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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도계에는 '우치데시(內弟子, 내제자)'라고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도장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경우에 따라서는 출퇴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지도자가 되기 위한 집중적인 수련을 쌓는 사람들이죠.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찾아보기가 좀 어려워졌습니다만, (간간이 보이긴 하더군요) 젊은 유단자들이 도장에서 숙식하며 도장 살림이나 지도를 맡아하다가 나중에 도장을 물려받거나 독립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위 '새끼사범'으로 불리던 그런 경우와는 달리, 왠지 일본의 내제자라고 하면 엄청나게 고된 훈련과 승승으로부터의 특별한 커리큘럼 등을 통해  일반 수련생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는 어떤 비법을 전수받은 사람이 그려지곤 합니다. 예컨대 영화나 만화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4대제자' 같은 이미지랄까요.

극진관 총본부에서 7년 간 내제자 생활을 마치고 최근 송파에 극진가라테 도장을 낸 황승현 사범. 그도 처음 내제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그런 꿈에 부풀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내제자가 되면 남들보다 더 강하고 다양한 쿠미테(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년 후에는 엄청나게 강해져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웃음)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어요."  



황승현 사범이 내제자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던 것은 2001년 겨울. 당시에는 아직 극진관으로 갈라지기 전, 그러니까 로야마 하츠오 (한국명 노초웅, 황승현 사범의 호칭에 맞춰 이하 노초웅으로 표기) 현 극진관 관장이 극진회관 최고사범이며 사이타마 지부를 맡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실 내제자가 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원래는 내제자를 받지 않는 도장이었는데, 노초웅 관장님의 배려로 내제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런데 막상 내제자가 되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생활이 펼쳐지더군요. 특히 노초웅 관장님의 도장은 특성 상 행정 업무가 많고 취재라든지 여러가지 형태의 손님이 찾아오는 일도 잦은데다 주관하는 행사도 많았습니다. 그런 도장 살림의 잡무나 행사 준비, 손님맞이는 모두 내제자들의 몫이거든요. 특히 행사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면 선배 극진인들에게 반드시 먼저 찾아가서 일일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어떤 때는 30분 내내 '오스!'만 외치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웃음)"

하루종일 운동만 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잡무에 쫓겨다니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을 정도였던 내제자 생활의 실체에 당연히 후회가 몰려왔을 겁니다. 

"내제자가 되면 정규 수련 시간에는 무조건 참가를 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따로 운동할 시간도 없고 특별히 배운 것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노초웅 관장님은 기본기를 굉장히 강조하는 지도 스타일을 가지고 계십니다. 실제로 도장에서도 대련 테크닉은 거의 가르치지 않아요. 언제나 기본수련과 이동수련, 카타(형, 품새) 수련 뿐이고, 주말에는 공원에서 의권(태기권)의 참장 수련을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도 막상 대회가 있으면 참가를 해야 하니, 대련 테크닉은 선배들에게 한번씩 귀동냥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연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낯선 일본 생활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딱히 한국에서 왔다고 해서 노초웅 관장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지도 못했습니다.

"한달 쯤 되니까 저보고 지도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아직 말도 잘 안 통하고 뭐 딱히 배운 것도 없는데 참 난감했습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죠. 초반에는 몇몇 선배들의 텃세랄까, 괴롭힘도 있었고. 솔직히 그냥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노초웅 관장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얘기를 나눌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워낙 바쁘신 분이고, 또 제 입장에서도 대하기 어려운 게 있었으니까요. 처음 일본 도장에 갔을 때도 그냥 제 얼굴을 한 번 보시고는 "열심히 해라"라고만 하셨죠. 가끔 제가 일하고 있을 때 지나치시다가 힘드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는데, 그 때도 그냥 농담처럼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냐'고 한 마디 툭 던지고 가셨어요. (웃음)" 



그런데 어째서 황승현 사범은 이처럼 실망과 고생 뿐이었던 내제자 생활을 7년이나 하게 된 것일까요.

"내제자가 된 지 2년 쯤 됐을 때였습니다. 이제 1년만 더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까, '내가 과연 뭘 배웠나, 이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내제자가 되고자 했을 때 상상했던 2년 후의 내 모습과 실제 제 모습은 너무 달랐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실망감이랄까 후회하고는 좀 달랐습니다. 뭔가 감이 오기 시작했달까. 배운 게 없긴 한데, 배울 게 없어서 못 배운 게 아니라 너무 큰 무엇이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좀 더 배우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황승현 사범이 감을 잡기 시작한 부분은 바로 '기본기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앞서 황승현 사범의 얘기에서도 나왔지만, 노초웅 관장의 지도 스타일은 기본기를 중시하고 무도적인 관점에서의 기술 수련과 신체 단련의 비중이 높은 반면, 경기 대련 기술은 거의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한 때 그런 지도 스타일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급할 수록 돌아간다는 말도 있듯이 오랜 시간을 투자한 기본기 수련의 깊이는 서서히 몸에 배면서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황승현 사범 또한 그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감각이 열리고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하면 다른 수련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여유가 생깁니다.

노초웅 관장의 '으악새' 역할로 사진이 실렸던 가라테 잡지 기술 연재 기사

"예전에는 그냥 단순히 모양만 따라하던 기본기나 이동수련에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중심을 다뤄야 하는가와 같은 것들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니 오랜 반복 수련도 지겹지 않게 되더군요. 점점 더 그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고, 그것을 실제 대련에서도 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노초웅 관장님이 가라테잡지 취재로 기술 촬영을 할 때 늘 당하는 역할을 했는데, 예전에는 괴롭기만 하던 이런 경험이 오히려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더군요. 이 때 쯤 쿠라모토 사범님과도 만나게 됐죠."

쿠라모토 나리하루 사범은 켄도카이(拳道會, 권도회) 나카무라 히데오(한국명 강창수) 총사의 수제자로 극한에 가까운 신체 단련을 통해 토관 수도 격파 등을 해냈으며 수많은 실전 경험을 가진 실전공수/무도공수가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현재는 쿠라모토주쿠(倉本塾, 창본숙)의 대표로 접골원과 도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가라테 수련생은 물론이고 프로격투가들 중에서도 쿠라모토 사범의 실전지향적인 가르침을 받기 위해 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제5대 DEEP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드림에서 안드레 디다를 '미카츠키게리'로 쓰러뜨린 키쿠노 카츠노리도 최근 쿠라모토 사범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노초웅 관장님 역시 나카무라 총사를 사사한 바 있어, 두 분은 동문이자 의형제로서 현재도 교류를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쿠라모토 사범님께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도, '강한 분이니까 많이 배우고 오라'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놀라운 것은 쿠라모토 사범 역시 주성춘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재일교포이시더군요. 이 분 역시 어떤 테크닉에 치중한 지도를 하는 분은 아닙니다. 가라테를 하시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라테 스타일을 전하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 오는 사람은 그냥 자기 스타일의 정권지르기, 복싱이라면 스트레이트를 몇천번 씩 반복시킵니다. 그런데 그게 그냥 회수를 채우는 게 아니라 한 번 한 번을 있는 힘껏 치라고 하죠. 노초웅 관장님과 다른 점이라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매우 좋아하시고 또 강조하신다는 점일까요."
접골원을 겸하고 있는 쿠라모토주쿠 도장에서 쿠라모토 사범과 함께

뛰어난 스승들로부터의 가르침과 깨달음 속에서 오는 즐거움 속에서 황승현 사범은 내제자가 되어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됐다고 합니다.

"내제자가 되어서 얻은 가장 큰 수확, 내제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깨침은 스승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초웅 관장님처럼 극진관이라는 하나의 유파를 창시한 분의 내제자가 돼서 그 분의 생각, 극진관이 추구하는 방향, 수련 하나하나의 의미를 전수받을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대련 기술보다도 소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극진관 총본부에서 내제자 생활을 시작한 한국인 후배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도 그런 부분을 많이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내제자 생활이 황승현 사범과 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노초웅 관장과 쿠라모토 사범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도자도 각자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다른 도장에 갔더라면 황승현 사범이 처음 원했던 대로 강하고 다양한 대련 기술을 잔뜩 배울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황승현 사범이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이 깨달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있었던 곳이 총본부 도장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기술이 다양하고, 대련에 강한 곳은 다른 지부라 하더라도, 그 유파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원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언제나 소위 종가라고 하는 곳들입니다. 기본이 되고 중심이 되는 곳이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변형이나 응용과 같은 실험이나 시도가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죠. 실패하거나 변하거나 잃은 것이 있을 때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또 그렇기 때문에 설령 종가의 실력이 좀 부족하다 싶어도 종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일본 무도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한장한장에 담긴 일본 내제자 시절의 추억을 돌이켜 보고 있는 황승현 사범

이렇게 알찬 내제자 수련과 더불어 일본 생활에도 차차 익숙해졌고, 자신이 지도하는 수련생들과의 정도 깊어지면서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찌 보면 아쉬울 것 없는 시점에서 황승현 사범은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합니다.

"일본에서 만난 선후배들이나 제자들은 많이 말렸습니다. 사실 저도 많이 망설였고요. 오랜 기간 동안 정도 들었고, 일본과는 다른 한국에서의 수련 환경이나 문화를 잘 알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배운 것을 그저 가지고만 있어서는 안되겠더라고요. 한국에 돌아가서 제가 배운 것을 전하고 싶다, 그것이 많은 선배님들의 배려 속에 내제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제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리자 노초웅 관장님도 '나도 그렇고 최영의 총재님의 고국도 한국이다. 어찌 보면 극진가라테의 고향은 한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막상 한국은 극진의 불모지나 같은 상황인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앞으로 나도 한국에 신경 많이 쓸테니 열심히 해봐.'라고 말씀하시며 격려해주셨습니다."  

스스로 성장하고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제자에 대한 스승의 신뢰와 애정 또한 깊어진 것일까요. 올해 초 자기 도장을 열 준비를 하는 황승현 사범에게 노초웅 관장은 잊을 수 없는 값진 선물을 해줍니다. 바로 자신이 입던 도복과 띠를 물려준 것이죠.

"정말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차마 제가 입거나 띠를 매지는 못하고 고이 모셔놓고만 있어요. (웃음) 처음에는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참 어려운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처음 내제자로 받아주신 것부터 시작해서, 알게 모르게 참 많은 배려를 받았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노초웅 관장이 물려준 도복과 띠. 제자로서 무엇보다 값지고 의미 있는 선물이다.

황승현 사범이 갈 길은 이제 막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그렇게 오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얻은 것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빛을 발할 수 있을 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손에 달린 셈이죠. 마지막으로 황승현 사범의 계획, 그리고 목표를 물었습니다.

"사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작게는 도장 안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 지, 그리고 크게는 한국 극진을 위해서 제가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보려고 합니다. 신태균 한국본부장님을 비롯해 극진관의 많은 선배 사범님들, 그리고 후배 극진인들과 언제나 소통하면서, 제가 가진 것을 최대한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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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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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강의 헤비급 입식타격가를 선발하는 K-1 WGP 8강 출전자가 결정되었습니다.  

9
26일 서울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개최된 K-1 WGP FINAL 16강 전에 출전한 바다 하리, 알리스타 오브레임, 제롬 르 밴너, 세미 쉴트, 에베우톤 테세이라, 에롤 짐머맨, 레미 본야스키가 각각 자신의 상대들을 꺾고 FINAL 8 출전을 확정했습니다.

올해 유럽 챔피언 자빗 사메도프와 격돌한 K-1 최대 기대주 바다 하리는 자신의 긴 리치를 충실히 살린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상대 사메도프의 복부에 정확히 꽃아 넣고 이날 유일의 KO승으로 8강 마지막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날 유일의 KO승을 거두고 환한 웃음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바다 하리. 촬영=gilpoto] 

 

바다 하리를 KO시킨 종합격투가 알리스타 오브레임과 격돌한 피터 아츠는 강력한 파워로 오브레임에게 자신의 특기인 컴비네이션을 성공시키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탄탄한 오브레임의 파워와 맷집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밀리는 경기를 한 끝에 3-0 판정패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습니다.

  

                          [피터 아츠가 오브레임에게 고전하고 있다. 촬영=gilpoto]
 

이번 경기로 은퇴를 표명했던 무사시는 무관의 제왕제롬 르 밴너와 격돌, 그 동안 보여 주지 않았던 어그레시브한 파이팅으로 밴너를 당황케 했으나 두 번의 다운을 내주고 판정패하며 마지막 8강 티켓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격투가의 투혼을 보여 준 무사시가 자신의 부모와 눈물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촬영=gilpoto]

 

K-1의 유럽 내 협력단체 쇼타임에서 바다 하리에게 KO패하며 체면을 구겼던 최강자 세미 쉴트는 루마니아의 강력한 신예 다니엘 기타와의 경기에서 초반 고전했으나 2번이나 다운을 시키며 판정으로 승리하며 8강 티켓을 손에 넣었습니다.

 

        [3타임 WGP 챔피언 세미 쉴트가 하이킥으로 다니엘 기타를 가격하고 있다. 촬영=gilpotp]


극진 가라테 세계 챔피언 에베우톤 테세이라는 초반 한 수위의 파워로 올해 아시아 GP 챔피언 싱 하트 자디브와의 일전에서 라운드 초반에 점수를 벌고 후반에 점수를 잃는 경기 운영으로 2차례나 연장까지 가는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마지막 연장 2라운드 후반 러쉬로 신승을 거뒀습니다.

 

           [에베우톤 테세이라가 아시아 GP 챔프 싱 자디브와에게 고전하고 있다. 촬영=gilpoto] 

 

지난 해 결승에서 바다 하리와의 명승부로 큰 관심을 받았던 에롤 짐머맨은 자신이 지난해 FINAL 16에서 쓰러뜨렸던 글라우베 페이토자와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고 명문 골든 글로리에서 타격을 강화한 루슬란 카라예프는 카운터 파이터이자 현 헤비급 챔프 교타로를 한 수위의 타격으로 판정으로 꺾었습니다.


            [에롤 짐머맨이 두번째 맞붙은 글라우베 페이토자의 킥을 방어하고 있다. 촬영=gilpoto]


자신이 이미 두 차례나 제압한 바 있는 야수멜빈 멘호프와 격돌한 레미 본야스키는 초반 커버링을 단단히 굳히고 종합식 테이크다운으로 신경전을 걸어오는 멘호프의 초반 전술을 훌륭히 방어하고 3라운드에 공격을 퍼붓으며 판정으로 승리, 올해 첫 결승 진출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멜빈 멘호프의 어퍼컷 공격에 카운터를 성공시키고 있는 레미 본야스키. 촬영=gilpoto]

 

한국 팬들을 위해 만든 스페셜매치에 출전한 K-1 KHAN 왕자 임치빈과 네오파이트 여성부 챔피언 임수정은 코소보 출신의 타힐 멘치치와 중국의 첸칭을 상대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거뒀습니다

 

         [강호 멘치치를 상대로 간만에 임치빈다운 시원한 경기를 보여준 임치빈. 촬영=gilpoto]


수퍼파이트에 나섰던 김태영은 1라운드 종료 직후 벨을 듣지 못한 상대 카탈린 모로사누의 종료 후 공격으로 잠시 실신하며 반칙승을 거두긴 했습니다만 모국인 한국에서의 경기에 다시 한번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하는 불운을 또 겪어야 했습니다.

 

          [위협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은 사과를 하고 있는 카탈린 모로사누. 촬영=gilpoto]  

 

오는 12월 개최될 8강 전의 대진은 2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확정될 예정입니다.  

 

[K-1 WGP 2009 파이널 16 인 서울 경기결과]


<16강전
13
경기바다 하리자빗 사메도프 (KO 1R 2:27)
12경기피터 아츠 < 알리스타 오브레임 (판정 3-0)
11경기: 제롬 르 밴너 > 무사시 (판정 3-0)

10경기세미 쉴트 > 다니엘 기타 (판정 3-0)

09경기에베우톤 테세이라 > '하트' 자디브 (연장 3-0)

08경기루슬란 카라예프 > 교타로 (판정 3-0)
07경기에롤 짐머만 > 글라우베 페이토자 (판정 2-0)
06
경기레미 본야스키 > 멜빈 멘호프 (판정 3-0)

<수퍼파이트>
05
경기김태영 > 카탈린 모로사누 (반칙승 1R 5:00)


<스페셜파이트>
04
경기임치빈 > 타힐 멘치치 (판정 3-0)
03경기임수정 첸칭 (판정 3-0)


<오프닝파이트>
02
경기송민호 > 김내철 (2R 닥터스탑TKO)
01
경기홍태성 명현만 (판정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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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Ip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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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밍(눈찌르기) 논란'으로 애를 먹었던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가 졸전 끝에 경기를 포기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경기 중 의도하지 않았던 서밍으로 올해 6월 UFC 99에서 무스타파 알 턱을 꺾으며 UFC 복귀전에 승리하고도 논란에 시달려야 했던 크로캅은 20일 미국 댈러스에서 개최된 UFC 103 'Franklin vs Belfort'에 출전, 헤비급 최대 기대주 중 한명인 주니어 도스 산토스와 격돌했습니다.

          [노쇄한 '전설' 크로캅을 상대로 일방적 경기를 펼친 도스 주니어 산토스. 제공=ZUFFA]

거친 산토스의 공격에 크로캅은 백스탭을 밟으며 산발적인 반격만을 하는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계속했습니다. 이는 산토스의 더욱 적극적인 공격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며, 눈에 산토스의 자랑인 어퍼컷과 니킥을 눈 부위에 연달아 허용한 크로캅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며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전설의 완전 몰락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날의 메인이벤트였던 UFC 전 미들급 챔프 리치 프랭클린 대 동단체 라이트헤비급 챔프 겸 영국단체 케이지레이지 동체급 챔프 비토 베우포트의 88kg 계약 체중 매치에서는 빠른 핸드 스피드로 유명한 베우포트가 라이트 스트레이트 카운터와 관자도리를 강타하는 레프트에 이은 연타로 손쉬운 복귀전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 더욱 발전된 스나이핑 타격을 보여준 비토 베우포트. 제공=ZUFFA] 

영국의 대표적인 무에타이 베이스의 실력파 스트라이커 폴 데일리는 덴마크의 대표적 스트라이커이자 UFC 베테랑으로 자신보다 우수한 신장조건을 가진 마틴 캄프만을 감아치는 근거리 레프트 훅과 이어지는 타격 연타로 스탠딩 TKO승을 거두고 성공적인 UFC 데뷔를 이뤄냈습니다.  

라이트급의 기대주 타이슨 그리핀은 체중조절 실패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평소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에르메스 프랑카를 스트레이트에 이은 파운딩 연타로 KO승 겸 3년여만의 한판 승을 챙겼으며 TUF 시즌 1의 악동인 조쉬 코스첵은 웰터급-미들급의 강호 프랭크 트릭을 라이트와 파운딩으로 잡아내며 지난 패배의 아픔을 달랬습니다.  

UFC 44 이후 6년여 만에 UFC로 복귀한 베테랑 블라디미르 마츄센코는 한 수위의 경기 운영으로 크로캅의 팀메이트인 이고르 포크라작의 9연승을 제지했으며, TUF 9번째 시즌의 참가자였던 에프레인 에스쿠데로와 엘리엇 마셜은 각각 콜 밀러와 제이슨 브릴즈에 TKO패와 판정승을 기록했습니다.

TUF 시즌 5 우승자 맥 댄지그를 격파하며 주목을 받았던 신흥강호 짐 밀러는 14전 12승의 강자이자 상대 스티브 로페즈의 어깨가 탈골된 탓에 싱거운 TKO승을 거뒀습니다.

[UFC 103 ' Franklin vs Belfort' 경기결과]


13경기: 리치 프랭클린 < 비토 베우포트 (TKO 1R 3:02 )
12경기: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 < 주니어 도스 산토스 (TKO 3R 2:00)

11경기: 마틴 캄프만 < 폴 데일리 (TKO 1R 2:31)

10경기: 조쉬 코스첵 > 프랭크 트릭 (TKO 1R 1:25)

09경기타이슨 그리핀 > 에르메스 프랑카 (KO 2R 3:26)
08경기: 에프레인 에스쿠데로 > 콜 밀러 (TKO 1R 3:36)
07경기: 드류 맥페드리스 < 토마즈 드렐 (리어네이키드 초크 2R 1:03)
06경기: 짐 밀러 > 스티브 로페즈 (TKO 2R 0:48)

05경기: 헤파렐로 올리베이라 < 닉 렌츠 (판정 3-0)
04경기릭 스토리 > 브라이언 포스터 (암트라이앵글 2R 1:09)

03경기: 엘리엇 마셜 > 제이슨 브릴즈 (판정 3-0)
02
경기블라디미르 마츄센코 > 이고르 포크라작 (판정 3-0)

01경기: 랍 에머슨 < 라파엘 도스 안조스 (판정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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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Ip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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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전 스피릿MC 미들급 탑독 김윤영이 일본서 통쾌한 초살(秒殺)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우수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장거리의 타격과 뛰어난 그래플링 실력으로 스피릿MC 미들급 타이틀전에까지 도전한 바 있는 김윤영은 올해 3월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임재석을 KO로 잡은 바 있는 실력파 시라이 유야와 드림 웰터급 GP 출장권을 놓고 격돌했으나 장기간의 공백기로 인한 체중조절 실패 등의 문제로 패한 바 있습니다. 

김윤영은 그러나 경기를 포기하는 대신 실신을 택하는 근성을 보여 주어 현지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한 맹훈련을 거친 두 번째 일본 무대인 지난 8월 23일 일본 하코다테에서 개최된 글라디에이터에서는 본래 상위 체급 파이터 가토 미노루를 카운터에 이은 초크로 초살시키며 일본 무대 첫 승 겸 14개월 여만에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한 김윤영]

시원한 일본무대 첫 승을 거둔 김윤영은 오는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중견 단체 히트(Heat)에 출전, 자신의 프로 경력 첫 타이틀이자 첫 해외 타이틀에 도전합니다. 첫 승리 후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김윤영을 만나 그간 일본에서 치른 두 경기 및 앞으로의 타이틀 전, 일본무대 전용 닉네임 '신라면'의 유래 등 이모저모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는 편의상 경어체 대신 평어체를 사용했사오니 이점 양해바랍니다.

- 일본 무대 첫 번째 승리를 축하한다. 얼마만의 승리인가?
▲ 감사한다. CMA 관계자 분들, 팀 매드, 그리고 우리 도장 식구 등 여러분들이 힘써주신 덕택이다. 2008년 6월 말 스피릿MC 17에서 랜돈 쇼월터에게 승리를 거둔 이후 한동안 쉬다 지난 3월 복귀전에선 패한 이후 처음이니 거의 14개월 정도만에 맛본 승리다. 

                              [승리를 만끽하는 김윤영. 사진은 스피릿시절. 촬영=gilpoto]

- 오랜만에 맛본 승리였으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 말해 뭐하겠나. 지난 3월 복귀전이자 일본무대 데뷔전에서 그렇게 지고 나니 아쉬움이 엄청 크더라. 비록 근성있다고 칭찬 받았다고 해서 패전이 승전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름 대로 느낀 게 많았던 터에 지난 6월예정이던 DEEP 출장이 다리부상으로 인해 무산되어버려 이번 대회는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생각해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게됐다.

특히 마음먹고 준비해간 타격이 크게 빚을 발해줘서 타격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앞으로 일본무대에서 활약할 에너지를 얻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파이터로서의 나 자신에게 크게 플러스가 된 경기였다.

- 이번 경기가 국내에 방영이 안되는 일본 중견 단체의 것이다 보니 국내 팬들은 접하기 어려웠다.. 팬들을 위해 이번 경기가 어찌 진행됐는지 경과를 설명 부탁한다. 
▲ 가토 미노루라는 파이터가 상대였다. 그다지 전적이 좋은 파이터는 못되지만 본래 -93kg 급, 즉 나보다 한단계 윗체급에서 활동하는 선수라 꽤 신장조건이 좋은 편이었다. 스피릿MC에서 김재영 선수하고도 경기했었고 최근에는 메이저단체인 센고쿠에도 출장했다고 들었다.  

맨처음에 로우킥으로 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상대도 되돌려주려고 로우를 시도하길래 펀치로 카운터 스트레이트를 넣었더니 맞고 뒤로 쓰러지더라. 꽤 잘들어갔다고 생각해서 레프리가 말릴 줄 알았더니 계속 진행하길래 그라운드에서 파운딩 몇 번 집어 넣고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걸어서 탭을 받았다. 

- 말을 들어보니 상대가 꽤 크게 다친 거 같다. 상대는 괜찮았나?
▲ 말도 마라. 농담 반 진담 반에 사람하나 잡는 줄 알았다. 경기 직후에 보인 안와골절은 둘째치고 경기 끝나고 다른 선수들이랑 가토 선수랑 식사를 함께 하게 됐는데 먹다가 구토 증세를 보이더라. 시쳇말로 진짜 '쫄았다.' 이후 별다른 증세가 없고 시간이 다 되서 그냥 귀국했는데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 국적은 달라도 같은 일을 하는 동지이니... 

                   [김윤영에게 크게 당한 가토 미노루(우측)의 지난 센고쿠에서의 경기 모습]

- 준비를 상당히 많이 했던 모양이다. 이번엔 주로 어떤 훈련을 했나?
▲ 이번엔 부산 팀 매드(M.A.D)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방금 전 말씀드린 대로 타격 훈련과 스파링에 중심을 둔 훈련을 많이 했다. UFC에서 활동 중인 김동현 선수, 헤비급 파이터 이상수 선수, 배명호 선수 등과 함께 훈련했다. 훈련량 자체는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어 좋았다. 

- 경기 며칠 전 전화 통화에서는 일본 파이터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파이터들이었나?
▲ 미노와 이쿠히사와 사쿠라이 '마하' 하야토와 함께 훈련했다. 미노와는 본래 한국도 자주 오고 보도도 자주되서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마하는 탑 클래스이면서도 털털한게 인상적이었다. CMA의 소개로 함께 훈련하게 됐는데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더라.

나중엔 미노와와 마하랑 장난도 치고 식당에서 많이 먹기 대결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 다음 일본 원정 때도 훈련하러 오라고 하니 다시 찾아가볼까 생각중이다. 이번 경기 중에 얻은 성과 중에 하나였다고나 할까 

- 새로운 닉네임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 하하 신라면이 바로 그거다. 경기를 주선해 주신 CMA 사장님이 궁리하신 끝에 신라면이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시더라. 마침 내 아버지가 신라면 제조사에서 근무하시는 터라 회사에 얘기해서 스폰까지 받게 됐다. 신라면이라는 이름을 걸고 입장하니 많은 일본 팬들이 알아봐 주고 호응이 좋아서 계속 사용하려 한다. 

    [트롯가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김윤영. 일본에서 그가 보여줄 '신라면' 은 과연? 촬영=gilpoto]

- 팀 메이트이자 스피릿MC서 활약했던 소재현이 일본 메이저 무대인 센고쿠에 출전하게 됐다. 어떠리라 보나?  
▲ 한국에서는 체급이 없어 본래 자신에게 맞는 적정체중보다 상위 체급에서 싸워야 했고, DEEP 같은 일본 무대에서는 일본 국가 대표 레슬러였던 미야타 카즈유키 같은 버거운 상대로 싸워야 했던 재현이지만 이번에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센고쿠 골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입은 부상이 좀 걸리긴 하지만, 최근 그래플링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데다 군입대 마지막 경기라 후회없는 경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 FMC 사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 당사자들께서 알아서 잘 해결하실 문제이고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제삼자인 내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같이 훈련했던 부산 팀 MAD의 김휘규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었던 터라 거기 있었는데 이런저런 준비가 부족해 좀 아쉬웠고 많은 선수들의 경기가 무산된 것은 같은 종합격투가로서 아쉬웠다고 할 밖엔... 

- 어플릭션의 격투기 이벤트 폐업선언 이후 스트라이크 포스로 이적한 표도르의 다음 대항마로 최근 전 UFC 챔피언 안드레이 알로브스키를 초살 KO시킨 브렛 로저스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둘의 경기가 성사된다면 승자는?  
▲ 많은 분들이 표도르의 낙승을 점치시겠지만 난 좀 다르게 본다. 일단 이 경기가 성사가 된다면 표도르는 첫 케이지 무대 등 갖가지 낮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특히 케이지는 크로캅 등 많은 링에 적응된 파이터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 링과는 매우 틀리다. 거기에 로저스는 펀치가 매우 위력적이고 스피디하다. 표도르가 이긴다고 해도 상당히 고생할 거 같다.

                   ['히트 11'의 포스터. 김윤영의 사진과 함께 'Shin'이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 
                                  
- 이후 본인의 스케쥴은?
▲ 일본에서 가능한한 많은 경기를 소화할 작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드림이나 센고쿠같은 메이저무대도 노크하고 싶다. 일단 가장 가까운 시기의 경기는 9월 26일 날 도쿄에서 있을 케이지 단체인 히트의 11번째 이벤트다. 상대는 쿠보타 코우세이라는 50여전 이상의 베테랑 파이터다.

코우세이를 이기면 11월 나고야에서 개최되는 차기대회인 히트 12에서 니이미 '버팔로' 요시타로라는 선수와 히트 종합 -76급 타이틀을 두고 격돌하게 된다. 요시타로는 상당한 기대주라고 들었다. 첫 케이지 출전이고 상대가 베테랑 아니면 기대주라고 하니 더욱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 일본 무대에서 '신라면'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게 된 종합격투가 김윤영입니다. 스피릿MC 활약시절에는 인터리그에서 우승을 놓치고, 임재석 선수와의 타이틀 전에서 패해 타이틀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저도 벨트를 가질 때라고 생각 합니다. 일본 무대인 히트에서 첫 한국인 우승자가 되어 한국 종합의 우수성을 일본에 또 한번 알려 주려 합니다.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승리를 기뻐하는 김윤영. 일본서도 쭉 이 모습을 볼 수 있길. 촬영=gilp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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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Ip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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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의 '딴죽'은 발바닥으로 상대의 복사뼈 부분을 안으로 혹은 밖으로 쓸듯이 후려서 넘어뜨리는 기술입니다. 발모양만을 보자면 유도의 '나오는발차기'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발목받치기'나 '모두걸이'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옷을 잡는 유도와 달리 옷을 잡지 못하는 택견에서는 목덜미와 겨드랑이를 잡기 때문에 기울일 때 잡는 손과 방향이 달라집니다. 유도에서는 주로 소매깃을 잡은 손으로 상대를 당기고 가슴/목깃을 잡은 손으로 끌어 올리지만, 택견은 반대로 겨드랑이나 팔꿈치/삼두 부분을 받쳐 올리고 덜미를 잡은 손으로 상대를 당기는 것인데요. (물론 유도처럼 기울이는 경우도 가능합니다만, 주로 쓰이는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 때문에 밖에서 안으로 끌어차는 유도의 발기술과는 달리 안에서 밖으로 밀어차는 것이 기본 형태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도에서도 안뒤축후리기 같은 기술이 있지만, 후리는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유도의 발뒤축/안뒤축후리기에 해당하는 기술은 택견의 '낚시걸이' 혹은 '안짱걸이'라고 하는 기술과 유사합니다.)


지난주 인사동에서 열렸던 천하제일택견패결정전(통칭 '택견배틀') 대회에서 용인대학교 소속의 이건희 선수가 이 딴죽으로 상대 선수를 180도 뒤집어버렸다는 이야기가 택견배틀 홈페이지 게시판에 떴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딴죽으로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뒤집느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죠. 

어제 드디어 경기영상이 떴습니다. 특히 화제가 됐던 그 장면은 따로 떼어서 '핫클립'으로 선정됐는데요, 정말로 상대 선수가 180도, 아니 거의 360도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나가 떨어집니다. 마치 합기도나 아이키도 시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실제 경기에서 나온 것이니, 못 믿겠다던 사람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흔히 발목후리기 류의 기술은 상대를 크게 던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유도 경기를 봐도 상대의 양발이 모두 공중에 뜰 정도로 만드는 발기술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유도의 메치기라고 하면 업어치기처럼 상대를 크게 업어메치는 손기술이나 허리기술을 연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울이기와 타이밍만 잘 갖춰지면 발기술이야말로 적은 힘과 작은 동작으로 어지간한 손기술이나 허리기술 못지 않게 호쾌하게 상대를 던져서 제압할 수 있는 '능소제대', '유능제강'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도 초창기, 즉 코도칸(강도관)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 다른 고류유술들을 제압하고 '유도'로 일본유술계를 통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도 바로 이 발기술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 유술계에서는 '발기술의 코도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진정한 메치기의 꽃은 발기술에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유도 경기에서는 넘어가기 않기 위해서 중심을 낮춘 상태로 서로를 붙잡고 기술을 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를 전방 측면으로 띄워올리는 '앞모로 기울이기'가 힘들어 동작이 작은 발기술로 한판을 따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손기술이나 허리기술을 위한 연계기, 혹은 포인트용 기술로 전락한 감이 없잖아 있어 아쉬움을 주는데요.

반면 택견에서는 상대를 붙잡고 늘어질 수 없는 규칙 (단체마다 조금씩 규정이 다르지만, 대개 상대를 잡으면 3초 이내에 기술을 걸어야 함)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확한 기술에 들어가야 하므로 기술의 예리함이 살아있습니다. 특히 얼굴을 차는 발차기를 병행하기 때문에 유도에 비해 중심이 어느 정도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 딴죽의 효용이 아주 커집니다. 실제로 택견 경기에서는 이 영상처럼 몸이 뒤집힐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리고 비슷한 특성을 지닌 무에타이나 대도숙 공도 등의 '유술기를 허용하는 입식타격' 종목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런 '딴죽'류의 기술이 곧잘 나오는데요. 특히 K-1 MAX 무대에서 프아카오 선수가 이 기술을 아주 잘 구사했었습니다. (다만, 사실은 반칙에 가까운 기술이기 때문에 가끔 너무 남발해서 오히려 판정에서 불리해진 경우도 있었죠.) 무에타이의 딴죽은 옷이 없고 글러브를 낀다는 점 때문에 기울이는 방식 자체도 택견과 아주 유사합니다.

최근 MMA에서도 료토 마치다나 김동현 등의 활약 등으로 인해 동양무술 특유의 발기술에 주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 활용도가 높지 않은 관계로 '유도식 테이크다운'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택견의 발기술은 위에서 설명한대로 타격전의 양상, 그리고 맨몸 상태에서도 쓰기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만 연구하면 MMA에서의 활용 가치도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첨언하자면, 작년 미국에서 브라질유술&MMA 도장에 한 달 정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스파링에서 이 딴죽으로 재미를 쏠쏠히 봤었습니다. ^^)


[기술의 성패를 결정짓는 포인트]
1. 기울이기를 통해서 상대의 중심을 확실히 앞쪽 45도 방향으로 띄울 것.
2. 후리는 발과 기울이는 손을 짧게 끊어 쓰지 말고 '길게' 힘을 쓸 것. 즉, 폴로스루를 확실히 할 것.
3.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발만 내밀면 넘어뜨릴 수 없다. 몸 전체로 상대를 띄워올릴 것. 



※ '필살기열전'은 '류운의 Point of View' 하부 섹션으로 새롭게 기획한 연재 코너입니다. 각종 무예나 격투 기술, 특히 선수들의 특기 기술이나 최근 경기에서 구사된 신기술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선수나 수련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고, 팬들에게는 관전의 재미를 더해주고자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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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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