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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뿌리 택견팀은 신한승 선생님이 정리한 현대적인 충주쪽의 택견을 하는 팀이다. 활갯짓을 크게 돌리며 무엇보다 태질을 중요시 여겨 따로 대걸이라는 태질 방식의 견주기도 있는 충주쪽의 택견은 서울 지역의 구한말의 택견판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규칙이 살짝 다름에도 불구하고 충주 뿌리팀은 그동안 계속 택견 배틀에 출전하면서 그들만의 스타일로 인기를 끄는 팀이었다. 그런 뿌리팀에 맞서는 상대는 국민대학교 미르. 인기스타 믹키재동, 홍윤석 선수들이 포진한 미르 팀은 성적은 크게 뛰어나지 않더라도 언제나 풍류를 즐길 줄 아는 팀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 두 팀이 오늘은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심판의 출전요구에 청팀인 미르에서 믹키재동이라는 별명의 신재동 선수가 나왔다. 오늘은 좀 이른 출전이네? 신재동 선수는 보기에는 힘으로 밀어붙일 것 같은 타입이지만 실상 주특기는 낚시걸이다. 이 낚시걸이로 전설적인 택견꾼인 배승배도 위기일발로 몰아갔던 전적이 있지만 일단 겉보기에는 다들 잘 모를테니 오늘 저 얌전한 고양이 낚시걸이에 희생자가 또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홍팀은 박병주 선수를 내보냈다. 훤칠한 키의 박병주 선수는 충주택견 스타일로 활개를 빙빙 돌리며 시원스런 상단발길질을 하며 본때를 보였다. 그리고 경기 시작. 아......이런이런. 역시나 박병주 선수는 덩치가 있는 신재동 선수와 거리를 두어 윗발길질을 하려 했지만 신재동 선수는 그런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고 그 중심다리를 노려 낚시걸이를 했고 박병주 선수는 벌렁 넘어져버렸다. 시간을 보니...7초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동글동글한 선수가 의외의 테크닉으로 상대를 걸어 넘어뜨려 버리자 관객들도 환호를 질렀다. 뒤이어 뿌리택견팀에서 김정수 선수가 나왔다.

충주쪽의 택견은 경기장이 넓기 때문에 윗발질이 많이 나오는 편이고 김정수 선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며 시원시원하게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믹키재동은 그런 김정수 선수의 발질을 잡아채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의외로 그 상태에서 낚시걸이가 나오지 않아 불발에 그쳤고...그러던 중 다시 한번 신재동 선수의 낚시걸이가 작렬했다. 이제는 별명을 믹키 재동이 아니라 낚시재동으로 해야할 듯......

뿌리택견팀에서 키가 큰 이영록 선수가 나왔다. 분위기가 또 윗발질 위주의 선수인 듯 한데 또 낚시걸이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니...이거 원 오늘은 영 맞지가 않네-_- 9초만에 이영록 선수가 후려차기로 신재동 선수를 퇴치(???)해버렸다. 리치가 긴 것을 잘 활용한 후려차기였다.



미르에서는 이경훈 선수가 나왔다. 이경록 선수가 크게 잡아채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주로 이영록 선수의 윗발질을 이경훈 선수가 잡아채려는 양상이 벌어졌다. 그런데 충주쪽에는 곧은발질의 기준이 좀 틀려서 그런가 중간에 이영록 선수의 정확한 곧은발질-_-; 이 작렬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영록 선수는 작년의 유영환 감독 못지 않은 화려한 윗발질로 들어찧기를 시전하며 승리를 가져갔고 뒤이어 나온 이환 선수에게도 발을 잡혔지만 되치기로 넘겨버리며 연승 행진을 했다. 다리만 긴 줄 알았더니 중심도 좋네...-ㅁ-

미르의 다음 선수는 송명근 선수...허허허 딱 봐도 힘이 좋아보이는 것이 발질을 잡아채서 넘기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예상대로(누구나 예상하는 것이겠지만-ㅅ-) 송명근 선수는 거리를 주지 않으며 잡아채서 몇 번이고 이영록 선수를 넘겨버렸지만 번번히 장외......예전에 이점술 선수가 장외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ㅁ- 충주 뿌리택견팀에서 “장외!! 장외!!” 하는 함성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실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은 보답받는 법인지 결국 송명근 선수는 이영록 선수의 왼쪽 다리를 잡아 외발쌍걸이를 성공시키며 팀에게 승리를 가져왔다.

뿌리팀에서는 여동연 선수를 내보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다부진 체격이 어쩐지 저 선수는 발길질보다는 태질이 좋을 것 같다. 어디 좀 볼까...했더니 숨도 돌리기 전에 송명근 선수의 왼쪽 다리를 뽑아들더니 그대로 뒤로 집어던지며 승리를 장식!!! 화려한 뒤집기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 대단한데? 예전에 2004년에 배정석 선수의 뒤집기 이래로 이왕하, 백승기 선수들이 뒤집기의 달인들이었는데 여동연 선수도 그런 멋진 뒤집기를 보여주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미르의 마지막 선수는 안성훈 선수. 으어...덩치가 무지 좋다......마치 오락실 게임인 파이널 파이트(스트리트 89라는 제목이었던가...)에 나오는 안드레-_- 같은걸? 억, 게다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인사도 하기 전에 덜미를 잡아 내팽개쳐버리는 바람에 경고까지 먹었다.-ㅁ-; 그렇지만 여동연 선수는 힘에서 좀 밀리는 경향을 극복하면서 파고들더니 이내 다시 이전의 멋진 뒤집기를 성공시키며 결국 뿌리택견팀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다시 한번 작렬한 뒤집기에 장내는 아우성치는 것이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은 뭘 내팽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지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는 말이 있다. 뿌리 택견팀의 지난 행적을 보면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는 것이 타 협회지만 택견배틀에 꾸준히 출전하며 노하우를 쌓아 뿌리를 내린 뿌리택견팀은 그 이름만큼이나 튼튼한 택견 실력을 보여주었다. 택견배틀에서 올킬이 나와도 즐겁지만 각자 특기가 다른 선수들이 서로간에 협력하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선수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약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묘미가 있다. 뿌리가 깊으면 물을 잘 빨아들이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가지가 나오는 법인데 발길질이 좋은, 또 태질이 좋은 선수들이 잘 포진해 있는 뿌리 택견팀은 올해도 즐거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듯 싶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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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gp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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