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답으로 격투기 뉴스를 만드는 기자라는 이야기를 할 때 가끔 아래와 같은 상황에 빠집니다.
"격투기는 무슨 재미로 보세요?"
"글쎄요. 그냥 재미있는데 재미있어서 재미있다고 하는데 왜? 재미있냐고 물으시면."
"싸움 하는 게 재미있어요?"
"격투기는 싸움이 아닌데요"
"치고 박고 싸우는데 쌈이 아니라고요"
"격투기는 야구나 축구처럼 룰이 있고 그 룰 안에서 시합을 하니까 싸움이 아니고 스포츠예요"
"그래도 피가 막 나고 그러잖아요"
"2002년에 월드컵 보셨죠? 황선홍이 머리가 깨져서 붕대를 메고 나가서 시합하잖아요"
"예, 정말 그때는 감동적이었어요"
"격투기는 머리에서 피가 그렇게 나면 경기를 중단시키고 TKO선언을 해요. 어떠면에서는 축구보다 안전해요"

[머리에서 피가 나지만 여기서 경기를 멈추고 의사의 조취를 받으므로 어떤면에서는 축구보다 안전하다]


격투기는 룰이 있고 그 안에서 시합을 하는 스포츠다. 다양한 공격권을 보장하지만 반대로 선수를 보호하는 많은 룰이 있다. 시합에 척추라인이나. 후두부등 위험한 부위를 때릴 수 없고, 눈을 찔러서도 안 된다. 박치기를 해서도 안되고 출혈이 심하면 시합을 중단시킨다. 안전을 고려한 룰은 반대로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된다. 상대방에게 출혈을 유발시키는 컷팅기술은 KO와 마찬가지로 한방에 상황을 역전시키는 중요한 기술이다. 야구로 치면 끝내기 만루홈런 같은 중요한 기술이다. 컷팅은 암바가 팔을 부러뜨릴 수 도 있기 때문에 심판이 경기를 끝내는 것과 같이 중요한 기술인 것이다.

상황 #2

천하무적 야구단을 보고 있다. 야구를 하지 않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마르코는 야구 규칙을 모른다. 그저 던지고 치고 달릴 뿐 세세한 야구규칙은 알지 못한다. 마르코에게 야구 규칙을 알려주기 위해서 제작진은 야구규칙 퀴즈를 내고 마르코는 야구용품이 걸린 규칙을 맞추기 위해 애쓴다.

지난주 질문에 타자가 아웃 되는 경우를 4가지 말하세요 라는 퀴즈가 나왔다.

타자가 아웃 되는 경우는 어떤 게 있을까?

1. 삼진아웃
2. 플라이 아웃 (내야플라이, 외야플라이, 파울플라이 모두 플라이 아웃으로 치자)
3. 내야 땅볼 아웃(가끔 외야 땅볼 아웃도 나온다)
4. 파울팁 (이건 플라이 아웃으로 치기엔 규칙이 조금 다르다. 2스트라이크 이전의 파울팁은 아웃이 아니다)
5. 쓰리번트 (2스트라이크 이후에 번트를 시도했는데 그게 파울이 되면 아웃이다)
6. 낫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자가 헛스윙을 했는데 포수가 공을 잡지 못한 경우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하면 세이프 반대로 공이 먼저 도착하거나 터치 시키면 아웃이다)
7.  1루를 달리면서 터치를 피하기 위해 라인을 벗어나면 역시 아웃이다.
8. 인필드플라이 아웃 (조금 복잡한 규칙인데, 노아웃이나 1아웃 상태에서 주자가 1루에 있는(1,2루, 1,3루, 만루 모두 포함한다) 상황에서 내야에 높은 공이 뜨면 내야수가 공을 잡거나 못 잡거나 아웃이다. 인필드플라이는 공격하는 팀을 위한 규칙이다. 내야수가 일부러 공을 놓치고 더블플레이로 연결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규칙이다)
9. 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쳤는데 전 베이스를 밟지 않고 다음 베이스를 밟은 경우도 아웃이다.
10. 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쳤는데 선행 주자보다 먼저 베이스를 밟은 경우도 아웃이다.
11. 1루에서 1루 방향이 아닌 2루로 뛰는 방향으로 가다가 터치 당하는 경우

물론 몇몇 개의 아웃은 타자가 아닌 주자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지난 주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인필드플라이 상황이 연출 되었다. 1루에 한민관 있는 상태에서 동호가 친 공이 내야에 뜬 공이 되었다. 이런 경우 동호는 내야수가 공을 잡던 놓치던 아웃이 되고 한민관은 1루를 지키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천하무적야구단에서는 인필드플라이 상황에서 내야수가 실책을 하자, 2루로 뛰지 않았던 한민관은 아웃이 되고 동호는 1루에서 살았다. 주자만 바뀐걸로 끝났지만 한민관을 터치 아웃 시키고 1루를 밟았다면 충분히 더블 아웃도 가능했다. 이런 경우에는 심판이 인 필드플라이 아웃을 선언 할 수 있다.

*인필드플라이 아웃은 공을 고의적으로 놓치고 더블아웃이 가능해 보이는 경우 심판이 인필드플라이 아웃을 선언해야 성립됩니다*

상황 #3

지난 목요일 테크노마트에서는 네오파이트 대회가 열렸다. 그날의 마지막 경기이자 메인 이벤트인 웰터급 결승에서 코리아탑팀의 서두원과 포마의 박일규 선수가 만났다. 3라운드 서두원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링 가까이서 본 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의사는 경기 불가 판정을 내렸단다. 그때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서두원의 머리에 붕대를 감은 거다. 내 뒤에 있던 여성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투혼 짱이다!" "멋지다" 그녀들의 환호 속에 경기는 속계 됐다. 상대편 세컨은 심판을 부르며 항의했지만 심판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네오파이트는 안전도 무시하고, 룰도 무시하고 그저 관객의 환호만을 즐기며 경기를 이어갔다.

야구에서 규칙을 무시하고 경기를 진행하면 공놀이로 전락한다. 공놀이는 신나는 놀이로 누구나 즐겁고 신나게 놀뿐 뭐라 하지 않는다. 격투기는 다르다. 규칙을 무시하고 경기를 진행하면 싸움으로 전락한다. 싸움은 신나지도 않으면 누구에게나 손가락질을 받는다.

경기장을 나오면서 한 격투기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오늘 경기사진이 셔독이라도 올라가면 쪽 팔려서 어떡하냐?"
팬들도 족팔림을 아는데 격투기 전문지들은 붕대투혼이라고 하니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Posted by 무진 giIp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