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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지인 중 한 사람(편의상 C양이라고 칭하겠습니다)이 여대생 시절 등교 버스 안에서 겪은 일입니다. 자리에 앉은 김에 모자란 아침 잠을 보충하느라 눈을 감고 있는데, 옆자리에 누가 앉더랍니다. 슬쩍 눈을 떠보니 빈 자리도 많은데 웬 사내가 굳이 옆에 앉는 것이 영 수상쩍기 짝이 없었죠. 아니나 다를까, 몇 분이 지나자 팔짱을 끼고 자는 척 하던 이 놈의 손이 슬그머니 C양의 가슴을 건드리기 시작하더랍니다.

여기서 C양은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선 이런 일도 곧잘 겪게 되죠?



지난 글에서 성폭력에 대한 자기 방어의 첫 단계로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믿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드렸습니다. 일단 이렇게 위험신호를 감지한 후 상대의 성폭력과 대치했을 때 호신술 또는 자기방어를 실천하고 위기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략을 택할 수 있는데요. 크게 [설득 또는 저항 - 탈출 - 제압]이라는 단계별로 진행되며, 각 단계로 필요한 전술 또는 기술이 달라집니다.


가장 먼저 설득 단계에서는 물리력인 저항 없이 대화 또는 충격 화법, 경고 등을 이용해 상대가 스스로 가해를 중지하도록 설득 또는 교섭해서 상황을 종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로 상대가 이미 이 쪽의 위험신호 감지 및 확인에 의해서나 스스로의 죄책감 등으로 이미 어느 정도 마음 속으로 범죄를 포기할 의사가 있을 때, 혹은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폭력 상황 등에서 유효한데요. 

지난 번에 설명드렸던 '쏘아보기'나 '소리지르기' 등도 사실 상 이 설득 단계에 해당하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상대가 매우 흥분한 상태이거나 물리적인 공격을 시도하려고 할 때, 말을 걸어서 일단 행동을 멈추게 하거나 감정에 호소하여 동정심을 일으키는 등의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머리의 사례에서 C양은 이와 같은 설득 단계의 테크닉을 아주 잘 활용했습니다. C양은 휴대폰을 꺼내들고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응, 나야. 나 지금 학교 가는 버스 안인데, 웬 변태 삐리리 자식이 옆에 앉아서 가슴을 만진다? 웃기지 않냐? 어~, 생긴 것도 웃기게 생겨가지고.. 뭐 할 짓이 없어서, 야야, 얼굴 빨개졌다. 창피한 줄은 아나 보지? 그러게 창피한 짓을 왜 해?"

C양은 친구와 함께 그런 놈을 가만히 놔두냐, 그런 놈은 뭐를 어찌해서 저찌해야 한다는 등 마치 다른 사람 얘기하듯 실컷 욕을 해댔습니다. 당연히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C양과 옆 자리의 남자에게 집중됐고요. 여자들의 수다는 끝이 없죠. 남자는 결국 얼굴이 벌개진 채 다음 정류장에서 허둥지둥 내려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 사례는 지난 글에서 설명드렸던 '범죄를 들키고 싶지 않은 심리'를 역으로 잘 이용한 케이스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사례처럼 설득 단계에서 상황을 완벽하게 종결시키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같은 방법이라도 상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경찰에도 유괴, 납치, 자살 시도, 테러 등 범죄를 상대하는 전문교섭가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이 방법은 때때로 아주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해와 화술을 갖추고 있어야만 유효할 수도 있습니다. 또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이고 점진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계는 반드시 거쳐야하며 분명히 유효합니다. 예컨대 직장, 학교 혹은 어떤 집단이나 관계 속에서의 권력 구조에 기댄 성희롱이나 추행과 같은 형태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물리적 저항을 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일시적인 저항이나 탈출은 근본적인 해결책도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지속될 수 있는 폭력을 멈추기 위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심으로든 강제적으로든 성폭력의 행사를 멈춰야겠다고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합의점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밤길에서 낯선 이의 습격이나 보다 직접적이며 물리적인 성폭력(강간, 폭행, 강도 등) 위기에 처했을 경우에도 설득 단계를 통해 시간을 끌면서 다음 단계인 탈출 또는 저항이나 제압을 위한 상황 관찰을 할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며, 상대의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안심시켜 빈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또 , 즉각적인 저항이나 제압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다시 상황을 추스리기 위한 방편으로도 유효하지요.


'소리 지르며 밀어내기'는 ASAP의 가장 기본적인 방어기술


사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말보다는 손발이 먼저 나가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불시의 물리적 습격에 대해 소리를 지르면서 상대를 밀어낸다거나, 몸이나 옷, 가방 등을 잡혔을 땐 그것을 풀어내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일단 최소한의 대응 거리를 만드는 것을 '저항', 그리고 심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 안전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탈출'이라고 칭하기로 하겠습니다.

'탈출'은 ASAP 호신술의 자기방어 실천 3단계에 해당하며, 특히 상대가 흉기를 가지고 있을 때나 상대가 여러 명일 때, 혹은 상대와 물리적으로 대치해서 제압할 자신이 스스로에게 없을 때 등 그 상황을 오래 끌 수록 명백하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는 무조건 이 단계를 우선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도망가는 것'이죠.

이 단계에서 가장 주의해야할 점은 탈출을 위해서 '설득'이나 '저항' 등을 통해 빈틈을 만들거나 이미 빈틈이 보였다면 망설임 없이 최대한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항'을 해야할 경우라면 즉각적이고 기습적인 공격으로 확실하게 탈출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단계를 설명할 때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도망가기보다는 확실하게 제압을 해서 혼쭐을 내주고 싶다, 이런 단계를 설정한 것은 결국 여성이 남성보다 약하다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남자라 해도 가능한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자기 심신의 보전을 우선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물리적 충돌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위험 부담 또한 높입니다. 따라서 억지로 상대를 제압하려다가 상대의 반격에 의해 다칠 수도 있고, 쓸데없이 시간을 끌다가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탈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분노에 지나치게 휩쓸리다 보면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더 큰 후회를 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탈출은 비겁하거나 약한 선택이 아닌, 호신이라는 관점에서는 가장 현명하고 적절한 전술적 판단입니다. 


물론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는 반드시 상대를 제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단계인 '제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武Zine과 공도KOREA는 여성호신술에 대한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이라는 새로운 성폭력 예방/퇴치 및 여성호신술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지난 여름 제작해 9월에 공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어플인 '올댓호신술'은 지금까지 6천7백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 사보 연재, 지역 사회체육센터 및 각종 대학과 단체 대상의 여성호신술 특강도 활발히 추진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수련문의
서울 : 공도KOREA 중앙도장 cafe.daum.net/daidojuku (성북구 한성대학교 중문 앞, 070-7536-7134)
부산 : 부산시국민체육센터 '격투기다이어트&호신술' 강좌 (서구 서대신동3가, 051-243-5959, 월수금 오후2시/9시)

티스토어 '올댓호신술' 
http://j.mp/dvXi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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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무술이나 격투기는 남성의 영역이었습니다. 물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자 무사의 존재도 심심찮게 존재했습니다만, 그 아래에는 남성의 것을 하는 여성이라는 의미에서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히 깔려있죠. 이런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며 여성 무도가나 격투가의 존재도 그다지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는 각 무도 종목이 특정계층만을 상대로 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체육'으로서 변화해온 것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로는 실질적으로 좀 더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성을 새로운 소비자로 맞아들이기 위한 무술격투계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른 바 '다이어트'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피트니스적인 효과이고, 또 하나는 보다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여성호신술'로의 활용성입니다. 여성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또 그로 인해 자신을 아름답게 가꿀 수도 있다는 것이죠. 더구나 이런 여성호신술은 힘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으며, 손쉽게 상대를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막상 일반 여성들에게 호신술을 배우길 추천하면 십중팔구는 "그거 배워도 (나는) 못 쓸 것 같다."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또, 현장에서 여성호신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지도자에게 물어봐도 "실제로는 쓰기도 힘들고 위험하다. 그냥 도망가는 게 최선이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인지 세간에는 보다 쉽고 효과적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호신술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우선은 일반적으로 자주 보여지는 호신술 시범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여성호신술 시범은 대개 남성 한둘이 여성 시연자에게 접근하고, 이 때 여성은 몇 번 약한 척(?)을 하다가 호신술을 사용해 상대를 제압합니다. 이 때 사용되는 기술은 대부분 유도나 합기도식의 메치기와 꺾기, 태권도식의 고난도 발차기가 주를 이루고, 때로 하이라이트는 프로레슬링식의 아크로바틱한 공중살법까지 선보이기도 하죠. 물론 이 기술들은 좋은 호신술입니다. (프로레슬링 공중살법은 일단 논외로 하고 ^^;;) 하지만 '여성'호신술로 어떤가 하면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여성은 학교 체육과 취미 활동 이상의 운동 경험, 즉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쓰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위에서 언급한 화려한 기술 시연은 여성들로 하여금 '정말 여자들도 적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저런 걸 어떻게 해?'라고 오히려 포기하게 하거나 '저런 게 가능해?'하고 부정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더구나 이런 시범은 대부분 약속대련의 형태로 행해지기 때문에 기술을 받아주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실 여성 시연자가 남자 2명을 한꺼번에 던져버리는 2인처리술이나 발차기 모션 한 번에 과장된 낙법으로 몸을 날리며 쓰러지는 남성을 보면, 대개 '저게 실제로 가능할 리가 없잖아'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죠. 더구나 실제로도 그런 기술이 가능한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많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시범이 이런 '연출'을 가미하는 데에는 그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따로 하도록 하죠.) 그러나 일단 여성호신술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실제로 호신술을 원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기술, 즉 "아,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범 기술들은 그런 대입이 어려운 까닭에 오히려 호신술의 실전성에 대한 의심을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호신술의 상황 설정이나 기술 형태, 훈련 방법 등의 비현실성에서 비롯됩니다. 쉬운 예로 국내에 알려진 상당수의 호신술은 첫 단계로 남성이 여성의 손목을 잡는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남성은 손목을 잡은 채 멀뚱히 서있거나, 단순히 손에 힘만 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주 익숙한, 전통적인 합기도 방식의 손목수 연습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을 추행하거나 강제로 끌고 가려는 남성이라면 손목이 아닌 손 자체를 잡는 경우도 많고 (여러 손가락을 통째로 혹은 깍지낀 채로 잡히면 합기도식의 술기를 사용하기가 무척 어려워집니다), 가만히 잡고 있기보다는 이리저리 끌고 가려고 하거나 다른 손으로 여러가지 행위를 시도할 것입니다. 호신술을 실제 상황에서 쓰기 힘들었다고 하는 경험담을 들어봐도 이와 같은 '예상 외' 혹은 '경험 외'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찌 해야할 바를 몰랐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지나치게 많은 경우의 수에 일일이 다른 기술로 대응하도록 하거나, 또 한 가지 상황에 지나치게 많은 경우의 수를 가르치는 방법 또한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남성이 돌려차기를 할 때 방족술을 사용하는 등 실제로 여성의 입장에서는 경험할 확률이 낮은 상황과 기술을 의례껏 가르치는 사례도 많고요.

그런가 하면 일상적으로 여성이 남성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경우, 이를테면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 내에서 은근슬쩍 벌어지는 성추행이나 직장 상사에 의한 성희롱 등은 여성 입장에서 매우 분통 터지고 답답한 일이지만 거기서 사람의 팔을 비틀어 꺾거나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때려눕혀서 해결할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이럴 땐 보다 이성적이고 사회적인 대응 방법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대개의 무술/격투기를 바탕으로 한 여성호신술 프로그램에서는 기존의 '격투적 관점'과 자기 유파의 기술 체계에서만 상황에 접근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자칫 과잉방위나 오상방위 등으로 법적책임을 거꾸로 지게 될 수도 있는 방법을 '정당방위'라는 명분 아래 무책임하게 가르치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고요.

'올댓호신술' 어플 실기 촬영 중. 100회 분량의 성폭력 상황에 대한 대응법을
격투기 경험이 전무한 여성 모델에게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전수하면서
하루 만에 촬영을 마쳤을 정도로 ASAP 여성호신술 시스템은 효과적이다.

이런 오류들이 반복되면서 여성호신술은 언젠가부터 단순한 '도장 홍보용 문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이죠. 따라서 제대로 된 여성호신술의 보급을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여성의 입장을 고려한 상황 설정과 실제로 실행 가능한 기술 및 훈련 체계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武Zine과 공도KOREA는 이와 같은 여성호신술에 대한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이라는 새로운 성폭력 예방/퇴치 및 여성호신술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지난 여름 제작해 9월에 공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어플인 '올댓호신술'은 지금까지 6천5백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다운로드 링크 http://j.mp/dvXi5x  ) 또 기업 사보 연재, 지역 사회체육센터 및 각종 대학과 단체 대상의 여성호신술 특강도 활발히 추진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 연재를 통해서도 ASAP만의 현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여성호신술을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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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블로그의 도대체님께서 쓰신 '전기충격기의 역습'( http://0jin0.com/1610 )을 보고 오랜만에 여성 호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최근 강호순 사건 등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호신용품의 판매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보통 구조요청용 호루라기에서 기껏해야 경보기 정도나 구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페퍼스프레이(흔히 말하는 가스총을 포함해)나 전기충격기도 경찰 허가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여성들을 위한 미려한 색상이나 디자인도 많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구하기 쉬워진 호신용품을 막상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하는지(단순한 제품 사용법 뿐 아니라 일종의 활용지침이나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알려져있지 않고, 따라서 실제로 호신용품을 가지고 다니는 분들도 제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아무리 막강한 위력의 호신용품이라 하더라도 막상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써먹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요즘 나오는 여성용 휴대전기충격기, 나름 디자인에 신경쓴... ^^a


도대체님의 케이스가 바로 
여성 분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며 또한 가장 치명적인 실수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로 '필요할 때 꺼내면 되니까' 핸드백 안에 다른 물건들과 함께 마구 뒤섞어놓은 채 방치해두는 경우입니다. 본인도 말씀하시다시피 이렇게 되면 막상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기가 어렵겠죠. 특히 많은 여성들이 수납공간이 잘 구분되거나 주머니가 많이 달린 가방보다는 그냥 통째로 이것저것 담을 수 있는 형태를 선호하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비단 전기충격기 뿐 아니라 어떤 것이든 호신용품 활용의 절대적인 제1원칙은 '필요할 때 손 안에 있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호신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는 행위'이며, 위기 상황이란 본인이 일부러 위험을 찾아서 몸을 던지지 않는 이상은 대비할 수 있는 여유 없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입니다. 상황이 닥치고 나서 무언가를 꺼내서 대응하려고 하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마음의 준비가 없다면 대응하기는 커녕 당황해서 그냥 닥치는대로 당하고 말 확률도 높습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호신용품을 늘 손에 쥐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지하철 안이라든지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 등에서 전기충격기 같은 눈에 띄는 호신용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오히려 타인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왠지 오버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때에는 안경케이스나 주머니 등 손에 잡히기 쉬운 수납공간에 따로 넣어두셨다가 조금이라도 인적이 드문 곳이나 불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할 때 바로 꺼내서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호신용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또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려는 상대에게 '건드리면 죽어!'라는 포스를 뿜어주는 원천봉쇄 차원에서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의 성범죄자들은 여성의 미모보다는 경계가 허술하고 저항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즉 만만해보이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고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여성의 핸드백 속을 재미있게 표현한 토이북 <My Granny's Purse>
메모지, 사진, 빗, 거울, 안경, 알약 등등... 뭐가 이리 뒤죽박죽인지 -_-a (사진출처_ 알라딘)



또 한가지 호신용품 사용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할 점은
'도망갈 수 있는, 혹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쓰라'는 것입니다. 사실 흔히 영화나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호신용품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만약 상대가 의도적이며 숙련된(?) 폭력 행사자일 경우 이쪽이 호신용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상대에게 뺏겨버려 오히려 나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전기충격기는 여러 모로 여성이 호신을 위해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제품입니다. 우선 앞서 언급한대로 꺼내들고 다니기에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상대에게 대비할 여지를 줄 확률이 크며, 사전에 그 위력이나 사용 범위를 미리 시험해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화 등을 보고 전기충격기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시는 것 중 하나가 갖다대기만 해도 사람이 쓰러진다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실제로는 3초 이상 지속적으로 피부에 접촉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하죠. 바로 상대와 매우 가까이 접근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상대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을 경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힘이나 신체 능력에서 열세일 확률이 높은 여성 입장에서는 오히려 상대에게 불필요한 자극만 주고 무기를 뺏길 수 있어 매우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도 시중에서 저가에 허가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경찰 등이 특수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에 비하면 전압이 낮아서 사용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이 사지를 벌벌 떨면서 기절하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사실 전기충격기보다는 페퍼스프레이(가스건 형태보다는 스틱 형태)가 여성이 사용하기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30~40회 이상의 연속 사용이 가능해 대략적인 조준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고(제대로 맞았을 경우 눈물 콧물에 침까지 줄줄 흐르고 호흡이 곤란한 괴로운 상태가 10여분 정도 지속, 보통 색소가 포함되어 있어 시각적인 효과도 있음), 큰 위험부담 없이 미리 사용범위나 위력을 시험해볼 수 있으며,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넣기에도 그리 눈에 띄거나 불편하지 않은 크기(10cm 정도) 등의 장점 때문인데요. 그러나 바람으로 인해 본인도 가스나 최루액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영향 범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덩어리 형태로 분사되어 대상에 닿는 순간 터지는 제품도 나왔다고 하는데, 이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조준이 상대 얼굴 근처에서 벗어날 경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일직선 형태로 발사되기 때문에 거리가 멀 경우 상대가 보고 피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급적 가까운 거리(40~50cm 정도)에서 얼굴 쪽을 조준하되, 3~4회 정도 방향을 조금씩 바꿔가며 연속적으로 분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사용 요령입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호신용 전기충격기와 스프레이 위력에 대한 실제 시험 영상
(여담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ㅎㅎ)



그러나
어떤 호신용 무기이든 일시적인 충격이나 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수준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만약 사용에 성공했을 경우라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현장을 벗어나 주변 사람들이나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대부분의 범죄자는 몰래 범죄를 저지르려는 경향이 있고, 의도치 않은 제 3자가 개입하게 되면 우선 그 현장을 피하려고 하게 됩니다. 설령 악질적이고 대담한 범죄자라서 도망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럴수록 더욱 혼자서 범죄자에 대응하기보다는 주변에 범죄를 알리고 도움을 받는 것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때문에 과거부터 가장 여성 치안을 위해 많이 보급됐던 것이 호루라기였죠. 호루라기 소리를 통해 주변에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흔히 경찰 호루라기 소리에 위축감을 느끼는 범죄자들의 심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최근에는 휴대용 경보기 등도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제품들은 '공격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투쟁 심리가 약한 여성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소란을 피우며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범죄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쫓아오거나 끝까지 범행을 저지르려는 의지를 감퇴시킬 수 있어 분명 효과적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현재는 범죄자들이 매우 대담해졌으며, 호루라기 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의도치 않은 폭력을 부를 수도 있다는 위험 요소가 내재되어 있고, 무엇보다 세상이 각박해진 탓에 불특정다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아졌다는 불안감 또한 있어 적극적인 호신 수단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핸드폰은 자신의 위험을 믿을 수 있는 지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현대적이고 효과적인 호신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손에 들고 통화를 하는 것(혹은 시늉을 내는 것)만으로도 범죄자의 범행 시도를 어느 정도 사전 차단할 수 있으며, 유사시에도 상황 발생을 통화 상대가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여성이나 아동 등을 위해 긴급메시지 등을 보낼 수 있는 단축키가 있는 제품도 출시가 됐었는데요. 최근 출시된 호신용휴대폰은 그런 호신용 아이디어를 한단계 더 발전시켰더군요. 평소에는 핸드폰 스트랩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안전고리(수류탄의 안전핀을 생각하시면 편할 듯)를 채용한 이 휴대폰은 유사시에 안전고리를 힘껏 뽑기만 하면 강력한 경보음을 울림과 동시에 긴급상황임을 알리는 메시지와 현재 위치에 대한 GPS 정보를 미리 입력해두었던 비상연락망으로 전송한다고 합니다. 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핸드폰 전원이 꺼질 경우에도 자동으로 GPS 정보를 전송한다고 하네요. 제 생각에는 소형 페퍼스프레이랑 함께 묶어서 들고 다니시면 최적의 호신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명 '강호순폰'으로 불리는 신형 호신용 휴대폰 (모델은 K-1걸로도 활약했던 방은영씨로군요. ^^)



그러나 어떤 경우가 됐든 결국은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너무 불안에 떨며 살 필요도 없지만, 유사시 위급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이 평소의 단련인데요. 무술 격투기 도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호신술 수련을 하는 것도 사실 실제로 기술을 쓸 수 있느냐보다 유사 상황에 대한 경험과 체력 단련 등으로 자신감을 기르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술도 쓸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여성에게 호신을 위해 복잡한 기술은 필요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도록 하죠.)

요즘은 예전과 달리 도장 시설도 많이 깨끗해졌고 여성을 위한 다이어트 프로그램들도 워낙 많이 시행하고 있으니 기왕에 운동하실 거라면 주변 무술 도장이나 격투기 체육관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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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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