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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간의 경기, 그리고 이번에 지게 되면 최단시간 예선탈락팀이 되어버리는 위기를 맞게 된 고려대학교의 처지로 관심을 모았던 안암비각패와 고려대학교 한울의 경기가 열렸다. 고려대학교는 택견의 강호로 호랑이라는 학교 상징답게 강력한 택견꾼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그 열정에 OB들이 모여 안암비각패라는 택견패를 결성할 정도로 택견에 대한 사랑도 대단한 곳이 고려대학교였다. 그렇지만 선후배간이라도 승자와 패자는 나오는 법.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나 동방예의지국으로나 안암비각패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택견의 경기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고 아나걸의 저주라는 변수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역시 택견이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그래서 뚜껑을 열어보기로 결정했다.

안암의 첫 선수는 용인대를 졸업한 양관호 선수. 풍운아라는 별명답게 용인대, 연극배우, 노원구 선수, 왜놈-_-;; 같은 역을 하다 이번에 안착한 곳은 안암비각패. 그가 있기에 예능배틀이라는 신조어가 다 생길 지경이었다. 양관호 선수는 큰 키와 긴 다리에서 나오는 본때뵈기를 보이고 경기장에 섯다!! 하고 외친후 고려대의 어떤 선수를 지목하며 “니가 나와! 난 니가 좋아!”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등장한 선수는 허허실실 송조현 선수-_-; 택견배틀 2011 최단시간 승리 기록을 가지고 있는 송조현 선수의 어눌해보이는 등장에 사람들은 왠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미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던 나로서는 쉽게 웃기가 어려웠......지는 않고 다만 이번에도 혹시 이변이 일어나는 건가? 하는 기대를 가졌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양관호 선수는 한수 가르쳐 주듯이 송조현 선수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호통도 적절히 쳐가며 전지훈련에서 선배가 후배 교육시키듯이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직속 선배도 아니면서 가르치는 양관호 선수가 얄미웠는지 문득 송조현 선수가 거세게 공격했고 양관호 선수는 그래 해봐!! 하듯이 그 공격을 맞아주기로 했나보다. 오오 소년 스포츠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전개!!! .........그리고 송조현 선수는 거세게 손따귀로 양관호 선수의 허벅지를 찰싹 후려쳤다.......

............뜻밖의 공격에 양관호 선수의 이마가 구겨졌고 그 구겨진 것만큼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선배가 후배의 실력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경기를 진행하다가 망가져서 그런지 양관호 선수는 거칠게 송조현 선수를 밀어붙였고 이내 후려차기로 금방 결판이 났다.

이어 고려대학교에서는 덩치가 좋은 박재우 선수가 등장했다. 양관호 선수는 여전히 예능감을 잃지 않고 박재우 선수를 상대하다가 박재우 선수의 거친 힘과 파이팅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진지하게 품을 밟으며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본색은 못 속인다고 양관호 선수는 이내 후려차기를 차다가 스스로 넘어지면서 다시 예능감을 발휘했고 다시 택견배틀은 예능배틀로 돌아갔다. 예능이 지나친 탓일까? 그런 틈을 파고든 박재우 선수는 양관호 선수가 공격하는 발길질을 잡아 특유의 힘으로 외발쌍걸이를 걸어 양관호 선수를 바닥에 눕혀버렸다.

뒤이어 호떡이라는 별명의 윤홍덕 선수가 등장. 아니 이 양반도 분명 용인대인데......올해는 팀마다 스카웃 대전쟁이라도 벌인 건가. 하여튼 전설의 빨간바지 류병관 선생의 제자로 출중한 택견 실력을 자랑하는 윤홍덕 선수가 등장했고 덩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윤홍덕 선수가 박재우 선수의 힘을 이용한 되치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예상이 맞았다. 택견배틀 토토는 없나? 역시나 상대적으로 작은 윤홍덕 선수에게 태질을 걸던 박재우 선수는 윤홍덕 선수가 순간 중심을 비틀며 힘을 흘려버린 탓에 역으로 되치기에 걸려 바닥에 누워버렸다. 다음으로 등장한 성준혁 선수에게도 윤홍덕 선수는 뒤엉킨 상황에서 센스있게 오금걸이로 걸어버리며 바닥에 상대를 눕히며 2연승을 달렸다.

더 이상 연승을 하게 둘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려대학교에서는 강태경 선수가 등장했다.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에 맞게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내하는 강태경 선수의 스타일 상 오히려 윤홍덕 선수가 역공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뭔가 날인지 예상대로 그렇게 끝나버렸다. 다시 뒤엉킨 상황에서 강태경 선수가 윤홍덕 선수를 순간적으로 낚시걸이로 걸어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윤홍덕 선수는 이전에도 김성복 선수에게 낚시걸이로 시원하게 넘어간 적이 있는데 이거 징크스가 되지 않기를. 승자인 강태경 선수는 뒤이어 등장한 박상혁 선수도 호쾌하게 칼잽이 오금잽이로 잡아버리며 시원하게 2연승을 하며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안암비각패에서 김지훈 선수를 내보냈다. 힘이 장사인데다가 무영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른발 후려차기가 능한 김지훈 선수와 그 후계자라고 불리는 강태경 선수의 경기인만큼 눈을 떼지 못할 듯 했고 선후배간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비슷한 스타일의 두 선수의 경기는 아직은 더 노련한 김지훈 선수의 오금걸이로 끝났다. 강태경 선수의 발길질을 잡아챈 김지훈 선수는 강태경 선수가 오금잽이에 넘어지지 않자 센스있게 금세 오금걸이로 기술을 바꾸며 강태경 선수를 눕혀버렸다.

이제 고려대의 마지막 선수는 송승엽 선수. 특별히 본때뵈기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얌전하게 등장한 그 모습에 아무래도 김지훈 선수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오늘 잘 맞던 감이 여기서 틀려버렸다. 역시 잘나갈 때 예상을 그만 뒀어야 하나-_-; 송승엽 선수는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거칠게 공격을 시작했고 그 발길질이 매우 날카로운 것이 김지훈 선수 못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에서 잘 쓰이지 않는 옆발따귀 공격까지 하며 예상 밖으로 김지훈 선수를 몰아붙이더니 결국 김지훈 선수를 오른발 후려차기로 잡아버리는 쾌거를 거둬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사이 안암비각패도 마지막 선수인 권오희 선수를 내보냈다. 마지막 경기. 송승엽 선수는 이전처럼 거칠게 몰아붙였고 권오희 선수는 노련하게 그런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송승엽 선수의 빠른 발길질을 잡아채려고 시도했다. 마침내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그 발길질을 잡아채나 했는데......아!! 그 전에 이미 송승엽 선수의 후려차기가 권오희 선수의 얼굴에 적중한 후였다. 권오희 선수의 힘에 밀리면서도 투지를 잃지 않고 뻗은 후려차기가 정확하게 권오희 선수의 안면에 직격했던 것이다.

예상은 안암비각패가 유리했지만 막상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고려대학교가 오늘 지면 너무 일찍 탈락이 확정되니 고려대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가 하늘에도 들린 것인지 행운의 여신은 고려대학교의 편에 가서 섰다. 선후배와의 경기, 양관호 선수가 주도한 예능배틀은 그렇게 결말이 났다.

동아줄을 잡고 기사회생(起死回生)한 호랑이 한울. 동화에서 보면 썩은 동아줄을 잡고 매우 불쌍한 모습으로 곤두박질쳤는데 역시 동화와 현실은 많이 틀린가보다. 아니면 오래 전 동아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 해님과 달님이 된 오누이가 그래도 미운정이 든 호랑이에게 좋은 동아줄을 내려준 것일까? 어쨌든 2주 연속된 경기에서 처음은 일격을 맞았지만 전의를 가다듬어 승리를 한 고려대학교의 앞으로의 경기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by 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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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상북도 성주는 참외로 유명하다. 하지만 택견배틀 판에서는 또 하나, 무적의 경북 성주 전수관으로 성주는 잘 알려져 있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는 가지 않고 아직 인터넷으로 동영상 하나 올리기가 어렵던 2004년 무렵 느닷없이 등장한 이 팀은 그간 택견배틀에서 독보적인 택견꾼들이 우글거리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대학 동아리와는 달리 공백기가 없고 오랜 세월 전력이 쌓여져 가는 이점이 최대한 발휘된 성주전수관 팀은 도창주와 배승배라는 터미네이터 2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스카이넷에 버금가는 전략가인 강호동 감독이 차례차례 다른 팀들을 말살해가고 있었으며 이에 대(對)성주전수관 팀을 구성하자는 다른 팀의 견제가 있을 정도로 이 성주 전수관은 막강했다.

2010년도는 그런 판에 성주전수관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성주전수관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올해 겨울 성주 전수관 팀이 무언가 일을 벌이며 준비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고 어떤 이는 전설의 도창주, 배승배 선수가 다시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대, 또는 걱정의 또아리가 칭칭 감겼던 것이 마침내 풀리는 날이 왔다. 그 날은 바로 2011년 5월 14일.

상대 팀은 수원전수관이었다. 스카이넷에 맞서 싸우는 인간 지도자 존 코너라고 비교를 해야되나? 어쨌든 김재광 감독 역시 강호동 감독에 못지않은 전략가라고 소문이 나 있었고 수원전수관도 역시 전수관으로써 선수들의 공백이 없이 꾸준히 실력이 쌓여가는 명문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고 특히 뉴 짐승이라고 불리는 이창용의 활약이 두드러지기에 사실 승부의 예측은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선수들이 입장했고 먼저 청팀인 성주전수관이 입장했다. 성주 전수관은 예의 참외를 가지고 입장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달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성주는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참외를 인심 좋게 나눠주었다. 참외를 받으며 문득 사람들이 강팀임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꾸준히 성주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참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K-1의 절대 강자 세미슐츠도 참외는 아니더라도 경기장에 들어오며 초밥이라도 좀 뿌렸으면 더 많은 이들이 응원하지 않았을까?

다음은 수원전수관이 입장했다. 작년과는 다른 파란색의 유니폼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고의 적삼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위에 철릭을 덧대 입는 방식의 다른 택견 협회보다 이런 다양한 모습의 유니폼을 보는 것도 택견배틀의 또 다른 재미다.

뒤이어 강호동 감독의 딸인 보라와 미르가 배정석 선수를 상대로 재미있는 공연을 보였다. 아이답지 않은 그 강렬한 위력의 발길질은 보는 이가 다 탄성을 질렀고 배정석 선수의 능글맞은 연기에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언젠가 택견배틀 게시판에 달린 댓글처럼 보라와 미르의 연애자에게 최대의 강적은 성주 전수관의 터미네이터들이 아니라 보라와 미르의 발길질이라는 말도......

그런 잔재미들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어 성주전수관에서 오른쪽 어깨에 문신을 한 문신남 이태희 선수가 등장했다. 이에 맞서 수원은 무술소년(늙은...) 김동욱 선수가 등장. 둘은 서로를 견제하며 아래까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태희 선수가 좀 더 공격적으로 힘을 실었고 그런 공격적인 기세에 살짝 김동욱 선수가 당황한 틈으로 이태희 선수의 곁차기가 작렬했고 힘이 실린 그 곁차기로 첫 번째 승부는 끝났다.

성주의 승리에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뒤이어 수원전수관에서는 해결사 박경식 선수가 본때를 뵈며 등장했다. 그리고......시작하고 10초도 안되는 무렵 박경식 선수가 번개같은 곁차기로 김동욱 선수의 빚을 갚아버렸다. 송조현 선수의 3초승보다는 시간상 못하지만 체감으로는 거의 같은 초살에 사람들은 느닷없는 환호를 질렀고 아나걸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승부가 나니 다들 눈 감지 말고 지켜보셔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으로 강호동 감독이 내보낸 선수는 리틀 배승배라고 불리는 괴물 손병준 선수. 특기가 시비걸기-_-;;; 인 그는 본때뵈기는 쑥쓰러운 듯 보이지 않았지만 심판의 시작 신호가 나자마자 강렬한 엎어차기로 상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동방예의지국 백성답지 않은 뜻밖의 시비에 박경식 선수는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하고 몇 차례 엎어차기를 허용하고 말았다. 도창주 선수와 배승배 선수를 터미네이터 1, 2에 비교를 했다면 손병준 선수는 터미네이터 3쯤 되는 것 같았다. 도창주, 배승배 선수가 태질과 잡아 거는 기술에 능했던 반면에 손병준 선수의 엎어차기는 보는이가 다 아플 정도로 펑펑 소리를 내며 박경식 선수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렇게 신경이 쏠린 틈에 올라간 후려차기에 결국 박경식 선수는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참 난감한 강호동 감독의 패에 김재광 감독은 뉴짐승 이창용을 내보냈다. 괴물과 뉴짐승이 으르렁대며 배틀장에 들어섰고 이어 격돌하기 시작했다. 첫 포문은 괴물의 엎어차기. 뉴짐승은 순간 휘청했고 그 틈에 괴물은 또다시 엎어차기를 박아넣었고 뉴짐승은 그걸 잡아챘지만 이미 힘이 실린 엎어차기가 작렬한 후라서 힘이 빠진 탓에 그걸 그대로 넘어뜨리지 못하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선수필승(先手必勝)......이창용 선수는 이어 몸을 날리며 그대로 몸통 돌려차기를 해보았지만 감각이 좋은 괴물은 그걸 간발의 차이로 두 번 모두 회피해버렸고 결정적으로 이창용 선수의 오금잽이가 들어갔지만 위에서 누르는 통에 결국 메쳐버리지는 못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 다리를 많이 맞아서 힘이 풀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뉴짐승은 포기하지 않고 어금니를 드러내고 있었고 이에 괴물 손병준 선수도 딱히 결정타를 꽂아 넣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기가 끝났고 둘 다 경고가 없이 무승부로 결정이 나 괴물과 뉴짐승은 씩씩대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택견의 기본인 아래까기를 강렬하게 구사하는 손병준 선수가 이제 다른 기술에 대한 대응책과 연습을 해 나온다면 어떻게 될지......배승배 선수의 뒤를 잇는 전설적인 택견꾼(의 탈을 뒤집어쓴 터미네이터)이 탄생할 것인가? 하는 기대가 들었다.

다시 새로운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경기가 재개되었고 다음 선수는 손과 발이 큰(도둑이라는 말이잖아......)황인동 선수였다. 작년 마지막 경기에서 고려대학교를 상대로 판쓸이로 다섯을 모조리 잡아버렸던 황인동 선수가 등장하자 수원에서는 정형진 선수가 나왔다. 키가 큰 황인동 선수는 슬금슬금 거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정형진 선수는 아래까기로 그런 황인동 선수를 견제했다. 정석적인 플레이였지만 손이 워낙 큰 황인동 선수의 오금잽이에 잡혀 그대로 넘어가버리는 불운을 당해버렸다. 시원한 오금잽이에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뒤이어 살인미소를 지닌 이진욱 선수가 황인동 선수를 잡기 위해서 뛰쳐나왔고 둘이 경기장을 돌며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황인동 선수의 특기가 태기질이라는 것을 아는지 이진욱 선수는 아래까기를 하면서도 쉬이 잡히지 않게 타이밍과 거리를 조절하며 다른 종류의 아랫발질을 구사했고 뒤이어 갑자기 달려들어 덜미를 잡고 흔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대처를 했다. 황인동 선수도 이에 기습적으로 곁차기를 올리는 등 서로간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작렬했으나 그 수싸움에서 슬그머니 이진욱 선수가 곁차기를 작렬시키는 바람에 경기는 끝나버렸다. 아랫발질이 들어오는 줄 알고 잡아채려던 황인동 선수의 오른쪽 얼굴에 이진욱 선수의 오른발 곁차기가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살인미소를 보고 싶다던 아나걸의 멘트 덕인지 승리를 한 이진욱 선수는 시원하게 살인미소를 날려주었다.

다음으로 성주전수관에서 등장한 선수는 바로 배정석 선수. 2004년 택견배틀 원년에 성주전수관 팀에 고등학생으로 출전해 자신보다 월등히 큰 상대를 맞아 멋진 뒤집기로 승리를 장식하던 배정석 선수도 이제 베테랑이 다 되었다. 양반다리 자세에서 양팔로 몸을 띄워 물구나무서기까지 하는 묘기에 가까운 본때뵈기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수원의 마지막 선수와 성주의 네 번째 선수가 경기장 중앙에 섰고 서로의 승리를 위해 조용히 품을 밟기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서 서로 아랫발질의 공방을 주고 받으며 덜미를 잡기도 했고 또 서로간의 공격에 대한 방어도 아주 좋았다. 그런 기본기의 공방은 결국 기본기로 승부가 났다. 서로 엉킨 상황에서 배정석 선수가 순간적인 딴죽으로 이진욱 선수의 발목을 걸어버렸고 순간 중심이 흐트러진 이진욱 선수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배정석 선수는 그대로 덜미를 잡아 땅에 상대를 굴려버렸다.

수원 전수관은 성주를 상대로 물러섬 없이 자존심 높은 택견꾼들로 어금니를 드러내며 싸웠고 오늘은 비록 패배했지만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하며 어깨를 당당히 펴고 경기장을 퇴장했다. 이렇게 스카이넷과 존 코너의 싸움은 새로운 모델의 터미네이터를 시험 가동시킨 성주의 승리로 끝났다. 구형모델들도 구형모델의 탈을 뒤집어썼을 뿐 꾸준한 업데이트로 더욱 강력하게 변신을 했다는 점에서 올해도 성주전수관의 롱런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 하다. 시대가 갈수록 더욱 강력한 터미네이터들을 계속 내보내는 성주 전수관. 아무래도 참외농사에 뭔가 있기는 있나보다......대학팀들은 방학이 되면 단체로 농활을 가보는 것도 대처방법 중 하나가 될 듯 하다.

인류의 적인 스카이넷과 터미네이터들이 농사 지어 나눠준 성주 참외를 갉아먹으며 인심 좋은 그들이 또 참외를 바리바리 싸들고 택견배틀을 찾을 날을 기다린다......근데 스카이넷과 터미네이터는 인류의 적이 아니었던가...영화에서도 참외로 인간들을 현혹했다면 정복이 수월했을지도......-┏;; 생각해보니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난다.

"촌장동무, 그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뭡네까?"

"일단 멕여야지-"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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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老將)은 죽지 않는다.

종로 장산곶매와 경기대학교 아리쇠의 경기가 다가왔다. 흰 바탕의 옷에 등에 시원스럽게 새겨진 멋진 매의 모습이 돋보이는 장산곶매 팀이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매처럼 등장했고 뒤이어 노란색 겉옷을 입은 아리쇠가 대조적으로 덤덤하게 등장해 경기장을 채웠다.

경기 전의 예상은 기량이 갈수록 붙고 있는, 동면에서 깨어난 날쌘 곰 이하람과 날카로운 야옹이 김현호, 암사자 이건희 등 동물농장(그것도 무시무시한)을 만들어버린 이영훈 선생의 스카웃이 빛을 발한 장산곶매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반면 아리쇠는 노장들의 체력문제, 겨울동안 다량의 탄수화물과 지방질을 섭취한 김성용의 체중증가로 인해 불리하다고 평가되었는데 더구나 감독님까지 오늘 부재한 상황이었다.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지는 않았다. 명약관화(明若觀火)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쓰는 말이었으니까.

풍악이 울리며 이에 맞춰 청팀인 장산곶매에서 선수가 출전했다. 예상외로 이하람이 먼저 출전을 해서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면 김현호, 이건희가 있으니 이하람이 선봉으로 출전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는 배치였다. 보통 장기는 졸(卒)부터 출격하는데 장산곶매의 졸은 졸의 탈을 뒤집어쓴 차(車)가 나와 버렸다. 이에 맞서 아리쇠는 김상준 선수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큰 이하람을 맞아 발질 위주로 공격을 하리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하람의 기습적인 곁차기에 김상준은 당해버리고 말았다.

이어 출전한 아리쇠의 선수는 김상일. 작년에는 새신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선수로 키가 크고 훤칠한, 발길질을 잘 쓰겠다고 보이는 선수였다. 이하람이 예상 외로 곁차기를 잘 썼지만 아무래도 길이에서 차이가 날 듯하다. 예상대로 김상일 선수는 이하람의 덜미잽이에서 이어지는 곁차기를 잘 견제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그 틈을 파고든 것일까, 갑자기 이하람은 날렵하게 김상일의 오른쪽 오금을 양손으로 잡고 뽑아 올리더니 그를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곁차기와 아랫발질을 너무 생각했던 것일까, 순간적인 오금잽이를 당해내지 못하고 말았다.

기세가 오른 장산곶매를 상대할 아리쇠의 선수는 윤성군이 등장했다. 원조 짐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가 과연 장산곶매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반반쯤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직장일에 피곤한 비즈니스 맨이 과연 얼마나......라는 생각을 저리 날려버리듯이 짐승은 주특기인 칼잽이와 오금잽이로 날쌘 곰 이하람을 날려버렸다. 장내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유독 새로운 관중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 한 번에 덩치 큰 이하람을 쓰러뜨리는 택견 특유의 늘어짐 없는 태기질이 신선했던 모양이다.

얌전한 본때뵈기로 등장한 장산곶매의 다음 선수는 김선호 선수. 방금 전의 임팩트 있는 끝내기 덕에 기력이 올라간 윤성군을 맞아 견제를 하다가 저돌적인 공격을 들어가는 김선호였으나 역시 노장은 노련했고 윤성군은 그것을 되쳐버리며 김선호를 바닥에 눕히고 2연승을 달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 기세를 둘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영훈 감독은 야옹이 패를 뽑아들었다. 야옹이 패를 배틀장에 던지자 야옹이 패는 김현호라는 날쌘 택견꾼으로 둔갑해 신명나게 본때를 뵈며 몸을 풀었고 날렵해 보이는 그의 움직임에 풍물패는 흥겹게 장단을 맞췄고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며 시선을 집중했다. 야옹이라는 별명답게 김현호는 날쌔게 품을 밟으며 윤성군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진중한 윤성군은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하듯 체력 안배 차원에서 마치 뻘에서 미끄러지듯이 대조적으로 정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했다. 마치 권투에서 아웃복서와 인파이터 복서가 만났을 때와 같은 상황이 경기장에서 벌어졌고 승부는 뜻밖에 기습적인 후려차기로 김현호의 얼굴을 가격한 윤성군의 승리로 끝났다. 태질로 승부를 낼 것이라는 예상을 시원하게 깨버린 윤성군은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고 장산곶매는 승부를 던지려는 듯이 이영훈 감독은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새로운 패, 최강의 패를 꺼내들었다.

그 패는 바로 암사자 패. 야옹이 패로 짐승의 체력을 갉아먹으며 이번 턴을 마감한 뒤 암사자 패로 사냥을 마무리하려는 연속적인 고양이과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암사자 이건희는 시작하자마자 강하게 짐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말해주는 암사자의 경력은 화려했고 그 경력과 공격하는 패기에 사람들은 이미 승부가 결정이나 난 듯 어떤 멋진 기술이 나올까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때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아나걸이 응원하거나 소개하는 선수는 꼭 지던데......”

택견배틀의 유명한, 이름하여 ‘아나걸의 저주.’ 그 저주에 희생된 원혼들이 전수관과 동아리에서 울고 있다는 괴소문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저주다.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했더니......이런......역시 아나걸의 저주는 사실이었다. 시종일관 밀어붙이며 지친기색이 역력한 짐승의 급소를 물려고 달려들던 암사자는 그만 짐승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어 버렸고 태질로 마무리를 하려는 이건희를 윤성군은 재빠르게 뒤집어버리며 이건희를 바닥에 무릎 꿇려 버렸다. 장내에는 엄청난 환호성이 들끓었다.

강적인 암사자와 맞서 싸우느라 윤성군은 이제 진이 다 빠진 모양이었고 이번에는 조련사이자 마지막 선수인 김용주 선수가 출전했다. 중심이 낮고 노련해서 여간해서는 꼼수에 걸리지 않는 김용주 선수는 비록 장산곶매의 마지막 선수였지만 힘이 다 빠진 짐승을 조롱하듯 본때를 뵈며 윤성군의 바로 앞에서 솟구치는 발길질을 하는 여유를 보였고 보통 짐승들이라면 으르렁 했겠지만 힘이 다 빠진 윤성군은 으르렁댈 힘도 없다는 듯이 축 늘어져 있었다.

지친 윤성군의 주변을 돌며 김용주 선수는 아랫발질로 사정없이 윤성군을 괴롭혔고 체력이 있었다면 오금잽이를 했을 윤성군은 타이밍을 놓치며 점점 김용주 선수에게 말려들어가는 듯 했다. 특기인 오금잽이를 놓치는 모습에 자신감이 붙은 것일까? 힘이 다 빠진 짐승의 목을 잡아 쓰러뜨리려는 듯이 김용주 선수는 짐승을 힘차게 잡아챘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몫을 담아 바닥에 짐승을 눕혀버리는......가 싶었는데, 아뿔싸, 이것도 역시 짐승의 함정이었다. 그 순간 앞서 결전에서 보였던 화려한 되치기가 작렬하며 바닥에 누워버린 것은 김용주 선수였다. 와!!!! 하는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아리쇠 선수들이 펄쩍 뛰며 일어나 윤성군을 들었다. 지쳐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지만 윤성군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말보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화려하게 부활하고야 만다. 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직장의 스트레스와 체력저하를 뒤집어 승리, 그것도 판쓸이로 상대 팀 다섯을 모조리 쓸어버린 짐승 윤성군. 60전의 경력에 다시 5전, 그것도 모조리 승리가 추가된 그에게는 노장이라는 말 앞에 ‘백전’ 이라는 말을 붙여주어야 할 것 같다. 노장이라 하면 어쩐지 좀 나이 들고 찌들고 약해졌고 하는 감정이 들지만 그 앞에 백전이라는 말이 붙어 백전노장(百戰老將)이 되는 순간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어 용이 된 것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백전노장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하나하나 목표를 쌓아나가고 어느덧 정신차려보면 목적을 모두 달성하고야 만다. 마치 만화 더 파이팅에서 주인공 일보가 자신의 체력이 저하되자 라운드마다 상대에게 목표를 설정해 하나씩 쌓아나가 결국 승리했던 그 시합 모습을 오늘 백전노장 윤성군의 경기에서 다시 현실로 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 중에 살아간다. 산전, 수전, 공중전에 화생방전도 겪는다고 할 정도로 현대 사회는 노장들의 사회인지도 모른다. 또 그런 상황에 많은 이들이 안 좋은 방법으로 그 문제들을 풀거나 도피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 보여준 윤성군의 경기처럼, 우리 모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하나하나씩 침착하게 조금씩 달성해 나가보면 어떨까. 그러다가 어느덧 경기에도 승리하고 판쓸이라는 덤까지 얻은 백전노장 윤성군처럼 우리도 우리 이름 앞에 ‘백전’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뿌듯해할 수 있지 않을까.

by 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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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되던 시절의 일본에서는 전쟁을 시작할 때 효시를 쏘아 공격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전쟁에서의 예의 같은 것이 있었다 한다. 효시는 우는살이라고도 불리는 화살인데 화살을 날리면 화살촉 부근의 장치에 의해서 귀신 우는 소리가 나는 화살이다. 이 효시의 단어가 바탕이 되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릴 때 보통 효시라는 표현을 쓴다.

이제는 8년째에 접어들어 봄이면 절로 발길이 가곤 하는 그곳, 인사동 문화마당 조선극장 터에는 드디어 택견배틀 2011을 알리는 효시가 울려 퍼졌다.

오늘의 경기는 대전 전수관과 고려대학교, 장산곶매와 아리쇠의 경기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오늘 경기는 어떨까 하는 궁금함을 가득 담고 택견배틀 장에 앉았다. 이미 지난주에 열렸어야 할 경기지만 엄청난 비가 오는 바람에 연기되었고 오늘도 아침 무렵까지만 해도 비가 와서 걱정했으나 오후가 되며 거짓말처럼 날이 개고 햇님이 방긋 웃는 모습을 보였고 바람까지 선선한 것이 최고의 날씨라 할 만했다.

올해 아나걸 송지유 양의 똑 부러지는 소개와 함께 대전 전수관과 고려대학교 팀이 입장했다. 두 팀 다 작년 택견배틀에서 경북 성주 전수관에게 쓴 잔을 마셨던 기억이 있는 팀이다. 대전 전수관은 성주에게 져서 탈락했고 고려대학교는 3,4위전에서 성주 전수관의 황인동에게 판쓸이를 당하며 마지막 경기에서 그만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대전전수관의 첫 선수는 길게 기른 파마머리가 인상적인 오효섭 선수였다. 대전 전수관의 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마치 그런 교과서를 보여주듯 상대로 나온 성준혁 선수를 맞아 전형적인 아랫발질의 견제를 하다 기습적으로 올라간 곁차기로 다음 선수를 불러들였다. 뒤이어 등장한 송조현 선수는 특별히 아크로바틱한 본때뵈기를 하지는 않았고 얌전히 경기장 중앙에 가서 섰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는 훌륭한 잠언을 남겨주셨고 얌전한 고양이 송조현 선수는 대접이 끝나고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곁차기를 올렸으며 얌전한 송조현 선수의 겉모습에 속아 넘어간 오효섭 선수는 택견배틀 2011 퍼스트 위너(First Winner)의 위명이 한순간에 곤두박질치며 3초만에 패배해버리고 말았다.

뒤이어 등장한 함지웅 선수는 덩치와 힘을 바탕으로 송조현 선수를 거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았지만 후려차기를 잘 쓰는 함지웅 선수는 순간 빈틈을 노려 송조현 선수의 왼편 얼굴을 오른발 후려차기로 정확하게 가격했다. 그러나 얼굴이 아닌 후두부를 가격했기에 재경기.

송조현 선수는 여전히 뭔가 알 수 없는 듯한 움직임으로 함지웅 선수를 공략했고 함지웅 선수의 아랫발질에 악! 소리를 내며 반격하기도, 물구나무 쌍발차기, 일명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공격을 하기도 했다. 뭔가 하나가 빠진 듯한 그런 모습에 점점 말려들어갔고 결국 시간이 다 지나 경고 수가 많은 함지웅 선수가 경고 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것이 허허실실 전법인가......

대전 전수관에서 오태호 선수를 내보냈다. 오태호 선수는 대전 전수관 팀에서 유일하게 머리를 물들였던 선수고 세간의 인식처럼 뭔가 반항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아주 거세게 송조현 선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지쳐버린 송조현 선수는 결국 오태호 선수에게 잡혀 넘어가버리고 말았지만 너무 밀어붙이는 것에 연연한 오태호 선수도 이미 경고를 두 개나 받아버리고 말았고 뒤이어 등장한 고려대학교의 임한국 선수에게 또 하나의 반칙을 범하며 경고를 받아 결국 경고 패를 당하고 말았다.

임한국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나온 대전 전수관의 선수는 윤창균 선수. 그는 압도적인 위력의 엎어차기로 임한국 선수를 걷어찼고 펑펑 울려 퍼지는 소리는 관객들이 다 아프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다리를 세게 걷어차면 장사 없어!!’

라고 하시던 송덕기 옹의 말씀처럼 결국 버티다 못한 임한국 선수는 윗발질을 올렸으나 그 와중에 그 발이 잡혀 윤창균 선수의 외발쌍걸이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보는 사람이 다 호쾌한 외발쌍걸이였다.

뒤이어 나온 한경덕 선수에게도 윤창균 선수는 똑같은 방식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정말 기본기를 제대로 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기본기에 힘과 체중까지 바탕이 되니 이건 정말 답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번 다리를 잡히기도 했지만 체중이 있다 보니 그걸 그대로 잡아 넘기기가 수월치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승기를 잡은 윤창균 선수는 되치기로 한경덕 선수를 들여보냈다.

뒤이어 강태경 선수가 나왔다. 역시 우직하게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이던 윤창균 선수를 맞아 강태경 선수는 이전의 선수들과는 달리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오랜 인고 끝에 결국 특기인 후려차기로 윤창균 선수를 들여보내고 장창수 선수를 불러냈다.

대전의 에이스인 장창수 선수와 강태경 선수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둘 다 마지막 선수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의외로 승기가 보이면 파고드는 발길질과 태기질은 맞는다는 두려움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택견꾼들의 자존심과도 같았다. 둘 다 경고를 받을 정도로 침착하면서도 거세게 진행된 경기는 결국 한순간의 차이를 승리로 끌어낸 장찬용 선수의 태기질로 결판이 났다.

효시를 시원하게 쏘아올린 두 팀의 승자는 치열한 접전 끝에 대전 전수관이 되었다. 효시는 활터에서 쏘면 귀신울음이 난다고 해서 궁사들이 쏘기를 꺼려하는 화살이다. 택견배틀이 아무리 즐겁다고 하나 결국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고 그 결과는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아마 속으로는 누구도 효시를 울리기 싫어할지도 모른다. 패배라는 기록은 당연히 본인들에게 좋은 기억이 아니다. 승리의 눈물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면 패배의 눈물은 가슴 아픈 아릿함을 주는 법이고 효시를 쏘면 결국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마련이지만 대전 전수관과 고려대학교는 용감하게 효시를 쏘았고 그 효시의 귀신울음을 이겨낸 팀은 대전 전수관이 되었다.

하지만 그 승리는 고려대학교라는 훌륭한 파트너가 없었다면 애초에 탄생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화 ‘바람의 검심’에서 유신지사들에게 패배하고 사라졌던 신선조의 3번대 조장인 사이토 하지메는 이렇게 말한다.

“승자인 너희 유신지사 뿐만 아니라 우리 신선조도 패자로서 역사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했어.”

인기 판타지 소설이었던 퇴마록의 엔딩을 보면 세상을 파괴할 징벌자와 세상을 구할 구원자가 쌍둥이로 태어나 서로를 끌어안으며 파괴의 에너지도, 구원의 에너지도 모두 중화되며 사라져 마침내 그 자리에는 그저 환하게 웃는 행복한 갓난아이들만이 남았던 것처럼 오늘의 경기에서 승자가 된 대전 전수관도, 패자가 된 고려대학교 팀도 그런 관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졌다고 해서 얼굴을 붉히거나 슬퍼하거나 분하다고 땅을 치는 일이 없고 오히려 서로에게 덕담을 나눌 수 있는 매력적인 격투기 택견배틀. 어쩌면 사람들이 택견배틀을 좋아하고 구경하는 이유는 승자와 패자로 명확하게 갈려 항상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화합과 행복은 승자와 패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슬기를 간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by 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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