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 무예도보통지는 조선의 22대 왕 정조가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장헌세자)가 만든 무예신보(지상무예 18가지가 수록되어있음)를 바탕으로 하여 이 18가지 기법에 마상무예 6기(기창, 마상쌍검, 마상월도, 마상편곤, 마상재, 격구)를 실어 집대성한 군사훈련교범입니다.
택견은 민속놀이일 뿐이며 무예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택견이 무예라면 왜 당시에 국방에 열을 올리던 정조가 무예도보통지에 택견을 수록하지 않았냐고 말합니다. 나올 수 있는 의문입니다. 실제로 정조시대의 장용영을 비롯한 군사들의 기예수준은 기록으로 볼 때 매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만큼 정조는 국방에도 남다른 생각이 많았으며 지상무예 18가지에 마상무예를 6기나 추가시켜 굳이 새로 군사교범을 만들게 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택견이라는 기법은 당시에는 맨손무술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단어였습니다.(정조시대에 출판된 재물보에 의거) 그리고 무예도보통지는 맨손무술 교범서가 아니라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군사들의 개인훈련 교범이었고요. 전쟁에서는 맨손무술이 거의 소용이 없지요. 심하게 말하면 전쟁에서는 정교한 기예조차도 필요가 없습니다. 군사들이 적에게 겁먹지 않을 담력, 힘, 체력이 우선이지 정교한 기술이 우선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 줄 뛰어난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고요.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권법도 그 점을 분명히 해서 척계광의 말을 받아서 권법이란 병장기를 다루기 전에 몸을 다루는 단련법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무예도보통지가 우리나라의 전통무예들을 찾아 수록하는 책자였다면 택견이 그 안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무예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예도보통지는 병학지남 등의 병법서와 더불어 전쟁에서 쓰기 위한 기법들을 모아놓은 군사훈련서이며 그렇기 때문에 굳이 맨손무술인 택견을 집어넣을 이유가 크지 않았던 것입니다.
활쏘기가 무예도보통지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활쏘기가 무술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요? 당시에는 총이 점점 발달하던 시기였지만 아직까지 활쏘기는 무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술이었으며 무예도보통지 그림 곳곳에도 마상무예 시범을 보이는 군교들이 활과 화살을 장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쓰지 않았다면 패용할 이유도 없겠지요.
위부터 마상편곤, 마상월도, 마상쌍검, 기창. 갑주에 완전무장을 한 기병들이 환도와 함께 활과 화살을 패용하고 있다. 마상에서 쓰이는 활은 보통 활보다 작은 동개궁이라고 불린다.
그러니 택견이 무예도보통지에 실리지 않았다고 해서 택견을 무예가 아닌 민속놀이일 뿐이라고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입니다. 애당초에 목적 자체가 틀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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