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와 스피릿MC 헤비급 챔피언 벨트 촬영=gilpoto]
최근 데니스 강이 UFC와 4계약을 체결에 성공하면서 국내 외 각종 매체들이 데니스 강에 대한 인터뷰를 쏟아 내고 있습니다. UFC랑 계약해서 어떠느니, 열심히 싸울 것이라느니, 이제 친구들이 내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좋다느니 라는 식의 대동소이한 내용들이 매체만 달리 해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모 매체의 한 인터뷰는 타사의 내용들과는 달리 데니스 강의 특이한 배경에 대해 다루고 있어 이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 내용은 데니스 강과 스피릿MC의 관계에 대해서 입니다.
미국의 한 유력매체는 최근 데니스 강과의 인터뷰에서 데니스의 입을 통해 스피릿MC가 데니스 강의 UFC 행을 원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한국 격투기에 조그만 관심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발언의 진실성을 의심...적어도 스피릿MC 측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 얼마나 고심하고 고심했을 지를 아실겁니다.
스피릿MC나 데니스가 거짓을 인터뷰에 실었다라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스피릿MC와 데니스 강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이고 UFC로 인해 데니스 강이 떨어져 나가게 된 다는 것이 스피릿MC에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미치게 되느냐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위에서 이미 언급했습니다만 데니스 강은 사실상 한국의 종합격투기 붐을 일으킨 장본인 입니다. 당시 스타 파이터가 없어 고생하던 스피릿MC 한국계 혈통의 캐나다 파이터 데니스 강을 영입하고 이후 스피릿은 모든 격투기의 꽃인 헤비급에 데니스 강을 내세우고 최근까지 '타도 데니스 강' 이란 캐치 프레이즈 아래 국내 파이터들의 육성을 꾀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피릿 측은 데니스 강을 대신할 만한 스타 플레이어, 단체의 간판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단체 챔프인 임재석이나 이광희, 인기 파이터 권아솔 등이 엘리트XC나 센고쿠, 드림 등에서 그다지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데니스 강의 자리는 대체할 파이터가 없는 상태로 스피릿은 그대로 단체를 이끌어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스피릿 측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스피릿 측은 국내 최초로 MMA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GO 수퍼코리언을 비 협조적인 방송사 등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3시즌이나 만들어 내고 해외 단체 등에 자사 파이터를 내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그러던 도중 올해 10월 들어 스피릿에 아주아주아주아주 커다란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던(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이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엘리트 XC가 퍼저 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도 스피릿 측은 태권도 협회 등을 통해 자구책을 찾던 중 이번엔 데니스 강이 UFC와 계약을 맺어버리는 대형사고를 칩니다.
미사여구 다 때려뽑고 스피릿이 당한 상황은 '엎친데 덮친 격'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돈 줄까지 씨가 말랐는데, 간판 마저 걸어나가겠다고 선언을 한 셈입니다. 일부 언론과 얼치기 팬들의 '스피릿은 데니스 강을 UFC에 보내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라는 발언은 스피릿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X'도 모르는 소리였습니다. 그러나 데니스랑 독점 계약을 맺은 바 없는 스피릿 측은 큰 무대로 나가겠다는 데니스를 막을 방법도 없는 상태. 웃으면서 보내 줄 수 밖에요.
결국 UFC 독점 계약 조항에 밀려 데니스를 내줘야 하는 스피릿은 이후 그나마 친분을 유지해둔 데니스를 링이 아닌 링 사이드 같은 부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데, UFC 파이터의 계약서를 직접 본 제가 생각하기에는 초상권 등등으로 딴지를 걸어 올 것이라는 불안한 생각까지 듭니다. 데니스가 아무리 스피릿이랑 친하다고 해도 UFC의 녹을 먹고 있는 파이터인 이상 스피릿을 돕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UFC가 엘리트XC의 자회사인 프로엘리트가 해왔던 것처럼 스피릿에 '경제적 원조' 해줄 가능성은 더더욱 없습니다. 여태까지 UFC가 걸어온 경로를 봤을 때 타 단체를 오까네 파워로 사버리면 사버렸지 프로엘리트 처럼 '돈은 우리가 운영은 너네가'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중간에 운영자와 오너가 수차례 바뀌면서도 한국 MMA 메이저의 위치를 잃지 않았던 스피릿은 지금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실 스피릿 뿐만 아니라 한국 격투기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안그래도 어려운데 전세계적인 경제난까지 겹치는 통이니 사면초가란 말이 절로 떠오름니다.
그 중에서도 재일 무서운 것은 자국 팬들의 무관심입니다. 어느 단체장은 '온라인에서 격투기 좋아 한다는 팬들이 100만이 넘지만 2000석짜리 체육관을 다 체우는 것을 못봤다고 푸념하십니다.' 외국기자들이랑 얘기를 하면 이상하다고 합니다. UFC, K-1, 프라이드 다 TV에서 공짜로 틀어줄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왜 이렇게 관중이 없냐고들 합니다.
여러분들이 TV로 보시는 외국 메이저 단체가 자기 나라단체 하나 없이 격투기 인기가 없는 나라에서 얼마나 오래 공짜로 격투기를 틀게 내버려 둘까요?...글쎄요 비싸게 해외 격투기 프로그램을 사왔던 어느 방송국의 스탭은 그 프로그램 때문에 몽창 잘렸다는 실제 일화가 있는 만큼 한국 TV가 먼저 퍼지겠지요.
스피릿과 데니스 강 얘기를 하다가 이래저래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 이말만 하고 끝내죠 국내 애들은 실력이 없어서 안본다라고 핑계 대시는 분들 계시죠?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남의 나라 단체에서 챔피언 하는 파이터도 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UFC 간 파이터도 있습니다. 튼튼한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이 필요한 법입니다. 우리 모두 조금씩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