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음 격투기토론방에 "암바 같은 거 실제 규칙 없는 싸움에서는 못 쓴다, 암바 들어오면 입 바로 앞에 다리가 있으니 그냥 물어뜯으면 된다"는 얘기가 올라와서 그러냐 아니냐로 이슈가 된 것을 우연히 봤습니다. 사실 이 주제는 이 쪽 바닥에서 심심하면 한번씩 나와주는 무한논쟁 레퍼토리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사실 요즘 제 카테고리에 글을 별로 안 올리기도 했고 ^^; 그것도 좀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겸사겸사 가볍게 이에 대해 한 번 다뤄볼까 합니다. 여러분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일단 얘기의 범위가 커지면 또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테니, 딱 이 주제, 즉 암바, 정확하게는 가로누워팔십자꺾기에 걸린 상황에서 다리를 물어서 탈출 또는 반격할 수 있다?없다? 에 한정해서 얘기를 하겠습니다.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두구두구두구둥~~ 

...

 '할 수 있다'입니다.


헉?! 뭐시라?? =ㅁ=+ 

지금 이 시점에서 이렇게 외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특히 아마도 대부분의 격투기/유술계 수련생이나 지지자 여러분 가운데는 제가 당연히 '없다'라고 하리라 생각하셨을텐데요. 

물론 여기에는 많은 반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따로 단련하지 않는 한 사람이 무는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으므로 문다 해도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거나, 허벅지의 경우 근육이나 지방층이 두껍고 크기 때문에 사람의 이(치아)로는 큰 손상을 줄 수 없으며, 물려서 풀어주기보다 팔을 꺾어서 부러뜨리는 쪽이 더 빠를 수 있고, 팔십자꺾기를 걸 때 보통 얼굴을 반대 쪽으로 젖히고 눌러주기 때문에 얼굴 각도 상 다리를 물 수 없다 등등... 모두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가능성의 유무'만을 놓고 따져봤을 때는 '가능하다'가 정답입니다. 즉, 물기가 100%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며, 그렇다고 했을 때 물기에 의한 데미지는 미미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는 거죠. 예컨대 허벅지의 경우는 데미지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위치를 바꿔서 (고개를 돌려서) 무릎 뒤 오금 인대나 종아리 또는 아킬레스 건 등을 물 수 있다면 치명적인 데미지를 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팔을 꺾는 게 먼저라 하더라도 물기에 의해 데미지를 입는다면 서로 완전히 전투불능이 되거나 전의를 상실하지 않는 이상 계속 되는 스트리트파이트 등 무규칙격투의 경우 결국 다시 동률 혹은 오히려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팔십자꺾기로 상대의 팔을 부러뜨리거나 완전히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는 것이 최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고통은 엄청나니, 어쩌면 고통에 의한 실신 같은 게 가능할 수도 있겠죠. ^^)a

팔 하나를 다친 상대와 다리를 다친 채 싸워야 하는 상황은 확실히 불편합니다. 굳이 싸움을 계속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후 거동이나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것입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논리를 전제로 '물어뜯기'(와 눈찌르기)를 주무기로 하는 '키노무타이'라는 필리핀 무술의 일부 기술이 한 때 큰 반향을 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사실 이 논쟁 자체도 이 키노무타이의 대두 이후에 많아진 것이죠. (주1)


자, 그런데... 이제 여기서 반전을 시도해보겠습니다. ^^ 

사실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르는데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팔십자꺾기를 걸 때 반드시 다리가 상대 얼굴 위에 걸쳐질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사실 이것은 보통 팔십자꺾기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포인트로 교습되거나 강조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몸쪽 다리는 걸치지 않더라도 머리 쪽 다리는 반드시 상대 머리를 눌러 고정시켜 상대가 빠져나가기 어렵게 해야한다는 것이죠. (왼쪽 1번 사진 참조) 또한 팔십자꺾기 방어법 중에도 이렇게 자기 머리를 누르고 있는 다리를 벗겨냄으로써 빠져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전제에서 출발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팔십자꺾기에는 다리로 상대 머리를 누르지 않는 형태도 있습니다. 드문 형태이거나 상대적으로 그만큼 성공률이 떨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실제로 꽤 많이 사용되고 기술적 완성도도 기본 형태 못지 않게 높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왼쪽 2번 사진과 같은 형태이고, 드물게 3,4번 사진과 같은 형태도 나오곤 합니다.

두번째 사진의 기술은 보통 얼굴 위를 덮어누른다고 생각했던 다리를 접어서 상대 머리 밑에 받쳐놓고 있습니다. 그 다리 형태가 Z 모양이라고 해서 삼보에서는 이것을 'Z십자'라고 부르며 즐겨 사용합니다.(단, 사진보다 좀 더 상대 목과 상체를 말아접듯이 조여주는 형태가 됩니다) 얼핏 보기에는 상대가 그냥 일어나버리면 될 것 같지만 양 허벅지를 조여서 상대의 팔과 상체를 강하게 고정시키고 있으므로 빠져나가기가 힘듭니다. (주2)

어찌 됐든 이런 형태의 팔십자꺾기라면 다리를 물어서 탈출/반격한다는 가설은 출발부터가 성립이 어렵겠죠? 재미있는 것은 '호신'을 중요시 하는 고류무술 혹은 무도적 관점을 가진 유파에서 이런 형태를 주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에 참고자료로 올린 사진들은 브라질유술의 팔십자 탈출에 대한 대응으로서 나온 변화기술이지만, 이런 유파들에서는 오히려 이 형태를 정석으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이유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위험성 때문이고요. (주3)


요는 기술이란 것은 어떤 고정된 형태가 정답이 아니고, 또한 '이것만 하면 된다'라는 완벽한 대응법도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상호 작용 속에서 계속 변화발전할 뿐이지요. 결국 이런 논쟁이 소모적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수련생이나 무술격투가의 입장에서는 이런 '의외성'이나 '변수'에 대해 항상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민하며 방심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호신'의 근본이랍니다. (사실 여기서 '실전', '호신'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그러면 또 얘기가 삼천포로 새서 엄청 길어질테니 ^^;; 그 얘기는 다음 기회에~ ㅎㅎ)  


(주1) 한가지 많이들 잘못 알고 계신 내용을 짚어보자면 키노무타이라고 해도 물기나 눈찌르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키노무타이란 개념 자체는 하나의 무술 종목이 아닌 일부 기술 체계라고 할 수 있으며, 그래플링의 흐름 상에서 '빈틈을 노리는 기습 공격기술'로서 사용됩니다.

(주2) 이 허벅지로 상대 팔을 고정시킨다는 것이 사실 팔십자꺾기류의 진짜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흔히 팔십자꺾기에 대해 초보자들이 많이 갖는 '낭심이 눌려서 아프지 않을까'라는 의문의 해답도 여기 있습니다. 옛날 식으로 말하자면 '비전'이랄까요.ㅋ 그러고보니, '합기도의 과학'에서 저자 요시마루 케이세츠가 팔십자꺾기를 보여주면서 대동류합기유술에서는 허벅지를 이용해서 꺾는다라고 굉장히 특별한 차이점처럼 얘기했던 대목도 떠오르네요. ^^

(주3) 비슷한 예로 근대 유도 중 굳히기 기술을 주로 사용했다는 코센쥬도(고전유도)에서 삼각조르기(당시 명칭은 마츠바카타메-솔잎굳히기)가 유행했을 무렵 일시적으로 카노 지노로에 의해 금지기술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상대에게 낭심을 물어뜯길 위험이 크다', 즉 호신을 위한 기술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죠.


Posted by 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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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우놈 2008.12.05 1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웃지 않을 수 없는 점은,
    1. 암바는 물어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2. 대체로 다른 기술도 대응이 가능 하기 때문에
    고로 체계적 훈련을 받은 사람과 실전에 익숙한 사람과의 '싸움'에서 후자가 유리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 야구방망이 든 효도르가 젤 무섭다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www.moozine.net BlogIcon 류운 2008.12.06 0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체계적 훈련과 실전 경험, 두 가지만을 가지고 비교하기엔 사실 무리가 좀 있습니다. 실제로 그것을 판가름하는 것은 본문에도 언급한 것처럼 얼마나 다양한 상황 변수를 인지하고 구사/대응할 수 있느냐 거든요.

      야구방망이 든 표돌씨를 만났다면... 이건 뭐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변수로군요. ㅋㅋ -_-

  2. ㅎㅎ 2008.12.05 2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전에서 암바에 걸리면
    1.탭을쳐라 (수많은훈련을 한 상대가 본능적으로 암바를 풀어줄지 모른다)

    풀어주면 반격하라

    • Favicon of http://moozine.net BlogIcon gilpoto 2008.12.06 0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실전이란게 참으로 애매합니다. 전쟁이 아니라면 때리면서도 깽값을 생각하게되니까요

    • Favicon of http://www.moozine.net BlogIcon 류운 2008.12.06 0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농담처럼 많이들 하는 얘기긴 합니다만, '익숙해짐'을 경계해야한다는 점을 잘 말해주는 촌철살인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

  3. kisspsh2002 2008.12.06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저의 목숨을 걸고 말하는데 절대로 불가합니다. 악관절에 힘을 준다는것은 온몸에 힘을 주는건데
    몸의 강성이 강해 질수록 암바각도가 작아도 상당한 고통을 느낍니다.
    이 기술은 힘을 완전 빼도 부서지고 힘을 주게 되면 180도 넘어간 상태에서는 이미 고통이 극에 달합니다.그리고 물었다 해도 기술이 100%들어간 상황에서 조금만 각도를 주어도 악~하는 비명소리에 그닥 피가 날정도로 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실전에서는 그런거 다 필요 없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트라이앵글초크하고 리바 앵클락 등은 빼고는 상체에 들어가는 쵸크 특히 리어네이키드 쵸크랑 키무라 십자꺽기는 동네 패싸움아니면 실전에서도 깽값없이 그야 말로 서브미션받을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술이란건 전부 연결되있는거지 말로 분절이 되는 것이 아니겠죠^-^
    뭐 위에 있는 내용이야 여기서 적어도 글남기는 분들
    다 아시는거겠죠..
    그리고 격렬하고 짧은시간에 힘많이 뺄수 있는 운동으로는 잼있는 유도를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ㅋㅋ그야말로 그냥 운동으로요.본격으로 넘어가면 모든운동은 토나오죠..

    • Favicon of https://moozine.net BlogIcon 류운 2008.12.06 17: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논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

      말씀하신 리어네이키드초크의 경우 '완벽한 기술' 중 하나로 추앙(?)받는 이유가 바로 상대의 완벽한 사각에서 제압하는 기술이므로 반격 가능성이나 위험 변수가 단적으로 적다는 것이죠. ^^

  4. 손톱맨 2008.12.06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다면 손톱은 어떨까요.. ..

    사람 피부는 약하기 때문에 맨살이 드러나있다면... . 손톱으로 뼈와 살을 분리하는게 가능하죠..

    • Favicon of https://moozine.net BlogIcon 류운 2008.12.06 1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손톱 끝을 뾰족하게 다듬으면 약간의 상처를 유발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죠. 눈이나 일부 민감한 부분 등을 공격할 때도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뼈와 살을 분리하려면 철조공을 단련해야 할듯... ^^

  5. Favicon of http://earpillow.tistory.com BlogIcon 청각베개 2008.12.09 1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다툴 쟁(爭) 이라는 글자 자체가 손톱 조(爪) 에서 파생된 말로, 고대로부터 모든 싸움은 원래 손톱 싸움이었습니다.
    창,칼, 검 등은 손톱의 연장으로써 발명된 것이구요.

    실제 생사를 가르는 격투에서 손톱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지금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범죄현장에서는 이런 손톱자국이 살인범을 잡는 단서가 되기도 하지요.

    내 생각에 암바라는 동작에서는 무는 것 뿐만 아니라 손톱 공격이 병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피부는 생각보다 약하며 신경이 예민하여 피부를 손톱으로 긁거나 꼬집기만 해도 그걸 참고 견디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Favicon of http://www.moozine.net BlogIcon 류운 2008.12.11 0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다만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그 효과가 상대적이라는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할 듯 합니다.

      청각베개.. 재미있는 상품이네요. ^^ 눕기 좋아하는 저로서는 꽤 구미가 당기는.. ㅎ

  6. 김용직 기자 2008.12.29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질긴 청바지만 입어도 다리 물어뜯기는 일단 좀 어려워질듯...
    개인적으로 트라이앵글시 낭심물기가 가능한지!!!
    이미 걸린 상태에서는 고개를 숙이기 어려워 불가능한 거 같지만,
    걸리기 전에 미리 턱을 당기고 붙이면 되지 않나 하는!

  7. Favicon of http://www.jjnet.co.kr BlogIcon 청각베개 2009.03.18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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