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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은 한국 파이터 3인방 정찬성, 이둘희, 차정환이 같은 날 동시에 기쁜 소식을 가져다 준 한국 MMA의 기념비 적인 하루였습니다.

이번에는 이미 말씀드렸던 대로 WEC에서 인상적인 데뷔전에 성공한 '좀비' 정찬성에 이어 같은 4월 29일 CMA의 타이틀의 주인이자 프라이드 베테랑 파이터 마츠이 다이지로를 판정으로 꺾고 새 CMA 챔피언에 등극, 한국의 날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한 이둘희와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올해 한국나이로 정확하게 22살의 나이에 챔피언에 등극한 이둘희는 데뷔 후 2년 간 50kg 이상의 혹독한 다이어트를 성공, 몸짱으로의 변신을 성공시킬 만큼의 성실성으로 국내외 관계자와 전문가들에게 향후 한국을 대표할 만한 유망주로 기대를 받아오다 국내 MMA 최연소 해외단체 챔프에 오르는 '사고(?)'를 쳐냈습니다.

챔피언으로 등극한지 약 한달...국내로 복귀 후 다시 연습을 위해 서울을 찾은 이둘희와 마츠이와의 타이틀 전, 챔피언이 된 소감 등 이모저모를 들어보았습니다.



- 늦었지만 CMA 헤비급 챔피언 등극을 축하한다. 소감은?

▲ 감사하다. 이번 경기를 워낙 힘들게 준비한 탓인지 처음 링에서 허리에 벨트를 찼을 때는 '이걸 어째야 하지?' 라고 당황스럽기만 했는데 이젠 좀 덤덤하면서도 챔피언이 됐구나란 실감도 나고 반반이다. 계속 한 일년 정도는 품에 가지고 있으면서 1차 2차 방어전을 치르면서 챔피언의 무게라는 걸 느껴 볼 듯 하다.

- 이번이 MMA 데뷔하고서 첫 타이틀인걸로 알고 있다. 더군다나 해외 타이틀이니 감회가 남다를 듯 한데?

▲ 진짜 감회가 남달랐다. 중학교 1학년 때 프라이드를 봤는데 그 때 거기서 본 마츠이와 경기를, 그것도 근성하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까지한 선수와 그것도 선수라면 누구나 목표가 되는 타이틀 전까지 하게 됐으니 생각해보시라. 오죽이나 준비를 했었겠나. 거기에 승리까지 했으니...

- 다른 국내 MMA 파이터들에 비해 상당히 데뷔가 빨랐다. 몇 년 차인가? MMA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 고등학생 때 데뷔했으니 이제 4년차 접어들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챔피언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격투기 입문은 사실 종합이 아니고 입식이 먼저 였다.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저 시작해서 10년이나 해온 터라 약간 질리기도하고 뭔가 새로운걸 찾던 중 브라질 유술 도장을 보고 입문했다가 관장님께 스피릿 아마리그를 나가보라 권유받아서 시작했다.
 
아마리그는 솔직히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해온 운동도 있고 실력 확인 겸 추억이나 남겨보자고 나간 거 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한 경기만 더, 한 경기만 더 하다 아 이게 내 길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  당시엔 직업이 뭐냐고 물어볼 때 그냥 학생이라고 답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도 자부심인지 스스로 '격투가'라고 답할 수 있게 됐다.

- 스피릿MC 때에는 우리 나라 탑 클래스들, 유명 파이터들과 꽤 많은 경기를 했다. 승부의 내용을 떠나 당시엔 그다지 성적은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MMA를 하고 있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 당시 정규형(최정규)과 해준이형(양해준)이랑 했는데 두 번 다 졌다.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규형이랑 경기했을 때는 MMA를 괜히 했다는 후회감보다 오히려 얻은 것이 더 컸다. 당시 정규형은 데니스 강에 이은 스피릿MC 헤비급 공인 랭킹 1위였고 그라운드에서는 졌지만 타격전에서 선전했다고 칭찬을 들으면서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해준이형과의 경기는 당시 레슬링 방어, 그라운드 방어가 전혀 안되던 상태에서 태클과 파운딩에 패했는데 이게 스스로 그라운드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오히려 지금의 내가 있도록 도와준 셈이고 후회 이런 거하곤 거리가 멀다. 

- 1년 전 M-1 챌린지로 복귀하기 전까지 꽤 공백기간이 길었다. 공백기간 동안은 뭘 했었나?

▲ 스피릿에서 그라운드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그것을 메우기 위한 그라운드 훈련과 유술 대회 출전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전국 주짓수 연합 대회 8회부터 10회까지 나가서 노기와 기(도복 착용과 미착용)부분에서 3회 금메달을 따냈다. 나름 충실히 그라운드 훈련에 정진할 수 있었다. 

- 그라운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레슬링을 상당히 힘들게 배웠다고 들었다. 

▲ 그게 원래 고3 때 레슬링을 배우기 위해서 집에서 가까운 조선 대학교 레슬링 부를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대학생도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을 하셨었다. 수능을 치고보니 서울에 갈만한 성적이 나왔지만 조선 대처럼 집에서 가까운 곳도 없고 운동하기 좋은 환경도 없는 듯 해서 조선 대학교에 입학을 해서 레슬링 부를 또 찾아 갔다. 

다시 찾아갔을 때도 레슬링 부 감독님이 받아들여 주시지 않길래 구경만 하겠다는 매일 레슬링부 훈련 시간에 제시간에 찾아가서 견학을 했더니 2주일 정도 지나니까 다음부터 운동복가지고 오라고 하시더라. 그 말씀 듣는 순간 마음에서 뭔가 뜨거운게 올라오더라.

- 격투기 팬들한테는 극한의 체중감량으로 알려져 있다. 50kg 가까운 하드한 감량인데 동기는 무엇이었나?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현대인들은 다들 다이어트에 목을 매는데 비결을 공개하자면?

▲ 일단 계기부터 말씀드리자면 사람들이 욕한다고 관장님이 살빼라고 압박을 주셨던 데다 나도 빼는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데뷔했던 체급에서도 130kg은 너무 무거운 거 같아 감량을 결심했다.

빼고 빼고 하다보니 어느 순간 보니 라이트헤비도 뺄 수 있을 거 같아서 라이트헤비 오퍼를 받아 들였고 계속 빼다 보니 평체가 95kg까지 내려오고, 조금 더 뺏더니 이번 처럼 85kg도 맞출 수 있게 됐다. 지금은 88kg 정도 나가는데 미들이랑 라이트헤비 두 체급 다 뛸 수 있도록 두체급의 중간 정도에 맞춰 두려 한다. 

비결이라 그러니 남사스러운데, 일단은 감량해야할 체중이 너무 많았다는게 제일이고, 서울이나 부산의 팀들처럼 한 체육관에서 여러가지 운동을 한번에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복싱 따로, 레슬링 따로, 유술 따로, 웨이트 따로 전부 다 다니다 보니 남들보다 기본적으로 흘리는 땀의 양이 많아지게 됐다. 

복싱의 경우도 제대로 할려고 땀복 입고 하고 하다 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다이어트가 되더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정한 자신과의 약속, 운동량을 지키는게 아닐까 한다.  

- 그럼 하루 평균 운동 시간이 꽤 될 듯한데?

▲ 하루에 2-3개의 운동을 함께 하는데 복싱 갔다가 잠시 쉬고 레슬링하러 가고...저녁에 유술 가는 식으로 특별한 일 없으면 대략 5-6시간 정도는 되는 거 같다. 


- 챔피언이 된 타이틀 전 경기 얘기를 해보자. 아무래도 국내에 방영이 안되다 보니 어떻게 챔피언이 됐는지 모를 팬들이 많을 거 같으니 간단하게 경기 내용을 설명을 부탁한다.

▲  생각보다 마츠이가 타격이 별로인 듯 해서 스탠딩에서 압박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고 놀면서 방심타다가 하이킥을 얻어 맞고 그라운드로 끌려들어가게 됐다. 정신을 잃은 건 격투기 하면서 처음이었는데 아프거나 한게 아니고 그냥 훅 가더라...기분묘했다.

파운딩 한대 맞고 깨어나면서 원렉 테이그다운 잡아서 쓰러뜨린 다음에 1라운드 끝날 때까지 코너에 박아 넣고 계속 파운딩 넣었다. 암바를 한 번 잡혔는데 들어서 뽑아 냈다. 이후에는 거의 스탠딩과 그라운드 파운딩으로 몰아붙이다 경기가 종료됐다.

- 마츠이 하면 프라이드 시절 실바 등의 동급 파이터는 물론 이고 슈라이버 같은 헤비급 파이터하고도 경기를 했는데 파워나 압박 감을 느끼지는 않았나?

▲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체격이 정말 크더라 남의 경기를 볼 때하고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압박감은 사실 경기 시작할 때까지 였는데 프라이드 파이터여서 그런지 팬들의 성원이 정말 대단하더라. 긴장한데다 일방적 응원 공격이 꽤 부담됐다. 

사실 압박감보다 놀랐던게 맷집이었다. 테이크다운을 시켜서 파운딩을 치는데 경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아 이제 끝났다' 그럴 만한 장면이 꽤 있었는데 오히려 다시 팔팔해지는 느낌? 기절해 있는 걸 파운딩 쳐서 깨운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판이 스탑 시킬려고 하니 파운딩 맞으면서 오히려 심판한테 말리지 말라고 항의하는 듯 하드라. 베테랑이 괜히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더라.   

- 이번 경기에서 아쉬운 점이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 시작하고 한 2분 될 때까지 난 한 대도 안 맞고 내 정타가 계속 들어갔는데 끝내질 못했다는 점이랄까? 일반 MMA 파이터들은 보통 정타가 들어가면 러쉬를 걸어서 연타로 끝내는게 있는데 정타 넣었다고 들어가다 카운터 맞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입식을 오래해서 그런진 몰라도 정타가 들어갔는데도 눈치를 자꾸 보게 되더라. 안배를 하는 힘을 좀 더 길러야 할 거 같다.

- 단점이라기 보다 상황을 보고 그때 그때 대처하면 될 듯 하다. MMA에서도 카운터에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는 종종 있으니 그리고 이건 찬성씨 한테도 물어본 질문인데 방송이 안나갔는데 아쉽지 않았나?

▲ 그게 희한한게 진 경기는 다 방송을 탓는데 희한하게 이긴 건 방송이 잘 안되더라. 한마디로 아주 아쉬웠다..가끔씩 길가다 보면 아주 가끔 알아보시는 분들 있는데 어떤 분들은 스피릿 때가 마지막 경기인 줄 아시는 분들도 많다. 요즘은 그래도 기사도 나가고 하니 그나마 좀 요즘은 나은 편이다. 

- 그러고 보니 M-1에서도 꽤 어려운 경기를 했었다. 상대들도 북미 거물 기대주였던 델 로자리오나 마차도 같은 강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 두 번 경기하고 두 번 다 졌다. 지긴 했어도 처음 일본인이 아닌 비 아시아인 파이터들과의 대전 경험이었다. 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막역한 서양인 파이터들의 대한 두려움이랄까 하는 것들 있지 않은가? 해보니 잘하고 파워가 세도 다 같은 사람이구나는 느낌이 들더라. 덕분에 마츠이와의 대결도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 차기 스케쥴은?

▲ 조만간 공익 때문에 훈련소에 입소한다. 끝나고 나오면 타이틀 방어전도 해야 할 듯하고, 해외 단체의 오퍼가 있다면 받아들이고 싶다. 센고쿠 같은 일본 메이저도 물론 좋고, 가능하면 북미에도 DEEP같은 작지만 탄탄한 단체에도 출전해서 북미 스타일의 파이터들과도 많은 대전 경험을 쌓는 게 목표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거 같다.

- 파이터로서의 최종목표가 있다면?

▲ 근데...이거 아 다른 형들 따라하는 거 같아서 조금 그런데...저도 프라이드에서 여러 파이터들의 경기를 보면서 종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처럼 후배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파이터가 되고 싶다. 거창하게 누구의 목표는 아니더라도 이 MMA, 종합격투기가 정말로 멋있는 운동이라는 걸 알려 줄 수 있는,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알려 줄 수 있는 파이터가 되고 싶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우선 확실히 밝혀 두고 싶은게 제 나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 확실히 22살 뱀띠가 맞다. 하하. 그리고 아까 전에 말씀드렸지만 제 체중 감량에 대해서 칭찬들해주시는데 감량은 이미 지난 일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이제부터는 더욱 노력할 테니 '다이어트 이둘희' 말고 '파이터 이둘희'를 봐주셨으면 더욱 감사하겠다. 

[사진제공=엑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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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Ip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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