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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간의 경기, 그리고 이번에 지게 되면 최단시간 예선탈락팀이 되어버리는 위기를 맞게 된 고려대학교의 처지로 관심을 모았던 안암비각패와 고려대학교 한울의 경기가 열렸다. 고려대학교는 택견의 강호로 호랑이라는 학교 상징답게 강력한 택견꾼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그 열정에 OB들이 모여 안암비각패라는 택견패를 결성할 정도로 택견에 대한 사랑도 대단한 곳이 고려대학교였다. 그렇지만 선후배간이라도 승자와 패자는 나오는 법.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나 동방예의지국으로나 안암비각패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택견의 경기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고 아나걸의 저주라는 변수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역시 택견이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그래서 뚜껑을 열어보기로 결정했다.

안암의 첫 선수는 용인대를 졸업한 양관호 선수. 풍운아라는 별명답게 용인대, 연극배우, 노원구 선수, 왜놈-_-;; 같은 역을 하다 이번에 안착한 곳은 안암비각패. 그가 있기에 예능배틀이라는 신조어가 다 생길 지경이었다. 양관호 선수는 큰 키와 긴 다리에서 나오는 본때뵈기를 보이고 경기장에 섯다!! 하고 외친후 고려대의 어떤 선수를 지목하며 “니가 나와! 난 니가 좋아!”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등장한 선수는 허허실실 송조현 선수-_-; 택견배틀 2011 최단시간 승리 기록을 가지고 있는 송조현 선수의 어눌해보이는 등장에 사람들은 왠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미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던 나로서는 쉽게 웃기가 어려웠......지는 않고 다만 이번에도 혹시 이변이 일어나는 건가? 하는 기대를 가졌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양관호 선수는 한수 가르쳐 주듯이 송조현 선수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호통도 적절히 쳐가며 전지훈련에서 선배가 후배 교육시키듯이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직속 선배도 아니면서 가르치는 양관호 선수가 얄미웠는지 문득 송조현 선수가 거세게 공격했고 양관호 선수는 그래 해봐!! 하듯이 그 공격을 맞아주기로 했나보다. 오오 소년 스포츠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전개!!! .........그리고 송조현 선수는 거세게 손따귀로 양관호 선수의 허벅지를 찰싹 후려쳤다.......

............뜻밖의 공격에 양관호 선수의 이마가 구겨졌고 그 구겨진 것만큼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선배가 후배의 실력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경기를 진행하다가 망가져서 그런지 양관호 선수는 거칠게 송조현 선수를 밀어붙였고 이내 후려차기로 금방 결판이 났다.

이어 고려대학교에서는 덩치가 좋은 박재우 선수가 등장했다. 양관호 선수는 여전히 예능감을 잃지 않고 박재우 선수를 상대하다가 박재우 선수의 거친 힘과 파이팅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진지하게 품을 밟으며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본색은 못 속인다고 양관호 선수는 이내 후려차기를 차다가 스스로 넘어지면서 다시 예능감을 발휘했고 다시 택견배틀은 예능배틀로 돌아갔다. 예능이 지나친 탓일까? 그런 틈을 파고든 박재우 선수는 양관호 선수가 공격하는 발길질을 잡아 특유의 힘으로 외발쌍걸이를 걸어 양관호 선수를 바닥에 눕혀버렸다.

뒤이어 호떡이라는 별명의 윤홍덕 선수가 등장. 아니 이 양반도 분명 용인대인데......올해는 팀마다 스카웃 대전쟁이라도 벌인 건가. 하여튼 전설의 빨간바지 류병관 선생의 제자로 출중한 택견 실력을 자랑하는 윤홍덕 선수가 등장했고 덩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윤홍덕 선수가 박재우 선수의 힘을 이용한 되치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예상이 맞았다. 택견배틀 토토는 없나? 역시나 상대적으로 작은 윤홍덕 선수에게 태질을 걸던 박재우 선수는 윤홍덕 선수가 순간 중심을 비틀며 힘을 흘려버린 탓에 역으로 되치기에 걸려 바닥에 누워버렸다. 다음으로 등장한 성준혁 선수에게도 윤홍덕 선수는 뒤엉킨 상황에서 센스있게 오금걸이로 걸어버리며 바닥에 상대를 눕히며 2연승을 달렸다.

더 이상 연승을 하게 둘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려대학교에서는 강태경 선수가 등장했다.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에 맞게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내하는 강태경 선수의 스타일 상 오히려 윤홍덕 선수가 역공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뭔가 날인지 예상대로 그렇게 끝나버렸다. 다시 뒤엉킨 상황에서 강태경 선수가 윤홍덕 선수를 순간적으로 낚시걸이로 걸어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윤홍덕 선수는 이전에도 김성복 선수에게 낚시걸이로 시원하게 넘어간 적이 있는데 이거 징크스가 되지 않기를. 승자인 강태경 선수는 뒤이어 등장한 박상혁 선수도 호쾌하게 칼잽이 오금잽이로 잡아버리며 시원하게 2연승을 하며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안암비각패에서 김지훈 선수를 내보냈다. 힘이 장사인데다가 무영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른발 후려차기가 능한 김지훈 선수와 그 후계자라고 불리는 강태경 선수의 경기인만큼 눈을 떼지 못할 듯 했고 선후배간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비슷한 스타일의 두 선수의 경기는 아직은 더 노련한 김지훈 선수의 오금걸이로 끝났다. 강태경 선수의 발길질을 잡아챈 김지훈 선수는 강태경 선수가 오금잽이에 넘어지지 않자 센스있게 금세 오금걸이로 기술을 바꾸며 강태경 선수를 눕혀버렸다.

이제 고려대의 마지막 선수는 송승엽 선수. 특별히 본때뵈기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얌전하게 등장한 그 모습에 아무래도 김지훈 선수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오늘 잘 맞던 감이 여기서 틀려버렸다. 역시 잘나갈 때 예상을 그만 뒀어야 하나-_-; 송승엽 선수는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거칠게 공격을 시작했고 그 발길질이 매우 날카로운 것이 김지훈 선수 못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에서 잘 쓰이지 않는 옆발따귀 공격까지 하며 예상 밖으로 김지훈 선수를 몰아붙이더니 결국 김지훈 선수를 오른발 후려차기로 잡아버리는 쾌거를 거둬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사이 안암비각패도 마지막 선수인 권오희 선수를 내보냈다. 마지막 경기. 송승엽 선수는 이전처럼 거칠게 몰아붙였고 권오희 선수는 노련하게 그런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송승엽 선수의 빠른 발길질을 잡아채려고 시도했다. 마침내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그 발길질을 잡아채나 했는데......아!! 그 전에 이미 송승엽 선수의 후려차기가 권오희 선수의 얼굴에 적중한 후였다. 권오희 선수의 힘에 밀리면서도 투지를 잃지 않고 뻗은 후려차기가 정확하게 권오희 선수의 안면에 직격했던 것이다.

예상은 안암비각패가 유리했지만 막상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고려대학교가 오늘 지면 너무 일찍 탈락이 확정되니 고려대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가 하늘에도 들린 것인지 행운의 여신은 고려대학교의 편에 가서 섰다. 선후배와의 경기, 양관호 선수가 주도한 예능배틀은 그렇게 결말이 났다.

동아줄을 잡고 기사회생(起死回生)한 호랑이 한울. 동화에서 보면 썩은 동아줄을 잡고 매우 불쌍한 모습으로 곤두박질쳤는데 역시 동화와 현실은 많이 틀린가보다. 아니면 오래 전 동아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 해님과 달님이 된 오누이가 그래도 미운정이 든 호랑이에게 좋은 동아줄을 내려준 것일까? 어쨌든 2주 연속된 경기에서 처음은 일격을 맞았지만 전의를 가다듬어 승리를 한 고려대학교의 앞으로의 경기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by 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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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gp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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