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압'은 설득 또는 저항에 의해 쉽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나 명백히 위험한 상황, 또는 탈출을 위해 시도했던 1차 저항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단계입니다. 즉, 내가 안전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를 공격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죠.

명심해야 할 것은 제압 단계에 들어서면 아주 운좋게 상대가 나보다 정말 약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물리적인 충돌에 의해 자신도 다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각오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첫 공격의 성공률을 높여서 상대가 저항하기 힘들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일단 제압 단계에 들어가면 상대가 나를 공격할 수 없는 상태 또는 내가 애초에 염두에 뒀던 탈출이 가능한 상황이 될 때까지 확실하고 강력한 공격을 연속적으로 구사해야 합니다.


제압 단계를 보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호신용품,  또는 호신용품이 아니더라도 무기로 쓸 수 있을 만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위험신호를 느꼈을 때, 혹은 위험할 수 있는 상황(늦은 밤 귀갓길 골목 등)에 들어서기 전에 미리 페퍼스프레이 등의 호신용품을 미리 꺼내든다든지 하는 것처럼 미리 대비하고 있으면 유사시에 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겠죠.

혹여 미리 준비를 못했다면 설득 및 저항 단계에서 상대의 주의를 돌리면서 호신용품을 꺼내거나, 사용할 수 있을만한 주변의 물건들(쓰레기봉투, 버려진 단단한 물건들, 돌이나 모래 등)을 빨리 찾아내서 확보해야만 합니다.

이상의 자기방어실행 단계는 지난 회에 얘기했다시피 남녀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언제나 자기 몸의 안전, 그리고 목표하는 바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호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우산 등 호신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변 사물은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런 자기방어수단을 이해하고 익히는데 있어서 의외로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어차피 여자는 남자를 이기지 못해."라는 선입견인데요. 심지어 성폭력의 위험이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여성들조차도 상당수는 같은 이유로 호신술 등 성폭력에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배우려는 시도조차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선입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잠시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전, 어린 시절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봅시다. 어린 시절 여자 아이들은 또래 남자 아이들보다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활동적입니다. 당연히 자기 힘이 약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곧잘 동네나 학급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여자 아이들도 많지요.

그런데 성장해가면서 어느 순간 남자 아이들이 자기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지는 것을 느끼면서 여자 아이는 남자와 함께 몸을 쓰거나 힘을 겨루는 것에 소극적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남자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되죠.

이것은 사회적으로 '여성스러움'을 교육받으면서 더 심해집니다. '얌전하고 다소곳한' 언행과 '외모를 가꾸는 것'이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주입되면서, 몸을 활동적으로 움직일 기회 자체가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운동을 해도 야외보다는 실내스포츠를, 또 체력을 기르는 것보다는 외모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되는 종목들이 강조됩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잣대를 들이대죠. (물론 이런 정해진 성역할의 강요는 남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벌어집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당당히 맞서 싸우는 법', '몸을 사용하고 힘을 쓰는 법'을 잊게 됩니다. 그러면서 쓰지 않는 몸은 약해지게 되고, 이런 악순환을 통해 '역시 여자는 약해'라는 결론은 점점 힘을 얻게 됩니다. 

이상화 선수의 웨이트 훈련 모습


그러나 모든 여성이 모든 남성에 비해 신체적 열세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계속해서 신체 활동을 지속해 온 스포츠 선수들의 근력을 조사해보면, 동체급의 1류급 여성 선수와 남성 선수의 근력이 상완(어깨나 팔)의 힘을 제외하고 등/허리나 하체의 힘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잘 아는 스피드스케이터 이상화 선수는 키 164cm 몸무게 65kg의 신체조건으로 스쿼트170kg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화 선수 뿐 아니라 세계 레벨의 여자선수들이 대부분 140kg 정도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밖에 피겨스케이터인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 또한 그런 가녀리고 여성스러운 체격에도 100kg의 스쿼트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어느 정도 꾸준히 하지 않은 이상 100kg의 스쿼트는 쉽지 않습니다. 이는 곧 충분한 운동과 훈련 과정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남성에게 뒤지지 않는 신체 부위의 힘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면 여성이 결코 남성보다 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런 성역할을 강요하는 교육이 많이 완화되면서 활동적이고 힘을 쓰는 것에 적극적인 여학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미국 중고등학교의 주된 체육활동 중 하나인 포크레슬링의 경우 체급만 맞으면 남녀 구분 없이 경기가 치러지는데 여자 선수가 동체급 남학생들을 차례로 꺾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지도 경험이나, 다수의 무술 격투기 지도자들의 경험담을 들어봐도 여성 수련자들은 처음 입문 단계에서 '할 수 있을까'하고 망설이지만 일단 그 단계를 넘어서면 의외로 더 강한 흥미와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바뀌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것이 격투기 자체의 짜릿함에 푹 빠져들어 선수가 된 경우도 무척 많지요. 얼마 전 복싱 서울신인전에서 우승한 탤런트 이시영이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이동기 위원이 지도하는 부산시국민체육센터 '격투기다이어트호신술' 수련 모습



당신은 약하지 않습니다. 다만 '싸우는 법'을 잊고 있을 뿐입니다.



武Zine과 공도KOREA는 여성호신술에 대한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이라는 새로운 성폭력 예방/퇴치 및 여성호신술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지난 여름 제작해 9월에 공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어플인 '올댓호신술'은 지금까지 6천7백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 사보 연재, 지역 사회체육센터 및 각종 대학과 단체 대상의 여성호신술 특강도 활발히 추진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수련문의
서울 : 공도KOREA 중앙도장 cafe.daum.net/daidojuku (성북구 한성대학교 중문 앞, 070-7536-7134)
부산 : 부산시국민체육센터 '격투기다이어트&호신술' 강좌 (서구 서대신동3가, 051-243-5959, 월수금 오후2시/9시)

티스토어 '올댓호신술' 
http://j.mp/dvXi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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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