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FC를 비롯한 북미 단체들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들 북미 단체에서 활동 중인 파이터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트레이너 및 그들이 소속된 팀에 대한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메이저 단체의 이벤트가 무료로 방영될 정도로 격투기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들 지도자들의 대한 자료는 자료의 희소성, 언어의 장벽 등 갖가지 장벽으로 인해 아주 관심이 있는 하드팬들이 아니면 손에 넣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들이 사실입니다.
무진에서는 그동안 쉽사리 접하기 힘들었던 북미의 명 팀이나 명 파이터 조련사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 기자도 그다지 아는 것이 없는 터라, 외국 문헌 등 자료를 동원하거나 인터뷰를 통해 하나하나 공부해 나가며 비정규 컬럼 형식으로 글을 올리려 합니다.
혹여 틀린 부분이나 보충할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라도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현재 전 세계의 각종 MMA 단체에서 10명 이상의 세계챔피언과 79%라는 어마어마한 소속 파이터들의 승률을 자랑하는 잭슨즈MMA를 이끄는 수장 그렉 잭슨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잭슨은 현재 UFC를 비롯한 북미 단체의 챔피언 혹은 상위 랭커들에게 자신의 격투기법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우선 UFC만 살펴보자면 현 UFC 웰터급 챔피언인 조르주 생 피에르, TUF 시즌 2의 우승자인 라샤드 에반스, 척 리델을 격침시킨 키스 쟈르딘, 전 판크라스 챔피언 네이트 마쿼트 등이 있습니다.
WEC에서는 페더급 No.1 컨텐더이자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잰스 펄버에게 압승을 거두었으며 조만간 유라이어 페이버를 KO 시키고 챔피언에 등극한 마이크 브라운과의 타이틀 전이 유력시 되고 있는 경량급 강자 레오나르도 가르시아가 잭슨의 트레이닝을 받고 있으며 전 KOTC왕자인 조이 빌레시너, 북미에서 주목받는 여성 파이터 미셸 워터슨 역시 잭슨과 함께 훈련하고 있습니다.
잭슨의 파이터들은 물론 생 피에르처럼 원래 우수한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만 잭슨의 트레이닝을 받은 이후 더욱 강해졌습니다. 파이터들의 승률이 79%에 달한다는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BTT CANADA에서 잭슨의 팀으로 옮긴 생 피에르가 맷 휴즈와 자신에게서 타이틀을 앗아간 맷 세라를 너무나도 간단히 제압했던 것은 잭슨의 지도가 어느 정도 효과적인지 알 수 있는 일면이라 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지요.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척 리델을 키스 쟈르딘을 통해 판정으로 한 차례 무릎 꿇렸던 잭슨은 그 누구도 승리를 점치지 못했던 라샤드 에반스의 펀치 한방을 통해 실바 제압 이후 다시 타이틀 전선에 뛰어 들려는 리델에게 또 한번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2년이나 타이틀을 놓지 않았던 리델을 2번이나 이긴 것입니다.
이렇게 우수한 MMA 파이터 조련사인 그렉 잭슨이 MMA와 유술에서의 입상은 커녕 참전 경험도 전혀 없다는 것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비 경험자인 잭슨이 경험자인 다른 그 어느 트레이너들보다도 MMA를 잘 이해하고 있고 우수한 파이터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는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잭슨의 뒷 배경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잭슨은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삼촌이 전부 레슬링 챔피언 출신인 가족적 배경과 2살 때부터 현재까지 쭉 살고 있는 뉴맥시코 주 엘버키커의 터프한 이웃들(?)이라는 환경적 배경 탓에 일찌감치 무술과 스트리트 파이팅을 시작합니다.
일치감치 레슬링의 영재교육을 받아 온 잭슨은 곧 레슬링을 주체로 한 자신만의 스트리트 파이팅 전법에 눈을 뜨게 되었고, 17세 때 아메리칸 스트리트 파이팅이라는 단체를 만든 뒤, 이후 유도의 기본적인 조르기 및 관절기에 레슬링, 타격법을 섞은 가이도주츠(*가두술(街頭術)의 일본식 한자발음. 한 마디로 거리싸움법)를 개발해 냅니다.
92년 가이도주츠를 본격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무에타이 트레이너이자 5차례 무에타이 챔피언을 지낸 마이클 윈켈존과 의기투합해 잭슨즈 서브미션 파이팅을 창설한 잭슨은 93년 UFC 첫 대회에서 호이스 그레이시의 활약을 보고 본격적으로 MMA 파이터들을 만들 결심을 하게 됩니다.
MMA 조련사로서의 업무를 시작한 잭슨은 첫번째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전 KOTC 챔피언이자 UFC 리얼리티 쇼 디에고 산체스를 배출해 낸 이후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연이어 키스 자르딘이 TUF 2에서 성공을 거두자 댄 세번의 지도를 받던 라샤드 등 다른 파이터들이 그의 문하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승승장구 중입니다.
잭슨은 일반적으로 격투 전법을 가르치는 다른 트레이너들과는 달리, 상당히 과학적인 트레이닝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본 내 무진의 협력 업체이자 유명 격투기 잡지 공격투기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잭슨은 자신의 지도 요령에 대해 '몸의 구조와 기능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수단을 강구할 땐, 반드시 그 수단의 탈출법도 강구한다. 이에 대해 숙고하고 도장에서 직접 시험해보며 움직임을 이해하면 기술체계가 자연히 완성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잭슨은 모든 파이터 개개인이 특장점이 있으므로 이에 맞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대전 상대가 정해지면 그 상대의 잽의 패턴이나, 좋아하는 가드 패스 방향 등 상대방의 모든 패턴을 연구, 자신의 파이터가 상대의 어떤 움직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작전을 짜주고, 그에 맞는 움직임을 만들 수 있도록 단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잭슨의 애제자들은 UFC 등 각자의 활동 무대에서 최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MMA 파이터 조련의 첫 성공작인 디에고 산체스는 자신과 같은 체급의 챔피언인 조르주 생 피에르가 잭슨의 문하에 들어오자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만(*잭슨은 같은 체급의 파이터 두 명을 서로 경쟁시켜 단련시킬 생각으로 GSP를 영입했습니다. 실제로 같은 라이트헤비급인 키스 자르딘과 라샤드 에반스가 실제로 이 같은 훈련법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많은 파이터들이 타이틀 전 혹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UFC 웰터급 파이터인 김동현도 잭슨의 제자인 카로 페리시안과 내년에 있을 UFC 93에서 일전을 벌이게 됩니다. 2차전에서 맷 브라운에게 고전했던 김동현으로서는 상당히 뛰어난 유도 실력에 잭슨의 조력까지 합해진 파리시안과 격돌한다면 쉽지 않은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뭐 국내 팬이라면 모두 그러하시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파리시안 전은 대충대충 해줬으면 합니다. 다만 오는 12월 28에 있을 UFC 92에선 잭슨의 애제자 중 한명인 라샤드 에반스가 포레스트 그리핀을 누르고 잭슨의 벨트 콜렉션에 11번째의 벨트를 추가해, 잭슨 트레이닝 능력의 우수성을 또 한번 증명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제자들과 기념촬영에 임한 명 트레이너 그렉 잭슨(中). 사이사이로 키스 쟈르딘, 라샤드 애반스, 네이트 마쿼트 등의 모습이 보인다. 제공=공격투기(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