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가 8년 만에 패했다는 얘기가 며칠 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간이 떠들썩한데 비해 표도르 본인은 "지는 일은 흔한 일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고 하는군요. 역시 대인배... 같은 용띠로서 뜨거운 동지애를 느낍니다. ㅋ -_-;;
어쨌거나 이번 패배의 원인을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는데 첫째는 영화 촬영 등을 통한 훈련 부족으로 경기 감각이나 마음가짐이 느슨해졌으리라는 얘기, 그리고 현재 주력하고 있는 MMA가 아닌 콤바삼보 경기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크게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 합니다.
(컴배트삼보, 보에보에삼보, 코만도삼보... 뭐 부르는 이름은 여러가지입니다만, 일단 저는 콤바삼보가 국제공식명칭으로 알고 있으므로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참고로 코만도삼보는 주로 특수부대에서 배운다고 해서 붙여진 일본식 명칭인데, 최근에는 군대 등에서 특수목적으로 수련하는 삼보는 스페셜삼보라는 명칭으로 구분하고 있더군요. 일단은 콤바삼보 자체가 경기화됨에 따라 스페셜삼보와 합기도식 호신술과 유사한 셀프디펜스 삼보 등으로 상세 구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미국에서는 타격만 제외하고 서브미션 기술의 허용 범위만 넓힌 프리스타일 삼보라는 것도 활발히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콤바삼보의 룰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주는 기사나 설명글이 없어서
도대체 콤바삼보 룰이 정확하게 어떤 것이냐라는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대부분 알려진 내용은 스포츠삼보에 타격이 더해졌다는 정도, 그리고 콤바삼보에 대해 소개한 기사에서 보호구와 도복을 착용하고 스트레이트성 파운딩 공격과 클로즈가드를 제한하는 '유사 종합격투기' 정도로 볼 수 있다는 내용 정도가 그나마 상세하다고 할 정보인 듯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이 '유사 종합격투기'라는 얘기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물론 드러나는 그림 자체는 종합격투기와 유사하므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주 틀린 말이라고 하기도 힘들긴 합니다만, MMA와 콤바삼보가 지향하는 경기 형태나 규칙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콤바삼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포츠삼보(혹은 아마추어삼보)의 규칙부터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스포츠삼보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유도와 레슬링의 혼합형이라고 봐도 좋을 기술 체계를 가지고 있고 점수 체계에 있어서도 유도의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레슬링의 포인트 제도를 혼합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도의 '한판' 개념이 계속 살아있어서 메치기로 정확히 한 판을 따면 승리합니다. 그러나 그에 있어서 유도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고,
한판 이외의 메치기에는 레슬링의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메치기 형태에 따라 차등 점수를 부여합니다. 그 내용은 공격자와 피공격자의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데,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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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자의 상태 피공격자의 상태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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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치기 직전,후가 모두 스탠딩 등(양어깨)이 바닥에 닿으면 한판
허리가 바닥에 닿으면 4포인트
가슴, 배, 엉덩이, 다리, 어깨 등이 닿으면 2포인트
무릎이 닿으면 A(액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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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친 후 자세가 무너진 경우 등(양어깨)가 바닥에 닿으면 4포인트
허리 2포인트
가슴, 배, 엉덩이, 다리, 어깨 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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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치기 직전 비스탠딩, 등(양어깨) 2포인트
메친 후 스탠딩 상태 허리 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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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치기 직전,후 모두 비스탠딩 등(양어깨) 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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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복잡하죠... ^^;;
또한
유도에 있는 '누르기'(혹은 굳히기)의 개념을 살려가되, 역시 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합니다. 누르기 자세(피공격자의 등이 닿아있는 상태)로 들어가 10초 지나면 2포인트, 20초면 4포인트가 되고 그라운드 상태가 30초 이상 지나면 '액션' 콜이 나오고 기술이 이어지지 않으면 스탠딩 상태가 됩니다. (관절기가 걸려있더라도 30초 혹은 1분이 지나면 스탠딩, 이 부분은 국제 룰과 일본 룰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1분을 기다리는 것이 국제룰) 따라서 공격적인 그래플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잠깐 사족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G5 등의 영향으로 MMA에서의 그라운드 30초 룰에 대해서 '엉터리'라고 보는 경향이 꽤 있습니다만, 사실 상 이 30초 룰도 삼보의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 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이런 경향이 강한데, 과거 타카다 노부히코, 마에다 아키라, 사야마 사토루 등 초창기 종합형 격투가들이 빅토르 코가 등과 교류하면서 삼보의 기술이나 시스템을 많이 차용했던 결과이지요. 현재도 스맥걸이나 다이도주쿠의 호쿠토기 대회 등, 약간은 소프트하달까 아마추어 성이 강한 MMA 경기에서 주로 적용하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컴배트레슬링이나 슈토 등에도 이 삼보 규칙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메치기나 관절기에 의한 한판을 따거나 12포인트 차를 만들어서 테크니컬 한판승이 되면 이기게 되고, 그 외에는 경기 종료 후 판정에 의해 승부를 가리게 됩니다. 다만, 아마추어 삼보에서는 의외로 금지 기술이 많은 편이어서
조르기는 물론이고 목을 꺾거나 비트는 행위와 힐홀드(힐훅), 토홀드앵클록은 금지 기술로 되어 있습니다. (발등을 잡고 하는 앵클홀드는 인정 - 왜 이런 구분을 두는가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야 하므로 일단 생략합니다.)
콤바삼보는 이 스포츠삼보를 바탕으로 보다 다양한 공격을 허용합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타격은 물론, 스포츠삼보에서 금지된 조르기와 토홀드 등의 관절기가 해금됩니다. (나라에 따라 힐홀드를 여전히 금지기술로 두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확실히 종합격투기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종합격투기와 구분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으니 바로 각각의 기술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이 다르다는데 있습니다.
콤바삼보의 지향점은 기본적으로 스포츠삼보와 같습니다. 따라서 여전히 메치기와 유술기에 의한 승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포츠삼보와 달리 메치기에 의한 한판승은 없지만 메치기 형태에 따라 4포인트부터 2포인트, 1포인트로 구분되는 점수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스포츠삼보의 한판에 해당하는 메치기가 4포인트, 4포인트 메치기가 2포인트 기술에 함께 포함) 누르기 시간과 형태에 따른 포인트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12점 차가 벌어지면 테크니컬 한판승으로 승리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상세한 포인트 구분은 각 국가별 단체별로 조금씩 다릅니다만, 이상은 모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거기에 반해 타격은 허용기술이긴 하지만 승부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타격으로 KO를 냈을 경우나 3넉다운 시에 TKO 승이 되고 넉다운 한 번에 4포인트를 주기는 하지만, 일단 상대방이 쓰러지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유효타격을 성공했다 하더라도 점수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타격기술의 허용이나 가격 범위에 대해서도 대회마다 중구난방일 정도로 정리가 안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무릎 공격이나 팔꿈치, 박치기 공격, 누운 상대에 대한 가격 등에 대해서는 대회마다 모두 적용하는 룰이 다릅니다. (일단 국제 룰 상으로는 기본적으로 박치기와 손에 의한 낭심공격 등이 가능하다는 꽤 살벌한! 룰입니다만... -_-;;)
즉,
콤바삼보에서 타격은 유술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실마리수나 빈틈을 노려 한방 승부를 내는 목적으로 쓰인다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본 고류유술에서 말하는
'아테미와자(撞身技, 당신기)'와 같은 기술인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상대의 허점을 이용해 유술기로 상대를 제압하여 승부를 내는 것이 바로 콤바삼보의 목적인 것입니다. 이제 콤바삼보가 종합격투기와는 기본 성격이 다르다는 제 말씀이 이해가 가시죠? (참고로 제가 예전에 삼보의 본질에서 벗어난 변종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 '수퍼삼보'는 이 '유사 종합격투기'란 말이 잘 어울립니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국내에 많이 알려진 '스트레이트성 파운딩'과 '클로즈가드'가 금지기술이라는 내용이 조금 미심쩍다는 것입니다. 사실 국내에 처음으로 삼보 지도자교육이 시작됐을 때 그 내용을 취재하면서 이런 내용을 듣고 기사화했던 것도 저였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_-;;;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참에 한 번 정확히 확인해보려고 약 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국제규정집과 인터넷 상에 올라와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규정 자료 등을 제 나름대로 열심히 뒤져봤습니다. 그런데데 이런 내용이 명문화된 규정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렇다고 당시 초빙되어왔던 러시아 코치로부터 직접 전달된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지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아마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해당 룰 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해서 관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스타일'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트레이트성 파운딩의 경우 2006년 세계대회 영상에서 몇몇 선수들이 구사하는 것도 직접 확인했지만, 확실히 자주 나오지는 않습니다.
또, 클로즈가드에 대해서는 캐치레슬링에서도 가드포지션이 금지 기술은 아니지만 양 어깨가 닿는 '폴' 포지션이라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삼보 역시 양 견갑골이 매트에 닿은 상태가 누르기에 해당하고, 서브미션을 시도하지 않고 상대를 고정하는 행위는 감점 대상이기 때문에
(삼보의 고착 상태는 MMA에서 말하는 그것과는 달리 매우 빨리 선언됩니다. 심지어 팔을 잠시 쉬게 하기 위해서 머리 등으로 상대를 누르는 행위조차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클로즈가드는 매우 불리한 자세이고 기피할 수 밖에 없는 포지션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위의 내용은 개인적인 추론이므로,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사실 쓰려고 했던 주제는
콤바삼보는 MMA와 비슷해보이지만 그 성격이 매우 다른 종목이라는 건데, 규칙을 일일이 설명하다 보니 이것저것 딸린 얘기들이 나오면서 굉장히 긴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합격투기와 그래플링이 주로 브라질유술을 바탕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타 유술종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해가 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격투기 전문웹진의 그래플링 전문 기자도 삼보 규칙이나 경기 방식을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간만에 글을 쓰는 김에 겸사겸사 좀 자세히 써봤습니다. 그동안 궁금하셨던 분들이나 앞으로라도 자료가 필요하실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