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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과 현대 사이에 침체기를 겪었던 택견이라는 한국의 전통은 중요 무형문화재 76호로 등록되면서, 또 협회들이 각자의 노선과 사상대로 서로 경쟁구도를 그리면서 서울지역에 국한되었던 전통에서 이제는 대한민국 전역에 널리 알려진 삶 속으로 녹아든 전통이 되었다.

전통이란 오랜 세월 면면히 흘러 내려온 것이고 오랜 세월 잊혀 지지 않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이어진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많은 관심과 사랑 때문인데 그런 전통들은 인습과는 달라 사람 사는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전통이라는 이름과 더불어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택견이라는 전통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현대 한국사회를 철학이 부재한 사회, 천민자본주의라고 많은 식자층이 개탄한다. 철학이 부재한 사회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워왔다. 철학이 없어 인간의 가치를 매몰시키며 자란 것이 산업혁명 시기이며 그 산업혁명의 시기가 바로 제국주의 열강의 시대를 낳았으며 그 제국주의 시대의 직접적인 피해를 우리 조상들은 입었다. 그리고 제국주의 열강의 시대는 결국 전 세계를 미치게 만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오늘날 한국도 철학의 부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들은 함께 뛰노는 것보다 집에서 컴퓨터 게임에 더 열을 올리거나 남 앞에서는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악성 댓글로 배설하기도 한다. 밖에서 노는 쪽이라 해도 건전한 취미 쪽으로 발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택견이라는 우리의 전통은 많은 것을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한다.

먼저 택견이라는 기예는 격투기에서도 독특한 분류로 속한다. 타격과 유술을 공존하면서 승부는 한 판제를 도입함으로 경기는 상대의 얼굴을 정확하게 발로 한대만 차거나 넘어뜨리면 이기게 된다. 간혹 택견 경기를 보면 덩치가 큰 선수가 발길질을 하거나 잡으려다가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선수가 거는 딴죽이나 낚시걸이에 어이없게 쓰러져 버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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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격투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택견의 방식이 격투기 치고는 너무 밋밋하다고 한다. 그러나 격식을 갖추어 싸워 겨루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가진 격투기(格鬪技)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기존의 격투기들이 과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그런 기존의 격투기와는 전혀 다른 택견의 승부방식이 각박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넉넉함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한 경쟁사회 시대, 모 웹툰은 고등학교를 정글에 비교할 만큼 사회적 인식이 심각해져 있다. 남을 밟고 내가 올라가야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그런 사회. 그러나 언제나 백척간두에서 불안한 균형을 잡는 사람들의 마음은 과연 편할까?

그러나 택견은 내가 힘이 남아있어도 상대의 절묘한 한수에 승복하며 물러날 줄 알며 그것은 참으로 신사적이다. 내가 어이없게 당한 것에 씩씩대며 들이닥쳐 힘으로 짓밟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긴 상대의 수법에 수긍하며 박수를 치며 물러나 줄 수 있는 것은 극한으로 치닫기 쉬운 현대에서 자신을 다스리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택견이 가진 넉넉함의 철학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철학이 아닐까?

택견이 이런 넉넉함의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면 그럼 택견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나는 그 모습을 결련택견이라고 보고 있다. 그냥 협회구분의 용도로 자주 쓰이는 어휘지만 결련택견의 본래 뜻은 다음과 같다.

[결련(結連)택견의 사전적 해석]

결련태껸: 갑동(甲洞)과 을동(乙洞)이 각각 편을 먹고 승부를 결하는 태껸

(문세영, 조선어 사전, 1938)

결련태 : 여러 사람이 편을 짜 가지고 하는 택견(동아국어사전, 1971)

보다시피 결련택견은 단체전 택견이라는 의미이다. 신한승 선생님은 결연택견이라고 해서 결연하게 하는 택견, 즉 싸움수까지 포함한 택견이라고 하셨지만 사전만 보아도 그것은 오류이며 송덕기옹도 결련택견에 대해 사전과 동일하게 설명하셨다. 이보형 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송덕기옹이 결연택견이 막찬다는 의미, 호신술로서의 의미라고 설명하셨지만 그것은 인터뷰가 잘못 흘러간 것이라는 판단이 맞을 것이다. 이보형 위원이 자신이 얻어낼 답을 위해 인터뷰를 이끌어 나간 것은 택견을 한 계층이 어떻게 됩니까? 하고 묻는 것에 대해서 송덕기옹이 깡패라고 하자 당황해서 무술인이군요- 하고 얼버무린 것만 봐도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택견의 기예를 서로 편을 짜서 겨뤄보는 판인 결련택견은 개인의 기예로서의 택견을 떠나 동료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넉넉함과는 또 다른 철학을 찾아볼 수 있다.

무예24기 협회의 최형국 사범은 자신의 글에서

'삶이라는 글자를 컴퓨터 자판으로 타자를 치다보면 종종 -사람- 이라고 오타가 나곤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울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기에 컴퓨터 자판조차 그런 것을 보여주는 신비함이 아닌가 합니다.'

라고 서술한 적이 있다. 이 말처럼, 그리고 어느 학자가 말한 것처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데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개인사회에 너무나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현대 사회가 양극화로 인해 서로에게 스스로 계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련택견은 개인과 개인의 겨룸으로 최상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동료들 상호간의 조화를 이루어 윗대, 아랫대, 동네간의 팀을 이룸으로써 그들 각자 구성원이 팀에서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

전술했다시피 택견은 규칙으로 인해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이기는 경우도 있고 발질이 뛰어난 선수에 대해서 힘이 좋은 선수를 내보내기도, 힘이 좋은 선수를 빠른 발질이나 기묘한 발질로 제압하기 위해서 그런 선수를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한 개인만의 잘난 것이 아니라 택견패의 각 구성원마다 특기가 다르고 그렇기에 구성원은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어느 선수는 귀하고 어느 선수는 별 볼일 없는 그런 구분이 아니라 모두가 패를 이루는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직업의 귀천을 나누고, 그것을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 미친 듯이 사교육의 열풍에 휘말리는 모습과 결련택견 패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다.

사상은 알게 모르게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다. 미국의 어느 실험처럼 영화 시작 전 광고의 짧은 프레임 안에 코카콜라 선전을 끼워 넣자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인식한 관객들이 다른 콜라가 아닌 코카콜라만을 구매했다는 것처럼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택견을 수련함으로써 넉넉함을 키우고, 또 그런 기예로서의 택견을 익혀 흥겨운 결련택견 패로서 경기에 나가며 패의 구성원 모두를 나와 같이 소중하게 하는 그런 마음을 키워나간다면 어느새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택견꾼들은 그런 넉넉함과 구성원의 소중함을 체화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기예로서의 택견, 그리고 단체전으로서의 결련택견이라는 우리의 전통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많은 풍요로움을 준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전통이 끊어지는 일 없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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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 Q&A 시즌2 끝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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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gp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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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결련택견협회 회장 도기현.

12월 22일 오후, 인사동에 위치한 결련택견협회 중앙 전수관에서 도기현 회장님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Q는 필자, A는 도기현 회장님의 답변이다.

Q: 요즘은 뭐하고 지내십니까?
A: 요즘은 박사과정 논문 때문에 바쁘다. 그래서 택견에 관한 책을 내는 것도 미뤄지고 있고 무카스의 칼럼도 연재를 중단한 상태다. PPT도 학생들에게 배우느라 여전히 바쁘다.

Q: 무슨 논문이십니까?
A: 양생택견에 대한 논문이다. 택견의 경기화 외에도 양생쪽과 택견의 품밟기, 활개짓을 결합해서 체조로 만들어보급하는 것이 미래의 택견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열을 올리는중이다.

Q: 양생쪽에만 치중되는 것 같다고 해서 말들이 좀 있습니다.
A: 사실 지금 시점에서는 이제 나는 양생에 치중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무슨 말씀이신지?
A: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내가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다 알려줬기 때문이다.

Q: 다 알려주셨다는 말씀은 옛법에 대한 비전이나 이런 것도 다 나왔다는 것입니까?
A: 그렇다. 예전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내가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서울 택견계승회 사람들 모아놓고 술 마시면서 우리 없으면 이제 송덕기 할아버지의 택견 모습 다 사라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한택견은 할아버지가 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품밟지, 충주도 신한승 선생님식이니 우리가 아니면 송덕기 할아버지의 몸짓이 끊어진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내가 죽거나 다른 예전 서울 택견계승회 회원들이 다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걸 배운 젊은 택견꾼들이 아주 많다. 나는 유학가기 전까지 4년을 배워왔고 물론 송덕기 할아버지의 택견을 다 배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배운 것은 모두 사람들에게 알려줬고 개중에 내가 황주환 선생님의 쿵후계열에서 배운 것들은 따로 분류해서 꼭 말해주었다. 옛법들도 이제 다 공개되었고 그것들을 이제 어떻게 발전시키거나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그렇기에 이제 그들에게 택견의 경기화에 대한 것을 맡기고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도 택견이라는 기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양생에 신경을 쓰고 싶다. 품밟기와 활개짓의 몸짓들이 양생적인 체조와 잘 맞고 또 그것을 통해 쉽게 접근한다면 그 가족들 역시 택견에 접근이 용이할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양생쪽으로 택견을 정리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Q: 택견의 경기화 부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A: 택견의 경기 부분에 있어서는 택견배틀을 매년 매주 개최하면서부터 젊은 택견꾼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 생각대로 진행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 사실 내 세대에서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내가 누리지 못했던 택견의 즐거운 경기들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것을 마련해서 매우 기쁘고 이제 그들을 통해서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택견 경기를 마련할 수 있어서 매우 즐겁다.

Q: 현재 결련택견협회의 경기 부분에 있어서 현황은?
A: 알다시피 택견에 있어서 오랜 화두는 기술과 거리의 문제였다. 분명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의 대부분은 걸이 위주인데 일단 둘을 붙여놓으면 떨어지려고 하기에 이것에 대해서 매우 고민했었다. 태권도의 인식이 지배적인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거리를 어떻게 좁히게 하느냐가 고민이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대한택견은 대접이라는 것을 적용해서 거리를 강제로 좁히지만 분명 그건 송덕기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방식이 아니다. 그것이 강제되는 것이었고 그것이 있어야만 택견의 경기가 이루어진다면 그것부터 가르쳤을텐데 우리는 그런 것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경기장 자체를 좁혀버리는 것이었다. 택견배틀의 경기장을 좁혀버리고 송덕기옹 추모대회를 서로 거의 제자리에서 하도록 택견배틀보다도 더 경기장을 좁히고 실행해봤는데 이것이 해가 지나면서 점점 좁은 거리에서 서로의 기술을 쓰게 되고 택견배틀처럼 넓은 곳에 가져다 놔도 이전처럼 거리두고 빙빙 돌지 않고 좁히려고 스스로 하더라.

Q: 마치 좁은 곳에 벼룩을 넣어놓으면 그 좁은 곳만큼밖에 못뛰는 그런 겁니까?
A: 예가 좀 그렇지만 비슷하다. 좀 전에 이야기했듯이 나는 그런 판을 만들었고 젊은 택견꾼들이 즐겁게 경기도 하고 또 그것을 맞춰 나가는 모습이 참 좋다. 나는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직접 배웠고 나름대로 서울 택견 계승회의 회장역이라서 많은 것을 나에게 기대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 잘난 인간이 아니다. 나는 아는 것을 모두 알려줬지만 실제로 내가 택견 경기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오히려 지금 택견꾼들이 훨씬 기량이나 수준이 높다.

내 역할은 그들이 송덕기 할아버지의 기술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런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빛을 보고 있으니 즐겁지 않을수가.

Q: 경기화를 이야기하다 보면 대한택견쪽과 비교를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A: 대한택견에 대해서야 많이들 알고 있지만 다시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주장하는 역품, 대접, 뱃심을 내는 능청, 밀어차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모르는 그들만의 주장일 뿐이다. 짧게든 길게든 송덕기 할아버지를 거쳐간 사람들은 꽤 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송덕기 할아버지가 대한택견처럼 품을 밟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지 않는다. 영상으로 남은 기록만 보아도 안다. 도대체 송덕기 할아버지가 어떻게 품을 밟았나?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다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그런 것은 본인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지 않은가? 내가 이러쿵 저러쿵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Q: 밀어차기에 대한 의견은?
A: 밀어차기도 아무도 배운 적이 없다. 다만 송덕기 할아버지는 몸통에 대해서는 장기가 모여있고 갈비가 부러지니 발을 먼저 대고 밀어야 한다는 말씀만 하셨을 뿐 하체랑 얼굴에 대해서는 밀어차기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서울 택견 계승회에서 배운 사람들 모두, 나부터도 할아버지에게 아래 다리를 까여가며 멍들면서 배웠는데 무슨 온 몸을 다 밀어차야 한다는 것인가? 그걸 현대적인 상생공영으로 이용복 회장님이 새롭게 했다면 모르지만 분명히 송덕기 할아버지는 그런방식으로 모든 곳을 밀어 차라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예전에 젊은 시절 친구들과 가볍게 대련하면서 서로 대련하는데 나름 실전적으로 한다고 해서 맨손으로 얼굴도 치되 얼굴은 주먹으로 때리지는 말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탁탁 미는 방식으로 하자고 해서 한 적이 여러번 있다. 그것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 간혹 내가 살짝 밀려고 하는 찰나에 상대가 파고들다보면 손바닥이 코를 쳐서 아프기도 하는데 발로 그렇게 얼굴을 밀어차서 상대가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만약 공격자는 굼실 능청을 통해서 밀어찼는데 맞은자가 들어오다가 잘못 맞아서 코피가 난다면 그건 타격인가 아닌가? 누가 이긴건가?

이것을 대한택견의 한 관장님과 이야기를 했더니 10년 정도 수련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송덕기 할아버지는 한 3~4년 배우고 택견판에 나가기 시작했다. 옛날 사람들이 무슨 10년이나 택견 수련에 전념할 여건이 되느냔 말이다.

Q: 그럼 과거의 택견판은 어떤 모습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A: 과거의 택견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서울지역에 국한된 기예였다. 그리고 당시 웃대 아랫대의 구분도 한강 아래는 생각도 못했고 모두 강북 지역에서 이루어졌기에 동네 자체도 다들 알고 지내는 한량패들이었고 그들이 모여서 서로 겨룸을 하다보니 서로 크게 감정이 상하지 않기 위해서 적당히 규칙을 정하고 경기를 하는 그런 형태였을 것이다. 즉 어느 정도 원시적인 형태였을 것이다.

게다가 택견꾼은 거기서 승자가 된다고 해서 씨름처럼 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별 다른 인센티브가 없었기에 상금을 주고 하는 요즘의 택견판에 비해서 규칙을 파고들어 그것에 집중적으로 기술을 연습하는 그런 모습도 드물었다고 생각된다. 과거의 택견판과 요즘의 택견판 사이에 생기는 괴리는 그것도 클 것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사고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별 것 아닌 택견 승리가 요즘에는 상금과 더불어 명예 같은 것이 주어지니까 규칙 안에서 한도까지 기술을 끌어내고 룰을 파고드는 점이 아마 차이점일 것이다.

Q: 요즘 옛법시범이나 전통적인 택견경기와 현대적인 택견배틀을 분리하는 것을 보면 결련택견협회도 변화를 가져오려는 모양입니다.
A: 그렇다. 사람의 체형도 변하고 사고방식도 변했는데 무작정 옛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물론 옛것 전통 자체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큰 문제기에 그 전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도 다 물려주었고 또 그렇다보니 이제 변화도 주어야 한다.

옛법의 경우 송덕기 할아버지가 시범을 보이신 것과는 달리 우리가 몇가지 더 몸동작에 대해서 단장을 한 것은 맞다. 그걸 뭐라 하더라, 그 옛법이 너무 러프하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배울 당시에 중국무술이나 일본무술처럼 기본적인 동작이 이것이고 응용동작으로 이렇게이렇게 전개가 되는 것이라고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기본동작만 대충 보여주시면 나나 제자들이 상대가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고 질문하면 그것에 대해서 '그때는 이렇게 하면 되지.' '그럴때는 요렇게 활개를 쓰는 거야.' 하면서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그런 응용방법이 있었다.

내가 늘 자책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 당시에 내가 택견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이것저것 귀찮게 여쭤보고 했다면 더 많은 기술의 응용방법과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을텐데 당시에는 나도 택견을 과히 대단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저서에 밝혔듯이 택견의 우수성과 위대함을 깨달았던 것은 미국에서였다.

자네도 알겠지만 배우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막 궁금해하고 열정이 있어야 공부를 해도 제대로 하지 않겠나? 하지만 당시에 나는 택견에 대해서 그런식으로 열정을 품으며 달려들지 못했고 그냥 오랜 세월 내가 찾던 우리 전통이고 송덕기 할아버지와 인연도 있어서 계속 하게 된 것인데 지금도 그것이 무척 아쉽다.

Q: 변화의 폭을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십니까? 변화가 용인되지 않는 것은?
A: 품밟기와 밀어차기 논쟁에서처럼 품밟기와 경기에서 타격의 유무가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없는 것을 그랬다고 말할수는 없다. 물론 그것이 멋져보이고 상생공영에 우리 민족의 평화성을 상징한다고 광고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아닌 것이다. 그런 것은 그런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것을 개인의 연구물이라고 하면 모를까나 원래 그랬다는 것은 절대 용인해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품밟기의 모습과 경기에서 몸통을 제외한 부분의 타격 허용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Q: 택견 단체들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가장 큰 것은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권도와 합기도를 생각해본다면 그 답은 자명하다.태권도가 세계적인 무술과 스포츠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초창기에 확 조여서 단체를 통합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합기도는 그것을 못해서 계속 갈라졌고 오늘날에는 단기 연수에 서로 관들마다 한마디씩 하는 형국으로 분열되어 버렸다.

마찬가지로 택견 역시 언제까지나 이런 형태로 갈수는 없다. 분명 통합은 되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서 나는 협회들의 각자 발전의 방향은 그대로 두도록 협회는 유지하되 이 위에 상위 단체인 연맹을 만들자고 했다. 그리고 이 연맹에 대해 단체간에 회의를 할 때 나는 이런데서 한자리 맡는것 안해도 된다고 했다. 내가 본의 아니게 택견협회의 장들 중에서는 가장 오래 배우고 했다보니 내가 인간문화재나 무슨 그런거 한자리 노리려고 하는게 아니냐고들 생각하지만 난 그런 생각이 없다. 오히려 연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이용복 선생님 보고 대장 하시고 박만엽 관장님 전무이사 같은거 하시고 난 빠져도 된다고 했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맹에서 경기 규칙에 대해서 통합하는 것이었다.

각 단체마다 생각이 다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품을 밟든 역품을 밟든 그거야 각자 협회의 판단에 맡기되 다만 경기의 규칙은 통합시켜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대한택견의 방식 처럼 가기만은 어려운 것이 일단 택견이 대중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객관성 역시 지녀야 한다. 하지만 대한택견의 밀어차기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다른이들이 수긍을 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대한택견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그 점에 있어서는 대한택견쪽의 양보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Q: 하지만 결련택견협회는 대한택견연맹에 소속되지 않고 협조단체로만 있습니다.
A: 예전에 밝혔다시피 대한택견연맹 자체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택견에 신경을 쓰는데 그 문화재 택견은 현재 신한승 선생님의 모습만이 있기 때문에 그쪽에 가입을 해버리면 송덕기 할아버지의 모습은 묻혀질 것이다. 그렇기에 협조단체로만 남았다.

Q: 현재 대한택견연맹은 대한체육회도 가맹되어있고 이제 시범경기도 열립니다. 이에 대해서 다른 택견 단체에 비해서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지?
A: 과거에야 대한체육회에 가맹이 되고 안되고, 사단법인이 되고 안되고에 따라서 큰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는 지났다. 그런 것의 혜택을 받는다면 물론 더 좋겠지만 내 생각은 틀리다. 협회 선생단의 대부분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Q: 그럼 만약 그런것에 대해서 생각을 달리 하고 결련택견협회를 떠나 다른 택견협회로 이동 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그거야 개인의 자유기에 나는 그런 것을 막을 생각도 없다. 오히려 그 점에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더 충족시키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성을 할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체육회에 가맹을 하든 올림픽 종목이 되든 그런 것보다는 택견이라는 우리의 전통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헬스장이 대한체육회 가맹이고 거기 다니는 사람들이 다들 보디빌딩 대회 나가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다.

대전에 최진석 선생이 전수관을 개관할 때 택견 전수관으로 내길래 내가 그렇게 이름을 택견으로 못박아서 내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최진석 선생은 진가구에서 7년간 태극권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정무전수관이라는 이름만 걸고 그 안에서 택견도 가르치고 태극권도 가르치라고 권했다. 여건이 되면 태극권 가르치는 강습도 나가라고 했고. 최진석 선생이 자기가 명색이 택견 선생인데...라고 하길래 그런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준 적이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왜 써먹지 않으려고 하는가?

Q: 고용우 선생이라는 사람이 최근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나는 그 분을 잘 모른다. 하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다. 나는 그런 만남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결련택견협회 홈페이지에 적은 글을 봐도 알겠지만 난 떳떳하게 내가 송덕기 할아버지의 택견을 모두 배웠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듣고 배운 것만 전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때로는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다른 무술을 보고 생각을 해본 적도 있고 그런 수련에서 방편을 채용해보기도 했지만 그렇게 도입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리해서 가르쳤다.

내가 많이 모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모른다. 그럼 서로 교류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쪽은 경기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배운 한도 내에서 경기를 진행해보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었다. 그쪽이 경기를 모른다면 서로가 교류하면서 내가 모르는 기술도 배우고 못들었던 송덕기 할아버지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쪽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는지 만나자든지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다.

Q: 그쪽은 택견의 경기쪽보다 무술쪽의 입장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기술의 유출 같
은 것에 대해서도 걱정할지도......
A: 그것은 괜한 걱정이다. 이미 사람들은 결련택견협회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다 안다. 자네 말대로 한 때는 무술의 기술 수법으로 무술의 정체성을 파악하던 때가 있어서 기술을 잘 안보여주고 그런적도 있었지만 또 나도 옛법 기술을 잘 공개하지 않고 그랬었지만 이제는 정보화로 인해서 모든 것이 공개되었고 우리 협회도 수련표가 다 나와있고 누구나 알 수 있다.

뭔가 더 숨겨져 있는 것이 있고 쨔쟈쟈잔!! 하고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웃긴 것이다. 이미 우리의 기술 정보는 모두 공개되어 있다. 이런 판국에 거짓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한다면 우리는 순식간에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짓을 어떻게 하겠는가? 나를 믿고 배우는 사람들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사기꾼보다 더 나쁜 개XX다. 순진한 제자는 뭣도 모르고 내 말을 그대로 믿을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진실인 줄 알고 또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전할테고 말이다. 이게 바로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가 아닌가?

나는 그런 면에 있어서 내가 가끔 오버해서 생각하는 것은 있지만 그것을 말할 때도 내 생각이라고 말하지 그것이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사실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용우 선생과 내가 만나서 그 분의 기술을 본다 해도 그걸 가져다가 우리 협회 뒤에서 히히덕 거리며 어느날 갑자기 사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런 기술도 있지롱!! 이걸 모르는 니들은 가짜다!! 할 것 같은가? 천만에.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럴 거였으면 옛법도 더 깔끔하게 정리해서 몇가지만 시범 보이고 나머지는 우리 협회에 와서 오랜 세월이 흘러야 배울 수 있다고 선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는 없다. 나 자신조차도 4년동안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십년 20년 배우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떳떳하다.

뭐 내가 많이 못배웠다고 치자. 그렇다면 선배인 그 분이 보기에 내가 더 기특해 보이지 않을까? 그 못배운 것에서 여기까지 택견 경기를 하도록 판을 만들기 위해서 아둥바둥 열심히 뛰고 고민한 나나 다른 결련택견협회 선생단들이 이뻐보이지 않을까? 양창곡 관장님도, 다른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분들, 사범님들도 다들 그런 면에서는 내가 적어도 송덕기 할아버지의 몸짓과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기에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고용우 선생이라는 분도 그런 나를 좋게 보시지 않을까? 나는 적어도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기초적인 품밟기와 몸동작에 대해서는 변화시키지 않고 잘 간직해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반대 입장 이라면 참 기특해하면서 '그 쪼금 배운 것 가지고 참 열심히 해왔구나. 그런데 네가 모르는 송덕기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기술들이 있어 그러니까 이것도 한번 배워봐서 택견 경기에서 잘 기술이 나올 수 있게 더 연구해봐라.' 하고 말할 것 같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그 입장이라면 그렇게 할 것 같다.

물론 아직도 교류의 생각은 있다. 그쪽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만나서 택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도, 그리고 예전에 여러 사범님들에게 확인받았던 것처럼 품밟기와 활개짓, 그리고 배우던 과정에 대해 보여드리고 이야기도 해드릴 수 있다.

그 분이 나보다 연배도 높으신 것 같은데 내가 예의를 갖출테고 말이다. 나는 언제든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있고 기술 유출 같은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절대 그렇게 사기를 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마디만 더 할게.' 를 한 일곱번쯤 들었던 인터뷰 시간이었다.-_- 사실 그 전에도 종종 도기현 회장님과 택견에 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저 경기에 관한 이야기만 했었고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자신의 택견 경력에 대해서 부담스러워도 하지만 자신이 배운 것과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대로 전하는 모습은 참으로 솔직해보였다.

너무 열정이 넘치시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하나 질문하는데 답변은 폭포수처럼 이것저것 스르르륵 흘러나와서 정리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참 솔직한 분이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필자가 그런 것은 좀 아니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며 의견을 내는 것에는 흥미도 있어하고 자신의 경험도 이야기하며 또 현재 택견판에서 실험할 수 있는 기술의 한계 같은 것을 생각하며 동조도 해 주셨다.

현재 부각되는 고용우 선생이라는 분에 대한 의견도 솔직담백하게 들을 수 있었고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결련택견협회에서는 그 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기에 좋았다고 생각된다. 인터뷰 내용처럼 도기현 회장님은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되어있고 기술유출해서 원래 우리는 이런 것도 했었다는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니 두 분의 만남을 기대해도 괜찮을 듯 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흥분해서 '나는 4년 배운거 가지고 아둥바둥 여기까지 열심히 노력해왔다. 그런 날 보신다면 이뻐해 주시지 않을까? 다른 사범님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서 이뻐해주셨는데.' 하며 눈을 빛내는 모습은 무슨 칭찬 받고 싶어서 안달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또 품밟기와 밀어차기에 대해서는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이전에 배웠던 다른 모든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그런 것은 없었기에 그것만은 변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확고한 의지 역시 보였다.

젊은 시절에는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배우고 유학을 다녀오느라 바빴고 다녀와서는 송덕기옹의 택견 모습을 보존하느라, 그리고 송덕기옹이 말씀하신 택견의 경기에 대해서 구현하느라 열심히 달려와 이제는 인사동 명물이 되어버린 택견배틀의 판을 마련한 도기현 회장님. 그리고 이제는 더욱 많은 세대들이 택견이라는 이름을 함께 공유하기를 바라면서 양생과 택견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시도 중인 그 행보에 지금까지처럼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나아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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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는 [도서출판 밝터]

밝터 출판사에 가보니 2010년에 새로 나올 예정인 책에 태견 역사편이 있었고 그 소개에 이런 사진들이 있었다.

태견책이라는 책이 나오고 그 동안 전혀 볼 수 없었던 송덕기옹의 자료들이 나오면서 한풀이 대체 택견과 무슨관계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한풀은 김정윤 선생이 1965년 창시한 무술이다. 김정윤 선생은 최용술 도주에게 야와라를 배웠고 그 야와라가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무술이며 그것이 최용술 도주에 의해서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장은 최용술 도주가 다케다 소카쿠에게 배우며

'이것은 본래 너희 민족의 것이니 너에게 돌려주마.'

라고 했다는 말에서 유래한다.(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리고 최용술 도주를 마지막까지 모셨다는 임현수 관장님의 대구 정기관도 이런 스승의 주장을 그대로 잇고 있다.

김정윤 선생은 야와라를 배우고 그것에 대한 체계를 따로 잡으며 새롭게 한풀이라는 무술을 창시했는데 이 와중에 1985년 송덕기옹을 만나고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1969년에 처음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배우기 시작했던 고용우 선생은 택견을 배우고 나중에 한풀도 가승(사범)수준까지 배웠다고 하는데 그 자신이 배운 택견 기술을 한풀 사람들에게 풀지는 않았던 듯 한풀쪽에서는 택견과의 만남이 1985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1985년의 만남에서 송덕기옹의 택견 기술을 본 김정윤 선생은 자신이 배운 야와라(데고이)와 택견의 기술들, 그리고 비전기술까지 같은 것을 보고 데고이가 고대 한반도에서 태껸이었고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택견이 고구려 시대에 '덕견이' 라고 불렸다던 신채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여 발음도 흡사하다고 여긴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김정윤 선생은 택견에 많은 애착을 가진 듯 했고 그래서 송덕기옹의 택견 기술 촬영에도 전적인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한풀 쪽의 말에 의하면 김정윤 선생이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가지고 가실건지 아니면 남기고 가실건지 물었고 송덕기옹이 남기면 좋다고 하셨다고 해서 김정윤 선생이 자신이 남겨드리겠다고 하길래 송덕기옹이 언제 다 배우시게요? 묻자 김정윤 선생이 책으로 남겨드리겠다고 해서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와중에는 송덕기옹이 친자식처럼 아꼈던 이준서씨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또 다른 제자인 고용우 선생도 송덕기옹을 설득했다고도 하고.

한풀 사람들이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많이 배웠는지 어땠는지는 정확하게 사정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풀 자체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수련해 나가는 그곳에서 멀쩡히 완성된 한풀이라는 무술을 내버려두고 택견을 굳이 많이 배웠을 것 같지는 않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품밟기와 활개짓을 배우는 정도의 교류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여튼 한풀사람들은 꾸준히 송덕기옹과 교류를 가져서 송덕기옹의 장례식 때도 상여가마를 메었다고 한다. 저 사진을 보니 송덕기옹 장례식도 보인다.


하지만 한풀과 기존의 택견협회와는 친하지 않은 모양이다. 충주나 대택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결련택견협회의 경우도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는 것이 김정윤 선생의 태견원전비화라는 책을 보면 송덕기옹을 '할아버지' 라고 부르는 대학생 수련자들이 김정윤 선생과 송덕기옹의 만남을 방해하고 집요하게 훼방을 놓았다고 한다. 송덕기옹을 할아버지라며 친근하게 부르던 사람들은 당시 서울택견보존회, 오늘날의 결련택견협회 선생님들일텐데......

아마 이준서씨가 한풀을 하면서 한풀 사람들을 마구 데려오는 바람에 그걸로 인해 기존의 회원들과 상호간에 뭔가 알력다툼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태견 원전을 내기 며칠 전까지도 송덕기옹의 제자라는 사람들이 전화로 협박을 했다고 하는데 세 단체중 어디가 그랬는지도 의문이다. 2003년 당시 대택과 충주는 대한체육회 가맹문제로 서로 열을 올리며 싸우기 바빠서 새로 뭔 책이 나오는지 관심도 거의 없었을테고 결련택견협회의 경우는 도기현 회장님이 '한풀에서 이러이러한 책이 나온다는데 내가 배우지 못한 스승님의 기술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며 관심을 가지고 한번 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쨌든 한풀쪽의 택견에 대한 입장은 택견과 야와라(데고이)는 같은 무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풀은 최용술 도주에게 야와라를 배운 김정윤 선생이 야와라의 취약점까지 보완했기 때문에 무술적 완성도라는 면에서 한층 더 높다고 말하고 있다. 즉 택견과 야와라는 같은 무술이지만 한풀은 그것을 바탕으로 정리되고 보충되어 새롭게 탄생한 무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한풀쪽에서는 택견이나 한풀이나 거의 유사하고 원형은 같은 무술이라고 하는 것인데 반면 고용우 선생 측에서는 한풀과 택견은 전혀 무관한 무술이라고 말해서 또 이채롭다. 한국에도 고용우 선생에게 배우는 현암 위대태껸 연구회가 있는데 그곳의 고용우 선생은 한풀과 택견은 기술은 비슷한게 있을지언정 그 기술들을 풀어나가는 흐름이 완전히 틀리기 때문에 둘은 전혀 별개의 무술이라는 것이다.

아마 고용우 선생 측에서는 택견은 한풀과 전혀 다른 무술이라고 하는 것은 한풀의 주장인 데고이=택견이라는 것에 대한 반박이라고 보인다.

최용술 도주에게 김정윤 선생이 거의 모든 진전을 다 물려받은 것은 사실인 듯 한데 김정윤 선생의 주장이나 이런 것이 전형적인 무술판에서 오컬트 취급을 받는 주장이라서 사람들의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

최용술 도주가 다케다 소카쿠에게 야와라를 배우면서 마지막에 이건 너희 것이니 가지고 돌아가라는 말을 했고 결국 그 무술이 돌아왔으며 김정윤 선생이 그것을 다시 재정리하고 새롭게 한풀이라는 무술을 만들었는데 알고보니 그 고대의 무예가 한국에 아직 전승자가 존재하더라-

참 가슴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다케다 소카쿠에게 너희 것이니 가지고 돌아가라는 말도 대한 합기도회(아이키도) 측에서는 다케다 소카쿠 자신이 극우적인 인물이었는데 퍽이나 그런 소리 했겠다 하는 말을 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와 가치 있는 것]

사실 이런 이야기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재미도 있고......가능성이라는 것은 무한하게 열려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과거 반세기 동안 한국의 거의 모든 전통무술 단체들의 역사왜곡 덕분에 저런 주장에 대해서는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태권도, 검도, 유도, 그리고 해동검도......역사왜곡이 한두군데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한풀쪽의 이런 주장에 대한 것은 각자의 믿음으로 남겨두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한풀에서 저런 방대한 양의 자료를 남긴 것과 행보를 볼 때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자료들, 그리고 아마 동영상 자료들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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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 송덕기옹의 옷고름 부분에 마이크처럼 보이는 것이 붙어있다. 어쩌면 송덕기옹이 직접 남긴 육성도 한풀측에서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런 자료가 언제 공개될지, 또한 공개된다 할지라도 어떻게 융화가 가능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기존의 협회들과 서로 백안시하는 상황으로 쭉 가게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전 제주엠비씨 방송에서 전북 정읍의 웃대택견에 대해서 방송한 적이 있다.

[제주 엠비씨 전북 웃대택견]

이 방송을 보면 김진영씨라는 사람은 한풀을 수련하던 사람으로 추정된다. 방송에서 보면 사진을 보면서 자신을 가리키는데 그 사진은 한풀 사람들과 이준서씨, 송덕기옹이다. 원형기술만 남은 택견보다 무술적 완성도가 더 높다고 자부하는 한풀 사람들이 왜 따로 나가서 굳이 웃대택견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택견이라고 전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가 없다.

한풀측 말에 의하면 택견을 한풀 사람들이 배웠더라도 교류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굳이 저렇게 택견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는 이유가 궁금하다. 어쩌면 한풀을 하다가 택견에 대해서 더 애착을 가지고 완성도를 높여보겠다고 나간 것일수도 있고......

하여튼 한풀이 송덕기옹에 대한 방대한 실질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고 또 생각해볼 때 아직 풀지 않은 자료들이 더 있는 것 같으니 그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겠다.

사람마다 생각이야 다르겠지만 송덕기옹의 사진 한장이라도 귀한 것이 아닌가. 각 협회, 단체, 개인의 주장이야 각자가 믿는 바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 한풀의 자료들도 모두 공개가 되고 지금 정비중이라는 위대태껸 연구회의 자료들도 풀어져서 택견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와 생각들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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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밟기와 택견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품밟기라는 굼실거리는 독특한 움직임은 택견을 다른 무술들과 차별화시켜주는데 택견은 왜 이 품밟기라는 움직임을 하는 것일까?

대한택견쪽에서는 품밟기를 통해서 굼실과 능청이라는 움직임을 익히고 이를 통해 도괴력을 끌어내서 밀어차기를 하면 상대를 다치지 않게 찰 수 있는 발질이 나오며 이것이 택견이 다른 무술과 차별화 되는 것이고 따라서 밀어차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굼실과 능청을 하는 품밟기가 경기 중에 항상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련택견협회에서는 품밟기란 아랫발질의 공방에 최적화된 움직임으로써 상대의 아랫발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내 공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한택견과는 달리 하체에 대한 타격을 인정하기에 나오는 주장이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하자면 택견 특유의 발길질을 쓰기 위해서는 품밟기의 굼실거리는 움직임 자체가 필요하다는 일명 품밟기의 신법(身法)이론이 있다. 앞선 두 주장과 비슷하지만 대한택견쪽이 하체를 타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결련택견협회의 품밟기 공방이 아랫발질에만 설명을 두었다면 이쪽은 모든 발질에 이 품밟기를 적용시킨다는 점이다.

류운님이 쓴 '사인 웨이브=침추경' 이라는 칼럼을 보고 생각난 것인데 ITF에서는 사인웨이브라는 독특한 움직임을 수련하고 이것으로 인해서 태권도가 가라데와 차별화되었으며 심지어는 12배의 힘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운님은 해당 칼럼에서 그런 추상적인 힘내기보다 사인 곡선이 위를 그려 중심이 높아지는 순간에는 상단 발차기를 하고 사인곡선이 아래를 그려 중심이 낮아질 때면 손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가라데나 태권도처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수기(手技)와 족기(足技)를 섞은 다양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연속해서 쓸 수 있는 점이 사인웨이브의 의의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택견의 품밟기도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택견은 알려지다시피 백기신통비각술이라고 불리운다. 태권도, 가라데, 무에타이나 사바테등 발차기를 다양하게 쓰는 무술은 세상에 많다. 하지만 택견의 발질 시범을 보면 뭔가 독특하다는 말을 다들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하단, 중단, 상단이 다양하게 이어지는 연속적인 발질이 부드럽게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촛대걸이로 정강이를 걷어차려나 하면 바로 곁차기로 올라가 얼굴을 노렸다가 다시 째밟기로 허벅지를 밀어버리고 다시 반대발 딴죽으로 상대의 복사뼈를 안에서 밖으로 걷어내 버리는 이런 움직임은 택견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다른 무술에서는 보기 힘든 동작들이다.

사인 웨이브 곡선으로 표현하자면 촛대걸이로 정강이를 차는 움직임은 중심을 낮추게 되고 곁차기를 하면 다시 중심이 높아졌다가 째밟기로 허벅지를 밟을 때는 다시 중심이 낮아지고 반대발 딴죽을 할 때는 몸의 중심 자체가 다른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다리를 세게 찰 수 있는데다가 걸어 넘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 있기에 비록 중단돌려차기는 없지만 택견의 발질들은 태권도보다 훨씬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송덕기옹이 모든 발질을 밀어차라고 했다는 대한택견의 주장은 그들 외에는 주장하지 않으므로 배제하고 생각함.)

품밟기는 기본적인 삼각형을 그리는 밟기 외에도 째밟기, 갈지자 밟기, 접어밟기등이 있고 이를 통해 중심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발질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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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련택견협회의 선생님들 중 민족 무예원을 운영하시는 김명근 선생님은 도기현 회장님에게 택견을 배운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왕십리에서 살 때 동네 형들에게 까기와 잽이수의 씨름이라는 여러가지 놀이로 배우셨다고 한다.

동네 형들이 이것저것 수를 가르쳐주고 때로는 싸움기술이라며 알려주는 것도 있었는데 후일 도기현 회장님과 만나 이야기하고 몸짓을 보니 둘은 거의 흡사했다고 한다. 사직골, 구리개, 애오개와 더불어 왕십리쪽도 택견패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쪽 방식의 택견꾼들이 훈련하는 방법이었던 듯 하다.

김명근 선생님은 까기와 씨름을 배울 때 까기의 경우 한발로 서서 한쪽 발로만 연속적으로 찰 것을 연습하라고 배웠다고 한다. 이것을 오래 하다보면 힘도 들고 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무릎을 굼실대는 동작과 함께 발길질이 나가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된다. 요령이라고 해도 좋고 몸에 힘이 빠지니 자연스럽게 발질이 길을 찾아간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품밟기를 하면 굼실하는 움직임에 무릎이 탄력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서 아랫발질부터 윗발질까지 발질들이 부드럽게 연결되게 된다.

대한택견쪽의 품밟기 이론은 굼실과 능청을 통해 도괴력을 끌어내어 이 도괴력을 이용해 발질을 하면 상대가 맞아도 다치지 않는다는 이론이지만 이것은 이미 밝혔듯이 허리를 집어넣는 동작인 '능청'이 다른 무술에서는 오히려 파괴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쓰이기에 그 설명을 듣는 쪽에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반면 품밟기를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신법(身法)이론으로 설명한다면 택견 특유의 연속발질과 굼실대는 움직임이 연관이 되는 식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즉 택견에서 품밟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다양한 발질을 연속적으로 상,중,하로 연결해 쓰기 위함이라고 보인다. 아직은 발질에만 해당해서 생각했는데 택견이 백기신통비각술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택견은 유술이다.' 라는 기록도 있는만큼 좀 더 연구해 본다면 택견의 유술기와 연관해서도 품밟기를 신법(身法)으로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택견은 비각술과 유술 두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고 그 택견 기술들의 핵심에 있는 것이 품밟기이며 어느 협회든지 공통적으로 품밟기는 굼실이라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으니 택견의 기술들을 조화롭게 쓰려면 이 신법(身法)으로서의 품밟기 이론과 실기를 체계화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대한택견쪽이든 결련택견쪽이든 발질과 태질의 조화가 깨져 태질이 승률이 훨씬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대한택견쪽은 경기 룰을 새로 개정, 강화시키기도 했다. 아랫발질을 잡을 수 있는 결련택견협회의 택견배틀의 경우는 그것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런 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방법은 바로 원천인 품밟기로 돌아가 품밟기를 통해 몸을 움직이고 발질과 태질의 기술을 전개하는 방식을 체계화 해 택견꾼들에게 지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밀어차기 이론이 그 객관성을 증명하지 못한 것에 비해 굼실대는 움직임을 통한 발길질에 대한 것은 타 무술에서 택견을 바라봤을 때 그들의 무술과 다른 독특함이 한번에 보인다.

결련택견협회에서는 대한택견쪽의 밀어차기 이론은 몸통에만 적용되는 것 뿐이라고 하며 품밟기는 아랫발질의 공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당연히 나올수밖에 없다는 '필연적 이유' 로서 품밟기를 설명하는데 그렇다면 지도자 연수나 세미나 등을 통해서 택견의 기술을 조화롭게 잘 쓰려면 필연적으로 품밟기가 필히 필요하다는 것을 확고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체계적이고도 객관적인 이론으로 정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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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보면 '택견은 자세가 없는 무형의 무술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무형의 자세라는 것 자체가 무술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아무 자세도 잡지 않고 서 있는 것도 자연체(自然體), 자연세라고 부르는데......아마 택견을 다른 무술과 다르게 부각시켜서 말하려고 하다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송덕기옹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시며 보인 인승이라는 자세도 역시 자연체와 같은 하나의 자세이며 그외에도 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 자세들을 보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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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세 역시 택견의 자세 중 하나라는 말이 있다. 그냥 할아버지 팔짱을 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가만히 보면 팔짱치고는 좀 자세가 어정쩡하다. 그냥 팔짱을 끼고 선 거라면 저 자세는 양 팔을 꼬아 팔짱을 만든 것과는 달리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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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에서 발간한 태견 책에도 고용우 선생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굳이 저런 자세를 취하고 계신다. 자세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택견의 기술들을 총 망라하기 위해서 작업했다는 기술사진 촬영에서도 같은 자세를 보이셨다는 것은 위의 컬러 사진이 그냥 대충 사진찍으려고 자세 잡고 서 계신 것은 아닌 것 같다. 무기를 숨기는 자세인지 배를 보호하기 위한 자세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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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견춤까지 모두 배웠다고 하는 고용우 선생도 시범에서 그러한 자세를 보여준다.

출처는 [위대태껸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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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세 역시 택견에 있는 자세 중 하나라고.



자세라는 것을 말하자면 아마도 그 자세가 격투의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특정한 기술들을 쓰기 위한 어떤 형식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최영의 총재가 지은 가라데 백과를 봐도 가라데의 여러 자세들이 나오고 각각의 자세는 가지고 있는 뜻과 기술, 그리고 상극이 되는 자세가 있다. 공격 지향적인 자세, 방어 지향적인 자세, 공격지향이라도 발차기를 기본으로 깔고 갈 자세, 손으로 어지럽히고 파고 들겠다는 자세 등등......이런 것은 각각의 스승이나 유파마다 특성들이 있다.

택견의 경우는 신한승 선생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원품, 좌품, 우품등으로 나누고 있다.

현암 위대태껸 연구회의 경우는 택견에는 다양한 자세가 있다는 말을 하고 또 그 글은 네이버 검색에서 공개로 해놓고 있다.(바로 링크로 갈 경우는 안 보일 수 있음)


[태껸에는 자세가 있다.]

역시 이해가 가는 말이다. 태권도 시합에서도 자세가 있고 그것에 맞춰 스위치도 하고 다양한 보법으로 시합을 하는데 택견이 자세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글을 보니 각 자세에서 상대를 대하는 대처법, 눈재기 하는 방법 등등도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모양이다. 흥미있는 내용들이며 생각해 볼 거리 같다.

현대적으로 각 협회들이 택견의 경기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택견이 본래는 무술이라고 했던 점과 그 고류 무술들은 대부분 자세와 그에 따른 공격과 방어에 대한 기법이 있었던 만큼 택견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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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무술들은 타격 일변도나 유술 일변도로 발전해 왔다.


태권도나 복싱의 경우는 거의 완전한 타격계라고 볼 수 있고 유도와 레슬링이 대표적인 완전 유술계통이라고 볼 수 있다.(시합화 된 것들 중......근데 주짓수도 완전 유술계통이라고 볼 수 있겠다.)


택견은 그런면에서 꽤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타격도 인정하고 유술도 인정하는 두가지 승패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대한택견은 밀어차서 타격을 하지 않는 것이 택견의 본질이라고 주장하지만 세 협회 중 그곳만이 그런 주장을 할 뿐더러 송덕기옹에게 배운 거의 모든 사람이 송옹이 하체를 세게차는 법을 가르쳤다고 하기 때문에 그쪽에 더 신뢰성을 두고 있다.)


택견에 대한 역사 기록을 보면 발질에 대해서는 '백기신통비각술' 이라는 표현과 '못 차는 사람은 아래를 차고 잘차는 사람은 어깨를, 비각술을 하는 자는 상투를 찬다.' 라는 표현이 있고......유술에 대해서는 '택견은 유술이다.' 라고 간략하게 적은 표현이 있다.


그리고 송덕기옹은 타격의 기술과 유술의 기술을 모두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조선시대의 결련택견판은 그 규칙이 오늘날처럼 세밀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이 든다.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처럼 시간의 관념도 널럴하던 판에 택견판의 규칙이 그리 세밀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현재 각 협회는 그런 것을 세분화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택견의 경기화를 이끌고 있다.


결련택견협회는 하체와 얼굴에 대한 타격 인정에 아랫발질을 잡을 수 있는 규칙을 선택해서 양쪽을 잘 융화시키려고 하고 있고 걱정과는 달리 현재 택견배틀에서는 발질이 장기인 선수와 유술이 장기인 선수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대한택견쪽은 밀어차기를 통해서 발질의 면에 좀 더 치중하고 있고 유술적 측면은 하체를 잡는 것은 금지시키고 다만 발로 걸어넘어뜨리는 기술에 좀 더 집중하도록 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충주쪽은 현재 결련택견협회에서는 제한을 두고 있는 마구잽이도 허용하고 있고...(이쪽은 최근 별 신경을 안 써서 바뀐 규칙 사항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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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택견은 발길질과 유술적은 측면의 양쪽을 다 유지하면서 꽤나 독특한 모습이 되었다. 호쾌하고 멋진 발길질로 승부가 날 경우도 탄성이, 그리고 유술로 상대를 내동댕이 칠때 역시 보는 사람들에게는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사진 출처는 [택견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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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택견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올린 글을 읽어보았다. 원문은 조민욱씨의 무예방이고 내가 읽은 곳은 위대태껸 연구회였다. 글을 적은 것이나 다른 사람들의 증언과 부합되는 것을 봐서는 옛택견이라는 사람도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배우긴 배운 것이 확실해보였다.


택견이 다른 무술과 차별되는 것은 품밟기라는 것이 대표적인 인식이다. 그리고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지반밟기나 탈춤에서 보여지는 오금질과 품밟기를 보면 한민족은 뭔가 지근거리면서 밟는 것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품밟기를 실전에서 쓰느냐 쓰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사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쓸수도, 쓰지 않을수도 있다.


저 글에서 나오고 그 말을 신뢰할 수 있다면 송덕기옹은 실전에서는 품을 밟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게 싸움인지 경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복싱이나 복싱도 전진후진 스텝을 배우고 위빙을 연습하지만 실제 시합에서 항상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택견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근거리에서 아랫발질과 윗발을 위한 공방을 주고 받을 때라면 품밟기가 필요하겠지만 거리가 좀 떨어져 있는데 춤추듯이 덩실거려야 할까?


대한택견쪽은 항상 앞발을 주는 대접과 더불어 품을 굼실하며 밟지 않으면 겻기가 주어진다.(굼실하지 않은 발질을 할 때던가???) 하지만 이것은 강제성과 더불어 아랫발을 잡을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다.


이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송덕기옹은 신한승 선생과 보여준 견주기에서 항상 아랫발을 잡아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면을 볼때 대한택견의 논리가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결련택견협회가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은 자유스러운 품밟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품을 밟지 않고 그냥 격투기처럼 택견을 한다는 것이다.


인식이 질서를 구성한다는 말처럼 '택견은 부드러운 춤과 같은 무술' '항상 경기에서는 품을 밟아야 한다' 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박힌 결과물이겠지만......결련택견협회는 품이란 근거리 아랫발질 공방의 필요에 의해서 나온 것이지 그것이 규칙으로 항상 강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런면으로 볼 때 참 아랫발잡기의 규칙이라는 것은 애매하긴 하다. 아랫발 잡기를 없앤다면 택견배틀에서도 대한택견과 비슷한 품밟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송덕기옹은 분명히 아랫발잡기를 보여주었고 그걸 버리기도 뭐하니 결련택견협회는 아랫발을 잡을 수 있는 규칙의 택견배틀과 잡을 수 없는 규칙의 송덕기옹 추모대회로 나눠서 진행을 하고는 있다.


각 협회의 생각이 틀린 것을 마냥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 송덕기옹이 보여준 모습도 틀리게 보여준 모습도 있었고......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조선시대의 결련택견판은 그 규칙이 아주 세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위 파일은 그 무예방에 과거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배웠던 것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인 '옛택견' 이라는 사람과 '감투바위' 라는 사람의 대화이다. 감투바위라는 사람은 이준서씨라고 했다가 준서형이라고 했다가 호칭이 바뀌곤 하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당시 배웠던 분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큰 마찰이 없이 매끄러운 것으로 봐서 배우긴 배운 것 같다.

앞에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던 부분이기도 한데 실전에서 품을 밟지 않는다고 송덕옹이 말씀하신 것은 신뢰가 갈 수 있다고 본다. 국가 영상기록에서도 보면 송덕기옹은 신한승 선생과의 마주메기기는 품을 밟으며 동작을 보여주시지만 싸움수인 옛법을 이준서씨와 시범 보일 때는 분명 본인은 품을 밟지 않고 계신다. 이것을 생각해 볼때 송덕기옹의 그 말씀은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택견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대한택견쪽에서는 옛법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으니 세간에는 그간 퍼진 것에 따라 그냥 경기 택견의 모습만이 퍼졌고 확실히 싸움수로의 택견 기술은 너무 묻힌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을 다 모아놓고 토론회를 연다면 참 좋을텐데......



출처는 http://cafe.chosun.com/muy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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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의 본질에 대한 물음은 많은 택견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태권도 하면 과감한 발차기, 가라데하면 정권지르기(요즘은 풀컨택 가라데의 영향으로 인해서 로우킥과 보디블로겠지만), 합기도(한국의 합기도가 아닌 아이키도)하면 관절기나 던지기, 유도하면 업어치기.

각 무술들은 고유 영역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고정관념이라고 해도 좋을 대표 기술들을 몇가지 가지고 있다. 이 대표기술들을 얼마나 타 무술과의 영역에서 유용하게 써먹냐에 따라서 그 무술에 대한 가치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태권도 선수가 종합격투기에 나간다 하더라도 발차기가 장기가 아니거나 결정타가 발차기가 아니면 그 사람의 강함은 인정할지언정 태권도의 강함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택견이 가지고 있는 대표 기술은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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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마도 '발로 차서 중심을 허무는 기술' 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발로 상대의 중심을 허물어뜨리는 것이야말로 택견의 대표기술, 다른 무술의 멋져보이는 표현을 빌자면 극의(極意)라고 생각한다.

전에 썼던 글처럼 비각술을 몸 전체가 공중으로 뛰는 발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백기신통비각술이라는 표현도 이런 것에 부합할 수 있다. 갖가지 발길질로 상대를 신묘하게 넘어뜨리는 재주도 훌륭한 재주가 아닌가. 동양의 고류 무술들이 상대를 넘어뜨리면 대부분 승부의 끝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택견의 상대를 차서 넘어뜨리는 별 대수롭지 않아보이는 기술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과거 무술전문잡지 마르스의 한병철 선생은 택견을 '발로 하는 추수' '발로 하는 합기유술' 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이것은 택견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제 1회 택견대회가 끝난 뒤 회식 자리에서 활개짓을 강조하는 신한승 선생님의 의견에 대해서 송덕기옹이 역정을 내며 택견은 품밟기만 잘하면 된다고 소리치신 것도 그 이유가 택견의 가장 대표적이며 장기인 기술들과 연관지어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씀하신 것도 이해가 된다.

대부분의 무술들은 다리를 굳건하게 하고 그 다리에서 뽑아 올라오는 힘을 바탕으로 상체를 움직여 힘을 발출해 상대에게 보낸다. 이것은 타격기든 유술기이든 마찬가지다. 지구의 중력안에 사는 인간들은 그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뿌리가 되는 다리를 공격해서 그 힘을 사전에 차단해버리면 상대의 힘이 아무리 크다 해도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 택견은 그 뿌리가 되는 다리에 대한 공격에 매우 특화되어 있는 무술이다.

사실 다른 무술에서 택견의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바라보면 의외로 어정쩡하다는 평을 하곤 한다. 그냥 '택견은 백기신통비각술' 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기술을 살펴보면 의외로 태권도에 비해서 발차기도 적고 유도의 입장에서 보면 잡거나 메치는 기술도 적은, 상대적으로 좀 어정쩡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간단하면서도 소박하게 설명하곤 했다. 택견은 발로 차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을 제일로 친다고. 그리고 가볍게 대련을 해보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그런 상대들은 그제서야 택견의 특성에 대해서 감탄하기도 하고 택견 기술들 참 약았다며 웃기도 했다.

물론 두발당성, 날치기처럼 화려한 발길질이 택견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생각은 오직 송덕기옹의 '택견은 품밟기가 전부다.' 라는 말씀에 촛점을 맞추어서 택견의 본질과 장기 기술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돌아가실 때까지 보여주셨던 송덕기옹의 품밟기 시범. 두발당성이나 다른 중단, 상단 발길질을 잘하려면 차라리 중량 스쿼트를 해서 다리근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 편할 것이다. 아니면 돌개질이나 솟구치기 같은 수련이나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테고.

그러나 송덕기옹은 품밟기를 더욱 강조하셨고 그 품밟기는 아랫발질의 공방과 그 공방의 가운데에서 상대의 다리를 차서 중심을 허무는 것에 최적화 되어있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택견의 본질이며 가장 원초적이고 장기인 기술은 바로 상대를 차서 중심을 허무는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택견꾼들이라면 아이키도의 고수들이 손목을 잡은 상대를 별 힘 쓰지 않고 훌훌 넘기는 모습처럼 공격해오는 상대의 다리를 걸어 훌쩍 넘겨버리는 모습들을 잘 보일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고류검술과 유술을 바탕으로 인체의 힘쓰는 각도에 대한 여러 노하우가 쌓여있기에 그렇게 연무가 가능한 아이키도처럼 택견도 그런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리를 쓰지 않고 상대를 넘기는 기술에 특화되어 있는 아이키도와 반대로 상체를 쓰지 않고 다리로 차서 넘어뜨려버리는 택견. 이미 연구가 거의 완료되어 있는 일본쪽의 유술에 비해서 다리로 차서 넘어뜨리는 것에 집중하는 무술은 택견이 유일하면서도 연구는 아직 부족해보인다.

택견의 시범은 대부분 젊은 택견꾼들이 상대의 무릎과 어깨를 밟고 타넘거나 솟구치는 발질들이 대부분인데 시범 메뉴를 좀 다르게 해서 나이가 든 분들도 과격하게 달려드는 상대를 가볍게 다리로 툭툭 차서 넘겨 제압하는 모습의 시범메뉴를 짜 보면 어떨까?

아이키도의 시범을 보면서 늘 감탄하게 되는 것은 나이가 지긋하게 먹은 분들이나 여성, 흰 수염을 기른 노인들도 부드럽게 움직이며 누구나 시범을 보이는 그 모습이었다. 한국은 많은 사람들이 나이 좀 먹었다 싶으면 몸이 예전같지 않네 하며 시범에서 빠지거나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렇지만 택견은 솟구치는 비각술을 제외하고도 훌륭하게 누구나 시범에 참여할 기술들이 있다. 택견은 민중들과 숨쉬며 살아왔고 경기도 그렇게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시범도 그렇게 해 나갈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대한 뉴스 영상에서 송덕기옹이 보여주신 움직임처럼 젊은 사람을 상대로 나이든 노인이 별 힘도 들이지 않고 툭툭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그 모습이 훗날 전 세계에 퍼진 택견꾼들의 모습이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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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히 힘이 좋은 용인대의 백승기 선수를 가볍게 낚시걸이로 넘어뜨려 승리하는 경기대의 이천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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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택견이라고 하면 '이크에크' 부터 말할 정도로 이 기합소리는 보편적이다.


대한택견 사람들이 빗밟기를 하면서 허리를 넣어주고 더불어 이크에크를 하는 모습이 아마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모습일 것이다.


대한택견이 많은 비난을 받은 이유가 바로 멀쩡한 택견에 이상한 품밟기와 뱃심이라는 것을 집어넣어서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는데 뱃심내는 능청이라는 움직임의 효율을 제외하고 분명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기 충분하다.


원래 택견의 기합소리에 에크는 없다. 그냥 이크 하나 뿐이며 그것도 목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뱃심으로 다른 무술의 기합 내듯이 내야 한다. 그리고 이크도 원래는 익(배에 힘을 넣고 강하게)-크(기관차 열 빠져 나가듯이 피식~하는 느낌으로)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크에크와 허리를 흔드는 모습의 품밟기에 대해 대택이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사실 그것은 대택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신한승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대한택견은 기본품을 역품인 빗밟기로 한 것과 능청을 좀 더 부각시킨 것 뿐이다.


국가영상 기록에 기록된 택견의 신한승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이크에크와 허리를 흔드는 품밟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쨌든 이크라는 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송덕기옹이


"택견은 차 죽이는게 아니라 밟아 죽이는 거야!!"


라고 도기현 회장님에게 한 말이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발질로 차는 것이 아니라 복장, 허벅등지를 체중을 실어 밟으려면 익! 하고 배에 힘을 넣어 쭉 밟아버리는 것이 택견의 발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밟아버린 후에는 크- 하면서 호흡을 내뱉고......


무에타이나 킥복싱에서 타격을 가하며 쉭- 하는 식으로 뱉는 호흡과는 약간 틀리다고 보인다.


그런면에서 택견의 발질을 송덕기옹이 보일 때 돌려차기 계통이 없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런 발차기 류에는 굳이 익-크 하며 기합을 낼 이유가 없으니까......


택견의 기합은 익-크 이다. 그리고 익- 할 때 아랫배에 힘을 넣어 밟는 기운을 쓴 뒤 크-하고 남은 숨을 내뱉는 것.


그냥 목으로 이크에크 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사실 아랫배에 힘을 집어넣는 호흡이면 이크던 에크던 엇크던 별 상관없겠으나 대부분 이크에크를 할 때 습관적으로 목으로만, 그리고 굳이 에크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내기 때문에 우습게 생각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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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각술(飛脚術) 시범을 보이는 결련택견협회 택견꾼 김성용]

출처: '택견배틀'


비각술이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기를 저 사진처럼 두 발이 공중에 뜬 상황에서의 발길질을 연상하게 한다.
 
비각술이란 백기신통비각술(百技神通飛脚術)이라고 해서 택견의 상징적인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문헌에도 나와있는 표현이며 태권도가 자신들의 역사를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혀 관계도 없는 택견을 가져다 붙이면서 태권도의 화려한 발차기들이 과거의 택견을 계승한 것이구나 하는 잘못된 인식을 사람들에게 주입시켰다. 태권도 시범의 발길질들은 많은 부분이 공중에 떠서 연속 발길질로 송판을 격파하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비각술을 그냥 발을 신기하게 차는 수법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단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서 상대에게 가져다 꽂히면 발 자체는 공중을 날아가는 것이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발길질에 익숙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 눈에는 신묘하게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발이 날아가는 것이기에 비각술이라는 표현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무술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들은 각이 제대로 잡힌 돌려차기 하나만 봐도 감탄을 일으킨다. 발길질을 제대로 보이기란 사실 꽤나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발따귀, 곁차기나 찬발 회수하다가 다시 다른 발질하기 등등을 보여주면 누가 뭐라해도 신통한 비각술이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과거 택견을 보던 조선의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딴죽을 거는 척 하다가 급작스럽게 위로 올라오는 발길질이나 발길질이 위로 가는듯 하더니 갑자기 무릎을 노린다거나 한다면 당하거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서늘할 것이다. 이것은 한걸음 떨어져 구경하는 것과 직접 눈 앞에서 당할 때가 또 틀리다.

요즘이야 태권도의 발차기나 여러 특수 발차기들의 새로운 기술 도입과 더불어 많은 정보 공개로 일반적인 발질들은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조선시대에 표기된 백기신통비각술이라는 표현은 비단 솟구쳐서 차는 발질만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있는 보통의 발차기들도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담이지만 이영도씨의 '피를 마시는 새' 라는 소설에서 비각술꾼이라고 해서 택견처럼 묘사되는 비각술이라는 무술이 나온 적이 있다. 본때뵈기나 섯거라 섯다 하는 것들이 척 봐도 택견이다. 다만 발길질만 나오고 태질은 나오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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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신문이라는 커뮤니티에 대한택견연맹의 이용복 회장님이 택견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다. 수십년간 택견에 대한 연구와 보급을 통해 양질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글들이다. 그렇지만 품밟기와 밀어차기 논쟁은 뒤로 하고서라도 타격계 무술들과 택견을 차별화시키려는 과정에서 언제나 결련택견협회의 이론과 부딪치게 된다.

사실 두 협회는 스포츠를 지향한다는 점과 택견에 대한 거리 개념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끝에 가서는 반대가 된다.

결련택견협회는 기본적으로 결련택견이라는 단체전 택견경기를 지향하지만 송덕기옹에게 배운 싸움기술들인 옛법들을 통해서 택견은 단순히 상대를 배려하기만 하던 것이 아니라 다른 무술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실전기술들을 보유한 무술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반면 대한택견쪽은 그런 것은 다른 무술과 택견을 차별화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듯 상생공영을 바탕으로 밀어차기를 통해 택견의 현대 스포츠를 지향하며 옛법의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송덕기옹에게도 조금은 책임이 있지 않으신가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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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기옹의 옛법 시범영상을 gif 파일로 만든 자료. 자료 제공은 [원주 결련택견전수관] 이재성 관장

영상에서 보면 다른 무술들의 박진감 넘치는 기술 시범에 비해서 상당히 빈약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송덕기옹은 국가영상촬영의 중요성에 대해서 크게 생각이 없으셨는 듯 다른 무술들의 시범에서 보이는 고도의 수풀이나 이런 것 없이 그냥 단순하게 기술의 전개를 보여주셨다. 이것에 대해 택견은 기술이 담백한 것이 매력이라고 말하는 쪽도 있지만 택견이라는 것이 싸움에서도 썼던 것임을 생각하면 택견꾼들이 가지던 기술전개의 노하우가 분명 존재했을텐데 그 점을 이런 곳에서 잘 보여주시지 않으셨다는 것은 아쉬운 노릇이다.

어쨌든 이것만 보면 충분히 빈약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도기현 회장님이나 이호범 선생님등의 계승회 회원들이 오랜 기간 배우면서 익혔던 것들에는 그 안에 저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써먹는 나름의 노하우들이 들어 있었다. 최근에는 그걸 다시 정리해서 옛법 택견이라는 이름으로 선전하고 있다.

송덕기옹이 기술에 대해서 깐깐하셨다는 것은 배운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19세기 노인분의 꼬장꼬장함일 수도 있고 연세가 있어서 박력있는 시범에 대해서 몸이 따라주지 않으신 것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저 시범을 보고 실망한다 해서 보는 사람을 과히 탓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저런 옛법이 존재했다는 것은 분명하며 그 기술을 더 갈고 닦는 것이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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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주먹머리가 많이 튀어나왔다고 해서 실제로 대련을 하거나 길거리 싸움을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고통 때문에 근육이 너무 경직돼서 유연성과 스피드가 떨어져 역효과가 나타난다.

그래도 수족단련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통을 참으면서 단련하는 과정에서 인성이 강화될 수 있다.

택견에는 이런 수족의 단련법이 특별히 전래돼 있지 않다. 송덕기 선생의 말씀에 따르면 까치발 돋움, 난간다리 짚기, 손으로 호두알 굴리기, 발 장심으로 나무치기, 바위 구르기 등이 있었다고 하나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다.

최근에 일부에서 택견을 홍보하려는 마음이 급해서인지 택견의 옛법이 필살기라고 선전하거나 옛법만의 독특한 수족단련법과 사용방법이 있으며 이것이 비전돼왔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택견의 한 차원 높은 가치를 폄훼하는 우려스러운 일이다.

[무예신문 이용복 총사 택견칼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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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법과 단련에 대한 이용복 회장님의 칼럼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정통 당수를 오래 하신 분이 정권단련을 하면 고통때문에 근육이 경직되어서 유연성과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말씀을 하시다니......단련을 잘못 배우셨던가 단련에 대한 기본 이해가 완전히 없으신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당수도 정통파라서 사실 단련을 잘못 배우실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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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진 공수도의 창시자 최영의 총재의 정권 모습이다. 이 양반은 미국 순회때 레슬러와 시합하다가 레슬러의 가슴에 정권지르기 4연타로 갈비뼈 3대를 부러뜨린 적이 있다. 그런데 정권단련하면 유연성과 스피드가 느려진다고?

그리고 난간다리 딛기, 까치발 돋움, 호두알 굴리기나 발장심으로 나무차기 등이 특별할 것이 없는 단련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특별한 단련이란 세상에 거의 없다. 끽해야 달군 모래에다가 푹푹 손을 집어넣는 철사장 정도? 이용복 회장님 자신도 했다는 나무에 새끼꼬고 치는 단련 역시 특별할 것 없는 단련이다. 그 논리로 택견의 단련에 대해서 특별하지 않다고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리고 결련택견협회는 여러 단련들이 택견만의 특별한 단련이라고 언급한 적도 없고 다만 택견에는 전혀 그런게 없는 줄 아는 사람들에게 택견도 이런저런 단련 방법은 있었다고 말하는 것 뿐이며 장태식 선생님의 손등단련의 경우는 택견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황모 회장님의 쿵푸계열에서 배운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옛법을 쓰는 노하우는 분명히 송덕기옹이 가르쳐 주었다. 이용복 회장님이야 본인이 밝히듯 송덕기옹에게 조금 배우시다가 나머지는 충주의 신한승 선생에게 배워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못들었는지 몰라도 서울 택견보존회에서 배우던 사람들이나 국가 전수생이었던 이호범 선생님에게서는 옛법을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수풀이 기법들이 분명히 있다.

결련택견협회에서도 비판 받을 여지는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옛법 시범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손등으로 대리석을 격파하는 모습일테고 그걸 보는 사람들은 택견에는 저렇게 손등을 단련하나보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다른 옛법 시범도 다채롭게 보이고 경기에서 쓸 수 없는 기술들이라는 옛법들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 우려스러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용복 회장님 본인의 경험상 시범 보일 때 태권도스럽게 보인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태권도가 택견이냐고 물은 것에 대해서 언급하고 계신데 굳이 격파나 태권도스럽게 시범 안 보여도 택견스럽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같은 팔꿈치 치기라도 허벅을 밟고 내려찍는 모습만 해도 다른 무술들의 시범과는 다르게 ' 다른 무술들은 그냥 팔꿈치를 이렇게 저렇게 하던데 택견은 저렇게 독특하게 허벅지를 밟고 뛰어서 찍는구나.' 하고 일반인에게 다가올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발질 시범이라도 허벅밟고 복장지르기를 하거나 어깨를 밟고 머리를 차는 모습등만 시범에 보여도 크게 시각이 달라진다.

본문에서는 특별히 택견에 대해서 보여줄 것이 없어서 격파와 묘기 발차기를 보여주었다고 적었는데 왜 태질이나 품밟기를 통한 발길질은 보이지 않으셨나? 과연 허벅밟고 복장지르기나 어깨밟고 머리차기, 허벅밟고 팔꿈치치기 등을 보여주었어도 아이들이 태권도와 택견이 같은 것이냐고 질문했을까? 그 당시 본인의 시범력에 대한 고정관념과 한계를 자신의 택견 논리로 확대하시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법은 그 자체는 다른 무술에도 있고 무슨 산속 도인들이나 숨어사는 무술인들이 개발한 경천동지할 무공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축적된 실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름 필살기라 할 수 있는 기술들이며 그 가치는 현대 스포츠를 더욱 지향하는 오늘날에도 약해지긴 했지만 분명히 있다.

결련택견협회는 도기현 회장님이 자신의 저서 '나의 스승, 나의 사랑 송덕기옹' 에서 밝히고 있듯이 송덕기옹이 비교적 젊은 시절에 택견을 배웠던 태권도 사범님들에게서 송덕기옹이 가르친 품밟기와 기타 동작들과 같다고 기본기를 인정받은 상태다. 그렇다면 기본기를 확고하게 보존하는 것과 더불어 그 응용기술들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택견꾼들의 일일 것이다.

그런 옛법의 수련과 시범, 그리고 전승이 택견의 높은 가치를 폄훼한다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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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택견배틀 장에서 옛법 시범을 보이는 장태식, 김성용 택견꾼. 사진은 항정치기(위) 와 솟구쳐 곧은발질(아래)이다.

사진출처는 [택견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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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택견에 대해 알고 있는 모습은 송덕기옹의 택견 모습 하나 뿐이다.

구전으로도 송덕기옹은 명절이 되면 결련택견판이 크게 벌어질 정도였고 적어도 서울지역에서는 굉장히 성행했다는 것이 맞는 말 같은데 문제는 그런 택견이 왜 택견꾼들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송덕기옹의 모습 하나만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는 예전부터 '택견의 동네화' 라는 생각으로 각 동네마다 택견의 모습이 많이 틀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 그런 생각을 했던 때는 제 1회 전국 택견대회가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신한승 선생이 활개짓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활개짓을 잘 해야 된다고 하자 송덕기옹이 역정을 내면서

"난 머리 위로 손 번쩍 번쩍 드는 활개짓은 보지도 못했어! 택견은 품밟기가 다야!"

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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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승 선생이 그런 활개짓을 배운 것은 구리개 택견의 명인이라는 김홍식 옹에게서였다고 한다. 택견에 품밟기가 전부였다면 김홍식옹도 분명 송덕기옹과 같은 식의 증언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받았다면 신한승 선생은 품밟기에 더 관심을 가졌을 것인데 신한승 선생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김홍식옹의 택견에 대한 가르침은 송덕기옹과 뭔가 달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신한승 선생이 굳이 송덕기옹에게서 진득하니 배우지 않고 전국으로 택견명인이라는 분들을 수소문해 다녔다는 것은 어렸을 때 자신이 보았던 택견과 송덕기옹의 택견이 뭔가 좀 차이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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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설 '단' 의 저자인 권태훈 옹도 증언하기를 윗대와 아랫대의 택견 스타일이 틀렸으며 윗대는 순간적으로 다리를 걸어 넘기는 기술을 잘 썼고 아랫대는 화려하게 차는 발길질이 좋았다고 한다.(백두산족에게 고함인가 하는 책에서 무술편인 '체술' 이야기를 하며 택견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잠깐 나온다.) 권태훈 옹의 신비주의는 접어두고라도 택견에 대한 증언은 새겨들을만 하다. 적어도 송덕기 옹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19세기 노인이었으니까.

또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택견판이 싸움이 자주 났다는 말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규칙이 널럴하고 애매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각 동네마다 택견의 스타일이 틀렸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사직골의 택견은 지금 결련택견협회라고 하고 구리개의 택견은 충주식 택견, 왕십리의 택견은 대한택견쪽이라고 하자. 이들이 명절날 모여서 결련택견을 벌이는데 문제는 각 동네마다 규칙이 틀리다는 것이다. 왕십리 택견은 모두 밀어차는 방식인데 사직골 택견은 다리와 얼굴은 세게 까도 되고 구리개는 한술 더 떠서 몸통까지 세게 차버리는 식이면 이런 패들이 모여서 결련택견 벌이면 당연히 싸움이 날 것이다.

사전에 모여서 각 패들의 우두머리들이 규칙을 합의한다 해도 평소 익힌 습관이 어디 가겠는가?

그래서 송덕기옹도 택견판에서 종종 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본래 택견이라는 말이 무술의 대명사를 지칭하는 말로 시작이 된 것부터 해서 구한말에 동네에서 싸움 좀 하면 '택견 하는구먼' 이라는 소리도 나왔다는 말(이 말은 출처가 현재 약간 불분명하다.)등으로 볼 때 각 동네마다 택견의 스타일이 달랐고 택견이라는 말은 어쩌면 요즘의 UFC같은 종합 격투에 준하는 의미의 단어였을런지도 모른다.

올빼미님은 이것을 말하길 '송덕기옹 스타일의 택견이 팀 [임호] 스타일의 택견이었고 송덕기 옹은 팀 [임호] 의 택견꾼들 중 하나일 것.' 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었다.

생각해보면 그럴듯 하다.


어쩌면 그런 구한말의 택견의 동네화가 지금 현대에 다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송덕기 옹, 김홍식 옹, 신한승 선생이 어렸을 때 봤던 택견꾼들의 움직임에서 굳이 품밟기를 지목하지 않은 점 등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택견은 '얼굴을 한대 차거나 넘어뜨리면 승부가 나는'식의 격투를 지칭하는 것이며 딱히 품밟기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체계를 이루지는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단, 송덕기 옹 쪽의 택견을 제외하고는.

결국 구한말에 그렇게 많았다던 택견꾼들이 거의 사라진 것은 품밟기라는 확고한 기본기의 체계를 간직하던 송덕기옹 쪽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런 확고한 기본기가 없기에 택견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망각한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중국무술이든 가라데든 품밟기를 제외한 기술들은 대부분 존재하니까.)


이 글은 좀 위험할 수 있다. 가뜩이나 전통에 대한 개념에 거짓부렁을 밥먹듯이 행하는 이 나라 무술계에 있어서 이 글처럼 생각한다면

"나도 할아버지한테 요런요런 기술 배웠었는데 알고보니 이건 택견이었어!! 우리 동네 택견 스타일
은 송덕기 류(流)와는 달라서 품밟기가 없는거거든!!"

할 확률이 높다. 그것도 아주 매우-_-

다만 지금은 이미 정보공개가 거의 다 이루어진 상황이니 저런 소리 했다가는 공개바보 취급을 받겠지만......택견에 대한 생각으로 저런 생각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된다.

사실 협회들을 통괄해 아우르는 국가의 단체가 있고 그런 차원에서 중도적으로 연구를 이루어 나간다면 이런 이론들도 나오고 서로 토론도 해보고 각 증언들을 모아서 좀 구체적인 연구가 가능할텐데 현실은 그러지를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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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의 '딴죽'은 발바닥으로 상대의 복사뼈 부분을 안으로 혹은 밖으로 쓸듯이 후려서 넘어뜨리는 기술입니다. 발모양만을 보자면 유도의 '나오는발차기'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발목받치기'나 '모두걸이'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옷을 잡는 유도와 달리 옷을 잡지 못하는 택견에서는 목덜미와 겨드랑이를 잡기 때문에 기울일 때 잡는 손과 방향이 달라집니다. 유도에서는 주로 소매깃을 잡은 손으로 상대를 당기고 가슴/목깃을 잡은 손으로 끌어 올리지만, 택견은 반대로 겨드랑이나 팔꿈치/삼두 부분을 받쳐 올리고 덜미를 잡은 손으로 상대를 당기는 것인데요. (물론 유도처럼 기울이는 경우도 가능합니다만, 주로 쓰이는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 때문에 밖에서 안으로 끌어차는 유도의 발기술과는 달리 안에서 밖으로 밀어차는 것이 기본 형태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도에서도 안뒤축후리기 같은 기술이 있지만, 후리는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유도의 발뒤축/안뒤축후리기에 해당하는 기술은 택견의 '낚시걸이' 혹은 '안짱걸이'라고 하는 기술과 유사합니다.)


지난주 인사동에서 열렸던 천하제일택견패결정전(통칭 '택견배틀') 대회에서 용인대학교 소속의 이건희 선수가 이 딴죽으로 상대 선수를 180도 뒤집어버렸다는 이야기가 택견배틀 홈페이지 게시판에 떴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딴죽으로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뒤집느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죠. 

어제 드디어 경기영상이 떴습니다. 특히 화제가 됐던 그 장면은 따로 떼어서 '핫클립'으로 선정됐는데요, 정말로 상대 선수가 180도, 아니 거의 360도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나가 떨어집니다. 마치 합기도나 아이키도 시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실제 경기에서 나온 것이니, 못 믿겠다던 사람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흔히 발목후리기 류의 기술은 상대를 크게 던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유도 경기를 봐도 상대의 양발이 모두 공중에 뜰 정도로 만드는 발기술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유도의 메치기라고 하면 업어치기처럼 상대를 크게 업어메치는 손기술이나 허리기술을 연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울이기와 타이밍만 잘 갖춰지면 발기술이야말로 적은 힘과 작은 동작으로 어지간한 손기술이나 허리기술 못지 않게 호쾌하게 상대를 던져서 제압할 수 있는 '능소제대', '유능제강'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도 초창기, 즉 코도칸(강도관)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 다른 고류유술들을 제압하고 '유도'로 일본유술계를 통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도 바로 이 발기술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 유술계에서는 '발기술의 코도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진정한 메치기의 꽃은 발기술에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유도 경기에서는 넘어가기 않기 위해서 중심을 낮춘 상태로 서로를 붙잡고 기술을 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를 전방 측면으로 띄워올리는 '앞모로 기울이기'가 힘들어 동작이 작은 발기술로 한판을 따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손기술이나 허리기술을 위한 연계기, 혹은 포인트용 기술로 전락한 감이 없잖아 있어 아쉬움을 주는데요.

반면 택견에서는 상대를 붙잡고 늘어질 수 없는 규칙 (단체마다 조금씩 규정이 다르지만, 대개 상대를 잡으면 3초 이내에 기술을 걸어야 함)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확한 기술에 들어가야 하므로 기술의 예리함이 살아있습니다. 특히 얼굴을 차는 발차기를 병행하기 때문에 유도에 비해 중심이 어느 정도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 딴죽의 효용이 아주 커집니다. 실제로 택견 경기에서는 이 영상처럼 몸이 뒤집힐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리고 비슷한 특성을 지닌 무에타이나 대도숙 공도 등의 '유술기를 허용하는 입식타격' 종목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런 '딴죽'류의 기술이 곧잘 나오는데요. 특히 K-1 MAX 무대에서 프아카오 선수가 이 기술을 아주 잘 구사했었습니다. (다만, 사실은 반칙에 가까운 기술이기 때문에 가끔 너무 남발해서 오히려 판정에서 불리해진 경우도 있었죠.) 무에타이의 딴죽은 옷이 없고 글러브를 낀다는 점 때문에 기울이는 방식 자체도 택견과 아주 유사합니다.

최근 MMA에서도 료토 마치다나 김동현 등의 활약 등으로 인해 동양무술 특유의 발기술에 주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 활용도가 높지 않은 관계로 '유도식 테이크다운'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택견의 발기술은 위에서 설명한대로 타격전의 양상, 그리고 맨몸 상태에서도 쓰기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만 연구하면 MMA에서의 활용 가치도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첨언하자면, 작년 미국에서 브라질유술&MMA 도장에 한 달 정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스파링에서 이 딴죽으로 재미를 쏠쏠히 봤었습니다. ^^)


[기술의 성패를 결정짓는 포인트]
1. 기울이기를 통해서 상대의 중심을 확실히 앞쪽 45도 방향으로 띄울 것.
2. 후리는 발과 기울이는 손을 짧게 끊어 쓰지 말고 '길게' 힘을 쓸 것. 즉, 폴로스루를 확실히 할 것.
3.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발만 내밀면 넘어뜨릴 수 없다. 몸 전체로 상대를 띄워올릴 것. 



※ '필살기열전'은 '류운의 Point of View' 하부 섹션으로 새롭게 기획한 연재 코너입니다. 각종 무예나 격투 기술, 특히 선수들의 특기 기술이나 최근 경기에서 구사된 신기술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선수나 수련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고, 팬들에게는 관전의 재미를 더해주고자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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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택견연맹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 모습 [ 사진출처_ www.taekkyonkorea.com ]

지난 5월 31일 열렸던 '단오 택견최고수전'이 오는 6월 4일 오후 3시부터 공중파TV채널 MBC를 통해 녹화중계방송된다고 합니다. 주최인 대한택견연맹은 이미 KBS SKY 스포츠 채널을 통해 택견명인전을 300회 가까이 중계방송한 전례가 있고, 꾸준한 경기 개최와 경기 인구 확대를 통한 대한체육회 정가맹 등에 따라 택견의 위상을 높여온 단체입니다. 이런 그 동안의 노력이 공중파 중계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겠죠. 택견이라는 한 종목의 입장에서도 기쁜 일이겠으나, 무술 종목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지라 연맹과는 별 관계도 없는 저도 왠지 더불어 기쁜 마음입니다. ^^;


사실 무술/격투기 종목의 경기가 공중파에서 중계되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죠. 방송사로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동안 주로 씨름이나 태권도, 유도, 검도 등 '체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거나, 복싱처럼 오래 전부터 세계챔피언을 배출해 국위선양에 이바지했던 것이 가능한 경기성 높은 종목이 간간이 공중파를 타기는 했습니다. 그 외에는 중계방송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소개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죠.

한창 K-1이 인기가 있던 2006년 MBC에서 최홍만 선수가 출전했던 K-1 대회가 딱 한번 공중파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해설을 했었는데, 유혈낭자(?)한 프로격투기 이벤트를 공중파로 내보내도 될 지 부담이 컸던지 중계 시간도 심야 시간대였고 큰 홍보도 없이 조용히 방송을 내보냈죠. 결국 K-1 공중파 중계는 그 한번의 시도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대한택견연맹 또한 그동안 공중파 중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역시 아직은 큰 입지를 가지지 못한 단체이고 시청률에 목을 매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택견이라는 비인기종목을 중계방송하는 것이 큰 도박이나 다름없는 일이겠죠.


그래도 택견이 다른 종목보다 유리한 점이라고 하면 일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이며, 단순히 전통적인 형태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닌 꾸준한 경기를 통한 기술 발전, 즉 스포츠로서의 자리매김과 발전이 있어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택견연맹은 타 무술종목이 1년에 한두번 전국대회를 여는 것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매년 10회 이상의 크고작은 대회를 열어왔고 개중에 최고수전, 대통령기 등 전국규모 대회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단체이긴 합니다만 결련택견협회 같은 경우는 매주 토요일 인사동에서 택견배틀 개최를 통해 소속 수련생들의 경기력을 높이고 대중에게 직접 다가서 택견을 알리는 일을 벌써 6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택견의 경기는 격렬하면서도 매우 안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단체 별로 약간의 규정 차이가 있지만, 대한택견연맹의 경우 선수들은 유연하면서도 빠른 발질(발차기)은 물론, 타단체 선수들도 인정하는 특유의 걸이 기술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유도나 씨름, 레슬링 등의 발기술들과 비슷해보이지만 손의 사용이 지극히 제한되는 택견의 발걸이 기술인 '딴죽' 수들은 타종목의 그것과 비교해 타이밍을 살리는 능력이 뛰어난데, 특히 대택 선수들의 그것은 거기에 더해 매우 '질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다리에 접착제라도 붙어있는 양 상대 다리에 착 감겨서 이리저리 끌었다 당겼다 밀었다 하는 움직임이 일품이지요. 더불어 얼굴을 한 번 차거나 넘어뜨리면 이긴다는 승부 규정 또한 어느 한 순간에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긴장감과 한 순간의 해방감을 줌으로써 경기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와 같은 건강한 이미지와 스포츠로서의 가치가 큰 경기적 특성, 문화재 지정의 전통무예라는 명분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반길만한 것들이죠. 만약 이번 중계방송이 반응이 좋으 경우 오는 추석 때 열릴 대회는 생중계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잘만 된다면 과거 씨름이 누렸던 인기를 택견이 물려받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최고수 자리에 오른 서훈희 선수 [ 사진출처
www.taekkyonkorea.com 노원구전수관 자료실 ]

저는 대회 현장을 참관하지는 못했습니다만, 현장에 있었던 지인의 말을 빌자면 기존의 택견 경기들에 비추어 봐도 매우 수준이 높고 흥미로운 경기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맹 차원에서도 수준높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고요. 과거 KBS SKY 택견명인전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던 김정구 선수가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에서 어학연수 중에 일부러 귀국하기도 했고, 택견명인과 최고수 타이틀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김영진 선수 또한 출전하는 등 엔트리 또한 화려했습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에서 또 한 번 라이벌 전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우승을 차지하고 새로운 '최고수' 자리에 오른 인물은 군 제대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던 부산 출신의 서훈희 선수였습니다. 과연 어떤 명승부 끝에 연맹 최초의 무체급 최고수가 탄생했을까요? 꼭 TV를 통해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무진 독자 여러분들께도 보실 수 있다면 꼭 이번 중계방송을 놓치지 마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아마 기존의 격투기 경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와, 왠지 우습게만 보였던 택견이 실제로 얼마나 매력적인 운동인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만 중계방송 시간이 오후 3시, 평일 낮시간대 방송이라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시청하기가 어렵겠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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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아나걸 김해은의 '천추태후' 출연 글에서 잠깐 소개했었습니다만, 2006년과 2007년 택견배틀을 화제 꺼리로 만들었던 장본인 가운데는 이른바 '슬로우걸'로 알려진 하혜정도 있었습니다.

당시 이화여대 무용학과에 재학중이던 하혜정은 무용학도 다운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살린 발차기 시연으로 등장과 함께 화제에 올랐었죠. 특히 발차기 동작을 천천히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모습 덕분에 (그저 한 발을 들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발차기를 슬로우 모션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시범인지는 굳이 설명 안 해드려도 되겠죠?) '슬로우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지요. 게다가 전체적으로는 동양적인 이미지이지만 마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오똑한 콧날이 주는 서구적인 매력이 합쳐진 외모 또한 뭇 남성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면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더랬습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그 신묘(?)한 시범을 갑자기 택견배틀장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간간이 배틀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을 드러낸 적은 있었지만, 더 이상 택견배틀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그녀의 시범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서 많은 아쉬움을 낳았고 이후 슬로우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토요일 SBS 버라이어티쇼 '놀라운 대회 - 스타킹'에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태껸소녀 - 공포의 발따귀'로 깜짝 출연했습니다.

택견배틀 시연에서 밭발따귀를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주고 있는 하혜정 (사진출처 tkbattle.com)

사실 그동안 하혜정은 택견판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전국현대무용대회에서 특상을 수상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무용학도로서 착실하게 공부를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외모와 재능이 출중하다 보니 애초에 본인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연예계로부터의 러브콜도 따라 붙었죠. H 여성용품이나 S 노트북 등의 CF에 출연했는데 거기서도 주로 택견의 동작이나 유연성을 살려 등장했지요.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본인의 전공도 있고 하니 요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 배우 등으로 진출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들은 바닥에 엎드려서도 하기 힘든 다리찢기를 서서, 그것도 180도 이상
벌린 채 서있을 수 있는 놀라운 유연성과 균형감각! (사진출처 tkbattle.com)

헌데 방송에서는 '길거리 택견 공연이 인터넷에 올라가면서 유명해졌다'라고 소개되어 택견배틀을 주최하는 결련택견협회와 어떤 불편한 관계가 생긴 것은 아닌지 좀 염려도 되더군요. 또한 이번에 보여준 내용들이 거의 택견배틀 당시의 시범 레퍼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레퍼토리만 같은 것이 아니라 세련됨이나 숙련도 면에서도 나아진 부분을 발견하기 힘들더군요. (물론 받아주는 '으악새'들이 그리 숙련되지 못한 탓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코믹 연출은 꽤 많이 늘었던데... ^^;; 그러다보니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분량도 적은 편이었고... 특기인 전갈차기로 파인애플에 못을 박는 시범은 나름 새로웠지만, 연예인 패널들도 금새 따라하는 기술로 보이는 등 전체적으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요. 기왕에 캐릭터가 무술에 관련된 방향으로 잡혔다면 무술적인 공부도 좀 더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배움을 청할 인연을 찾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군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문득 저 혼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일 뿐고요, 오히려 제가 헛다리 짚은 것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ㅎㅎ ^^

부디 주어진 재능을 잘 살릴 수 있는 인연들을 만나서 대성하시길. (SBS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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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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