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계 올림픽과 함께 전 세계 모든 격투기 단체의 공적(共敵)(?)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이 한일양국이 모두 탈락이 확정되며 거의 막바지를 치닫던 지난 주말, 슬슬 활동을 재개한 일본 단체들에 적지 않은 한국인 파이터들이 대거 출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최근 국내에선 파이터들이 뛸 수 있는 이렇다할 단체들이 없는 상황인 탓에 이웃나라 일본의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형편입니다만, 일본 격투기 계에서도 인지도를 떠나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어 주는 한국 파이터 들에 대한 인식이 계속 좋아져 가고 있고 한국 파이터를 보내 달라는 요청 역시 증가 일로에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러한 일본 격투기계의 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메이저인 SRC와 중소단체 DEEP 등 총 5개 단체에서 20경기를 한국인 파이터들이 소화해 주었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이들의 활약상과 단체의 사정 등을 경기 리뷰형식으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재현이 트라이앵글과 암바의 복합 서브미션으로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제공=GBR]
1. SRC ASIA vol.1 7/4 도쿄 디퍼 아리아케 : '그래플러' 소재현과 '러프' 파이터 이길우의 재확인
3천만엔의 거액의 우승상금을 걸고 ASIA의 최강 파이터를 뽑는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는 SRC 아시아는 센고쿠 라이덴 챔피언 쉽의 주최사인 월드 빅토리 로드 측이 아시아 시장 영역 확대를 위해 새로이 신설한 이벤트입니다. 4일 개최된 Vol. 1은 57kg 이상, 61kg 미만의 밴텀급 토너먼트의 1회전이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한국인 파이터는 총 4인. 한국 헤비급의 대표주자 이상수가 메인이벤터로 참전했으며, 토너먼트에 참가한 한국인 파이터는 센고쿠 골드컵 코리아 페더급의 파이널리스트 소재현과 판크라스 코리아 아마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토털 파이터 송민종, 명문 팀 파시의 경량급 대표주자 이길우가 그 이름을 올렸었습니다.
기량이 나날이 발전 중인 유술 파이터 소재현은 카네하라 마사노리, 도코로 히데오 등이 활약한 탄탄한 중견 단체 ZST의 추천을 받은 스기타 이치로를 백에서 트라이앵글 초크 등 그래플링은 물론 라이트 훅으로 상대를 몰아 붙이는 등 타격에서도 압도하며 심판 전원 일치의 압승으로 토털 파이터로서의 일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레슬링이 깔린 파워 베이스의 팀 컬러 탓인지, 기회가 없었던 탓인지 경량급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높은 타격수준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던 이길우 역시 일 관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던 기대주 타네우치 야마토를 시합 시작 직후 개시된 난타전을 깔끔한 라이트 숏 훅으로 경기 시작 10초만에 종결짓고 2라운드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어그레시브함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팀 맥스의 송민종은 중국계 일본 파이터 소 테츠야와의 일전에서 포지셔닝 리버스와 타격을 주고받아 심판진이 두명이나 무승부를 줄 정도의 박빙의 승부를 연출했으나 종료 직전 레슬링의 압박기술 리버스 넬슨을 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끝낸 탓에 머스트(3-0) 판정으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게이 기믹으로 국내팬들에게도 유명한 나카오 요시히로의 팀 메이트이자 무로마치 막부 대장군의 후예로 알려진 아마추어 레슬러 카네치카 다카우지와 격돌한 이상수는 초중반까지 어퍼컷과 호쾌한 매치기, 백 잡기 등을 어필, 장내가 들끓을 정도의 박력 일품의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 체력저하로 인해 타격에서 점수를 내주며 판정패했습니다.
토너먼트 1회전에서 승리를 거둔 소재현과 이길우는 오는 9월 SRC 14에서 터프한 케이지 파이터 히로카즈 니시무라, 센고쿠 페더급 토너먼트에서 정찬성에게 초크패를 맛봤던 이시와타리 신타로를 상대로 8강 전에 도전하게 됩니다.
[프로 데뷔 전에 나선 김석모가 베테랑 케타로를 몰아치고 있다. 제공=Xsports]
2. 판크라스 2010 PASSION TOUR 7/4 도쿄 디퍼 아리아케 : '아쉬웠던' 그러나 '후회없던' 김석모의 데뷔전
SRC 시작 몇 시간 전 같은 장소인 도쿄 디퍼 아리아케에서 개최된 판크라스 2010 패션 투어 7월 4일 대회에는 판크라스 코리아의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고열에 시달렸음에도 불구 뛰어난 경기력으로 베스트 스피릿 상을 수상한 바 있는 팀 포스의 스트라이커 김석모와 구미 이종격투기의 신진 김호룡이 출전했습니다.
2006년부터 판크라스에 참전해 온 밴텀급 랭킹 2위의 베테랑 아카이 타시로와의 일전에 나선 김호룡은 양훅 클린 콤비를 허용하고도 신인답지 않은 차분한 그라운드 운영으로 브레이크를 얻어내는가 하면 지지않고 타격으로 반격하는 등 분전했으나 테이크다운 후에 이어진 암트라이앵글 초크에 분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날 MMA 프로 첫 무대에 나선 김석모는 공교롭게도 지난 6월 캐나다 단체 W-1에서 데니스 강과 겨뤘던 팀 메이트 김대원의 스파링을 돕던 중 왼쪽 인대가 파열되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 지난 FMC 사태로 본의아니게 한국팬들에게 악명을 떨치게 된 (마에다) 케타로와의 경기에 불완전한 몸상태로 나서게 됐습니다.
안면 니킥, 카운터 스트레이트 등을 어필, 자신은 멀쩡하고, 상대방은 멍투성이로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타격 능력을 선보였던 김석모는 타격이 안통하자 테이크다운을 대신 시도하는 케타로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 왼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항하지 않고 테이크다운을 내주었습니다.
테이크다운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탓에 심판진들이 케타로에게 승리를 주긴 했습니다만, 김석모의 타격을 눈여겨 본 판크라스 측의 관계자와 일본 취재진들은 김석모를 호평했습니다. 부상 탓에 다 이긴 경기를 내주어야 해서 안타까웠지만 무리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 할 줄 아는 신인 답지 않은 김석모의 경기 운영이 돋보였던 경기.
이날 메인이벤트는 간판인 곤도 유키와 한 때 FMC 참전이 거론되기도 했던 베타랑이자 랭킹 3위 히사마츠 유지 간의 미들급 킹 오브 판크라시스트 타이틀 전. 무승부로 끝나며 곤도가 3차 방어를 달성했습니다. 시미즈 키요타카와 히로세 이사오 간의 플라이급 타이틀 전에서는 컷에 의한 대량 출혈로 챔프 시미즈가 첫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파이터 중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길영복이 첫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제공=Xsports]
3. DEEP 48 IMPACT 7/3 도쿄 디퍼 아리아케 : 한국세, 굴욕의 날. 길용복 제외 전멸
현재 UFC에서 무패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김동현, 고미 다카노리와 경합을 벌였던 전 라이트급 챔프 방승환 등 한국 파이터를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 최대의 중견단체 DEEP 입니다만, 이 날만큼은 한국세가 자신의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메이저 무대 DREAM에서도 다 이긴 경기를 눈 부상 때문에 기권해야 했으나 관계자들 사이에서 DEEP 동체급 타이틀 전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파키' 박원식은 DEEP 초대 미들급 챔프이자 프라이드, 히어로즈 등에서 활동한 베테랑 우에야마 유키와의 일전에서 반칙 공격으로 또 한번의 다 이긴 게임을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초반 상대에게 훅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박원식은 테이크다운 후 상대의 머리를 차는 사커볼 킥과 스탬핑 등을 성공시키며 전세를 역전, 승기를 잡았으나 일어나기 위해 3점 포지션을 취한 우에야마의 안면에 반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니킥을 반사적으로 집어 넣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우에야마는 시간에 맞춰 회복하는데 실패했고, DEEP 사무국 측은 노컨테스트(No Contest), 즉 무효경기를 선언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동단체 동급 챔프 키쿠노 카츠노리와의 타이틀 전 확정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박원식은에게 타이틀 전은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승을 추가해 주리라 기대해 마지 않았던 스피릿MC 웰터급 출신의 강성 스트라이커 권아솔과 UFC 김동현의 팀 메이트이자 동명이인으로 뛰어난 UFC 김동현 못지 않은 뛰어난 웰라운드 파이팅으로 주가를 높여가던 김동현의 팀 매드 세는 각각 38전의 이시카와 에이지와 25전의 이와세 시게토시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로 승부를 내줬습니다.
명문 인천 대호합기도의 안지용도 그라바카 소속으로 5전 전승의 파이터 우에다 유타카에게 판정패하며 한국 팀 전멸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것은 팀 포스의 길용복이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는 로우블로우로 인한 반칙패배까지 맛봤던 길용복은 그러나'그대로 놔두면 올림픽 메달리스트 감이라는 평가를 듣을 정도로 발군의 레슬링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카타오카 마코토에게 상위 포지션에서의 파운딩으로 MMA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기록, 한국 팀을 전패의 위기에서 지켜냈습니다.
한국 팀의 패배가 유난히 많아 아쉬웠던 이번 DEEP 대회 메인이벤트에서는 페더급 챔프 오오츠카 타카후미를 도전자 마츠모토 코우이치로에게 판정으로 누르고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했습니다.
[스즈키 노부타츠가 전어진에게 승기를 잡자 팀 메이트인 고미가 기뻐하고 있다. 제공=GBR]
4. ZST BATTLE HAZARD 04 7/3 도쿄 신주쿠 페이스 : 탱크 전어진, 반달차기에 침몰
드림의 경량급 간판 도코로 히데오, SRC 전(!) 페더급 챔프 카네하라 마사노리 등 일본 탑 클래스 파이터들을 배출하고 있는 ZST의 시리즈 이벤트 BATTLE HAZARD의 4번째 대회에 출전한 파이터는 판크라스 코리아 아마추어 대회에 두 차례 출장해 슬램 등 호쾌한 파이팅으로 두번 모두 승리를 거머쥔 팀 맥스의 신예 전어진이었습니다.
상대는 고미 다카노리의 팀 메이트이자 무패의 가라데 파이터 스즈키 노부타츠. 슬램과 테이크 다운 등 파워형 그래플러 특히 레슬러 타입에 가까운 전어진은 초반 테이크 다운을 빼앗으며 자신의 경기를 펼치는 듯 했으나 전어진의 압박을 뚫고 일어난 상대 노부타츠는 미카즈치 게리(三日月蹴り)로 반전을 꾀합니다.
같은 가라데 파이터로 DEEP 라이트급의 현역 챔프 겸 드림 파이터 키쿠노 카츠노리의 필살기이기도 한 미카즈치 게리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반달차기. 이름이 비록 일견 유치해 보이지는 몰라도 엄지발가락을 송곳처럼 세워 상대의 복부와 폐부를 찔러대는 기술로 매우 위력적입니다.
여러 차례 미카즈치 게리에 복부 등을 내어준 전어진은 점차 자신의 파워를 잃어 버리면서 소극적으로 변했고, 결국 무에타이의 빰 클린치에 이은 안면 니킥에 KO 당하며 해외 첫 무대를 아쉽게 마감해야 했습니다.
이날 대회 메인이벤트에는 판크라스 원년 맴버 중 한명으로 작년 1월 ZST에서 웰터급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던 87전 전적의 베테랑 파이터 시부야 오사미의 은퇴경기가 개최됐습니다. 오사미는 판크라스 시절 후배 사토 히카루에게 스트레이트 암바로 한판을 내주고 15년간의 프로 생활을 청산했습니다.
[서원호가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미들킥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 제공=Xsports]
5. M-1 SELECTION ASIA FINAL 2010 EPISODE 1 7/3 도쿄 JCB홀 : 양해준, 방승환 건재 과시, 한국세의 대활약
같은 날 DEEP 출전의 한국 세력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안 비스한 시각 다른 장소에서 개최된 M-1 글로벌의 이벤트 M-1 셀렉션에 출전한 한국 파이터들은 좋은 성적으로 분발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 가장 많은 한국 파이터가 참전한 M-1 글로벌 재팬의 이번 대회는 지난 3월 한국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한국 파이터들과 4월 일본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파이터들이 셀렉션의 상위 이벤트인 M-1 챌린지의 아시아 팀 대표 출전권을 놓고 팀 대항전을 벌이는 아시아 A 팀 결승, 수퍼파이트인 아시아 B팀 전으로 나뉘어 치러졌습니다.
대회 전체의 메인이벤트 격이었던 B팀 전 93kg 이상급에 출전한 한국 MMA 헤비급의 대형 기대주 양해준은 노지 류타, 다카모리 케이고 등 일본 헤비급들을 격침시키고 있던 일본에서 채재 중인 브라질 파이터 에드문도 칼반칸티를 경기 13초만에 라이트 훅으로 쓰러뜨리고 자신의 무패기록에 1승을 추가했습니다.
B팀 -70kg 전에 출격, 양해준과 마찬가지로 일본 체재 브라질 파이터 카마라오 실바를 상대하게 된 전 DEEP 라이트급 챔프 방승환은 상대의 크로스가드에서의 암록 시도를 팔을 빼며 회피한 다음 정확도 발군의 파운딩 3연타로 실바를 실신시키고 2년 만의 종합 복귀전에서 깔끔한 승리를 챙겼습니다.
북파공작원 HID 출신의 이력이 화제가 됐었던 김종대는 세계 주니어 스모 선수권 우승자로 '쵸크'를 링네임으로 쓸 정도의 뛰어난 초크 실력을 자랑하는 키무라 나가헤이와의 B팀 -84kg 전에서 레프트 훅을 허용해 왼쪽 눈에 부상을, 그라운드에서도 밀리며 고전했으나 스탠딩에서의 레프트 훅으로 상대를 실신시키고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3월 한국 대회에서 둥글고 튼실해 보이는 몸(?)으로 기대이상의 타격 능력과 순발력을 선보이며 국내 팬들을 놀래켰던 서원호는 금지 기술인 사커볼 킥을 반사적을 내기도 했지만 일본 메스컴 관계자가 '이번 대회 최대의 임펙트' 라 할 정도의 압도적인 승부를 보여준 끝에 파운딩 연타로 타치하라 모토히로에 압승을 거둡니다.
A팀 -70kg 급으로 이날 한국 전 선봉전에 나선 정의환은 토시다 히라카츠에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패했으나 홍준기와 문준희, 김희승이 리어네이키드와 트라이앵글 초크 및 브이원(V1) 암락으로 깔끔한 서브미션 한 판 승을, 근성 노장 이한근은 판정승을 거두며 한국 팀에 승리를 보탰습니다.
최지현과 정재호, 이정환은 분전들 했으나 각각 판정, 암트라이 앵글과 암바로 패해 이날 대회에서는 한국 팀이 12경기 중 8:4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날 A팀에서 승리를 거둔 한일 파이터들은 8월 한국대회를 통해 M-1 챌린지 최종 아시아 대륙 대표로 선발될 예정입니다.
이상으로 지난 주말 일본에서 경기를 치른 한국 파이터들의 활약상을 간단하게 나마 살펴보았습니다. 승리를 거둔 파이터도 있고 그렇지 못한 파이터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국 파이터의 우수성을 각 단체에 증명하기엔 충분할 정도의 레벨을 보여 주었기에 지난 주말의 대규모 원정은 가치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국내 MMA 팬 여러 분들도 UFC 등 메이저도 좋지만 제2의 김동현 아직 중소단체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일본 중견 단체에서 활약하는 우리 MMA 파이터들에게도 많은 격려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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