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지 시각으로 26일, 미국 일리노이주 올스테이트 아레나에서 UFC 90 ‘BreakDown’이 개최됩니다.
메인 매치가 크리스 리벤 대 마이클 비스핑일 정도로 별 볼일 없었던 지난 대회와는 달리 이번 UFC 90은 ‘UFC 판 세미 슐트’ 앤더슨 실바의 6차 방어전 및 전 UFC 라이트급 챔프 션 셔크의 복귀전 등 볼거리가 비교적 풍부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볼만한 몇몇 경기들을 추려 관전포인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앤더슨 실바 대 패트릭 코테
두말이 필요없는 현 미들급(-83kg) 최강자인 앤더슨 실바가 ‘육시동물’ 페트릭 코테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이자 UFC 8전 연승 사냥에 나섭니다. 당시 동급 최강으로 평가되던 UFC 전 미들급 챔피언 리치 프랭클린을 두 차례와의 대결에서 너무나도 간단히 제압, 이후 프라이드 유일의 통합 챔프 댄 핸더슨에게 마저 승리를 거두면서 명실공히 최강자의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UFC 미들급 타이틀 홀더이자 7전 전승을 거두고 있는 실바는 그러나 미국을 주무대로 삼고 있는 UFC 측에게는 K-1의 세미 슐트와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익사이팅한 경기를 하느냐 못하느냐가 다르다고 토를 단다면 할 말 없습니다만 자국 파이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흥행면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때문에 UFC 측은 무리하게나마 활용카드가 무한했던 댄 핸더슨을 실바의 상대로 무리하게 투입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습니다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현재 실바에게 도전할 만한 파이터가 없는 UFC는 터프 파이터로 유명한 제임스 어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상대로 쑤셔 넣었습니다만 역시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입니다.
이번에 실바의 상대로 낙점된 패트릭 코테도 어빈에 비해 그다지 나을 것이 없는 파이터 중에 하나입니다. 타격과 그래플링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은데다 실바를 실각시키기 위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던 전 킹 오브 판크라시스트 히카르도 알메이다를 스플릿 판정으로 꺾고 올라오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코테는 타격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파이터인데다 무엇보다 실바와의 신장차가 10cm 이상 나고 있어 꽤나 고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운터를 잘 하는 편이라는 평가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본래 탑클래스 타격가로 평가되고 있는 실바에게 어느 정도 선전을 펼칠 지는 미지수입니다.
2. 조쉬 코스첵 대 티아고 알베즈
TUF 당시만 해도 악동이미지와 강력한 레슬링 능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코스첵과 ATT 출신의 브라질리언 비밀 병기 티아고 알베즈의 격돌입니다.
코스첵은 일전에 TUF 시절 부터의 라이벌 디에고 산체스에게 상당히 얍삽한(?) 승리를 얻어낸 탓인지 생 피에르 전에서 졸전 패배 후 최근 기대주인 더스틴 헤즐렛과 중고신인 크리스 라이트에게 제법 괜찮은 경기 내용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같은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알베즈는 UFC의 주류인 미국이 아닌 브라질 파이터 출신임에도 불구, 전 챔프 맷 휴즈를 플라잉 니킥에 이은 펀치로 잡아내면서 차세대 챔프 감으로 평가받고 있는 파이터 중에 하나 입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습니다만 이는 국내에 방영이 되지 않는 파이트 나이트 등의 출전이 많은 탓이지 결코 약체는 아닙니다.
레슬링이 훨씬 위이고 헤즐렛과의 대결에서는 하이킥을 어필하기도 코스첵이지만 타격에 대한 본능적인 감과 수 많은 컴비네이션을 갖추고 있는 알베즈는 쉽지 않은 상대로 보입니다. 일단은 레슬링이 특기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내 탑 클래스 수준인데다 알베즈가 깨버린 휴즈의 그것에 달하는 레벨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합니다.
주목도도 낮고 승패가 어느 정도 보이긴하나 일단 이 경기는 현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에게 도전할 차기 도전자를 뽑을 만한 가능성이 높은 매치입니다. 최근 빈번한 이벤트 개최로 인해 각각의 카드가 무게가 떨어지고 있지만 김동현이 뛰고 있는 체급의 경기인 만큼 지켜 봐야 할 경기입니다.
3. 션 셔크 대 타이슨 그리핀
전 UFC 라이트급 챔프 션 셔크와 라이트급 유망주 타이슨 그리핀의 경기입니다.
이 경기의 키 포인트는 셔크와의 경험차를 그리핀이 어떻게 받아 넘기느냐에 있어 보입니다. 셔크는 가장 최근 경기였던 비제이 팬과의 타이틀 전을 포함 36전을 치러낸 베테랑 중 베테랑이고 상대인 그리핀은 셔크의 1/3수준인 13전을 치렀습니다.
양자 모두 레슬링을 이용한 강력한 테이크다운 후 파운딩…상대가 그래플링에 소질이 없을 경우, 즉 운 좋으면 서브미션 승이라는 지극히 그라운드&파운더인지라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한 경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문가들 중 일부에서는 셔크의 묻지마 태클에 깊은 감명을 받은 분들이 많아 셔크의 낙승을 예고하고는 있으나 그리핀 역시 표도르랑 겨룰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불리는 랜디 커투어의 제자 중 한 명이므로 이날 어떤 작전을 들고 나올지 기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뭐 일단은 셔크의 우세라고 봐야 할 듯 하지만요.
4. 마커스 아우렐리오 대 헤르메스 프랑카
‘고미 킬러’ 마커스 아우렐리오 대 션 셔크와 함께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불명예를 않은 바 있는 헤르메스 프랑카와의 경기입니다. 상당히 수준 높은 파이터들 간의 경기인터라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다크 매치로 배정이 되어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울 듯 합니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두 파이터의 승부에 대한 얘기를 다시하자면 좀 더 토털파이터에 가까운 프랑카가 승기를 잡지 않을까 하는 느낌입니다. 동문 수학한적도 있는 친구 사이인 두 파이터는 현재 프랑카가 셔독 전적 기준으로 25전, 아우렐리오가 22전으로 알려져 있어 링 커리어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두 파이터는 각각 고미와 셔크라는 동체급 최강 파이터를 상대한 바 있는 탑 클래스 파이터입니다. 서브미션 파이팅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점도 비슷합니다만 타격 의존도가 높은 쪽은 프랑카 입니다.
최근 종합격투기에서의 승리를 가르는 기준이 과거 그라운드에서 스탠딩 타격으로 점차 옮겨오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타격을 많이 쓰는 쪽이 유리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울렐리오도 지난 해 UFC 78에서 루크 카우딜리오를 펀치로 쓰러뜨리면서 이전보다는 괄목할 만한 스탠딩 타격을 보여 주었습니다만 비록 승리를 거머쥐는 데는 실패했으나 태클 들어오는 셔크의 안면에 정확히 니킥을 쑤셔넣던 프랑카의 타격은 여전히 아우렐리오의 위에 있어보인다는 느낌입니다.
5. 파브리시오 베르둠 대 주니어 도스 산토스
차세대 UFC 헤비급 챔피언감으로 꼽히고 있는 베르둠과 이번이 UFC 첫 데뷔인 브라질 파이터 주니어 도스 산토스의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글쎄요…전적 상이나 경험만으로 따지면 베르둠의 완승입니다. 15전 11승 3패 1무를 기록 중인 베르둠과 7전 6승 1패의 산토스의 경기는 뭐 이런 매치업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미스매치로 보입니다.
더욱이 베르둠은 UFC 데뷔전에서 전 챔피언 안드레이 알로브스키를 상대로 졸전을 펼치면서 욕을 심하게 먹었습니다만 ‘크로캅 킬러’ 가브리엘 곤자가와 유망주 브랜던 베라를 모두 타격으로 압도하면서 이게 과연 데뷔전 때 일명 ‘계집애 따귀’를 날리던 그 베르둠과 같은 파이터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발전된 타격 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짓수 세계대회 우승의 그라운드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다만 UFC의 부커진도 아무 검증이 안된 7전 짜리 파이터를 끌어다 쓸 만큼 얼간이들이 못되는 데다, 이 산토스라는 친구는 앤더슨 실바, 료토 마치다 등 UFC에서 제 2의 브라질 파이터 붐을 일으키고 있는 명문 팀 블랙하우스 소속이라는 점도 석연치(?) 않은 점입니다. 왠지 기대하지 못했던 재미가 있을 듯한 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