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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생 피에르(이하 GSP)와 B.J. 펜과의 2차전이 끝난 직후 뜻밖의 이슈가 터져나왔습니다. GSP가 경기 중 휴식시간 사이에 등과 어깨에 바셀린을 발랐다는 것인데요. 국내에서는 경기 후 B.J. 펜이 네바다주체육위원회(이하 NSAC)에 제소를 한 것으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만 사실은 경기가 끝난 후 펜 측 팀원이 NSAC 조사관에게 항의성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하며, 공식 제소(이의 제기)는 하지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몇년 전 이슈로 불거졌던 추성훈의 보습제 논란과 비슷한 케이스라서 그런지 이번 이슈에 대해서도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봤을 때 이번 건이 큰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우선 현지 분위기는 정황상 고의적인 반칙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 많습니다. 우선 GSP의 몸에 바셀린을 바른 코너맨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보죠. NSAC에 따르면 1라운드 끝나고서는 타격코치인 필 너스가, 그리고 2라운드에는 팀리더인 그랙 잭슨이 GSP의 얼굴에 바셀린을 바른 손을 등으로 옮겨가는 것을 조사원들이 발견하고 제지했다고 합니다.

필 너스는 GSP가 멧 세라와의 2차전을 준비할 때부터 타격코치로서 팀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영국과 유럽에서 무에타이 챔피언을 지냈고 미국에서 많은 격투가를 지도하며 '구루 (영적 스승)'이라는 별명마저 얻고 있는 인물로,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그가 '속임수'를 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B.J. 펜과의 2차전에서 GSP의 얼굴을 만진 후 등과 가슴을 마사지해주고 있는 필 너스와 그랙 잭슨


제가 과거 GSP의 경기 영상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본 결과로도 휴식 시간에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GSP의 얼굴에 바셀린을 펴발라주면서 관자놀이를 눌러주는 등의 지압을 한 후, 가슴과 등, 어깨 그리고 허벅지 등을 마사지하는 전형적인 타격코치의 행동이었으며 대개 일관성 있는 순서로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 메트 세라와의 2차전에서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마사지하고 있는 필 너스와 그랙 잭슨

또 MMA위클리와 그랙 잭슨의 인터뷰에 따르면 특히 이처럼 등을 문지르면 가슴을 두드려주는 요법은 스티븐 프렌드라는 또 다른 오래된 팀메이트가 알려준 것이며, 스티븐 프렌드는 매트 휴즈, 랜디 커투어 등의 경기 준비에서도 함께 한 바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즉, 바셀린을 바르는 것으로 보였던 등을 문지르는 행위는 그들이 늘 해왔던 선수의 근육을 풀어주고 호흡을 안정시켜주는 마사지이며 그 과정에서 손에 남아있던 바셀린이 조금은 묻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코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렉 잭슨은 또한 "경기 중에 몸을 미끄럽게 하는 행위를 시도하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다. 휴식시간에는 언제나 주체육위원회의 감시원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며, 또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실상 바셀린의 영향력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바셀린의 영향력으로 B.J. 펜의 서브미션 시도가 무산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만, 당시 GSP의 바셀린 도포를 제지했던 NSAC의 키스 카이저 감독관은 MMA정키의 수석기자 존 모건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바셀린의 양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부적절한 행위였고 따라서 우리는 GSP 코너맨에게 당신이 지금 바셀린을 바르고 있다고 주의를 줬지만 주변이 시끄러웠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옥타곤 안으로 뛰어들어가 그것을 제지했고, GSP의 몸을 수건으로 매우 열심히 닦아냈다. 또한 우리는 매 라운드 사이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GSP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내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왼쪽 사진 참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나 화이트 사장 또한 "그 정도 바셀린이 경기에 영향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하죠.


게다가 아직 어떤 분명한 행동은 취하고 있지 않는 B.J. 펜 측에서 제소한다 해도 경기 결과가 번복되거나 GSP에게 출전 정지 등의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 또한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NSAC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경기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1. 판정 점수에 실수가 있었을 때 2. 배심이 매수됐을 때 3. 선수가 약물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왔을 때 4. 심판이 규정을 잘못 적용했을 때 라는 4가지 상황인데 이번 경우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한 UFC 측도 NSAC 측도 이번 문제에서 잘못을 한 당사자는 GSP가 아니라 코너맨인 필 너스 또는 그랙 잭슨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나 화이트 UFC 사장이 "만약 고의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 코너맨은 다시는 UFC 옥타곤 안에 설 수 없을 것이다."라고 얘기한 것은 이미 전해진 얘기이고, 키스 카이저 또한 "고의성이 있었는지 단순히 부주의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바셀린이 묻어있는 손을 닦아내지 않고 바로 등을 마사지하는 것이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분명히 그 코너맨의 잘못이었고, 우리는 만약 그런 행동이 또 한번 적발될 경우 다시는 네바다주에서 행해지는 경기에 코너맨으로 설 수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결국 사태가 더 악화된다 해도 결과적으로 GSP 본인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듯 하며, 현재 B.J. 펜 측의 태도 또한 어떤 처벌을 원하는 분위기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제 생각으로는 이것을 계기로 GSP와 B.J. 펜의 3차전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당장은 두 선수 모두 각자 체급에서 타이틀 방어 등의 급선무가 있지만, 양자 간의 '끝장매치'를 통해 분명한 종지부를 찍는 것이 당사자들에게도 팬들에게도 가장 확실하고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회는 찬스다'파인 다나 화이트가 이런 이슈를 그냥 썩히고 넘어갈 것 같지 않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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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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