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중화 ITF 총재]
그동안 정치적인 이유로 해외에서 거점을 두고 활동해 왔던 세계적 태권도 단체인 국제 태권도 연맹(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 이하:ITF)이 40여년 간의 외국 생활을 접고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태권도의 창시자 겸 ITF의 총재였던 최홍의 장군의 아들이자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 ITF 총재로 활약하고 잇는 최중화 총재와 오경호 충청대학 이사장 겸 대학 태권도 연맹 회장은 31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개최하고 현재 영국 런던에 있는 ITF 본부 한국 이전 등 ITF에 관한 몇 가지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오전에 발표된 사항을 조금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그동안 영국에 있었던 ITF 본부를 한국으로 이적하는 방안.
2. WTF(World Taekwondo Federation)와 협의.
3. 풀컨텍트 대회 와 ITF 태권 파이터를 앞세운 프로 격투기 대회 출범 등 ITF 태권도의 컨텐츠화
우선 ITF에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태권도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약간 설명해야 할 듯 하니 잠깐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ITF는 태권도를 창시한, 적어도 확립한 것으로 알려진 고 최홍의 총재가 설립한 세계 최초의 태권도 국제 단체입니다. 군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관이기도 했던 최홍의 총재가 박정희 대통령과 정치적인 갈등을 빚으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낀 최홍의 총재는 캐나다로 ITF를 가지고 정치적인 망명을 하게 되고 이 때부터 ITF는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게 됩니다.
ITF가 캐나다로 넘어감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은 새로운 태권도 기구의 창설을 명하게 되고 그래서 태어난 것이 바로 현재 한국 태권도를 대표한다는 WTF입니다. 이후 WTF는 역시 유단자이자 IOC 위원인 김운용 총재의 역량에 따라 올림픽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합니다.
WTF의 발전에 따라 ITF는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으로부터 외면을 더더욱 받게 되었고 박대통령 이후의 지도자들도 특별히 ITF의 도입이나 최홍의 총재의 입국불허를 풀어 주지 않고 있었던 터라 ITF는 80년 대 비교적 ITF에 너그러웠던 북한 쪽에 공식적으로 사범을 파견하고 최홍의 총재가 거주지를 북한으로 옮기게 됩니다.
이후 ITF는 어쩔 수 없이 친 북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었고, 북한은 최홍의 총재가 세상을 떠난 이후 IOC 위원이기도 한 장웅과 서거한 최홍의 총재의 유언을 앞세워 앞세워 자신들이 정통성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는 ITF를 옹립합니다. 이것이 일부에서 ITF를 이른 바 '북한 태권도'라고 매도하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ITF 측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진 형태인데 하나는 북한의 장웅 계열이고 하나는 최홍의 총재의 아들이자 오늘 기자회견을 연 최중화 계열, 그리고 한국인들 끼리의 권력싸움에 신물이 난다며 'NO 코리언'을 선언한 캐나다 국적의 베트남인 트란 콴이 계열이 있습니다. 최중화 측 주장에 따르면 트란 콴은 이미 정식 ITF로서 법적인 효력을 상실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최중화 측은 장웅 측 ITF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시 오늘 기자회견으로 돌아와 보지요.
1번에서 언급한 본부를 옮긴다는 사항은 물론 최중화 총재 계열의 ITF 이야기입니다. 현재 영국 런던에 본부가 있고 최중화 총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아직 미정으로 발표가 됐습니다만 일부 태권도 언론 매체에 따르면 이전한 ITF 본부의 소재지는 서울이 아닌 충청권이 될 가능성이 있고 오늘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던 오경호 대학태권도 연맹회장이 충청대학 이사장임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입니다. WTF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도 하고요.
2번 WTF와의 협의라는 것은 우선 골자가 최근 퇴출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는 올림픽에서의 잔류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해 한 때 장웅 계열과 WTF 측의 태권도 기구 통합 논의 등의 이루어 진바 있습니다만, 현재 최중화 계열에서는 협의만 하겠다는 입장 발표정도로 특별히 WTF 측과 이야기 된 것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이는 시간을 좀 두고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3번 풀컨텍트 대회는 그간 한국에서 행해져 오던 WTF 식이 아닌 이른 바 ITF 식 대련으로 좀 더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위에서는 미처 언급 못했습니다만은 ITF는 WTF와 한눈에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스타일이 다릅니다.
2010년에는 WTF 주관에 태권도 축제에 ITF 국제 대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기에 격투기 전문 기자로서 가장 구미가 당기는 것은 ITF 태권도 파이터를 앞세운 프로 격투기 대회의 출범입니다. 이미 5월 경에 장충 체육관의 첫 대회 스케쥴이 이날 회견에서 발표됐습니다.
사실 이 프로 격투기 대회에 대해서는 회견 후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만, 오는 4월에 기자회견을 따로 할 예정이라고 하니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ITF 측의 프로대회로 태권도 판 K-1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상이 이번 기자회견의 간략 내용입니다만 일단 분열된 ITF의 합병이나 WTF와의 합병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일단 ITF가 40여년만에 한국으로 복귀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도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프로격투기 대회의 출범에 대해서도 오히려 ITF가 프로 격투기화 되고 망신만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실제로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담긴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이글을 쓰고 있는 저 개인의 생각으로는 태권도 역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배우는 무술인 만큼 강한 무술인 것을 증명하고 태권도의 컨텐츠화라는 점에서도 프로 격투기 는 필요합니다.
이미 극진가라테의 일반인 정도회관이 주최하는 K-1이 가라데의 대중화와 우수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볼 때 장기적으로 프로 대회는 태권도에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ITF의 행보를 기대해봐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