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련택견협회가 주관하는 택견배틀의 경기들을 보다보면 흔히
"재미는 있는데 왜 선수들이 품밟기를 하지 않나요?"
라는 질문이 나온다. 규칙으로 정해 강제로 항상 앞발을 주고 굼실을 해야 한다는 상황을 정해놓은 대한택견의 모습에 익숙한 일반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대한택견은 전신을 는질러찬다는 명목아래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세게 다리를 찰 수 있는 결련택견협회의 경기들보다는 굼실한다는 느낌이 더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랫발질을 세게 까지 않는 특성상 나오는 움직임인데 문제는 송덕기 옹에게 오래 배웠던 제자들이 한결같이 다리를 세게 걷어차는 것으로 배웠다는 점에서 하체공격을 는질러찬다는 것은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현재 택견계의 헤게모니를 크게 쥐고 있는 쪽은 대한 택견이다. 이크에크(사실 이건 신한승 선생의 작품), 허리를 크게 흔드는 움직임(능청이라 함), 역품,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밀어차기(는질러차기)라는 이론들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고(일반인 기준에서) 그렇게 택견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박혀 있다.
품밟기를 왜 하지 않는가? 라고 하는 질문은 원래 모습이 아니라 현대화된 대한택견의 모습에 익숙해져있기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송덕기 옹은 품밟기가 어느 정도 기본을 뗀다 싶으면
'어디 품 놀아봐라.'
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품밟기를 해라.' 가 아니라 '품 한번 놀아봐라.' 라는 말은 뉘앙스 차이가 크다. 흔히 택견배틀에서 품밟기를 안한다는 표현과 질문이 나오는 것은 기본적인 품밟기. 굼실 하며 무릎을 굴신하는 그 움직임이 크지 않고 항상 한 발을 앞으로 내주는 삼각형의 움직임을 잘 만들지 않는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품밟기는 아랫발질의 공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나온 최적의 움직임이다. 하체를 세게 찰 수 있고 손으로는 얼굴이나 몸통을 가격하지 못하는 상황, 발질이 자유로운 상황이고 아랫발길질이 주무기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것에 맞는 최적의 발놀림이 나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품밟기라는 발놀림이다. 왕십리 지역에서 까기 놀이를 배웠던 김명근 선생의 경우는 처음에는 태질을, 그 다음에는 아랫발질과 윗발질을 배웠으며 이것을 다 배우며 놀이를 하다보면 어느덧 품밟기와 같은 동작이 나온다고 증언했다. 역시 이것도 필요에 의해서 나오는 발놀림과 몸놀림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모든 무술이나 스포츠는 대련이나 경기규칙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서 최적의 움직임이 발생하게 된다.
복싱에서 난타전이 벌어질 때 어떤 선수들은 위빙을 하거나 헤드슬립등으로 펀치를 회피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저 선수 위빙이 좋네."
"헤드슬립 좋은데."
하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택견도 '다리로 상대방을 차거나 걸어서 넘어뜨리며 발길질을 잡을 수 있다.' 라는 대전제 아래 상대의 아랫발질을 피하는 움직임, 잡아채는 움직임에 대항해서 옆으로 빼거나 아래로 다리를 꾹 하고 눌러 상대가 다리를 뽑아들지 못하게 하는 것, 이런 움직임들 모두가 품밟기라는 발놀림에 속하며 이런 것을 잘 하면
"저 친구 품을 잘 노는데?"
하고 표현하게 된다. 품밟기는 명사이고 택견의 표현에서는
"품이 날래다" "품이 둔해졌다."
이런 방식으로 주로 표현한다. 언어에는 구성적 권력이 있기 때문에 '품밟기' 라고 표현을 하면 우리에게 인식된 언어 구조상 '밟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보면 결국 접어밟기로 다리공격을 피하는 모습이 주로 나오는 결련택견협회의 경기 모습에서는 '품밟기를 안한다.' 는 질서가 구성되어버린다. 사실은 이미 택견꾼들이 품을 '놀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는 품밟기라는 모습에 있어서 매우 지엽적인 모습만 보는 것이고 틀린 표현이다. 품은 상대의 다리 공격을 원활하게 피하고 반격, 공격하는 모든 발놀림을 의미하는, 품을 노는 것이지 그저 꾹꾹 밟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품밟기를 하며 품을 노는 움직임은 아랫발질의 공방을 위한 최적의 발놀림이지 결코 정형화된 모습으로 강제규칙을 부여해서 모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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