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다. 사실 기쁜 것보다도 부담이 더 크다. 블랙벨트에 어울리는 지도자가 될 수 있어야 할텐데, 그러려면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웃음)
승단하게 된 날 분위기는 어땠나? 어떤 심사 기준이 있나?
- 특별히 따로 심사를 본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평소대로 토요일 압구정 합동훈련에 참가했는데, 그 날 따라 존 사범님이 이상하게 빡세게 굴리시더라. (웃음) 왜 이러시나 했는데, 운동 끝나고 블랙벨트를 주겠다고 하시는 거다. 깜짝 놀랐다.
8년 반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게다가 도중에 자기보다 브라질유술을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해외 무대 등을 통해 먼저 블랙벨트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이 뒤지고 있다거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을 듯 한데?
- 그런 조급한 마음은 없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사실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늦게 받고 싶었다. 예전에도 한 번 존 사범님이 승단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좀 더 있다가 받고 싶다고 고사했었다.
계속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담인가?
- 블랙벨트 다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다. BJJ는 스파링을 거부해서는 안 되는 운동이다. 때문에 언제나 실력으로 자기를 증명해야 한다. 물론 블랙벨트도 색띠에게 탭을 칠 수도 있다. 단순히 탭을 치느냐 안 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스파링 안에서 블랙벨트 다운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상대가 몸으로 납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수용 사범은 몸무게도 70kg이 안되는 걸로 아는데, 중량급의 학생들이나 힘 좋은 외국인들을 상대하자면 더 부담이 될 듯 하다.
- 그 점에서는 오히려 BJJ가 타 격투 종목에 비하면 기술로 체급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지도자가 신뢰를 얻기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당해보면 납득할 수 밖에 없으니까. 실제로 우리 도장에는 힘 좋고 무거운 제자들이 많다. 물론 상대가 무겁고 힘이 좋으면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만큼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지도자로서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이 있는가.
- 제자들에게 평소 수련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조급해하지 말고, 기술을 즐기면서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다. 당장 이기는 것에 치중하게 되면 무리하여 다치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포지션이나 잘 쓰는 기술에 집착하게 된다. 이기는 경기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안되는 포지션에서 더 많이 연습해야 정말로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경기에 나가는 것도 일부러 권하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말리지도 않지만.
현재 BJJ는 상당히 많은 계보가 형성되어 있고 국내에도 여러 계보의 도장들이 들어와있다. 일종의 '유파'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유파마다의 특성이란 게 어느 정도나 존재하나? 예컨대 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 있을까?
- 일단 내 관점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에서 사람이나 도장마다 각각의 특성이 묻어나는 경우나 간혹 독특한 경기용 기술들이 한두개 섞여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순수 국내파 블랙벨트라는 점에서 남다른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 존 사범님이 블랙벨트를 주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당신 아래에서 드디어 한국인 블랙벨트가 나왔고, 또 몇 년 후면 우리 밑에서 블랙벨트를 받는 제자가 나올 것이고, 또 그 밑에서 블랙벨트가 나오고... 이런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한국BJJ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또 그 과정 속에서 우리들만의 스타일이 생성되면 그것이 바로 한국BJJ의 전통이 되는 것 아니겠냐고.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띠라고 생각한다.
6월 19일 블랙벨트 수여 현장을 담은 영상 (출처_ 관악B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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