 행위, 또 다시 경기를 뛰어줄테니 계약에도 없는 거액의 추가금을 요구하고도 최종적으로 경기를 뛰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계약 이행을 둘러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즉, 여러 정황의 사실 관계 확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놓고 '실제로 피해를 입은 쪽이 어디냐'를 따져봤을 때 법정에서 불리한 쪽은 FMC 측이 아니라 케이슈카이 측일 것으로 보입니다. 


10. 추성훈과 이고르 보브찬친은 어디에 있었나
- "추성훈 빌미로 선수 안 보낸다며 돈 요구" vs "추성훈 노래 등 손님끌기 바랐다"


오카와 요시유키의 '한류MMA뉴스'에는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많은 팬들이 원래 무대 인사 예정이었던 추성훈과 이고르 보브찬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음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우선 추성훈에 대해 FMC 측은 다음 이종격투기카페의 사과문을 통해 "팀메이트의 참전으로 추성훈이 따라올 것이라고 예상한 오카와가 '추성훈이 무대 인사를 할테니 별도로 30만엔을 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추성훈이 경기를 뛰는 것도 아니니 필요없다고 했지만, '그럼 일본 선수 모두를 취소시킨다'고 하여 20만엔에 무대 인사 및 팬사인회를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상의 내용을 주고받은 이메일도 모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추성훈은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와주츠케이슈카이GCM의 쿠보 토요키 대표는 '자쿠자쿠'를 통해 "사실은 FMC로부터 '아키야마 요시히로(추성훈) 선수를 대회장에 데려와줬으면 한다'고도 의뢰를 받아, 그도 한국에 동행했었습니다. 한국에서 인기 높은 아키야마를 손님끌기에 쓰고 싶었던 거겠죠. '링 위에서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같은 요구를 해왔습니다. 결국 그(아키야마)는 거절했습니다만, 자기 좋을대로 요구만 하고 죄는 인정하지 않는다니. 뻔뻔함에도 정도가 있죠."라고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추성훈은 한국에 동행한 것은 사실로 보이며, 소동이 벌어지던 당시 추성훈은 무대인사를 준비하며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상 사태에 대한 얘기가 전해지자, 여러 차례 전화를 통해 계속 상황을 체크했다고 하는군요.

(사견입니다다만, 아마도 한국 내 추성훈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측을 통해 정상적으로 성사된 약속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자격으로 친구의 경기를 보러 왔다가 즉석에서 무대 인사를 한다는 형태로 링에 오르려 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그리고 이고르 보브찬친은 15일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종민 대표에 따르면 "이고르가 사는 곳과 공항이 약 150km 쯤 떨어져 있다 보니, 도중에 어떤 사정으로 인해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합니다. FMC 측은 사과문을 통해 "러시아 선수들과는 여러가지 문제로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은데 보다 확실히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사과했습니다.

대회 시작 전 관중에게 사과하고 있는 김종민 대표

프라이드와 신의를 저버린 이들

지금부터는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사건이 진행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사자로서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얘기하고 싶을 테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직접적인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제3자들을 통해 밝혀진 내용만으로 봤을 때는 FMC 측보다는 오카와나 케이슈카이 측의 주장에 허점이 많아 보입니다.

특히 오카와는 24일자로 새롭게 업데이트한 '한류MMA뉴스'에서 한국 미디어들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다루면서도, 한국 미디어들이 공통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일본 선수들의 무리한 언행에 대해서는 단지 '일본 선수들이 저지른 문제를 열거하며 비판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 어떤 구체적인 해명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이해 관계에 철저한 일본인들이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을까, 뭔가 다른 내막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케이슈카이 측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고 있는 것을 봤을 때도 그렇고요. 

현재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측 입장을 놓고 봤을 때 결국 논란이 되고,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들은 법정 공방이나 수사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서나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쪽이든 거짓을 말했던 쪽은 법적인 책임을 져야함은 물론이고, 자기 나라 격투계 자체를 국제적으로 망신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한 비난 또한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양측 모두 잘못한 부분들이 있어 보이고, 당사자들 간에도 피곤하고 힘든 법정 공방 대신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여지도 분명히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은 이번 사건을 놓고 또 한 번 엇갈린 주장만 남아, 양국 간 불신의 골만 더 깊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일본 에서는 여전히 '한국은 뭘 몰라'라고 생각할 것이고, 한국에서는 '역시 일본은 비겁해'라면서 말이죠. 때문에 저는 설령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번 일을 둘러싼 사실 관계와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분명히 밝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줬으면 합니다.


사실 그래서 이번 일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는 '한류MMA뉴스'를 쓴 오카와 요시유키씨에게 가장 실망스럽고 화가 났었습니다. 에이전트로서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그는 어쩌다 이번 일을 맡았을 뿐, 제대로 그 쪽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사실 이렇게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에이전트로 쓰는 위험부담을 감수한 양 단체가 어리석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문제는 그가 쓴 칼럼의 내용입니다. 사실 그가 이번 일에 많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었고, 일본으로 돌아간 후 칼럼을 통해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 것인지 기대 아닌 기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두 개의 칼럼에서 오카와씨는 자신의 역할을 '통역 및 현지안내인' 정도로만 축소 묘사하고 있으며, 자신이 주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의 상당 부분에서 '와주츠케이슈카이 측은~'이라는 표현으로 판단이나 결정 부분의 책임을 은근슬쩍 회피하고 있고, '부킹을 담당했던 자'라는 등의 표현으로 마치 자신과는 별개의 3자인 것처럼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위에서 짚어본대로 사태의 추이에 대한 묘사 역시 확인된 사실과 교묘하게 다르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언급하고 있고, 자신들이 했던 무리한 요구 사항이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아예 말도 꺼내지 않고 있어, 저를 비롯해 책임있는 발언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사고 있습니다.


명색이 기자(프리랜서라고 해도)라는 사람이, 아무리 자신이 이해 관계에 직접 연관되어 있다하더라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대중을 호도하는 글을 써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카와씨는 대회 현장에서 '신뢰'라는 부분을 계속 강조했는데, 과연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은 그런 '신뢰'를 줄 수 있는 글인지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책임 여부를 떠나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아닐까요. 

대기실 쪽에서 강경한 태도로 FMC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는 오카와 요시유키

또한 이들 선수를 FMC에 제공한 와주츠케이슈카이 GCM 측도 FMC 측을 '제멋대로에 뻔뻔하다'고 비난하기 전에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자쿠자쿠'에 인용된 케이슈카이 측의 입장을 보면 추성훈의 무대 인사를 놓고 벌였던 협상이나, 전해졌던 계약금 액수, 계약금을 받은 후의 정황이나 한국 내에서 진행됐던 일련의 사건 진행 상황 등에 대해서FMC의 주장은 물론 오카와의 주장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실제로 국제소송이 진행되어 정확한 정황 증거나 증언이 '자쿠자쿠'나 '한류MMA뉴스'에 보도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고 복잡해지겠죠. (물론 이 점은 FMC 쪽도 마찬가지겠고요.)

하지만 설령 상황을 잘 몰랐다고 해도 주최 측과 선수 계약을 맺은 계약당사자로서, 그리고 프로 선수들을 양성하고 관리하는 단체로서 선수들에게 올바른 처신을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했어야 할 책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경기를 거부한 일본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아무리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한들 라운드 수를 줄여달라느니, 100만엔이니 150만엔이니 하는 거액을 요구하며 당일날 경기를 보이코트한다는 게 선수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눈 앞에 링이 있다면 싸우는 게 프로"라는 대선배 아사히 노보루의 고언을 곱씹으며, 그날 밤 명동과 청량리에 내다버린 프로파이터로서의 자존심을 돌이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개중에는 추성훈의 절친한 친구이자 팀메이트로 알려진 선수도 있었고, 최영의 친구이자 재일교포인 선수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자기 친구들에게까지 돌아갈 비난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었다면 과연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그들을 아는 사람들로부터는 이와 같은 실망 섞인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친구와 동포에 대한 신의마저 저버렸음을 부끄러워 해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FMC 주최사입니다. 코리안탑팀 전찬열 대표는 엠파이트에 기고하는 칼럼을 통해
"아무리 신생단체라지만 계약 문제, 링 설치, 닥터 체크, 밴디지 체크, 글러브, 심판 자질 등 한국 최고니 세계적인 이벤트를 표방하는 대회치고는 허점이 너무 많았다."라고 일침을 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신생단체라서 운영이 미숙했다고 보기에도 심한, 주최 측이 정말로 '개념 없는' 운영을 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 너무나 많더군요. 그 결과 이런 동네 창피한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싶을 정도입니다. 

일본 선수들이 경기를 거부하고 추가금을 요구하는 '제 무덤 파기'를 한 덕분에 논란의 중심이 그 쪽에 맞춰지고 상대적으로 다른 문제들이 덮어졌기에 망정이지, 만약 정상적으로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기만 했다면 FMC는 국내에서는 물론 와주츠케이슈카이나 일본 언론들로부터도 맹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 보입니다. 그것도 광복절 기념 대회에서 말이죠. 위에서 언급한 링체크, 메디컬체크 등을 포함해 드러난 수많은 운영상의 문제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적을지 몰라도, 정말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단체로서 프라이드나 K-1 같은 대회를 만들고 싶었다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FMC는 일본 선수들과 링업체 탓만 하며 자신들은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상황이 안 좋았다고 자위하고 안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FMC의 운영 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으니 여기서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부디 자신들의 운영 미숙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개선해나갈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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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C 파행 사태가 일어난 지도 벌써 일주일 째입니다. 현재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이를 둘러싸고 여러 전문가들 그리고 팬들 사이에서도 누구의 잘못이 더 큰가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프로레슬링 전문지 '카미노프로레스(통칭 카미프로)' 온라인판에서 한국 격투기 관련 소식을 전하는 '한류MMA뉴스'는 (
http://www.kamipro.com/column/korea.php ) 8월 18일자 칼럼 'FMC 첫 대회에서 경악의 사태 속출, 선수 대량 결장으로 국제 법정투쟁 가능성도?'와 8월 24일자 칼럼 'FMC 속보! 한국에서는 일본인 선수가 악역 취급?'을 통해 한국에 알려진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상황 보고와 주장을 보도함으로써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그에 이어 8월 22일 일본의 유명일간지 산케이신문의 계열사 산케이디지털이 운영하는 온라인뉴스사이트 '자쿠자쿠(ZAKZAK)'는 8월 22일자 스포츠면 기사 '허술한 한국격투기이벤트, 크게 혼쭐'(
http://www.zakzak.co.jp/spo/200908/s2009082207_all.html )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 측 계약당사자인 와주츠케이슈카이 GCM(이하 케이슈카이) 쿠보 토요키 대표와 익명의 관계자의 입장 표명을 보도, 일본 격투 블로그 등에서도 논란이 되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서 주최 측과 선수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 그리고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과 관계자들과의 통화, FMC 측이 다음 이종격투기 카페에 발표한 사과문( http://cafe.daum.net/ssaumjil/3N9W/13661 ) 등을 통해 확인한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구하여 이를 반영했습니다.


1. 계약금의 지급
- "늦은 대신 더 많이 줬다." vs "약속 지키지 않았다."


우선 FMC 측이 계약금 지급 기일을 여러 차례 지키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한류MMA뉴스' 필자 오카와 요시유키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14일 일본 출국 전에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아 와주츠케이슈카이 측은 선수들을 출국시키지 않겠다고 통보했으나, FMC 측에서 '15일에 입금하겠다, 만약 그 날 입금이 안 되면 출장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출국은 해달라'라고 해서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15일에도 계약금은 지불되지 않았으며 FMC는 다시 대회 당일인 16일 정오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까지 온 선수들을 생각해, 케이슈카이 측은 또 한발 양보해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16일 아침 링 업체가 돈을 받고 달아나는 등의 사태로 인해 대회 취소가 농후해졌다. 어떻게든 주최측은 타단체로부터 링을 빌려 준비를 진행해 나갔지만, 케이슈카이 측에 약속한대로 정오까지 계약금을 지불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FMC 사과문에서는 "계약서 수정 사항이 있어서 수정된 계약서가 오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계약금을 15일에 주기로 했는데, 15일에도 계체 등 일정이 늦어지면서 16일에 주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대회 당일인 16일 오전, 아침에 새로 제작한 링이 완성되지 않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급히 타단체로부터 링을 빌리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11시 경에 돈이 준비되었다고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수 관계자 측에 통보를 했으며, 호텔에 도착해 계약금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 외 3명의 관계자인 카이저 천창욱 대표 역시 이 때 함께 계약금을 받았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계약금이 전달된 정확한 시간에 대해서는 관계자들 간에 다소 간 기억에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정오를 넘긴 시간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부분은 FMC측도 사과문을 통해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지 최우석 기자가 오카와에게 원화로 전달된 계약금을 보여주고 확인시켰으나 일본 선수들이 엔화로 받기를 바래서, 천창욱 대표와 함께 이태원에 있는 환전소에서 엔화로 환전을 하고 다시 강남에 있는 호텔로 돌아와 선수들에게 전달했을 때 시간이 오후 1시 경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모호한 부분은 계약금이 정확히 얼마였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FMC 측은 사과문을 통해 "원래 계약금은 파이트머니의 30%였지만, 그보다 많은 50%를 지급했다"고 말하고 있고, 카이저 천창욱 대표 또한 "계약금 지불이 늦어진 데 대한 사과의 의미를 담고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자쿠자쿠' 기사에서 케이슈카이 쿠보 토요키 대표는 "대회 7일 전까지 계약금으로 50%를 지불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라고 애초 계약금이 파이트머니의 50%였던 것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서는 30%로 썼지만 구두상으로 50%를 주기로 했었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계약금 지급 문제에 있어서는 FMC 측이 여러 모로 허술한 점을 많이 드러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2. 파이트머니 잔금의 선지급
- "경기장 도착하자마자 전액 지급" vs "개시 시간 지나도록 못 받아"


이어서 '한류MMA뉴스'에서는 "정오까지 계약금이 지불되지 않았으므로 이 시점에서 경기 결장을 결정했다. 주최 측이 경기장에서 전액을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개시 시간이 지나도록 지불받지 못했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정오까지 계약금이 지불되지 않았고, 경기장에서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계약금을 아예 못 받았다는 얘기로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확인했듯이 이미 계약금은 호텔에서 늦게나마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쿠자쿠'의 기사에서 익명의 '케이슈카이 관계자' 역시 다음과 같이 계약금을 받은 부분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링 수배가 안 되고 있다'느니 '운영자금을 들고 도망갔다'느니 하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질려버린 우리는 결장을 결정했다. 그러자 다시 '계약금을 줄테니 나와달라'며 계약금을 내놓는 것이었다. 일단 받기는 했지만, 두번세번 바뀌는 상대의 태도에 선수의 모티베이션은 저하되고, 경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대회 참가는 고사했다."

그런데 경기를 뛰지 않기로 이미 결정했고, 늦게나마 경기 전 지급하기로 약속된 계약금을 모두 받았다면, 그 뒤로 경기장까지 따라가 받아야 할 돈이 없습니다. 혹시 계약금 전액을 받지 못해서 계약금을 받기 위해 경기장으로 따라갔다는 의미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FMC 김종민 대표, 카이저 천창욱 대표, 최우석 기자 모두 일본 선수단 측은 호텔에서 계약금(파이트머니의 50%) 전액을 받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종민 대표에 따르면 계약금 전달 후에 "대회장에서 보자. 좋은 경기 부탁한다."라고 인사도 나눴다고 합니다. 

FMC 김종민 대표가 말하는 이후 상황은 이렇습니다. 선수단 측은 "시간이 이렇게 됐으니 일단 밥을 먹고 경기장으로 가겠다."라고 얘기한 후 점심 식사를 하러 가고, 김종민 대표는 링 시공을 확인하기 위해 장충체육관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고 온 후 케이슈카이 선수 측이 갑자기 "이대로는 FMC를 신용할 수 없다. 경기를 못 하겠다."라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이 상황을 보고받은 김종민 대표가 전화로 선수단 측에 "어떻게 해주면 되겠느냐"라고 묻자
"파이트머니의 나머지 50%까지 모두 주면 생각해보겠다"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계약 상 잔금은 경기를 끝낸 후 14일 내에 지급받기로 되어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단은 돈을 주지 않으면 경기장에 가는 버스를 타지 않겠다며 호텔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김종민 대표는 애초에 자신이 약속을 어긴 값을 치른다 생각하고 "내가 지금 장충체육관에 있는데 현장 상황 때문에 호텔로 갈 수가 없어서, 이쪽에 돈을 준비해뒀으니 경기장으로 와달라. 도착하면 바로 지급하도록 하겠다."라고 선수단 측에 잔금의 선지급을 약속합니다. 

이에 다른 일본 선수 3명의 에이전트인 카이저 천창욱 대표가 케이슈카이 소속이자 레퍼리로서 선수단과 동행한 세리자와 켄이치에게 "당신들이 최대한 계약에 임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경기장에는 가야 한다. 가서 돈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때 가서 경기를 뛰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라고 설득했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호텔을 출발해 경기장에 도착한 시각이 대회 개시를 1시간 이상 앞둔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였으며, 이들에게는 파이트머니의 나머지 50%가 즉시 전달됐다고 합니다.

이상의 상황(사전에 50%를 받고 경기장에서 대회 개시 시간 전에 파이트머니 전액을 완불받음)에 대해서는 FMC 김종민 대표, 카이저 천창욱 대표, 본지 최우석 기자 등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카와가 개회 시간 전에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기술한 것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3. 추가금의 요구와 결장 
- "150만엔 더 내놓으라더니 가버려" vs "운영에 문제 많아 경기 포기"


그리고 이들은 파이트머니 전액을 받고서도 "돈을 다 받는다고 경기를 뛰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다시 태도를 바꾸고, "대표의 사과를 들어야겠다"며 대기실에서 대표를 불러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에 김종민 대표는 대기실로 찾아가 일본 선수들에게 약속을 못 지킨 부분에 대해 "처음 대회를 운영하다보니 미숙한 점이 많았다. 부디 양해해 달라."고 사과한 후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번만 살려 달라."고까지 하며 경기에 나서줄 것을 부탁했지만, 이에 한 선수가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댄 채로 "당신 돈 많아? 그럼 10분 안에 150만엔을 가져와."라는 등의 폭언을 내뱉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150만엔까지 주기로 약속했음에도 "이미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경기를 할 수 없다. 기분이 나쁘다."라는 이유로 호텔로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이 점에 대해 천창욱 대표는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세리자와와 오카와가 웃으면서 '돈 다 준다 해도 경기를 뛸 지 어떨지 모른다. 100만엔 더 주면 뛰어줄까.'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때는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진짜로 얘기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미 이 때 이들은 의도적으로 경기를 뛸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는 천창욱 대표는 "여러 일본 단체 및 관계자들과 많이 일해봤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이번에는 일본 쪽이 심했다."라고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오카와는 이와 같은 일본 선수 측의 무리한 언행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개시 시간을 대폭 지나고서야 전액을 준비해 출장 의지를 물어왔지만, 개런티 문제에 더해 지연된 시간, 링체크, 메디컬체크조차 없는 상황 등의 문제가 있었으므로 출장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일부 출전 의지가 있는 선수들이 주최자와 재교섭했지만 이 역시 잘 풀리지 않아 대회장을 떠났다."라고만 기술하고 있습니다. 


대회 당일 경기장 밖에서 짐을 싸든 일본선수들과 오카와 요시유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 파이트머니의 반환
- "50%만 반환하겠다 억지" vs "출국금지한다 협박"


대회가 끝난 후의 교섭 과정에 대해서 오카와는 "대회 후 주최자는 본래 레퍼리를 맡기 위해 선수단에 동행한 와주츠케이슈카이의 스태프(역주_ 세리자와 켄이치를 말함)를 불러내, 계약을 깨고 출장하지 않은 것은 일본 측에 책임이 있다고 강경하게 주장, 개런티 전액몰수 및 계약금 10배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우선 짚고 넘어갈 부분은 오카와 요시유키 본인의 역할입니다. 오카와는 이번 칼럼을 통해 자신을 '통역 및 현지안내인'으로 선수단과 동행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FMC 측 관계자에 따르면 판크라스 측과 선수 교섭 후 파이트머니 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오카와 요시유키를 통해 케이슈카이에 접촉을 시도했고, 한국에 도착해 대회를 전후해 문제의 파이트머니 건으로 FMC 측과 교섭을 벌인 당사자도 오카와 요시유키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FMC 측 사과문에서는 이번 사태의 문제가 모두 오카와로부터 시작됐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즉, 일부 한국 언론을 통해 언급된 '부커 및 에이전트 역할을 한 일본인 기자'가 바로 오카와 요시유키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카와는 이처럼 자신이 참여한 부분을 감추고 있습니다. 천창욱 대표에 따르면 "밤 12시 쯤에 FMC 관계자들이 호텔로 찾아와 우리 측 선수들에게 계약대로 파이트머니의 잔금을 지불했다. 이후 문제의 7명 측과 교섭을 하려 했으나 아무도 호텔에 없었고, 기다린 끝에 새벽 1시가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온 오카와와 세리자와를 만나 이후 처리 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이 교섭에 임한 오카와는 FMC에 최초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파이트머니의 50%만 반환하겠다고 주장하며 대립했으나, 과거 글래디에이터2 대회 취소 소동의 경험이 있는 천창욱 카이저 대표로부터 "대전료를 반환하지 않고 일본에 돌아가면 이후 법적 진행 과정에서 준거법에 의거, 한국을 오가며 재판을 받는 등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파이트머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한류MMA뉴스'에서 오카와는  "전액을 반환하지 않으면 호텔에서 내쫓고, 관계자 전원의 출국금지를 신청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구속될 선수나 세컨드의 안전을 생각해, 혜주회 측은 그 자리에서 개런티 전액을 반납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쿠자쿠'의 기사에서도 당시 상황에 대해 역시 같은 익명의 '케이슈카이 관계자'가 "대회가 끝난 후 FMC 측은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전달했던 개런티 반액 분을 반환하지 않으면 일본에 돌려보내지 않겠다'라고 협박해왔다. 그 자리에서 반환하자 이번에는 많은 액수의 손해배상을 청구해왔다. 상당히 무리한 요구여서, 일본대사관과 상담해 간신히 귀국했다."라고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파이트머니를 전액 선지급 받은 부분이 없었던 일처럼 말하고 있어 '한류MMA뉴스'의 내용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5. 출국 소동
- "전화 받는 틈에 택시 타고 줄행랑" vs "티켓 재구입해 간신히 출국"


그리고 '한류MMA뉴스'는 "주최자는 또한 '이번 비행기 요금, 호텔 요금, 식비 등 모든 경비를 케이슈카이가 부담한다는 서류에 사인하지 않으면 티켓을 취소하겠다'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케이슈카이 측은 한국의 일본대사관과 상담해 이후의 일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하기로 하고 배웅을 거부당한 모든 선수를 데리고 공항으로 이동. 실제로 캔슬된 몇 명의 티켓을 공항에서 다시 구입해, 어떻게든 17일 전원이 귀국했다."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FMC 김종민 대표, 그리고 카이저 천창욱 대표 등에 따르면 위에 언급된 서류는 작성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주최 측이 입은 피해 내용과 일본 선수들로부터 파이트머니 전액을 환불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근거로서의 확인 서류를 써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선수들에 대한 출국금지나 호텔, 귀국편 항공권 취소 등도 홧김에 한 얘기일 뿐, 실제로 그런 조치를 취할 의사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종민 대표가 이후 처리에 대해서 케이슈카이 쿠보 토요키 대표와 직접 얘기하고 싶다며 오카와에게 전화 통화를 요구한 데 대해 오카와가 이를 아침으로 미룬 채 새벽 2시까지 이어진 교섭은 일단 마무리됩니다. 

출국일인 17일 아침, 김종민 대표는 호텔 로비에서 오카와에게 쿠보 대표와의 전화 통화를 요구하며 기다리고 있었으나, 오카와는 김종민 대표가
잠시 다른 사람과의 통화로 주의가 흩어진 틈을 타 선수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호텔을 떠나버리는 007 못지 않은 대담한 도주극을 펼쳤다고 얘기합니다. 당시 김종민 대표와 통화하던 당사자인 카이저 천창욱 대표도 "수화기 너머로 김 대표가 '어? 기자님 어디 가세요, 기자님, 기자님! 야!'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에 김종민 대표는 교섭을 마무리하기 위해 책임자 2명(오카와, 세리자와)만의 비행기 티켓을 일단 취소시킵니다. (선수들 티켓은 취소하지 않음) 하지만 막상 공항 항공사 발권창구에서는 예약자 본인이 와서 다시 티켓을 요구하자 취소 처리를 없던 것으로 하고 정상적으로 예약된 티켓을 발행해줬다고 합니다. 오카와는 이 사실을 공항에 선수들을 배웅나온 카이저 천창욱 대표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하네요. 


6. 한국 선수들의 파이트머니는?
- "계약대로 경기 후 지급 예정" vs "한푼도 주지 않은 것 확인"  
 

마지막으로 오카와는 "현시점에서 FMC가 케이슈카이 측에 낸 손해배상 청구 항목에 들어있는 한국 선수들의 개런티는, 일본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일절 지불되지 않았음이 판명되었고, 전일 공개 계체량에서 수백 그램의 오차가 있는 부정확한 체중계로 그대로 계체를 강행한 것, 직전의 룰 변경, 계약서에 명기된 메디컬체크의 불이행 등 대회 개최의 준비가 안 된 부분이 매우 많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FMC 첫 대회는 주최자의 미흡한 대회 진행으로, 무대 뒤를 포함해 문자 그대로 '양보할 수 없는 승부'가 되어, 한일 선수/관계자만이 아니라 티켓을 구입한 격투팬도 큰 피해를 입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FMC 측의 운영에 문제가 많았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FMC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선수들의 파이트머니는 분명히 100% 지불되었고(지불했다가 돌려받은 것과는 다른 문제임), 한국 선수들의 경우는 경기 후 파이트머니를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금주 중으로 경기가 취소된 선수들에게까지 전액 지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일본 선수들 또한 개개인으로서는 케이슈카이로부터 경기 후에 각각의 파이트머니를 지급받을 예정이었다고 하는데요. 

FMC 측은 일부 선수들과 재교섭 과정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파이트머니가 얼마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애초에 와주츠케이슈카이 GCM 측이 선수들에게 파이트머니를 알려주지도 않았고, 대회 후 지급할 예정이었다면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계약금 입금 여부가 경기를 거부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FMC 측 사과문에 따르면 7명 중 3명의 선수는 경기를 뛰고 싶은 의사가 있었지만, 자신이 받을 액수를 정확히 모르고 주위 동료들의 선동에 휩쓸려 결국 경기장을 떠났다고 하며,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천창욱 카이저 대표는
일부 선수들이 후에 호텔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단체 행동에 따를 수 밖에 없었지만, 경기를 뛸 것을 그랬다"고 후회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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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서울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는 UFC 파이터 김동현과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의 UFC100 동반승리축하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미 UFC101까지 치러진 시점이고 UFC100이라는 대회 특성 상 대회를 전후해서 수많은 보도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굳이 기자회견 씩이나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마침 추성훈의 방한 일정도 있고 하니 겸사 겸사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실제로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질문도 대부분 이미 나왔던 얘기들을 재삼 확인하는 정도의 것들이 많았고, 간혹 신변잡기에 관한 질문이 좀 새로웠던 정도였는데요. 특히나 연예부 기자로 보이는 한 여기자 분이 추성훈에게 '여성팬이 많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식상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여기저기서 가는 실소와 한숨이 터져나오기까지 했죠. 더구나 추성훈이 '난 잘 모르겠으니, 거꾸로 당신 생각을 듣고 싶다'고 역시 '식상한 반문 패턴'으로 답하자, 그 기자 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신이 나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 '팬심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

여기서 질문의 진부함을 조금이나마 쇄신시켜보고자 김동현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혹시 추성훈에게 여성 팬의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을 전수받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라고요. 사실 이 질문도 식상하지 않다고는 못할 질문이지만 바로 전에 김동현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왔던 지라 과연 여자친구를 의식한 발언이 나올지 약간 낚시성 질문을 던져본 건데요. 의외로 '그럴 생각이 있다'고 너무 순순히 미끼를 덥썩 물어버리더군요. 거기에 오히려 한수 더 떠서 "과외비가 얼마인가요?"라고 추성훈에게 농담까지 던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대답이 언론을 통해서 여자친구에게도 알려질텐데 괜찮겠냐고 물어도 "크게 상관없다"고 '간 큰 남자'스러운 발언을 내뱉았습니다. 덕분에 가라앉았던 회견장 분위기도 좀 밝아졌고요.

"앗, 성훈이 형, 거기는 좀 민감..." , "이런 데를 만져줘야 여자들이 좋아해... "

김동현의 '간 큰' 발언은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어졌습니다. 미국에서 몇 체급 위의 선수들과 스파링을 해봤어도 밀리지 않더라며 자신의 실력, 특히 레슬링이나 그래플링 실력은 세계최고 수준(일본 시절과 달리 타격KO가 잘 안 나오는 이유는 상대가 자꾸 레슬링으로 덤벼서 받아주다 보니 그렇다고 하네요 ^^)이라고 말하는 김동현의 당당한 모습은 과거 "아직 모자라기만 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겸손을 떨던 일본 활동 시절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 같았으면 쭈뼛거리며 짧게 한두마디 하고 끝냈을 소속 팀 팀MAD나 스폰서 삼성제약에서 출시할 에너지드링크의 홍보 멘트도 거리낌 없이 해내더군요. ^^

사실 김동현이 UFC 전향 이후 미국 정서를 고려해 일부러 좀 자신감 넘치는 듯한 발언을 연출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연출된 발언은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어색하기 짝이 없었던 반면, 현재의 김동현에게서는 또 한 번의 승리와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한 데서 나오는 안정감과 자연스러운 당당함이 베어나오는 것이 느껴져서 보기 좋았습니다.

질문이 아무리 식상해도 이런 표정들은 좀 자제를...  -_- (질문하는 우리도 힘들어요 ㅡ.ㅜ)

반면 함께 했던 추성훈은 여전히 일본에서 통하던 조심스럽고 무난한 답변들로 일관했습니다. 워낙 인터뷰 한 번 하기가 어려운 추성훈이다보니 어지간해서는 기자회견 같은 자리에서는 잘 던지지 않을 성질의 질문까지 해봤는데요. 예컨대 조르주 생 피에르의 바셀린 사건과 그에 대해 무죄(?) 처리를 한 UFC와 네바다주스포츠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는 심정이 남달랐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BJ펜과 GSP의 기술을 보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각 단체마다 기준이 다르고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라는 무난한 답변으로 기대(?)를 저버렸고, 경기 전후 아내인 야노 시호가 무슨 말을 해줬느냐는 질문에도 "바로 병원에 갔기 때문에 잘 생각나지 않는다"라며 농담으로 살짝 회피하더군요. (별 거 아닌 질문 같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사적인 질문은 좀 꺼려하는 정서가 있죠.)

그나마 "땅값 비싼 곳에 도장을 냈는데, 월세는 감당이 되느냐"라는 질문에 "UFC 출전 건도 있고 해서 아직 일반 오픈을 못했는데, 월세가 정말 비싸다. 나도 틈틈이 지도할 예정이니까 많이들 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한 것이 그나마 좀 직설적인 대답이었습니다. 어쨌든 다들 그다지 기사 꺼리로 쓸만한 답변들은 아니었네요. 그나마 김동현과 친해진 덕인지 함께 사진을 찍을 때는 재미있는 포즈를 많이 취해서, 회견 후 나온 기사들을 보니 포토 기사들이 많더군요. 아무래도 추성훈은 미국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한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김동현이 추성훈에게 과외라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사진에 딸린 지문들은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그냥 재미로 붙여본 대화 내용입니다. 오해마시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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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지만 실감나는 발차기를 시범보이고 있는 타케다 리나와 니시 후유히코 [사진_ 이상재]

지난 18일 '하이킥걸'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을 찾았습니다. '여고생'과 '액션'이라는 묘한 조합이 주는 기대감 때문인지 영화는 일찌감치 인터넷 예매가 끝났고, 당일 현장 예매분 또한 빠른 시간 안에 매진되는 등 인기를 모았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GA)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니시 후유히코 감독과 함께 주연 배우 타케다 리나가 등장하자 상영관 내 관객들은 박수로 이들을 맞았고, 영화에 쏠렸던 관심, 그리고 영화의 특이한 연출(이 부분에 대해서 뒷부분에서 다시 자세하게 언급하겠습니다) 때문인지, 영화제 관계자가 당황해할 정도로 계속해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액션 시범을 기대했던 저 같은 사람들은 원피스와 하이힐 차림의 타케다 리나의 모습에 '아, 시범은 없겠구나' 하며 아쉬워해야 했죠.

하지만 액션의 리얼함과 부상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니시 후유히코 감독이 "조금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면서 타케다 리나를 바라봤고, 타케다는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고 겨루기 자세를 잡았습니다.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죠. '헉, 원피스... 치마를 입었는데? 설마... 발차기는 안 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니시 감독의 친절한 '영화 액션용 발차기의 4가지 종류'에 대한 설명과 함께, 타케다 리나는 치마 차림에 아랑곳 않고 시원스런 하이킥을 몇 차례나 보여주더군요. (물론 속에는 검은 타이즈를 입고 있었습니다. 전지현이 '블러드'에서 입었던 것 같은 ㅎ) 이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 만점의 GA에 기자며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다른 상영작에 비해 월등히 길었던 GA가 끝난 후에도 타케다 리나는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했고요.


느닷없는 시범에 급히 디카를 꺼내 찍느라 화면도 어둡고 화질도 영 안 좋습니다.
후반부 일본어 통역도 약간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좋았던 현장 분위기와는 별도로,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썩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평가는 사람에 따라 갈리겠습니다만, 촬영이나 편집 등의 기술적인 부분이 차치하고서라도 플롯의 빈약함은 무엇보다 큰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8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게다가 슬로우 모션을 이용한 다시 보여주기 장면이 1/3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량은 1시간도 안 되는 영화인데, 지나치게 많은 악역 캐릭터가 줄줄이 등장해 싸움 장면만 계속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캐릭터 간의 개연성 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은데 그것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고 단지 가라테만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가다보니 마치 RPG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더군요.

니시 후유히코 감독의 전작들로 알려진 '쿠로오비'나 '소림소녀'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매우 뜻밖인 부분이었는데, 사실 그는 그 영화들에서 무술감독과 제작을 맡았을 뿐이고 이번 '하이킥걸'이 실제 감독 데뷔작입니다. 게다가 유명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닌 지라 예산 문제로 인해 촬영 기간 자체가 채 2주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담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영화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예상하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 니시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가라테만의 독특한 매력이었다고 하는데요. 가라테, 특히 전통파 가라테 자체가 단순질박한 기술이 많고 '일발필도'를 추구하는 무술이기 때문에 영화로서의 볼거리로 가라테 액션을 만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 정두홍 감독을 인터뷰 했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중국무술은 다양한 화려한 기술이 많기 때문에 합을 짜기가 쉬운 반면, 한국 무술은 그러기가 어렵다는 거죠.)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마지막에 총을 뽑아드는 최종보스에게 마츠무라가 뛰어들며 상단지르기 일발로 쓰러트리는 장면을 이 영화에서 가장 '가라테 다운 액션'이자 백미로 꼽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최종 보스가 뭐 그리 약하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처럼 같은 무술영화를 보더라도 무술적인 관점과 일반 관객들의 관점은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니시 감독은 아직은 '영화감독'으로서보다는 '무술감독', 그리고 한 사람의 '무도가'로서의 마인드가 더 강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고 양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니시 후유히코를 비롯한 무술 연기자 및 감독 모두의 과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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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의 주인공 야닌 위사미타난와 '하이킥걸'의 주인공 타케다 리나 [사진출처_ GONG KAKUTOGI]

얼마 전 여고생 가라테 선수 타케다 리나가 주연으로 나오는 '하이킥걸'이라는 일본 영화를 소개했었죠. 그 당시만 해도 국내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보게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에서 초청작으로 상영된다고 합니다.

사실 PIFAN에서는 매년 상당수의 액션 영화들을 소개하는데요. 작년에도 '쿠로오비' 같은 수작을 PIFAN에서 볼 수 있었고, 올해도 '하이킥걸' 뿐 아니라 여러 편의 액션 장르 작품들이 상영됩니다. 한국계 미국인 무술감독 일림이 주연과 감독을 맡은 '폭력행위', '공각기동대'를 제작했던 오시이 마모루가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를 각색한 애니메이션 '무사시',  스파게티 웨스턴.. 이 아니라 스파게티 찬바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는 '사무라이 어벤저', 그리고 K-1 최초의 여성파이터이기도 한 우리나라의 임수정 선수가 출연하기도 했던 태국 영화 '초콜렛' 등이 그것인데요.

'초콜렛'은 '옹박'의 프라차야 핀카엡 감독이 만든 3번째 작품이다 보니 국내에는 '여자 옹박'이니 '옹박3' 등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당연히 주연배우도 무에타이를 했을 것으로 간주되는데요, 사실 주연배우 야닌 위사미타난은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수련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 상비군에도 참가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태권낭자입니다. 영화에서도 보고 따라하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캐릭터 '젠'은 TV 속 영화 ('옹박'이죠 ㅎ)와 이웃집 무에타이 도장을 넘겨다 보며 무에타이 동작을 배운다는 설정이지만, 실제로는 태권도 식의 화려한 발차기 액션이 많이 나오는 편이죠.

타케다 리나와 야닌 위사미타난, 두 사람 모두 연예인이나 배우가 되기를 희망해서 액션을 배운 것이 아닌 무술을 수련하다가 그 실력을 인정 받아 영화의 주연까지 맡게 된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오늘은 지난 5월 일본에서 武Zine의 협력지인 'GONG格鬪技'를 통해 두 사람이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달콤한 향기가 묻어나오는 취재 현장. 보통 건장한 남자들과의 인터뷰가 주가 되는 격투기전문지답지 않은 상황이다. 태국과 일본의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 둘은 생글거리는 애교로 환한 분위기를 퍼트리고 있었다. 태국의 여성이 적극적으로 일본의 소녀에게 말을 건다.

"피부가 너무 좋다~. 뭔가 비결이라도 있어?"
"아뇨,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금새 땀투성이가 되어버리니까."
"나도 그래. 귀찮음쟁이거든. (웃음)"

웃음꽃이 퍼져나간다. 국적이 달라도 평범한 여성들 사이의 대화. 둘은 첫 대면이지만 친근한 성격으로 금새 어울리는 모습이다.

사랑스럽게 웃는 얼굴을 보이는 태국 여성의 이름은 '야닌 위사미타난'. 신인 액션배우로 '지자(Jija)'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영화 '초콜렛'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이후 활약이 기대되는 여배우. 한편 수줍은 듯한 표정의 열일곱살 타케다 리나는 5월말 개봉한 '하이킥걸'의 첫 주연에 발탁된 신인이다.

하지만 둘의 대담은 단순히 신인여배우 간의 대화가 아니다. 그녀들은 출연한 영화는 액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 물론 그녀들도 액션을 선보일 터.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성액션영화와는 다른 선을 긋는 영화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녀들은 '진짜배기'다.  그녀들의 액션에는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진짜로 몸을 부딪히는 리얼액션, 리얼페인이 존재한다. 여배우이기 이전에 그녀들에게는 격투기에 정통하고 수련을 거듭한 '무도가'로서의 얼굴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일상의 장소에서 내비치는 맨 얼굴은 어디에나 있는 그 나이 또래의 여성과 마찬가지. 여배우로서, 무도가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이야기가 천천히 시작됐다. (이하 야닌 위사미타난은 '지자'로, 타케다 리나는 '리나'로 표기)

'지자' 야닌 위사미타난이 주연을 맡은 영화 '초콜렛'
가녀린 몸에서 쉴새 없이 이어지는 발차기 액션이 일품이다.

[지자] 리나의 영상을 봤는데, 정말 대단했어. 지금 몇 살이지?
[리나] 에 또... 열일곱살입니다.
[지자] 와~ 그렇게 어리다니! 이제부터 시작이로군. 나는 벌써 스물다섯이라서 말야. (웃음)
[리나] 아뇨아뇨, 그렇지 않아요. 지자는 너무 귀여워요. 매력적이고. 저도 지자의 영화를 봤는데 뭐라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엄청난 액션을 구사하면서도 귀엽다니, 완벽하잖아요.
[지자] 고마워~, 쑥스럽네. (웃음) 리나도 어린데도 강하고, 기술도 아름답고, 굉장히 인상적이었어. 가라테는 몇 년 정도 했어?
[리나] 올해로 8년째예요. 열살 때부터 했습니다.
[지자] 역시. 어떻게 가라테를 하려고 생각한 거야?
[리나] 아버지가 가라테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경기를 보러 갔는데, 금새 져버려서... 그게 너무 분해서 '내가 하겠어!"라면서 입문하게 됐죠. (웃음) 지자는 태권도를 했다면서요?

[지자] 응, 나는 어릴 때 많이 아팠거든. 그런데 태권도를 하면서부터 몸이 튼튼해져서, 그게 너무 기뻤어. 그래서 계속하다 보니 이번에는 단이나 띠나 대회 같은 목표가 생기고. 그걸 클리어했더니 이번에는 일이 되어버렸네? 한 때는 태권도 지도도 했었어. 그러니까 태권도를 하면서 내가 나갈 길이 점점 열린 거지.
[리나] 저도 가라테를 하면서 제 자신의 가능성이 넓어졌어요. 예를 들면, 무도라는 게 굉장히 예절이라든지 엄격하잖아요. 그덕에 예의 바르게 됐고, 또 대회에 나가서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지게 됐죠. 정말 몸도 마음도 강해져서, 가라테를 하기를 잘했구나 해요.
[지자] 그리고, 격투기를 함으로써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지 않아? 싸우기 전에도 싸운 후에도 상대를 존중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것. 이것도 격투기의 멋진 부분이지.
[리나] 네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자] 처음에는 격투기가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그렇게 위험하지 않더라. 그리고 거기서 세상이 넓어져. 친구도 생기고. 지금은 여배우로서의 일도 하게 됐으니까.
[리나] 괴로운 일도 적지 않지만, 즐거운 쪽도 많죠.
[지자] 사실 태권도 외에도 여러가지를 배웠는데, 발레라든지 악기라든지. 그런데 항상 뭔가 허전하더라구. 그때마다 떠오르는 게 항상 태권도였어.
[리나] 그렇군요. 사실 저는 가라테 밖에 배워보질 않았어요. 한번에 딱 맞는 걸 하게 돼서 럭키~네요. (웃음) 아버지와 남동생까지 셋이서 연습을 하거나 하는데, 가족이 보는 앞에서 대회에서 메달을 따거나 하면 정말 기쁘죠.
[지자] 정말로 가라테를 즐기는구나. 역시 격투기는 몸에도 마음에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 


전일본구방구공수대회 대련부문 우승자 타케다 리나가 주연을 맡은 '하이킥걸'은
가라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을 표방하고 있는 영화다.

젊은 여성 두 명이 마치 화장이나 패션을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레 격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신기한 광경. 그 정도로 그녀들에게 있어 격투기는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지자는 열한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해 열세살에 검은띠를 따고 열네살에는 태권도를 가르치는 위치에 올랐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청소년대회에서 우승,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기도 했다. 리나는 가라테 경력 8년, 류큐쇼린류 가라테도 케츠신카이(琉球少林流空手道月心會, 유구소림류 공수도 월심회) 검은띠이자 각종 대회에 출장해 카타(형) 연무와 쿠미테(대련) 부문에서 우승을 쌓아오고 있다.

그녀들의 생업이었던 격투기는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길을 열어주게 된다. 바로 '여배우'라고 하는 일이다. 지자는 '초콜렛'의 감독이자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옹박'을 만든 프라차야 감독의 눈에 띄어 4년간의 연기 수업을 거쳐 데뷔, 현지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태국을 대표하는 액션스타 토니 자의 여성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리나는 작년 6월 '하이킥걸'의 니시 후유히코 감독을 만나 새로운 인생이 열렸다. 니시 감독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받고, 주연 자리를 따낸 리나는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재원이다.

두 작품 모두 아픔이 전해지는 진짜배기 액션을 담고 있음은 물론, '초콜렛'에서 지자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여성이라는 어려운 역할을 열연했고, '하이킥걸'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라테만의 깊이와 멋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흥미롭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된 영화의 세계에서 둘은 격투기(액션)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지자] 촬영중에 뭔가 힘든 일은 없었어?
[리나] 사람의 얼굴을 정말로 차야한다는 게 처음에는 무서워서요. 차이는 쪽이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한데, 처음에는 힘 조절이 잘 안 돼서... 상대에게 상처라도 입히면 어쩌나, 그런 것만 생각했어요.
[지자] 확실히, 사람을 찬다는 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야. 나도 처음에는 깔끔하게 안 됐는데, 힘껏 연기하지 않으면 결국 계속해서 재촬영을 해야 하잖아. 그러면 오히려 더 안될 일이다 싶더라구. 스턴트맨들은 계속해서 고통을 견뎌야 하니까 원 테이크로 끝내야지.
[리나] 아아, 알 거 같아요.
[지자] 처음엔 몇 번이나 재촬영이 거듭되니까 상대한테 너무 미안해져서 울어버린 적도 있었어.
[리나] 저도 처음에는 너무 긴장이 됐었는데, 출연자 분들이 다 나이도 많고 프로들이시라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힘껏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셔서, 여기서 한번에 끝내자라는 각오를 할 수 있었어요. 후회하지 않도록.
[지자] 응, 우리 스턴트맨들도 같은 얘기를 했어. 신경쓰지 말고, 있는 힘껏 기술을 내라고. 뭔가 우리 두 사람 서로 감싸주고 있는 거 같지 않아? (웃음)
[리나] 하하하. 달리 힘든 일은 없었어요?
[지자] 사실, 고소공포증이거든. (웃음) 그래서 높은 곳에서 하는 촬영이 정말 힘들었어. 물론 그밖에도 매번 괴롭고 싫은 일들은 있었지만, 마지막에 편집을 거쳐서 영화가 완성되니까 정말 뿌듯해지더라. 내 경우에는 완성까지 4년이나 걸렸는데, 열심 하길 잘했구나 하고.
[리나] 정말로요. 너무너무 멋진 경험이었고, 저도 영화가 완성됐을 때는 진심으로 기뻤어요.

[지자] 다친 곳은 없어? 나도 맞아서 얼굴이 붓거나 하는 일이 꽤 있었는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리나] 촬영 중에 코바야시 유카씨와 서로 미들킥을 차는 장면이 있었어요. 코바야시씨는 가라테 챔피언이고 제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그 코바야시씨에게 차여서 팔에 멍이 드니까 오히려 그게 자랑거리가 됐죠. (웃음)
[지자] 하하하. 그 기분, 잘 알아. 나도 '초콜렛' 중에 소미아 아바하이야라고 하는 네덜란드 격투가와 대전했는데, 엄청 흥분되더라구. 발차기가 무거워서 들어오면 상당히 아픈데도, 거기서 생긴 상처를 리나처럼 자랑하고 다녔지. (웃음) 그런데, 리나는 킥이 굉장히 깨끗하던데 뭔가 막히는 건 없었어?

[리나] 발차기에 관해서라면, 아무래도 사람의 얼굴을 차는 장면이 많으니까요. 잘 차는 것으로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했어요. 상대가 능숙한 사람이면 괜찮은데, 예를 들어 여배우가 상대라거나 하면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안 될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럴 때는 감독님이 여러가지로 지도를 해주셔서 연습을 했어요.
[지자] 힘껏 차는 것도 큰일이지만,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같은 것도 함께 생각해야 하지.
[리나] 네. 가라테 수련이나 경기에서는 상대에게 기술을 눈치채이지 않기 위해서 작게 움직이는 것이 보통인데, 액션의 경우는 오히려 보고 있는 사람이 보기 쉽게 크게 움직여야 하는 걸 의식해야 해요. 
[지자] 그런 의미에서 보통의 경우랑 다르니까 촬영용의 연습도 확실히 해야하고. 연습 때는 가능한 실제 촬영과 같은 정도로 힘 조절을 해서, 거기서 개선점을 찾고 실전(실제 촬영)에서 써먹는 거지. 큰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제로 차고 차이는 리얼액션을 표방하는 두 영화,
여성이 주인공이기에 더더욱 그 강렬한 아픔이 전해진다.

[리나] 그렇죠. 액션 이외의 연기는 어때요?
[지자] 배우니까, 액션과 연기 어느 쪽이 좋다고는 말 못하는 거잖아. 역시 양쪽 모두,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액션도 연기도 끝없이 자신을 진보시켜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
[리나] 네, 연기하는 것 자체는 정말 좋은데, 아직 경험이 부족하니까 잘 안되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액션의 경우에는 정말로 전투 모드가 돼요. 상대방도 진지하니까, 자연히 역할에 빠져든다고 할까, 연기라기보다 실제로 쓰러트리겠어 라는 기분이 되고 말아요.
[지자] 응. 그 느낌 알아. 아~ 연기를 좀 더 잘하고 싶은데. 영화란 게 혼자서 만든 게 아니고 여러 사람이 협력해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나도 거기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 리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리나] 물론이죠. 정말 이쪽 세계에서 잘 해나가고 싶으니까요.

[지자] 내 신조가 된, 토니 자 선배가 해줬던 말이 있어. "뭔가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털어내. 그리고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예를 들어서 말야, 지쳤다고 쳐. 지치고 힘들어서 울고 싶어. 그럼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면 돼. 하지만 울음을 그치고 나면 다음으로 나아가는 걸 잊지 않는 거지.
[리나] 좋은 말이네요. 제가 영화에 출연해서 배운 건 새삼스럽지만 가라테 하기를 잘 했다는 거였어요. 이 영화를 많이들 봐주셔서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객들이 가라테의 훌륭함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지자] 그렇게 되면 좋겠네. 그리고 또 한 가지, 리나라고 하는 멋진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액션을 할 때에는 두려움을 갖지 말라'는 거야. 복잡한 기분을 갖지 말고, 마음껏 할 것. 리나에게는 가라테라고 하는 확실한 베이스가 있으니까 반드시 잘 될 거야.
[리나] 고맙습니다. 지자를 목표로 해서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힘낼게요.
[지자] 나야말로 고마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좋아한다면 누구에게든 가능한 일이라는 거야.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닌 거지. 그러니까 더더욱 다른 사람보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
[리나] 네, 알겠습니다.
[지자] 언젠가 함께 영화를 찍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적대관계가 아닌 쪽으로. 그게, 리나의 귀여운 얼굴을 보면서 대결한다면 가슴이 아플 거 같아서 말야. 응, 두 사람이 협력해서 적을 쓰러뜨리는 편이 좋겠어. (웃음)
[리나] 저도 그 편이 좋아요.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웃음)


타케다 리나는 오늘 PIFAN에서 니시 후유히코 감독과 함께 영화 상영에 앞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합니다. 일본에서의 시사회 때는 영화 상영에 앞서 간단한 액션 시범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왠지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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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10장을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깨는 '촌경격파'를 선보인 엄재영 사범  [화면_ SBS 영상캡처]


한마디로 대단했습니다. 7월 11일 토요일 SBS '스타킹'을 통해 방영된 극진공수도연맹 극진관 한국 경기도본부장 엄재영 사범이 보여준 얼음 격파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격파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리는 놀라운 시범이었습니다.

원래 얼음 격파는 위력 격파 시범 중에서도 고난도에 속하는 편입니다. 방송에서 엠씨 강호동은 시간이 지날 수록 얼음이 녹기 때문에 두께가 얇아져서 격파하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농담을 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녹기 시작한 얼음은 더 깨기 어렵다는 것이 무술계의 정설입니다.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지면서 내부에 빈 공간을 가진 결정 구조를 만드는데,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다시 그 빈 공간이 채워져 밀도가 높아지면서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게다가 기본적으로 다른 격파물, 즉 송판, 기와, 벽돌 등에 비해 부피와 질량, 두께 등이 월등하게 크기 때문에 가능한 최대의 위력을 내야할 뿐 아니라 임팩트의 힘을 가능한 깊이 전달할 수 있는 기법을 구사해야 합니다. (흔히 가장 위의 첫장만 깨면 깨져내려가는 얼음의 무게와 위치 에너지에 의해 아래 쪽 얼음들은 알아서 깨진다고 알려져있기도 한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냥 맞는 말도 아닙니다. 일단 한 장이라고 해도 두꺼운 얼음판을 깨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첫장이 깨졌는데 아래 장들이 안 깨지는 경우가 분명히 발생하는데 설명이 안되죠. 실제로 힘의 전달이 더 깊이 이뤄져야만 마지막 장까지 깰 수 있습니다.) 더불어 부상의 위험도 크죠. 이런 이유들로 해서 일반적으로는 손날(수도)내려치기로 격파를 시도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반면 촌경 격파는 극진회관의 마츠이 쇼케이(한국명 문장규) 관장이 처음으로 선보인 후 가라테 계열의 고난도 격파 시범의 단골 메뉴가 된 격파입니다. 원래 촌경이라는 말은 1촌, 즉 한 치 = 3cm 정도의 초근접거리에서 전달되는 타격력을 뜻하는  중국무술 용어인데요. 흔히 얘기하는 이소룡의 원인치펀치 역시 이 촌경의 영어식 표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츠이 관장의 격파는 처음에는 '0거리격파'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촌경의 원리를 그대로 구현한 격파라고 해서 '촌경격파'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죠. 

촌경의 원리란 짧은 이동거리를 만회하기 위한 힘의 집중에 있습니다. 주먹을 뻗어칠 때 힘의 손실이나 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이 전달되며 부하가 걸리는 각각의 부위들을 '정렬'시키고, 좁은 한 점에 가능한 적은 시간 동안 힘을 집중시킴으로써 임팩트 시의 충격량을 최대화시켜주는 것이죠. 이게 참 말로는 쉬운데, 실제로는 참 어렵습니다. 몸의 '정렬'이란 말 그대로 정확한 자세를 뜻하는 것인데 어지간한 수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서 더 어려운 것은 임팩트 시간의 최소화인데, 대상물이 강하면 강할 수록 힘을 충분히 깊이 전달하면서도 빠르게 회수해야한다는 상반된 조건을 동시에 구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단순히 대상물을 밀거나 누르는 것에 불과하게 되죠. 방송에서 강호동씨나 박상면씨가 송판을 놓고 촌경 격파를 따라해서 성공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경우 격파용 송판의 약한 장력과 아래 쪽에 충분히 확보된 공간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두 사람의 경우 어느 정도 자세를 갖춘 상태에서 적당한 속도로 깊숙이 누르는 것만으로도 격파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들은 이소룡의 원인치펀치도 단순히 상대를 쳐서 밀어내는 것이며, 마츠이 관장의 격파도 세련되게 눌러서 깨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중국무술의 기법이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다 근본적인 목표로 한다고 봤을 때 상대를 밀어서 넘어뜨리는 것도 '경'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 (실제로 많은 발경 시범들이 상대를 밀어넘어뜨리거나 날려버리는 식으로 이뤄지죠), 마츠이 관장이 격파한 기와도 일반 격파용 기와가 아닌 실제 건축용 기와였다고 하는데 (극진회관의 경우 격파용 공인 송판과 기와가 있는데, 그 강도 또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격파용품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 정도 강도의 기와를 단순히 눌러서 깼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상을 보면 기와 위에 얹어놓은 천이 회수하는 마츠이 관장의 손에 딸려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회수가 빨랐다는 뜻이죠.)


마츠이 쇼케이 극진회관장의 촌경 격파, 얼음 격파를 포함한 각종 격파 시범

가장 모범적인 촌경 격파라고 하면 장세충 노사의 제자인 팔극공무회 도현목 회장이 보여줬던 벽돌 격파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격파용이 아닌 실제 건축용 적벽돌을 단순히 두조각 내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박살'을 내는데, 그것을 받아주고 있는 보조자가 거의 충격을 받지 않고 있죠. 말 그대로 힘의 '집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연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류의 격파는 짧은 순간에 작은 움직임으로 구사한다는 점 때문에 기본적으로 격파 대상물의 부피가 작게 마련입니다.
(영상 보러가기 → http://bupalso.com/bupalsomovie/study12.php )


그런데 엄재영 사범은 짧은 임팩트를 구사해야 하는 촌경 기법으로 임팩트 타임이 길어야 할 얼음 격파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좀 더 어렵다는 것이죠.) 참고로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얼음격파 기록은 13장입니다. 다이도주쿠(大道塾, 대도숙)의 아즈마 타카시 숙장이 1995년 수도 격파로 얼음 12장을 세계최초로 격파한 후 13장을 격파해 스스로 갱신한 기록이죠. 아래 세계 최초로 12장을 격파하던 당시의 영상을 보시면 얼마나 전력을 다해 격파하는지 알 수 있는데, 얼음의 형태나 격파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촌경으로 얼음 10장을 격파한 엄재영 사범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연무를 보여줬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1995년 세계최초로 얼음 12장 깨기에 성공하는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의 연무 

사실 저는 예전에 슬로우걸 하혜정이 스타킹에 출연했을 때 썼던 글에서도 예능 프로에서 무술인들이 출연해 우스개 거리가 되는 것을 썩 반기지 않는다고 했었는데요. 이번에도 소식을 접하고서 또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고,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죠. 하지만 엄재영 사범의 연무가 워낙 위력적인 격파였던 탓인지 완전히 불식되어버렸네요. ㅎㅎ 여하튼 국내에서 이런 수준 높은 연무를 볼 수 있게 돼서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는데요. UFC100과 더불어 참으로 눈이 즐거웠던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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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입식격투기 이벤트 무신이 오는 7월 26일 두번째 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무신은 지난 6월 첫 대회에서 썩 유쾌하지 못한 출발을 했습니다. 기대했던 태권 파이터들의 부진, 뭔가 어색하고 답답해보이는 경기 진행, 무엇보다 대회 또는 경기 직전에 터진 각종 사건(?)사고로 무려 3경기가 불발이 되는 (경기 수로는 2경기이지만 대진 상으로는 3경기죠) 불운한 사태까지 있었죠.

주최사인 MXM은 글러브 문제로 경기가 취소된 버터빈 vs 송민호 전을 다음 대회에 바로 유치시키고, 1회 대회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2회 대회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상황을 수습하려 애쓰고 있는데요. (덕분에 티켓을 버린 관객은 장충체육관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거냐는 농담도 나오더군요. ^^)  첫대회니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책임감 있는 대회 운영을 해나가려 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만, 그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현재 무신 2회 대회는 선수 섭외 및 대진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있는 상황입니다. 약 한 달의 정비 기간 동안에 무엇에 집중해야 할 지 지난 대회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토대로 개선 방안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통파 태권도 선수의 발굴 시급

1회 대회를 앞두고 썼던 지난 기사 '무신, 성공가능성은? ( http://www.moozine.net/375 )'에서 저는 기존 격투기 선수들을 활용한 대진으로 초기 흥행을 담보하되 그 사이에 태권도 출신의 스타 파이터를 발굴해야한다고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첫 대회에서는 아쉽게도 -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 태권도 출신들의 활약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나집 하미치나 노르딘 타마구릅이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들은 태권도 파이터라기보다는 킥복서였습니다. 물론 태권도 발차기의 스피드나 정확성을 살린 킥복싱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태권도'스러운' 경기를 보여주지 않으면 무신의 차별성은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선수들의 기용은 오히려 태권도가 킥복서의 힘을 빌어서 이름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 비쳐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주최 측은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MXM 측도 태권도 출신 선수 공개 모집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섰습니다. 만18세 이상의 태권도 유단자라면 누구든 응모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지원 의지를 가진 태권도 선수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과연 무신을 새로운 '대세'로 만들어줄 인재가 등장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할 듯 합니다.  



태권도 출신들의 고민과 각성

사실 김일권, 모리 마사노리, 타카기 코지 등 순수파(?) 태권도 선수들에게 실망한 것은 그들이 패해서라기보다 너무나 태권도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탓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글러브 룰에의 적응력을 증명하겠다는 욕심이 앞서서인지 기본 자세부터 킥복싱에 가까웠고 발차기보다 펀치나 무릎을 구사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태권도 출신 선수들이 클린치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졌죠.)

제가 늘 주장하는 부분이지만 태권도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태권도 기술을 써서 싸우려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태권도의 싸움이 아닌 전개가 될 때 대응하기 위한 변화는 필요하지만, 아예 근본부터 스타일을 바꿔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하면 (물론 그와 같은 각오는 필요합니다만) 너무도 먼 길을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무신처럼 태권도를 내세운 이벤트에서 태권도 선수가 태권도의 강점을 보여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할 말이 많지만 전체적인 글의 밸런스나 분량을 고려해 일단 마무리하고, 다음 글에서 김일권 선수의 경기 분석을 통한 태권도 선수들의 입식 경기에서의 해법을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선수층의 확대도 필요

기본적으로 '태권도 vs 타종목'의 컨셉트를 가지고 있는 무신으로서는 태권도 선수를 발굴하는 만큼 타종목 선수들의 섭외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게다가 태권도 스타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라도 타영역 선수들을 이용한 흥행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발표된 2회 대회 라인업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얘네가 또 나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입식 경기가 종합에 비하면 경기 사이클이 짧은 편이고, 1회 대회와의 시간 간격이 2개월에 가깝다고는 해도 다달이 경기를 갖는 것은 선수에게 좀 무리가 아닐까 싶어서요. 특히 권아솔, 권민석, 오두석은 지난 경기 내용이 상당히 격렬했기 때문에 과연 데미지나 피로 누적이 다 풀렸을지 걱정입니다.  물론 오랜만에 큰 무대에 오를 기회를 잡은 선수들이 스스로 욕심을 내는 것도 있고, 기존 대회와의 방해 작업까지 더해져 신생 이벤트로서 선수 섭외가 원활할 수 없는 상황이겠죠. 그렇다 해도 하루 빨리 확보할 수 있는 선수층을 넓히는 것이 지상과제임은 분명합니다.

다행히 2회 대회에서 괜찮은 - 어쩌면 '대박'이라고도 할 수 있는 - 카드가 하나 준비되어 있더군요. 현 신일본킥복싱 라이트급 챔피언인 박병규 선수의 출전이 그것인데, 그 동안 일본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느라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병규 선수가 국내 팬들에게 확실하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입니다. 더구나 대전 상대로는 아직 확정 발표 전이라 저도 여기서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사실 밝히고 싶어서 키보드 위의 손가락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ㅎ) 정말 괜찮은 외국 선수를 섭외하고 있더군요.  무신의 컨셉트와도 딱 맞는 대진이고요. 개인적으로는 둘 중 하나가 져야 한다는 상황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매치업이라 문제 없이 대결이 성사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시이 히로키와의 신니혼킥 타이틀전에서 봤던 박병규의 저 눈빛, 국내 무대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보다 깔끔한 룰로 정비, 관중 이해도 높여야
 

무신 경기 규칙은 태권도의 이종격투 도전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입식격투 링보다 1m 이상 큰 폭의 링과 클린치를 제한하는 규칙은 현재 태권도 선수들이 타 입식격투 선수들에 비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근접전에서의 무릎, 팔꿈치, 잡기 공방을 최대한 배제하고 중장거리 공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입식 프로격투기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라운드별 감점제가 대신 채택한 총득점제 또한 태권도 선수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죠.

1회 대회에서 있었던 나집 하미치와 오두석 전은 이런 '총득점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중들에게 룰에 대해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해 듣지 않아도 좋을 야유를 들어야 했던 경기였습니다. 일단 3라운드까지의 경기 내용을 놓고 무승부 판정이 났습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선구안, 스텝을 활용한 다채로운 공격이 돋보였던 하미치와 로킥과 펀치를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스태미너 스타일의 오두석의 승부는 그야말로 박빙이었습니다.

문제는 연장전, 역시 박빙의 승부였습니다만 하미치가 단발성 펀치와 미들킥 위주로 경기를 푼데 반해 오두석은 펀치 연타와 로킥으로 손발을 많이 내는 작전을 택했습니다. (택했다기보다 원래 그런 스타일이죠) 총득점제 방식의 무신에서는 공격 빈도가 높은 쪽이 유리할 수 밖에 없으므로 당연히 오두석의 판정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관중 입장에서는 야유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죠.

무신의 가장 특징적인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클린치 제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경기를 보면서 '어? 클린치 금지라더니 허용하잖아?'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알고 보니 모호한 허용선이 있더군요. 목만 잡거나 몸통만 끌어안는 것은 안 되지만, 목과 겨드랑이 아래로 한손씩 집어넣어 잡는 것은 괜찮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확실한 금지 클린치 상황에서도 주최측이 예고했던 바와는 달리 경기 흐름 상 선수들을 바로 떼어놓지 못하는 경우 또한 빈번했습니다.

이렇게 목적이나 적용 범위가 불분명한 규칙은 선수가 경기를 적극적으로 하기 힘들게 만들고 (본의 아닌 반칙이 계속 나올 수 있으므로), 관중으로서도 경기 이해도나 보는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따라서 현재의 '클린치 제한' 규칙은 아예 '잡기'를 전면 금지시키든지 하는 방향으로 보다 알기 쉽고 명쾌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득점제와 같은 차별 포인트나 개정된 규칙 등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중이나 언론에게 알려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겠죠. 관중이 오해로 인한 야유를 보낼 때 그것을 가장 먼저 감수해야 하는 것은 링 위의 애매한 선수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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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택견연맹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 모습 [ 사진출처_ www.taekkyonkorea.com ]

지난 5월 31일 열렸던 '단오 택견최고수전'이 오는 6월 4일 오후 3시부터 공중파TV채널 MBC를 통해 녹화중계방송된다고 합니다. 주최인 대한택견연맹은 이미 KBS SKY 스포츠 채널을 통해 택견명인전을 300회 가까이 중계방송한 전례가 있고, 꾸준한 경기 개최와 경기 인구 확대를 통한 대한체육회 정가맹 등에 따라 택견의 위상을 높여온 단체입니다. 이런 그 동안의 노력이 공중파 중계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겠죠. 택견이라는 한 종목의 입장에서도 기쁜 일이겠으나, 무술 종목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지라 연맹과는 별 관계도 없는 저도 왠지 더불어 기쁜 마음입니다. ^^;


사실 무술/격투기 종목의 경기가 공중파에서 중계되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죠. 방송사로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동안 주로 씨름이나 태권도, 유도, 검도 등 '체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거나, 복싱처럼 오래 전부터 세계챔피언을 배출해 국위선양에 이바지했던 것이 가능한 경기성 높은 종목이 간간이 공중파를 타기는 했습니다. 그 외에는 중계방송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소개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죠.

한창 K-1이 인기가 있던 2006년 MBC에서 최홍만 선수가 출전했던 K-1 대회가 딱 한번 공중파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해설을 했었는데, 유혈낭자(?)한 프로격투기 이벤트를 공중파로 내보내도 될 지 부담이 컸던지 중계 시간도 심야 시간대였고 큰 홍보도 없이 조용히 방송을 내보냈죠. 결국 K-1 공중파 중계는 그 한번의 시도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대한택견연맹 또한 그동안 공중파 중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역시 아직은 큰 입지를 가지지 못한 단체이고 시청률에 목을 매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택견이라는 비인기종목을 중계방송하는 것이 큰 도박이나 다름없는 일이겠죠.


그래도 택견이 다른 종목보다 유리한 점이라고 하면 일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이며, 단순히 전통적인 형태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닌 꾸준한 경기를 통한 기술 발전, 즉 스포츠로서의 자리매김과 발전이 있어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택견연맹은 타 무술종목이 1년에 한두번 전국대회를 여는 것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매년 10회 이상의 크고작은 대회를 열어왔고 개중에 최고수전, 대통령기 등 전국규모 대회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단체이긴 합니다만 결련택견협회 같은 경우는 매주 토요일 인사동에서 택견배틀 개최를 통해 소속 수련생들의 경기력을 높이고 대중에게 직접 다가서 택견을 알리는 일을 벌써 6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택견의 경기는 격렬하면서도 매우 안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단체 별로 약간의 규정 차이가 있지만, 대한택견연맹의 경우 선수들은 유연하면서도 빠른 발질(발차기)은 물론, 타단체 선수들도 인정하는 특유의 걸이 기술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유도나 씨름, 레슬링 등의 발기술들과 비슷해보이지만 손의 사용이 지극히 제한되는 택견의 발걸이 기술인 '딴죽' 수들은 타종목의 그것과 비교해 타이밍을 살리는 능력이 뛰어난데, 특히 대택 선수들의 그것은 거기에 더해 매우 '질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다리에 접착제라도 붙어있는 양 상대 다리에 착 감겨서 이리저리 끌었다 당겼다 밀었다 하는 움직임이 일품이지요. 더불어 얼굴을 한 번 차거나 넘어뜨리면 이긴다는 승부 규정 또한 어느 한 순간에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긴장감과 한 순간의 해방감을 줌으로써 경기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와 같은 건강한 이미지와 스포츠로서의 가치가 큰 경기적 특성, 문화재 지정의 전통무예라는 명분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반길만한 것들이죠. 만약 이번 중계방송이 반응이 좋으 경우 오는 추석 때 열릴 대회는 생중계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잘만 된다면 과거 씨름이 누렸던 인기를 택견이 물려받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최고수 자리에 오른 서훈희 선수 [ 사진출처
www.taekkyonkorea.com 노원구전수관 자료실 ]

저는 대회 현장을 참관하지는 못했습니다만, 현장에 있었던 지인의 말을 빌자면 기존의 택견 경기들에 비추어 봐도 매우 수준이 높고 흥미로운 경기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맹 차원에서도 수준높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고요. 과거 KBS SKY 택견명인전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던 김정구 선수가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에서 어학연수 중에 일부러 귀국하기도 했고, 택견명인과 최고수 타이틀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김영진 선수 또한 출전하는 등 엔트리 또한 화려했습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에서 또 한 번 라이벌 전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우승을 차지하고 새로운 '최고수' 자리에 오른 인물은 군 제대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던 부산 출신의 서훈희 선수였습니다. 과연 어떤 명승부 끝에 연맹 최초의 무체급 최고수가 탄생했을까요? 꼭 TV를 통해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무진 독자 여러분들께도 보실 수 있다면 꼭 이번 중계방송을 놓치지 마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아마 기존의 격투기 경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와, 왠지 우습게만 보였던 택견이 실제로 얼마나 매력적인 운동인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만 중계방송 시간이 오후 3시, 평일 낮시간대 방송이라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시청하기가 어렵겠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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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입식격투기대회 '무신(武神)'의 첫 대회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메이저급 규모와 태권도 기반이라는 특성을 내세우며 기존의 입식타격 대회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고 있는데요. 일단 진행 상태는 순조로운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매치업 카드가 대회 개최 2주 전에 발표 완료됐고 개중에는 기존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입식 도전, 카타르 왕자의 출전 등 이슈가 될 만한 카드들도 상당수 포진하고 있습니다. 계약 문제나 부상 등으로 인한 갑작스런 선수 교체 소식 또한 아직은 없는 상황이고, 무신만의 독특한 룰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알려진대로 무신은 태권도, 그것도 ITF와 WTF를 아우르는 선수층을 기반으로 태권도 선수들이 입식격투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자 하는 목적이 큰 대회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무신은 '태권도의 이종격투기 도전'이라는 컨셉트를 가지고 간다고 봐야겠죠. 물론 첫 대회 메인 이벤트는 김재영 vs 버터빈의 헤비급 매치이고, 권아솔 vs 권민석의 대결, 이재선, 김동현, 오두석, 이창섭, 방승환, 김세기 등 기존 종합/입식 선수들을 활용한 매치업 또한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생 단체로서의 취약한 이벤트성과 흥행을 보강하기 위해 내놓은 단발성 카드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대회의 색깔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매치업은 아닙니다. 게다가 국내 격투기 시장의 인프라를 놓고 봤을 때 이런 식의 카드가 앞으로 몇 개나 더 나올 수 있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무신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주최사인 MXM이 우선 그런 대형 카드를 통해 끌어모은 팬들의 시선을 하루 빨리 태권도 출신 선수들의 활약으로 돌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겠죠. MXM 측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대회에 배치한 태권도 선수는 모두 6명, 당장 일반 격투 팬들의 눈길을 끌만한 유명 선수는 없지만 스타 선수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 재목감들입니다. 

이미 프로격투기 무대 경험치가 상당히 높은 태권도 선수 김일권,
무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대주가 아닐까. [사진제공_ MXM]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태권도 출신으로는 유일한 한국 선수이기도 한 김일권입니다. 김일권은 과거 케이블TV에서 방영했던 팀대항격투프로그램인 '스트리트파이터'에 출연해 타격투 종목 선수를 상대로 720도 돌려차기 등 화려한 태권도 기술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둔 바 있습니다. 특히 WTF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김일권 선수의 활약은 앞으로 무신과 태권도 시장이 노릴 수 있는 큰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예전부터 이 선수가 프로 링에서 좀 더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무신과의 인연이 단체와 선수 모두에게 윈윈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런가 하면 이미 뉴스 등을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는 카타르 왕자 모하메드 알 타니의 자비 출전 또한 의미가 있겠습니다. 물론 알타니 선수가 얼마나 멋진 경기를 보여줄 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경기 내용이나 태권도의 실전성 운운하는 문제를 떠나서 해외에서는 이처럼 그 가치를 존중받는 태권도가 어째서 국내에서만 푸대접을 받는 것인지 한 번 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이슈로서 팬 여러분들이나 언론들이 접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국내외에서 ITF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 황수일.
과연 무신 출전 선수들도 그 이미지를 지켜나갈, 아니 더욱 키워나갈 수 있을까?

또, ITF 소속 일본 선수들인 모리 마사노리, 타카기 코지 등이 한국의 종합격투기 선수들과 펼칠 대결도 흥미롭습니다. ITF의 기술적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JITF는 가히 선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에 알려져 있던 ITF의 멋진 모습은 과거 북한 시범단이 보여줬던 것을 제외하면 JITF 선수들이 보여준 것라고도 할 수 있죠. 대전격투게임 '철권' 캐릭터 '화랑'의 모션캡처 모델로 ITF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황수일 사범 또한 일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왔습니다. 과연 이들이 복싱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서 펼쳐지는 이종격투전에서도 그런 완성도 높은 기술을 구사하여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WTF와는 또 다른 ITF만의 약점이나 한계점을 드러낼 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과거 K-1 한국대회 등에서 몇몇 ITF 선수들의 경기가 생각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WTF와 비교되어 ITF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이종격투 도전에 따르는 위험 부담은 오히려 WTF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클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세미프로 태권도 대회가 몇 번 있었고 오자키 케이지 등 프로 격투기로 전향한 케이스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토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히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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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권도를 베이스로 하는 프로입식격투기대회 '무신'의 론칭이 발표됐습니다. ITF가 주도하지만 WTF 소속인 대학태권도연맹이 함께 하며, 여기에 프로격투기 이벤트를 주관하던 인력이 힘을 합친, 이른바 삼위일체 형태는 '무신'에 상당한 긍정적인 전망을 갖게 합니다. 특히 많은 태권도인 여러분들은 이 대회를 통해 태권도가 다른 격투종목들 못지 않은 실전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 또한 크리라 봅니다. 저 또한 실제로 대회 환경이나 룰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대회가 태권도에 대한 평판을 긍정적으로 선도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언제인가부터 태권도는 약체의 대명사, 실전성을 상실한 무술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태권도가 바뀌어야 한다, 실전성을 되찾기 위해서 어찌해야 한다는 견해 또한 다양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과연 태권도는 실전성이 떨어지는 무술인지, 만약 그렇다면 태권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대한 제 생각을 얘기해볼까 하는데요. 

우선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지난 12월에 썼던 '무술의 실전성'에 대한 분류와 평가 기준에 대해 정의를 내렸던 내용( http://moozine.tistory.com/193 )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후 내용은 편의상 평어체로 기술하겠습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태권도의 실전성 시비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가> '호신' 또는 <다> '경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한 태권도를 <나> '전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즉 D '다른 실전성의 잣대로 평가'하는 논점이 존재한다. 태권도의 상단이나 중단 발차기는 위력도 약할 뿐더러 잡히거나 넘어지기 쉬울 뿐 아니라, 주먹 공방에 대하 이해나 로킥, 그래플링 등의 기술이 없는 태권도의 수련체계나 기술은 실전성이 낮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이런 논리를 내는 사람들은 실전에서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종격투기 혹은 종합격투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전제를 까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태권도의 수련 체계나 경기 방식을 보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앞장에서 이미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태권도 자체의 존재 가치나 수련체계를 무시하고 태권도를 종합무술로 만들고자 하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원래 태권도가 <가>, 즉 무도로서 호신을 추구하면서 그것을 위한 수련 방편으로서 경기를 채택한 것인데, 실제 현장의 수련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경기에 치우침으로써 <다>에 가까워지고 말았다는 괴리감에서 실전성의 결여를 얘기하는 논점으로 본다면 타당성이 생긴다. 이는 다시 A~C의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A - 수련 체계의 완성도 미숙
에 관련해서는 전체
품새의 수가 적을 뿐더러 그에 포함된 기술적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 태권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다양한 발차기를 활용할 수 있는 자체적인 호신술기의 부재 등 원론적인 문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쌍절곤이나 검도, 영어 수업 등 무분별한 과외종목의 도입으로 태권도의 체계 자체를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다.

B - 수련 체계의 전수와 실천의 부실
에 관련해서는 원래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커리큘럼 중 일부인 약속대련이나 본 등의 수련 비중이 지나치게 낮을 뿐더러, 부상 빈도가 높은 정권 단련이나 격파 등의 단련을 병행하지 않음은 물론 발차기나 품새 수련에 있어서도 전체적인 수련 강도가 어린이 수련생 중심으로 대폭 하향 조정되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당장은 수련생이 쉽게 따라오게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태권도의 실전성을 부정하고 특히 성인이 되어서도 태권도를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C – 수련의 목적이나 의미를 상실 또는 오해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품새 수풀이의 부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품새가 어떤 목적으로 구성되었는지, 즉 각 품새 수련을 통해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단지 승급이나 승단의 과정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이는 품새 수련의 동기 부여나 성취감을 낮추게 되고, 결국은 태권도 수련 자체의 가치 자체를 모르게 된다.

 


이상의 내용에 대해 흔히 접할 수 있는 태권도에 대한 쟁점들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 태권도의 발차기와 주먹 공격은 가라테의 그것에 비해 약하다?


태생적으로 같은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태권도와 가라테의 기술이 내는 힘은 원리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만약 차이가 있다면 단련의 차이에서 기인할 뿐이다. 흔히 하는 말처럼 사람이 세고 약한 것일 뿐이다. 물론 양자 간의 경기 스타일이 추구하는 목적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스타일로 바뀌어왔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극진으로 대표되는 풀컨택트 가라테 계열과 태권도는 이제 많은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그 위력은 단련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므로 양자 간의 우열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그 위력을 끌어올리는 수련을 얼마나 지도자가 이끌어내고 수련자가 받아들이는가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특히 무술 수련을 통해 강해지고자 하는 것이 수련생의 기본적인 욕구임을 감안하면, 올바른 지도와 병행되는 강도 높은 수련은 수련생의 욕구에 대한 성취감을 높여주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주요한 요인이다.


- ITF 태권도는 실전무도, WTF 태권도는 스포츠?

가라테와 마찬가지로 ITF와 WTF는 같은 태생, 같은 종목의 단체이고 양자 사이에 위력이나 타류 경기에서의 승률 등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사실 국내에서 ITF에 대한 이미지는 실제보다 다소 부풀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 이는 과거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 일본 언론을 통해 접한 기사 내용, 그리고 황수일이나 북한태권도시범단 등의 영상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로 인해 WTF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의 산물이다.

다만 ITF 태권도가 겨루기 외의 수련 범위(호신술, 격파, 약속대련 등)에 있어서도 수련을 성실히 할 뿐 아니라 그것이 주먹과 발차기의 연계라는 입장에서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어, 적어도 현 시점에서 WTF보다 <가>에 보다 근접해있음은 사실이다. 특히 사인웨이브는 발차기를 주체로 주먹 기술과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는 자세이자 힘내기 이론으로서 ITF 태권도를 가라테와 구분할 수 있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종격투기 무대에서 태권도의 활약이 떨어지는 이유?


지상최강으로 불렸던 극진가라테가 K-1에 도전해서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만약 태권도가 K-1과 같은 입식이종격투전 또는 종합격투기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현행 경기에 최적화되어있는 태권도 기술과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해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기술을 쓸 수 있는 상황을 셋업하는 능력을 기르고, 입식이종격투 또는 종합격투 특유의 상황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추어 기술 전략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면 태권도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이와 같은 시도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태권도를 주베이스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잘 알려진 선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ITF 출신의 오자키 케이지가 일본에서 RISE라는 킥복싱 단체의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고,
K-1 MAX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세르킨 일마츠라는 터키 선수 또한 WTF 출신으로서 K-1 MAX에 출전, 마사토를 다운시킨 적도 있을 정도로 멋진 태권도 킥을 구사했다. 헤비급에서는 박용수 선수가 K-1 데뷔 후 3연승을 거둔 바 있다.

국내 무대에서는 불운한 사고로 세상을 뜬 소정인 선수를 비롯해 구광모, 김일권 등이 태권도 출신으로서 이종격투기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정인은 과거 G5 링에서 나래차기와 뛰어뒤후리기로 멋진 KO신을 연출한 바 있으며, 김일권은 <스트리트파이터>라는 이종격투 프로그램에서 720도 돌개차기를 실전에서 성공시키며 태권도 기술이 결코 실전성이 떨어지지 않음을 몸소 증명했다. 또한 30대의 일선 태권도장 관장으로서 스피릿MC 1회 대회 링에 올랐던 권건우는 당시 태권도의 발기술만을 사용하여 64강전과 32강전에서 KO승을 거뒀고, 비록 16강 전에서 패퇴했지만 큰 인기를 얻으며 2회 대회 때 앵콜매치에 다시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도 태권도 출신은 아니지만, 태권도 기술로 좋은 성과를 낸 선수들은 많다. 앤디 훅의 내려차기나 추성훈의 몸돌려뒤차기 등은 비록 가라테 등 타무술에 흡수되긴 했지만 태권도가 만들어낸 오리지널 기술이다.




태권도,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태권도는 현재 <다> 중심으로 치우친 현장 수련 체계와 지나치게 하향평준화된 수련 강도를 <가>에 맞게끔 재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할 것은 '왜 태권도가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다. 한국의 대부분의 무술들이 발차기가 발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그 대표격이자 선두주자로서 꼽히는 것이 태권도다. 내려차기, 뒤후리기, 돌개차기, 나래차기, 540도 돌아차기 등은 모두 태권도에서 개발되어 타무술에까지 보급된 기술들이다. 이와 같은 발차기, 그리고 격렬한 공방 속에서도 선수의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방호구를 착용하는 경기 방식의 발달이 현재의 태권도를 가라테, 그리고 다른 무술들로부터 구분짓고 빛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태권도가 더욱 발차기, 그리고 경기에 집중해서 발달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스스로 태권도의 화려하고 다양한 발차기를 버리려고 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들은 단순질박하고 무거운 발차기와 손기술을 되살리고 전통적인 단련 중심의 수련 체계로 돌아감으로써 실전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또한 하나의 길이며, 많은 원로 사범들의 도움을 통해 쉽게 하나의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기 태권도, 바꿔 말하면 가라테에서 이름만 바뀐 시절의 태권도로의 회귀에 불과할 가능성도 높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손기술을 보완하고 수련 체계의 균형을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과거 가라테에 가까운 형태로 돌아가버리는 오류는 경계해야할 것이다. 실제로 많은 '무도태권'을 주장하며 수련하는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지난 40여년 간 태권도가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걸어온 길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다시 가라테의 아류에 불과한 태권도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지난 40여년 간의 역사 동안 태권도의 특장점이자 정체성 그 자체로서 발차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봄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과거, 무토 시절에 영화 <반칙왕>에 관련해 쓴 기사가 있었다. 주인공(송강호 분)이 친구인 태권도 사범에게 헤드락에게 걸렸을 때의 대응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태권도 사범은 "우리 태권도는 헤드락 같은 거 안 걸리지. 잡으러 오기 전에 빵~ 하고 차버리거든." 이라고 대답한다. 그래도 일단 잡혔다고 치면 어쩔 거냐는 질문에 "그럼 이렇게 발로 차서~" 라며 발차기를 고집하는 대답을 하자 주인공은 실망한다. 아마도 대다수의 관중들 또한 주인공에 공감하며 웃었겠지만, 사실 그것이 태권도인으로서는 정답이자 추구해야할 진정한 방향이 아닐까 한다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다시 말해 지금의 태권도가 가야할 길은 '발차기'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무도로서의 실전성을 갖추는 새로운 작업이다. 즉, '발차기'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무도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예컨대, 흔히 실전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540도 돌아차기 같은 경우도 실제 대치상황에서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상대가 직선적으로 움직이면서 방어를 주로 백스텝과 스웨이아웃에 의존하는 타입이라면, 처음 1회전을 속임으로 주고 상대가 물러나는 것을 쫓아들어가며 차는 것이다. 더 나아가 상대가 사이드스텝을 밟거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중단 돌려차기와 앞차기 등으로 움직임을 제어하고, 일부러 약간 짧게 상단 발차기나 펀치를 뻗어주거나 밀어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상대가 백스텝과 스웨이아웃을 쓰게 만든 후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하려고 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발차기의 정확성과 위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단련 방식, 발차기와 주먹 혹은 유술기를 자연스럽게 연동시킬 수 있는 컴비네이션 패턴과 몸다루기 요령 등을 개발하고 그것을 충분히 숙달시킬 수 있도록 수련의 강도를 높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로써 발차기만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무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반칙왕>의 태권도 사범처럼 자기가 수련해온 발차기라는 특기를 믿고 그것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발차기를 주축으로 하는 수련 체계를 가진 무술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랬을 때 다른 기술의 흡수 또한 주체성을 가지고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태권도를 수련하는 수련생, 그리고 지도자가 함께 해야할 몫이리라.


참고 링크

반칙왕의 교훈 (1)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2297
반칙왕의 교훈 (2)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2330
태권도 호신술 정체성 찾아야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2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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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이어 이번 글도 영화 얘기입니다. 그리고 아마 다음 글도... 그 쪽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_-a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네요. ㅎㅎ 이번 글에서 언급할 영화는 일본 영화 '하이킥걸'입니다. 이미 트레일러무비를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1차 트레일러무비는 일종의 티저 광고 형식으로 가라테 도복을 입은 남자를 하이킥 한방으로 쓰러뜨리는 여고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짧은 영상이었죠. 

저 역시 그냥 뭐 그저그런 일본 활극영화의 광고겠거니 했는데(작년에 개봉했던 '소림소녀'가 영 시원찮았던 탓에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있고), 최근에 공개된 2차 트레일러무비를 보고 흥미가 급상승했습니다.


일단 2차 트레일러무비에서 반가운 얼굴을 둘 발견했는데요. 최근 활동이 뜸했던 와타나베 히사에와 코바야시 유카입니다. 여기서 이미 '오옷!'하며 반가워하시는 분이 있다면 꽤 마니악한 분들이실테고 ^^ '걔네가 뭐하는 애들인데?' 하실 더 많은 분들을 위해 잠깐 2명을 소개하겠습니다.

와타나베 히사에는 원래 킥복서로서 태국 왕실무에타이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다가, 2002년 스맥걸을 통해 종합격투기로 전향합니다. 츠지 유카, 후지이 메구미, 시나시 사토코 등과 같은 그래플러계 파이터가 많았던 당시 일본여자MMA에서 타격, 그것도 시원시원한 킥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스타일 덕분에 '격투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판크라스 아테나 등에서 활약하다가 DEEP으로 무대를 옮기는데요. 데뷔전에서 곧장 당시 챔피언이자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던 시나시 사토코를 KO시키며 DEEP 여자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햄토리' 함서희의 MMA 데뷔전 상대로 나섰다가 혼쭐이 난 후 활동이 뜸해지며 시나시 사토코와 비슷한 처지가 되기도 했죠. (물론 이는 와타나베 히사에 개인적인 부진이 문제라기보다는 DEEP이라는 단체가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점차 여성 매치를 소홀히 한 데서 원인을 찾는 것이 더 타당하겠지만요.)

코바야시 유카는 일명 '가라테아이돌'로 불리는 여자 공수가입니다. 이제는 여대생입니다만, 한창 이름을 알리던 시절인 2~3년 전에는 현역 여고생이면서 150cm의 단신에 전일본대회 우승, 세계대회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실력에 귀여운 외모까지 더해져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더랬습니다. 당시 트레이드카드 세트라든지, 고바야시 유카의 일상을 담은 DVD, 화보집 같은 상품들도 쏟아져 나왔었죠. 국내에서도 풀컨택트 가라테 수련생들을 중심으로 은근히 알려진 얼굴입니다. 다만 극진 출신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극진의 분파라 할 수 있는 아시하라회관 니시야마도장 소속입니다. (아시하라회관은 최영의 총재의 초기 제자 중 한 명인 아시하라 히데유키가 창설한 단체로 '사바키'라는 움직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바야시 유카 또한 대부분의 일본 여성격투가들이 그렇듯이 스맥걸을 통해 일반 격투기 팬들에게까지 이름을 알렸습니다만, 현재는 스맥걸 자체가 부진한 상황이다 보니 자연히 활동이 적어졌죠. 그러지 않아도 요즘은 뭐하고 지내나 궁금하던 차였는데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게 됐으니 참 반가운 일입니다.




이밖에도 이 영화에는 현역 격투가 혹은 격투기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 상당수 등장합니다. 일단 주인공인 타케다 리나 본인부터가 현역 공수가입니다. 현재 여고생이니 어찌 보면 코바야시 유카의 뒤를 잇는 여고생 가라테아이돌의 탄생이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군요. 류큐소림류 가라테를 수련하고 있는 타케다 리나는 전일본방구공수대회(전통가라테의 슨도메룰과 비슷하지만, 보호구를 착용하고 어느 정도의 직접 가격을 허용하는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주특기도 하이킥(상단돌려차기)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감독 니시 후유히코가 2007년에 제작했던 독립영화 '쿠로오비(黑帶)'에서 주인공을 맡아 정통 공수도의 풍격을 아낌 없이 선보였던 일본공수협회 총본부사범 나카 타츠야, 명무관 강유류가라테 관장 야기 아키히토 등도 출연하네요. '쿠로오비'는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만, 당시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들이 일체의 와이어도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 치고 차는 액션을 선보인다는 이번 영화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쿠로오비'의 트레일러무비, 하이라이트, 메이킹필름 등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보실 수 있으니 확인해보시길. ^^)
'하이킥걸'의 주인공 타케다 리나. 실제 17세 여고생으로 감독의 눈에 띄어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 데뷔. 
무술 실력은 증명되었으나 연기력 등의 검증은 미지수. 장래 일본을 대표하는 액션배우가 될 수 있을까?

감독 니시 후유히코는 원래 영화 수입배급회사에서 일하다가 2007년 영화 '쿠로오비'를 통해 제작자로 나섰고, 2008년에는 유명여배우인 시바사키 코우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주성치를 제작에 참여시켜 메이저급 영화 '소림소녀'를 제작한 액션, 그것도 무술액션영화만을 고집하는 인물입니다. 독립단편영화에서 메이저상업영화라는 극과 극에 가까운 2편의 영화 제작 경험을 통해 그가 짜낼 수 있었던 나름 최선의 조합이 이번 영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숙련된 실제 격투가들이 보여주는 실감 액션에 귀여운 여고생이 주인공이라는 마케팅 포인트(^^;)가 어디까지 통할지 한번 지켜보고 싶군요. 일본에서는 이미 1차 시사회를 마쳤고 개봉일이 5월 30일로 정해졌다고 하는데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될 지는 미지수인지라 DVD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
'하이킥걸'의 감독 니시 후유히코. '쿠로오비'를 봤던 분들이라면 '어?!'하실지도.
그렇다, '쿠로오비'에서 타이칸과 대결하는 검은도복 사범으로 나왔던 바로 그 아저씨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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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개인적인 일로 호주에 다녀왔던 적이 있습니다. 홍콩을 경유하는 비행기편이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WUSHU - the Young Generation'라는 영화였죠. 한자 제목은 '무술지소년행(武術之少年行)'이었고요. 홍금보가 우슈 선생으로 출연했고, 다섯명의 무술학교 학생들이 우슈 수련을 통해 겪는 우정과 성장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 중 한 명이 사귀는 여자친구로 태권도 선수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중국에서 태권도가 인기가 높다더니 역시나 싶더군요.)

중국 본토가 배경인지라 약간은 우리 80년대식 학원청춘물 같은 분위기에 크게 임팩트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스토리가 너무 억지스럽지도 않고 구성도 뭔가 얘기가 붕붕 건너뛰는 듯한 중국/홍콩영화 특유의 느낌이 덜한 영화라서 보기는 편했습니다. 무엇보다 근래 보기 드문 정통 중국무술 영화라는 점에서 참 반가웠고, 특히 주인공으로 나오는 젊은 친구들의 탄탄한 무술 실력이나 이젠 정말 백발이 성성한 데다 오뚜기 같은 몸매가 되어버린 홍금보가 여전히 날렵한 몸놀림을 선보이는데 감탄했었죠.

어쨌든 당시엔 그냥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때맞춰서 우슈 홍보 영화 정도로 만든 건가 생각하며 지나쳤는데요, 최근 우연히 이 영화를 소개한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 http://hkfilms.tistory.com/106 ) 성룡이 제작을 맡았고 두 젊은 주연 유봉초와 왕문걸이 성룡의 후계자를 찾는 경연대회 출신이라는군요. 오호~ 그런 영화였단 말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그 때 그 성룡 후계자를 뽑는다는 대회는 어찌 된 것인가 싶어 관련 내용을 좀 찾아봤습니다.


성룡의 후계자로 선발된 도성성(잭 투). 이렇게 보면 약간 권상우를 닮기도?


중국 베이징TV가 성룡의 후계자를 뽑는 리얼리티쇼를 만들기로 했었다는 뉴스가 나왔던 것이
2007년 2월, 어느새 2년 전의 이야기로군요. 그 때는 마침 'TUF'라든지 '컨텐더즈' 같은 격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유행을 시작한 때이기도 했고, 무려 10만명이나 오디션에 지원해 토픽감이 됐었죠. 
 이후 세계 각지의 후보자 128명(!)을 모아서 'The Disciple(후계자)'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 TV프로그램은 6월에 시작해 7월말까지 2개월 간 방영이 됐었고 최종우승자로는 도성성[涂圣成, Tu Sheng Cheng/ Jack Tu]이 선발됐다고 하는데요. 도성성은 6살 때부터 미국에서 유명한 중국무술 지도자인 아버지 밑에서 엄한 수련을 거쳐왔고, 'The Disciple'에서 우승하고서부터는 성룡과 함께 영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후 중국의 전통과 특히 도가 사상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하네요. (단순히 배우로서 출연하는 것만이 아니라 제작까지 배우는 모양입니다. 진정한 의미로의 '후계자'가 될 듯 하군요.)

성룡의 후계자를 뽑는다는 취지로 방영됐던 리얼리티TV쇼 'the Disciple'의 마지막 회
만리장성을 가로지르는 대규모 세트를 만들어 진행됐었다고

도성성이 미국의 중국무술 잡지 '쿵푸매거진
'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The Disciple' 쇼는 2007년 3월부터 약 2개월 간 출연자들을 중국 베이징 북부에 있는 숙소에 가둬놓고(!)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차단한 상황에서 하루 3~4시간만 재우면서 혹독한 영화 촬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와 액션 과제를 테스트했다고 하는데요. 가장 처음 과제는 베이징올림픽 수영장에 있는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그냥 뛰어내리는 것이었답니다. 이외에도 성룡이 자기 영화에서 보여줬던 각종 스턴트 연기 뿐 아니라 노래와 춤 등 다양한 과제를 해내야 했다고 하네요. (인터뷰 원문 
http://ezine.kungfumagazine.com/ezine/article.php?article=784 )

참고로 한 때 오언조(다니엘 우)라는 배우가 성룡의 후계자라고 알려지기도 했었는데요. 오언조가 영화 '야연' 개봉 당시 했던 인터뷰 내용의 일부만 전달되면서 잘못 알려진 듯 합니다. (성룡이 오언조를 발굴해 액션배우 후계자로 키우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소년지련'이라는 작품성 높은 동성애영화에 출연한 오언조의 연기를 보고 연기파 배우로 노선을 바꾸게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런 내용에 따르면 유봉초와 왕문걸이 성룡 후계자 경연대회 출신이라는 정보는 왠지 신빙성이 좀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 영화정보 사이트에서도 그저 '차세대 아시아 액션스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 출신이라고만 소개가 되어있네요. 하지만 애초에 베이징TV의 계획도 10명 정도의 신인을 발굴하는 것이었고, 다른 해외 뉴스에 따르면 성룡의 영화제작사인 JCE엔터테인먼트사가 도성성 이외에도 약 16명의 출연자들과 계약을 했다고 하니 거기에 포함된 인물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에도 두 사람이 무술대회 출신이라는 것만 소개하고 있을 뿐, 충분히 마케팅 포인트가 될만한데도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은 (무려 성룡이 제작을 맡았는데) 여전히 좀 꺼림칙한데요. 도성성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 시기에 'K-STAR'라는 비슷한 컨셉트의 또다른 TV쇼도 있었고 그 자신 또한 거기 출연했었다고 하니 당시에 그런 프로그램들이 꽤 유행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더불어 성룡 뿐 아니라 홍금보도 중국 본토에서 신인을 발굴하는 데 상당히 매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금보 주연의 영화 '우슈(무술지소년행)'
좌우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젊은이들이 'The Disciple' 출신으로 얘기되고 있는 유봉초와 왕문걸.
포스터는 좀 강하게 나왔지만 영화를 보면 둘 다 꽤 꽃돌이들이라는... ^^;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영화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홍콩영화 소개 블로그에서는 트레일러 무비의 내용 상 비록 홍금보가 '주연'이라고는 해도 얼굴마담 정도로 나오는 게 아닐까 라고 했지만 사실 영화에서 홍금보는 굉장히 비중있는 역할입니다. 살짝 스포일러를 하자면 -뭐, 지금까지 개봉 소식이 없고, 보기에 따라서는 꽤 심심한 내용이라 국내에서 개봉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 하니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ㅋ - 마지막 유괴범 일당과의 대결에서는 자신의 제자이기도 했던 악당 고수까지 쓰러뜨리니 충분히 주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막상 다섯명의 젊은(어린?) 주인공들은 실제 싸움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무술대회에서의 우승이나 무술배우로서의 활동 등으로 수련의 성과를 보일 뿐입니다. (애초에 악역 고수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만 ㅋ) 영화 초반에서도 '남과 싸우지 않고 어떻게 강함을 증명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힘과 정확함과 균형을 갖춘 보다 어려운 동작을 성공시켜 이전의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지막 대결에서 홍금보가 모든 싸움을 도맡는다는 것 또한 '싸움의 수단으로 무술을 배우는 것은 이제 옛 시대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p.s : 그나저나 도성성의 인터뷰를 보니 'The Disciple' 쇼가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고 싶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TV 등을 통해 방영하면 꽤 반응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 말이죠. ^^a 영화 '우슈'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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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조혜련이 일본의 한 TV방송에 출연해 '기미가요'에 박수를 쳤다는 사실이 논란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조혜련은 대본에 없던 일이었고, '기미가요'가 뭔지도 잘 몰랐던 상황에서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쳤을 뿐이라고 해명을 했는데요. 상당수의 여론은 사전에 국가독창이라는 멘트도 나왔고 사전 준비가 철저한 일본 방송 특성 상 일본 국가가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 없으며, 일본에서 방송 생활을 하고 일본어 교재까지 낸 조혜련이 일본 국가가 '기미가요'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의 노래인지 모를 수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기미가요가 왜 문제가 되는지는 여기서 또 설명하기보다는 여타 보도 내용이나 위키백과, 지식검색 등을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한편으로는 일본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개그우먼이 프로그램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나 상대 국가에 대한 예의 상 그 정도는 따라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 정도 얘기로는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듯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가 된 장면 이들이 모두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이유는 노래를 부른 가수가 리프트를 타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이런 비판적인 분위기가 고조되는 데에는 약간의 과장되거나 잘못 전달된 보도 내용도 한몫을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선 관련 뉴스들이 조혜련이 마치 기미가요를 부를 때 박수를 맞춰 친 듯한 뉘앙스를 풍기거나, 혹은 노래가 끝난 후 '기립박수'를 쳤다는 등의 표현으로 조혜련이 기미가요에 매우 적극적으로 성원한 것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방송은 대운동회 컨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이었고 따라서 모든 출연진이 애초부터 선 상태에서 노래를 들었고 박수도 서서 칠 수 밖에 없었죠. 노래가 나오는 동안 조혜련은 양손을 모은 채 서있을 뿐이었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의 박수도 기미가요에 대한 박수라기보다는 그저 그 노래 하나를 부르기 위해 찾아와준 가수의 수고에 대한 예의 정도로 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더구나 거기서 기미가요를 부른 야시로 아키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여성엔카가수일 뿐 아니라 화가로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사람입니다. 따라서 일본인 출연진들 역시 야시로 아키의 이름이 불리고 모습이 드러나자 대단한 사람이 왔다며 감탄사를 내뱉았죠. 그들의 박수 또한 전체적으로 이런 야시로 아키의 등장과 노래에 대한 박수라고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달랐을 테고 박수의 의미는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니, 일단 기미가요라는 노래의 상징성을 봤을 때 문제 제기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함께 출연했던 최홍만이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하면서 조혜련과 비교한 일부 뉴스는 명백한 오보였습니다. 비록 화면에 조혜련처럼 박수치는 모습이 정확하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노래가 끝난 후 최홍만임에 분명한(워낙에 키가 크다보니 싫어도 구분이 되는) 인물이 박수를 치는 뒷모습이 방송 화면에 잠깐 보입니다. 뉴스들이 인용하고 있는 캡처 화면(최홍만이 무표정하게 서있는)은 아직 노래를 듣고 있을 때의 모습이고요. 아마도 처음 그 내용을 소개했던 일부 게시판이나 블로그의 내용을 참고해서 뉴스를 작성하다 보니 그런 오류가 나온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렇다고 제가 최홍만도 나쁜 놈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다만 잘못된 보도 내용에 대해서 일단 짚고 넘어가보자는 것일 뿐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조혜련이나 최홍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미가요가 어떤 노래인지 모르느냐, 왜 거기에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느냐고 하지만 미리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혹은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긴장 상황이 닥쳤을 때 그에 대해 냉정하고 철저히 이성적으로 대응하기란 참 힘듭니다. 예컨대 미리 답변을 준비해간 면접 자리에서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 답변을 내뱉게 된다거나, 선배나 직장 상사 또는 웃어른이 틀린 말을 하더라도 분위기 상 그냥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간 경험들은 다들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라면 소위 말하는 '영업용 미소'나 '예의상 박수'는 자신의 본심과 관계 없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들이죠.

야시로 아키의 기미가요 독창이 끝나고 박수치는 출연진들의 뒷모습, 최홍만은 어디에 있을까~요?

실제로 저도 이번 케이스와 매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본인 관계자들과 노래방에 가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가 마무리 곡으로 갑자기 옛날 졸업식 노래를 다 함께 부르자는 겁니다. (우리가 노래방 나갈 때 '다음에 또 만나요' 부르듯이 -_-)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의 졸업식 노래는 우리처럼 딱 정해진 노래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불렸던 2가지 노래가 있었는데, 둘 다 내용 상 문제가 있다고 해서 불리지 않게 되고 매년 각 학교마다 투표를 통해 인기 있는 졸업식 노래를 정하는 것이 관례가 됐죠.

특히 그 불리지 않게 된 두가지 노래 중 하나인 '반딧불빛(蛍の光, 호타루노히카리)'은 제국주의 사상이 반영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노래입니다. 우리에게도 '석별의 정'으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에 일본어 가사를 붙인 이 곡은 1, 2절까지는 '형설지공'의 고사나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큰 문제가 없으나 3, 4절에서는 영토 확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실제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시절 점령지 변화에 따라 가사가 바뀌는 등 적나라한 제국주의적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는 일본 내에서도 3, 4절은 불리지 않고 있습니다만 1, 2절은 홍백가합전의 마무리 노래 등으로 여전히 많이 불리고 있죠.

또 하나의 노래 '우러러보니 드높아라(仰げば尊し, 아오게바토우토시)' 또한 작자 미상의 스코틀랜드 민요의 개사곡입니다. 이 노래는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가사로서 사실 '기미가요'나 '반딧불빛'처럼 내용상 드러나는 문제는 없습니다만, 전후 일본의 독특한 사정에 의해 기피곡이 된 경우입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래 '스승에 대한 존경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1960년대 말에 이르러는 일본 내에서 학생운동 등으로 구체제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부르지 않게 된 것이죠. 이 때문에 좋은 곡이 지나친 정치적 이념 때문에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동무'란 말이 반공주의의 영향으로 기피어가 된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당시 저는 혹시 '반딧불빛'이라도 부르자면 어쩌나 하고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 자리에서 불렀던 노래는 '우러러보니 드높아라' 여서 한숨 돌렸지만요. ^^;; 하지만 일단 안심하고 있으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은 계속 들더군요. 사실 일본의 졸업식 노래에 그런 사연이 있다는 것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지만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이 노래도 뭔가 구린 것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그걸 그 자리에서 노래 끊고 물어볼 수도 없고... 애매하다고 거기서 분위기를 안 맞출 수도 없고...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복잡한 심경이었으니까요. 일본인들 사이의 정서에서라면 그런 상대가 곤란해할 상황을 만들어내다니 '민폐(迷惑. 메이와쿠)'였다거나 '실례(失礼, 시츠레이)'였다며 유난을 떨 수도 있을 상황이었죠.

기미가요를 부르는 동안 멍하니 서있는 조혜련과 최홍만, 왠지 복잡한 표정으로 보이는 건 나뿐일까?


마찬가지로 이번 기미가요 건도 한국인이나 중국계 출연진이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기미가요를 충분한 상황 예고 없이 내보낸 일본 제작진의 무신경한 마인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익 음모론도 제시됩니다만, 그보다는 제작진이 기미가요와 외국계 출연진의 관계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거나, 의식했다 하더라도 그저 일본 프로그램인데 뭐 라는 식으로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물론 그것을 본 일본우익은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오버센스죠.)
 
그리고 그로 인해 조혜련이나 최홍만, 그리고 나아가서는 한국 국민들에게 결과적으로 심적 불편과 불이익을 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 정서에서도 출연자에게 매우 폐를 끼친 일이 되므로 일본 방송사 측에 항의를 하거나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조혜련, 최홍만 당사자들이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 당당히 조치를 취한다면 좋겠습니다. (조혜련의 경우 이전 한국 비하 발언 논란이 있은 후 일본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한일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은 피해달라고 요청을 했던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 또 벌어졌다는 것은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할 부분이겠죠.) 실수는 실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수습하고 이후 상황을 개선하려 하는가는 그야말로 본인들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가 달라지는 문제니까요. 네티즌 여러분들도 조혜련이나 최홍만의 행동을 나무라는 것도 좋지만, 이런 항의 활동에 힘을 모아주시는 편이 앞으로 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질 수 있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일본에 진출해있거나 활동을 꾀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인들 또한 이처럼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겪을 수 있는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닥치면 대처하기 곤란한 일들이 수두룩합니다. 특히 상징적 표현이 많은 일본 문화와 전범국가로서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복잡미묘한 행동이나 현상들이 일본 내에는 너무나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준비를 한다고 해도 충분히 문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해프닝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은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모르고 있던, 혹은 현실적으로 직시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체감하면서 문제 의식을 갖고 앞으로 그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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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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