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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으로 인해 연기되었던 수원 전수관과 국민대학교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양 팀 모두 지난 첫 경기에서 1패씩을 가지고 시작했으며 역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신중한 경기 운영이 필요한 가운데 말씀드리는 순간, 수원 전수관에서 권국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뭐냐 이 80년대 대사는...-_-) 국민대에서는 덩치가 좋은 안성훈 선수가 나왔다. 경기가 시작되자 안성훈 선수가 힘으로 밀어붙이며 권국환 선수가 좀 밀리는 양상을 보이더니 얼마 안되어 엉덩걸이로 권국환 선수를 스크류바 돌리듯 휘리릭 돌려 바닥에 꽂아버렸다. 오...시원한 장면이다......

뒤이어 수원에서 이진욱 선수가 나왔다. 지난번에 성주의 도둑놈-_- 황인동을 곁차기로 잡아버린 뛰어난 선수......안성훈 선수는 아랫발 공격을 안 하니 아무래도 견제하다가 또 그 벼락같은 곁차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던 차에 안성훈 선수가 다시 엉덩걸이로...!! 하지만 물럿거라가 선언되었다. 다시 양 선수가 붙는 그 순간, 오오!!! 이진욱 선수의 번개같은 곁차기!! 이건 뭐 스치고 뭐고가 아닌 제대로 들어간 곁차기였다+_+ 꺄오!!!

뒤이어 국민대학교에서 홍윤석 선수가 나왔다. 센스 좋고 경기 운영능력이 매우 뛰어난 좋은 선수였다. 게다가 본때뵈기도 재미있게 하는......발레리노 본때뵈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건 넘어갔다 ㅠ 양 선수 모두 좋은 택견꾼이라서 전형적으로 아랫발로 견제하고 그걸 잡아채고, 때로 벼락처럼 윗발질이 올라가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모습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양 선수가 서로 덜미를 누르는 모습에 주심의 주의가 살짝 들어갔고 이내 그 모습을 고치며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스타일이 비슷해 경기가 길어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다가 불현듯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쯤 벼락같이 승부가 나는 경우가 있다는 느낌이 머리를 확 스쳤다. 그리고 눈을 다시 들며 긴장한 순간! 이진욱 선수가 홍윤석 선수의 덜미와 오금을 잡아채며 눌렀고 그대로 승부는 수원의 승리가 되었다. 오옷, 나도 이제 초능력자 각성인가.-ㅁ-

국민대학교에서 이경훈 선수를 내보냈다. 이경훈 선수와의 승부가 경기의 분수령이 될 듯 한데......두 선수는 다리를 서로 까며 견제를 시작했다. 순간 나오는 오금잽이를 서로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진욱 선수가 다시 아까처럼 오금을 잡고 덜미를 잡아채는데......이경훈 선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진욱 선수의 덜미를 잡은 팔을 바깥으로 돌리면서 몸을 빼는 바람에 이진욱 선수가 중심을 잃었고 뒤이어 잽싸게 밀어버리는 바람에 그만 이진욱 선수가 되치기를 당해 승부는 다시 팽팽함을 이어나갔다.

수원의 다음 주자는 박경식 선수. 후려차기가 아주 일품인 선수로 어떻게 경기를 할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10초 정도 될 무렵 갑자기 아랫발인 것처럼 속임수를 주더니 바로 올라간 후려차기에 짝!! 하고 아주 찰진-_- 소리가 나며 승부가 금방 끝나버렸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중들이 모두 탄성을 울릴 정도였음......풍물패 예도통천 분들도 아주 찰진 소리를 내는 후려차기에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국민대학교에서 머리가 밤톨-_- 모양인 한경섭 선수가 출전했다. 굉장히 빠른 템포의 불꽃같은 공격에 느긋하게 경기를 해나가는 박경식 선수는 좀 당황한 듯 멋쩍게 웃으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그런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한경섭 선수는 박경식 선수의 견제에 가까운 곁차기를 그대로 잡아 외발쌍걸이를 시전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와우, 굉장한데?

물고 물리는 접전이라서 경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수원의 김동욱 선수가 출전해 한경섭 선수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템포가 서로 달랐던 경기와는 달리 김동욱 선수는 한경섭 선수 못지 않은 빠르기로 경기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경기장은 속도 템포를 한가득 올린 듯 서로 퍽퍽 팍팍 우직우직 으악 꽥 하는 BGM이 울려 퍼지는 듯 했다.

그 와중에 김동욱 선수의 엎어차기가 작렬했고 한경섭 선수는 그야말로 -0-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멈춰섰다. 그 모습에 김동욱 선수가 충격을 받고(???) 잠시 멈칫하는 사이 재빠르게 한경섭 선수는 엎어차기로 빚을 갚아줬다. 역시 빚은 제때제때에(???) 뭔가 범상치 않은 한경섭 선수는 다른 곳을 보다가 김동욱 선수를 공격하기도 하는 등 기행을 일삼다가 김동욱 선수에게 오금을 잡혔는데 되려 김동욱 선수가 순간 바닥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한경섭 선수가 장외에 있어서 무효......

뭐냐 이거......뭔가 허허실실 같기도 한데...-_- 주심인 정주렬 선생님이 경기를 잠시 멈추고 뭔가 한경섭 선수에게 말하고 싶어하시는 듯 했는데 입모양이 잘 떨어지지 않으셨다. 하긴 나라도 별로 할 말은 없었을 듯......뭔가 묘하게 경기를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공격은 계속 하니 이건 뭐......약간의 주의가 들어갔고 다시 시작된 경기는 다행스럽게도 정상-_- 적으로 진행되었다. 근데 난 아까 같은 분위기가 더 좋긴 한데......특이한 자기 페이스를 잃어서 그런지 한경섭 선수는 결국 김동욱 선수의 호쾌한 뒤집기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근래 보기 드문 좋은 뒤집기였다......그렇게 승부의 저울추가 수원 쪽으로 기울었다.



국민대학교의 마지막 선수로 최강현 선수가 출전했다. 국민대의 마지막 보루인 최강현 선수는 아랫발질에서 윗발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공격패턴대로 열심히 공격했지만 기세가 오른 김동욱 선수는 그에 굴하지 않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다가 최강현 선수가 타점이 안 맞았는지 내차기를 하다가 김동욱 선수의 영 좋지 않은 곳-_- 을 가격해버렸다. 어째 올해는 소중한 부위가 수난시대인가...꽤나 자주 나오네......경기가 재개되었고 발질로 몇 번 간을 보던 김동욱 선수가 우다닥 달려들어 최강현 선수의 오금을 잡아채서 뒤집......다가 그만 반대로 김동욱 선수에게 눌려버렸다. 그러나 뒤집기를 하는 사이 최강현 선수의 손이 먼저 매트에 닿았기에 주심은 김동욱 선수의 승리를 선언했다. 정면에서 보니 확실히 최강현 선수의 손이 먼저 닿았다.

뒤집었다고 생각했는지 국민대학교에서 이의를 제기하려는 찰나......으잉? 수원 전수관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엉? ㅇㅅㅇ;; 주심은 수원의 승리라고 했는데??? 뭔가 상황이 묘하다가 수원의 김재광 감독님이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고 사람들도 뭔가 어리둥절 하는 가운데 도기현 회장님이 폭소하시더니

“택견배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주심은 청팀의 승리를 선언했는데, 지금 승리한 팀의 감독님께서 이의를 제기하신 겁니다. 큭큭큭 푸하하하하.”

회장님의 장내 설명이 끝나자 택견배틀 장이 뒤집어져버렸다 푸헐, 이긴 팀의 이의제기 크하하하하하하하 -ㅂ-;;;김재광 감독님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시는 가운데 주심 선생님이

“청 감독님의 의향을 존중하여...재경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장내는 다시 뒤집어지게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고 나 살려......다시 경기가 재개되자 전열을 정비한 두 선수가 다시 공방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서로 후려차기가 교차하고 최광현 선수의 곧은 발질이 나오는 등 격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최광현 선수의 엎어차기를 잡아채 눌러버린 김동욱 선수의 승리로 끝났다.

택견배틀에서는 간혹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 즐거움을 주곤 한다. 양 팀 모두 물고 몰리는 접전을 벌였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런 재미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택견배틀 안에 있는 FUN이라는 그 무언가가 깊이 내재되어 있다가 슬그머니 끼어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다른 무도 시합장처럼 경계심과 살벌함이 꽃피는 것보다 이런 재미가 꽃을 피다 못해 열매를 맺는 택견배틀. 이래서 사람들은 택견배틀을 좋아하나보다. 꺄오 >.<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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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gp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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