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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격투기 관계자들과 있는 실력 없는 실력 다 쥐어짜며 영어로 이야기를 하거나 메일, 기사를 주고 받다 보면 무술과 격투기를 구분해서 표현하기가 참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대충 뭉뚱그려서 얘기할 때야 그냥 martial arts 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흔히 우리는 무술과 격투기가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또 막상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무술과 격투기의 일반적인 개념 차이는 무엇일까라고 생각해보면 그것도 사실 참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디씨인사이드에 처음 격투스포츠 갤러리가 생겼을 때도 '격투스포츠'라는 카테고리명 때문에 이런 논란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생각해보면 저는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무술 또는 무예라고 할 경우는 일단 동양을 발원지로 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아닐 경우는 국가 또는 지역적 전통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며 (카포에라나 사바트 같은 경우 브라질 무술 또는 프랑스 무술이라고 하지, 브라질 격투기 또는 프랑스 격투기라고는 잘 표현하지 않지요.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틀린 말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독련 형태나 기공, 무기술 등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소위 형이상학적인 무도 정신, 때에 따라서는 신비주의에까지 치닫는 '도'에의 성취가 강조됩니다.
 
반면 격투기라고 하면 어느 정도 서양을 발원지로 하거나 외래 스포츠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고 상당히 현대적인 냄새를 풍기면서 거의 맨손 대련이나 겨루기 경기 중심의 종목을 칭하는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역시 형이상학적인 목표보다는 보다 실천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기는 합니다만, 격투기라고 하면 뭔가 무술에 비해 수준 낮은 싸움으로 보는 경향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유도, 택견 등의 겨루기 중심의 스포츠성 강한 종목도 굳이 전통성을 강조하며 무술로서 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동양 삼국의 개념도 상당히 다르지요. 일본에서는 '무도'가 아닌 '무술'이라고 하면 고류 쪽을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류의 경우는 주로 독련이나 약속대련과 같은 형 중심의 수련 방식이 주가 됩니다. 

무도라는 표현을 우리가 칭하는 무술 또는 무예의 개념이라고 본다 해도 격투기와의 구분은 얼핏 우리와 비슷한듯 하면서 또 다릅니다. 실제로 경우에 따라서는 검도 같은 종목도 격투기로 칭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겨루기 경기가 중심이 되는 종목을 격투기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라테 등도 특히 풀컨택트 유파인 경우는 무도라기보다 격투기로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고, 앞서 예를 들었던 카포에라나 태권도도 일본에서는 격투기로 보지 무도로는 보지 않습니다. (유도의 경우, 경기 유도와 그렇지 않은 유도를 구분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기 유도 단과 코도칸(강도관) 유도 단을 굳이 구분하는 경우를 종종 봤거든요.) 즉, 전통성을 중심으로 하는 구분보다는 실제 수련 방식이나 경기 방식에 기준을 두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격투기라고 해서 수준을 낮춰 보는 시선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히려 고류나 무도 쪽이 격투기보다도 더 실전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보는 흔히 격투기가 더 실전적이라고 하는 우리와는 좀 차이를 보이는 관점이 꽤 일반적입니다. 그것 역시 격투기가 '경기' 중심, 즉 죽음을 걸고 싸우는 '시아이(사합/시합)'이 아닌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 룰 안에서 싸우는 모의 전투/스포츠라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겠지요.


중국은 아예 격투기라는 표현을 찾아보기가 무척 어려운데, 대신 박격이나 산수, 산타라는 표현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 합니다. 중국에서의 격투기에 대한 인식 역시 그야말로 '현대적인 맨손 겨루기 중심의 경기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준달까요. 어떤 면에서는 가장 구분이 명확한 동네가 중국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결국 모두 '우슈(무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된 하부 개념, 즉 전통권, 규정 경기투로, 경기 산타, 경찰/군용 산수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라서 어찌 보면 또 가장 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중국인 듯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다시 서양으로 돌아가 보자면, 서양의 무술은 애초에 겨루기 중심이되 규칙이 있는, 즉 스포츠성이 강한 쪽으로 발달이 되어왔습니다. 복싱, 레슬링, 펜싱, 사바트, 심지어 기마창술까지...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가장 신종 격투기라고 할 수 있는 MMA라는 단어 자체도 mixed martial art 이듯이 결국 서양에서는 굳이 무술과 격투기의 구분이 필요없는 것도 당연하겠다 싶습니다. (복싱과 같은 classic한 종목 측 인사들이 MMA를 비하하는 의미로 무규칙 - No Hold Barred의 싸움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만 )  

대신 굳이 필요하다면 동양에서 유입된 무술들을 (oriental 혹은 Korean/Japanese/Chinese) traditional martialart 라고 표현해서 복싱, 레슬링, 펜싱 등의 서양 무술과 구분하는 정도인 것이겠지요. 또, 간혹 fight sports나 ring sports라는 영어 표현도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 동양적인 관점에서 자기 수련 중심인 무술과 경기 중심의 격투기를 구분하고자 만들어낸 표현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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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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