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무카스(http://www.mookas.com)에 칼럼을 연재하는 대한 수박협회의 송준호 선생이 제기한 의견은 이렇다.
1. 재물보의 '탁견' 은 무형의 어떤 종합적인 무술을 지칭하는 말이다.
2. 그러므로 송덕기 옹에게 전수받아 오늘에 이르는 택견단체들은 재물보의 탁견과 아무 연관이 없다.
3. 현재의 택견은 각희로 발로만 하는 놀이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세가지 주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을 쓰고 여기서는 다만 각희라는 기예에 대해서는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기록에 보면 각희는 말 그대로 다리로 하는 놀이다. 언뜻 보면 지금의 택견과 같은데 김명근 선생님은 왕십리에서 '까기' 라고 해서 배웠다고 한다. 어느 분은 까기는 정강이 뼈를 차는 방법과 각희라는 단어가 발음도 비슷하고 하다보니 까기라는 것으로 변해 말이 전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탁견, 태껸, 택견 이런식으로 발음 비슷하게 변하는 것은 있으니까.
고용우 선생 측의 윗대 택견의 모습이나 결련택견협회에서 하는 옛법들을 포함한 택견 모습을 보면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경기적인 모습의 택견과는 많이 틀리다.
아마 전에 몇번 이야기를 한 것처럼 탁견이라고 불리우는 종합적인 무술로서의 기예가 있었는데 병장기를 다루는 법이나 화기를 다루는 법과는 달리 맨손기예는 어느 정도 유출의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민간에 수박이 성행하고 전해진 기록 역시 있으니 이런 어떤 무술적 기예가 있었고 이를 익힌 서울 지역의 한량들이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 서로간에 힘을 겨룰 수 있는 구조로 탄생한 것이 바로 각희가 아닐까 생각된다.
각희(김명근 선생님이 배운 까기라는 것과 같다고 보고 이야기 하겠음, 그리고 현재 택견단체들의 경기 방법이기도 함)의 방법을 보면 참 고난이도의 기술들로 이루어져 있다. 상대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거나 순간 잡아채서 넘어뜨려야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무술을 좀 했다 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말로만 쉬운 것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느 정도 이미 무술적 완성도가 된 사람들이 서로간에 크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합의를 본 규칙이 바로 각희가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이런 각희를 하는 사람들은 탁견을 익힌 택견꾼들이었으니 이것이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편하게 '택견한다.' 라고 전해지고 이것이 굳어져서 택견은 곧 각희라는 식으로 조선시대에서 구한말에 이르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실제로 송덕기 옹은 자신의 기예에 대해서 '탁견' 이라고 분명히 언급했고 탁견을 하는 사람을 '택견꾼' 이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1. 탁견을 익힌 택견꾼 한량패들이 서로 간에 각희로 겨루고 있다.
2. 지나가던 사람들이 구경한다.
3. 택견꾼들이 서로간에 겨루니 사람들은 '저 치들 택견하는 구먼.' 하고 말한다.
4. 또 다른 지나가던 사람의 머리 속 '택견은 발로 차거나 순간 잡아채서 넘어뜨리면 이기는 거구나.'
5. 기록: 택견이란 곧 각희로 발로 차거나 넘어뜨리면 이기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태권도와 합기도의 시합방식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1970년대의 합기도 시합을 보면 아주 약간 변형된 태권도와 똑같다. 처음 그 영상을 본 문외한은 그것을 태권도라고 보지 합기도라고 보지 않는다. 택견과 각희의 관계도 이렇게 뒤섞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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